패션 트렌드

지금은 분명 2026년인데, 왜 SNS는 온통 2016년 이야기뿐일까요?

2026.01.21

지금은 분명 2026년인데, 왜 SNS는 온통 2016년 이야기뿐일까요?

‘올해의 키워드’는 벌써 정해진 듯합니다. 몇 주째 SNS를 도배하고 있는 단어, ‘2016년’입니다.

@kyliejenner

2016년 멧 갈라에서 알렉사 청이 몰래 촬영한 사진, 마네킹 챌린지, 카일리 제너의 립 키트(그녀는 며칠 전 2016년 촬영한 사진들을 여러 장 업로드했습니다), 스냅챗의 ‘강아지 필터’를 활용한 셀피… 인스타그램을 켰다 하면 2016년으로 돌아간 듯한 착각이 드는 요즘입니다. 많은 이들이 ‘2016년은 최고의 한 해였다!’라고 외치며 추억 여행을 떠나고 있죠. 제 주변에도 10년 전 사진을 업로드하며 유행을 즐기는 친구들이 많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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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의 패션계는 어땠을까요? 우선 비욘세가 앨범 <레모네이드(Lemonade)>를 발매했습니다. 그녀가 ‘Hold Up’ 뮤비에서 입은 로베르토 카발리의 레몬색 드레스가 엄청난 화제를 모았죠. 같은 해 비욘세는 슈퍼볼에서 하프타임 쇼를 선보였고, CFDA로부터 패션 아이콘’ 상을 받았습니다. 마크 제이콥스 2016 가을/겨울 컬렉션에 모델로 등장한 레이디 가가, 그리고 트레비 분수에서 열린 펜디(트레비 분수의 복원 프로젝트를 후원했습니다)의 2016 가을 꾸뛰르 컬렉션도 빼놓을 수 없고요.

‘그때가 그립다’라는 무수히 많은 SNS 포스팅과 달리, 2016년이 희망으로만 가득했던 것은 아닙니다. <보그 런웨이>의 니콜 펠프스는 2016년 말, #Fuck2016이라는 해시태그가 유행했다고 기억하더군요. 그녀의 말처럼 2016년은 실로 다사다난한 해였습니다. 6월에는 영국 국민을 대상으로 브렉시트 찬반 투표가 열렸고, 연말 미국에는 트럼프 정권이 들어섰죠. 그뿐일까요? ISIS는 1년 내내 세계 각지에서 테러를 자행했고, 세상은 데이비드 보위와 프린스라는 두 천재를 잃었죠.

물론 10년 전으로의 회귀를 주장하는 이들이 2016년 사회정치적 사건들을 그리워하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 그들의 노스탤지어를 자극하는 것은 10년 전 문화죠. SNS를 중심으로 형성된, 2016년만의 독특한 분위기 말입니다.

영국 트렌드 정보회사 스타일러스(Stylus)의 트렌드 에디터, 케이티 데블린(Katie Devlin)은 2016년의 알고리즘이 덜 ‘공격적이었다’고 이야기합니다. “텀블러(Tumblr) 시대 특유의 냉소주의가 끝나고, 인스타그램이 막 인기를 끌기 시작하던 시기잖아요. 물론 모든 인간에게 과거를 미화하려는 성향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돌이켜보면 2016년은 비교적 ‘근심 걱정 없는’ 해였습니다. 지금 2016년 사진을 업로드하는 사람들도 그 분위기를 그리워하는 것 같아요.” 마케팅 에이전시 빌리언 달러 보이(Billion Dollar Boy)의 고위 임원 케이트 마론(Cait Marron)은 패션 브랜드와 크리에이터들 역시 특정 시대의 감성을 자극하는 콘텐츠가 소비자에게 더욱 뜻깊게 와닿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합니다.

눈을 감고 내가 경험한 2016년이 어땠는지 떠올려본 뒤, 눈을 뜨고 주위를 둘러보세요.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과 달리, 10년 전과 지금의 세상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아니, 오히려 더 악화됐죠. 지금 우리는 과도할 정도로 분열된 세상을 살고 있습니다. 공동체적 유희를 누릴 수 있는 통로는 없다시피 하고요. 패션과 문화 관련 팟캐스트를 진행하는 샘 커민스(Sam Cummins)는 2016년 이후로 ‘진정한 대중문화’가 사라졌다고 설명합니다.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한 소셜 미디어 탓에 ‘반향실 효과(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 소통하며 그 신념과 믿음이 강화되는 현상)’가 우리를 수많은 갈래로 나눠놓고 있기 때문이죠.

