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사무치게 싫었던 스타일링이 이제 와서 예뻐 보이는 이유
누구나 괜스레 애정이 가는 시기가 있기 마련이죠. 단지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그때가 좋았지’라며 되뇌는 시절 말이에요. 제 경우에는 2015년과 2016년입니다. 스무 살과 스물한 살 특유의 ‘무엇이든 가능하다’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에 차 있었거든요. 대학 생활이 마냥 즐거웠고요.
제가 패션과 사랑에 빠진 것도 그때쯤이었습니다. 사고 싶은 옷이 생기면 며칠간 ‘1일 1식’을 했고, 관심이 가는 브랜드의 컬렉션 영상도 찾아보았죠. 강렬한 노스탤지어 때문인지, 당시의 트렌드에 대한 기억도 아직 생생합니다. 뎀나의 베트멍 쇼는 매번 화제를 불러 모았고(엄청난 웃돈을 줘야만 살 수 있었던 주황색 롱 슬리브를 기억하시나요?), 오프화이트를 이끄는 버질 아블로 역시 연일 주가를 높이고 있었죠. 제가 기억하는 10년 전은 한마디로 ‘스트리트 웨어의 전성기’였습니다.
인터넷에서 본 스타일링을 무작정 따라 한 적도 참 많았습니다. 오프화이트 쇼의 모델처럼 벨트 끝자락을 무릎 밑까지 길게 늘어트리기도 했고, 롱 슬리브와 강렬한 그래픽 티셔츠를 겹쳐 입었죠. 물론 유행이라고 해서 다 따라 했던 것은 아닙니다. 아무리 ‘뭣도 모르는’ 시절이었다지만, 좋고 싫음은 분명히 있었거든요. 당시 제가 가장 싫어한 스타일링이 하나 있습니다. 양말을 있는 대로 끌어 올려 신은 뒤, 바지 밑단을 안에 욱여넣는 연출법을 보며 ‘평생 저렇게 입을 일은 없겠다’라고 생각했죠. 비율도 어긋나 보이고, 어딘가 촌스럽게 느껴졌거든요.

그렇게 다짐한 지도 벌써 10년, 그러니까 강산도 바뀔 만큼 긴 시간이 지났습니다. 그리고 저는 지금 바지 밑단을 양말 속에 쑤셔 넣을지 말지를 고민 중이죠. 마음이 바뀐 이유는 단지 ‘오랜 시간이 흘러서’ 때문만은 아닙니다. 2026 가을/겨울 남성복 시즌에 여러 브랜드가 이 스타일링을 선보였거든요. 아미부터 살펴볼까요? 수면용 못지않게 두꺼운 양말에 스웨트 팬츠를 매치했죠. ‘캐주얼’ 그 자체였던 하반신과 달리, 상반신은 옷을 한껏 차려입은 점도 흥미로웠습니다. 타이, 셔츠, 코트 등 격식 넘치는 아이템들로 가득했죠. 최근 뜨거운 아이템 중 하나인 플리스를 활용한 믹스 매치 룩은 당장 내일 따라 입고 나가더라도 무리가 없겠더군요.

밑단을 양말 안에 넣으면 필연적으로 발목 부근이 갸름해 보이기 마련이죠. 이를 의식한 것인지, 아미는 블레이저 위에 벨트를 졸라매며 더욱 극적인 실루엣을 연출했습니다. 모노톤으로 완성한 룩에 코발트 블루 색상의 양말이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포인트가 되어준 것은 물론이고요.

루이 비통도 같은 스타일링을 선보였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스트리트 웨어의 정취는 온 데 간 데 찾아볼 수 없었고요. 아미와 루이 비통의 가장 큰 차이점은 신발이었습니다. 전자가 운동화를 활용해 2016년의 조합을 그대로 부활시킨 반면, 후자는 모델에게 구두를 신겼죠. 퍼렐은 바지와 양말 그리고 구두 색상을 비슷한 계열로 통일해 톤온톤 스타일링을 완성했습니다. 다소 답답하고 딱딱해 보일 수 있는 수트 룩을 환기하는 효과가 있었고요.
20여 년 만에 밀라노에서 쇼를 진행한 랄프 로렌은 ‘양말에 바지 넣기’도 충분히 우아할 수 있음을 이야기하려는 듯했습니다. 케이프를 두른 ‘올 브라운’ 룩은 올드 머니 그 자체였고, 부츠를 신은 모델은 수십 년 전 미국의 상류층 대학생을 연상시켰죠.
- 사진
- Getty Images, GoRun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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