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에 가장 크게 유행한 청바지가 돌아온다
저는 거의 매일 청바지를 입고 출근합니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올해 청바지가 아닌 다른 바지를 입고 출근한 날은 딱 하루에 불과하더군요. 겨울뿐 아니라 여름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반바지(당연히 데님 소재입니다)를 입지 않고는 정말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더운 날을 제외하고는 언제나 긴 청바지 차림을 유니폼처럼 유지하죠.
그만큼 갖고 있는 청바지도 꽤 여러 벌입니다. 연청부터 그레이까지 색깔이 다양한 것은 물론, 길이와 핏도 조금씩 다 다르죠. 제 옷장 속 청바지의 공통점은 딱 하나입니다. 밑단을 신발로 밟으며 걸어 다닌 탓에 생긴 ‘프레이드 헴’을 제외하면 찢어진 곳이 없다는 사실이죠. 한마디로 허벅지나 무릎 부분에 구멍이 나 살이 드러나는 ‘디스트레스트 데님’은 제 취향이 아니라는 얘깁니다.

팔랑귀라고 손가락질해도 좋습니다. 이제 고집을 꺾을 때가 온 것 같거든요. 꾀죄죄한 그런지 스타일링이 대세인 탓인지, 지금 런웨이는 찢어진 청바지가 범람하고 있습니다. 남루한 인상마저 주는 2000년대 초반 유행했던 디스트레스트 데님이 돌아온 거죠. 특히 맥퀸의 2026 봄/여름 컬렉션에 등장한 디스트레스트 데님 룩은 ‘그때 그 시절’ 향수를 자극하기에 충분했습니다. 미드리프와 치골이 훤히 드러날 정도로 밑위가 짧은 팬츠, 코르셋 톱과의 조합은 Y2K 스타일 그 자체였죠. 군데군데 해진 디테일이 돋보이는 바지는 지금도 수천 달러에 거래되는 언더커버의 전설적인 청바지, ’85 데님(2005 가을/겨울 컬렉션에 등장한 아이템입니다)’에서 영감을 받은 것처럼 보이는군요.
브랜든 맥스웰 쇼에는 무릎 부분이 뜯어진 데님(예전에는 ‘무파진’이라는 애칭으로 불리곤 했습니다)이 반복적으로 등장했습니다. 20년 전 문법을 전혀 따르지 않은 스타일링이 특히 흥미로웠죠. 그때의 디스트레스트 데님은 그런지 혹은 키치한 무드를 자아내는 ‘스페셜리스트’였습니다. 브랜든 맥스웰은 여전히 비슷한 분위기를 머금은 디스트레스트 데님을 케이프 셔츠, 꽃무늬 블레이저 등 귀족풍 아이템과 매치했죠. ‘패러독스 드레싱’, 즉 믹스 매치의 정석이었습니다. 데일리 룩으로 따라 하기에도 적합했고요.
블레이저와 찢어진 청바지 조합을 선보인 것은 브랜든 맥스웰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심카이와 블루마블 역시 같은 선택을 하며 디스트레스트 데님의 다재다능함을 뽐냈죠.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찢어짐의 정도’입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디스트레스트 데님은 많이 찢어질수록 그런지한 분위기를 냅니다. 심카이처럼 잔뜩 찢어진 청바지를 입을 때는 키치한 분위기의 톱을 슬쩍 끼워 넣고, 블루마블처럼 디스트레스트 디테일이 보일 듯 말 듯 들어간 데님은 더 얌전한 아이템으로 룩을 구성하세요.

이 외에도 디스트레스트 데님 활용법은 무궁무진합니다. 도쿄 기반의 브랜드 안셀름(Ancellm) 런웨이에서는 빈티지풍 아이템으로 온몸을 도배한 모델들이 등장했습니다. 미우치아 프라다와 라프 시몬스가 최근 남성복 컬렉션을 선보이며 던진 “패션은 완벽하지 않을수록 아름답다”는 메시지가 떠올랐죠. 꾸뛰르 피스가 연상되는 톱을 활용해 지금은 안심하고 멋을 잔뜩 부려도 좋은 시대라는 사실을 다시 상기시킨 아레아는 또 어떻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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