지금 대중은 보다 단순했던 시절로 회귀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하나의 트렌드를 함께 즐기고자 하는 욕망이 존재한다는 뜻이죠. 그렇다면 패션계는 10년 전에서 무얼 배울 수 있을까요?

2016년의 패션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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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민스의 말처럼, 10년 전에는 ‘바이럴’이라는 단어가 유효했습니다. 거대한 트렌드가 등장하면, 절대다수의 대중이 그 흐름에 탑승했죠. 포켓몬 고와 마네킹 챌린지가 완벽한 예시입니다. 패션계에서도 몇 가지 ‘바이럴한 대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앞서 언급한 비욘세의 노란 드레스, 테일러 스위프트가 그래미에 참석할 때 입었던 베르사체의 투피스 드레스, 그리고 리한나의 하트 모양 생 로랑 코트를 떠올려보세요.

우리가 여기서 얻어야 할 교훈은 ‘공동체적 경험을 선사하는 바이럴한 순간’의 가치입니다. 2020년대, 마이크로 트렌드의 시대가 시작되며 모두가 잠시 잊고 있었던 ‘통합의 힘’ 말이죠. 어쩌면 마티유 블라지가 지난해 말 선보인 두 번의 샤넬 컬렉션이 그 단초를 제공할 수도 있겠습니다. 업계 종사자뿐 아니라, 평소 패션에 문외한인 이들도 관심을 보일 만한 대사건이었으니까요. 단지 옷뿐만이 아니라, 우주 공간을 연상시키는 거대한 세트장은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도 빛을 발하기에 충분했습니다. 뉴욕의 한 지하철역에서 열린 공방 컬렉션도 마찬가지였고요. 2026년에는 더 많은 브랜드가 대규모 프로젝트와 이벤트를 더욱 적극적으로 개최할 것을 기대해봅니다.

머치 광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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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머천다이즈를 데일리 룩에 활용한다’는 것은 무척 생소한 개념이었죠. 그 인식을 앞장서서 바꾼 인물이 바로 카니예 웨스트입니다. 2016년 2월 발매된 그의 일곱 번째 스튜디오 앨범, <The Life of Pablo>의 머천다이즈가 엄청난 인기를 끌었거든요(카니예와 함께 앨범과 머치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팅을 담당한 인물이 바로 버질 아블로입니다). 4집 앨범, <Purpose> 발매 기념 월드 투어로 1년 내내 바빴던 저스틴 비버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팬들은 제리 로렌조가 디자인한 비버의 투어 머천다이즈를 구매하기 위해 몇 시간씩 줄을 섰죠.

2026년에는 어떨까요? 뮤지션의 앨범 커버나 얼굴이 프린팅된 머천다이즈는 이제 엄연한 패션 아이템 취급을 받습니다. 패션 피플은 지난해 내내 오아시스 관련 아이템을 구하기 위해 애를 썼고, 나미아스가 선보인 ‘마티 슈프림’ 머천다이즈는 지난 연말의 큰 이슈였죠. 브랜드 입장에서는 머천다이즈가 확실한 홍보 수단이고, 소비자에게는 취향을 드러내는 방식인 셈입니다. 2016년에 대한 그리움이 다시금 소속감을 느끼고 싶어 하는 욕구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말했죠. 이것만으로도 올해 우리가 머천다이즈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충분합니다.

뿌린 대로 거두리

10년 전 유행했던 스타일링을 잠시 떠올려봅시다. 품이 큰 봄버 재킷, 머천다이즈 티셔츠 그리고 초커의 조합. 흰 티셔츠 위에 슬립 드레스나 브라렛을 걸친 ‘잇 걸’도 여럿 있었고요. 벨벳 소재 아이템이 런웨이에 반복적으로 등장했고, 뎀나의 베트멍은 ‘후디 열풍’을 불러일으켰죠. 이 중 ‘잊힐 트렌드’와 ‘돌아올 트렌드’는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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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lentino 2017 S/S RTW, Getty Images

우선 초커입니다. 랄프 로렌, 디올, 알렉산더 왕 그리고 발렌티노 등 수많은 브랜드의 런웨이에 등장했던 아이템이죠. 켄달 제너와 리한나가 애용한 액세서리기도 하고요.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당분간 초커가 돌아올 일은 없을 듯합니다. 패션 피플은 목도, 가방도 아닌 허리춤을 꾸밀 예정이거든요.

많은 패션계 종사자들이 올해는 옷보다 액세서리에 주목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지금은 멋을 부려도 낯간지러워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니까요. <보그> 편집팀은 더 로우 프리폴 컬렉션의 영향으로 빗이나 브로치를 활용해 머리를 고정하는 사람이 많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남성들 역시 팔찌, 목걸이 등 각종 액세서리로 개성을 표현하는 데 집중할 테고요.

Saint Laurent 2026 S/S RTW

초커와 반대로 봄버 재킷은 확실히 ‘돌아올 아이템’에 속합니다. 2016년 말 트렌드 보고서를 발행한 구글은 영국에서 봄버 재킷과 관련된 검색량이 직전 연도 대비 297%, 미국에서는 612% 증가했다고 발표했죠. 당시에는 알파 인더스트리의 봄버 재킷(2015년 12월, 켄달 제너와 지지 하디드가 이를 활용해 시밀러 룩을 선보였습니다)이 ‘잇 아이템’이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조금 다릅니다. 엄밀히 따지면 봄버 재킷이 다시 유행하는 게 아니라, 봄버 재킷 특유의 벙벙한 실루엣을 차용한 재킷들이 유행하는 거죠. 누르 하무르의 레더 재킷과 생 로랑 2026 봄/여름 컬렉션에 등장한 디자인처럼 말이에요.

불완전함의 아름다움

‘완벽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것보다 ‘불완전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것이 더 어려운 요즘입니다. AI를 활용해 리테일 관련 솔루션을 제공하는 플랫폼, 에디티드(EDITED)의 시니어 리테일 애널리스트 크리스타 코리건(Krista Corrigan)은 우리에게 ‘혼란’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약간의 무질서는 개인의 취향을 고려해 극도로 엄선된 콘텐츠만을 노출시키는 알고리즘의 대항마가 될 수 있기 때문이죠.

케이트 마론은 ‘클린 걸’이 아닌, ‘메시 걸’이 더욱 각광받는 지금의 흐름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이야기합니다. “사람들은 이제 완벽한 깔끔함보다 혼란스러움을 선호하죠. 단순하게, 그런 콘텐츠가 더 ‘진짜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입니다.” 브랜드들도 비슷한 생각을 하는 것 같습니다. 생 로랑의 몸바사 백 캠페인 영상은 ‘날것’ 그 자체였거든요.

뒤를 돌아보지 말고 앞을 바라볼 것!

패션은 문화와 마찬가지로 순환성을 띱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끊임없이 과거로부터 영감받을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죠. 최근 몇 년 동안 1990년대와 2000년대가 화제였으니, 이제는 2010년대의 차례가 왔을 뿐입니다.

핵심은 과거에만 매몰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려고 하는 태도입니다. 과거를 단순 답습하는 건 소비자의 피로감을 유발합니다. 그러니 패션 브랜드는 그리움의 근원을 파악하고, 그들이 원하는 ‘날것의 단순함’을 찾아내야 하죠. 마론은 ‘2016년을 재현하는 것보다, 당시의 ‘정신’과 ‘분위기’를 불러와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감정선을 자극하되, 지극히 현대적인 방식으로 말이에요.

2016년을 그리워하는 이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결국 ‘과거로의 무조건적인 회귀’가 아니라, ‘2026년식 무질서함’이니까요. 마론은 노스탤지어에 의존하려고 하는 패션 브랜드들은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단지 그 시기에 잘 팔렸던 아이템을 재출시하는 것은 브랜드 가치를 훼손할 뿐입니다. 부활과 재창조는 한 끗 차이라는 점을 깨달아야 하죠.”

Madeleine Schulz
사진
Getty Images, GoRunway, Instagram
출처
www.vogu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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