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입장 바꿔 행성적으로 사유하기

2026.01.29

입장 바꿔 행성적으로 사유하기

우리는 지구라는 행성의 주인일까요, 아니면 일원일까요? 우주에서, 전기가 없는 세상에서, 풀의 눈높이에서 지구를 보는 전시를 소개합니다.

개인적 서사를 넘어 우주적 탐구로
<태양을 만나다>

Etel Adnan, Plage Déserte, 1960s(2022), Tapestry 135×177.5cm | 53 1/8×69 7/8in. © ADAGP, Paris and DACS, London 2025. Photo © White Cube(Frankie Tyska).

우리는 때때로 우리가 거대한 우주의 한 부분임을 잊곤 합니다. 화이트 큐브 서울에서 3월 7일까지 열리는 에텔 아드난과 이성자 2인전 <태양을 만나다(To meet the sun)>는 두 거장의 작품을 통해 우리가 우주적 존재임을 상기시킵니다. 각각 레바논과 한국에서 전쟁으로 인해 망명한 두 작가는 뿌리 뽑힌 개인사를 딛고 우주론적 탐구로 나아가 예술계에 자리 잡았죠. 1960년대의 우주탐사 열기는 이번 전시의 제목이자 아드난의 시인 <태양을 만나다>와 두 작가의 작품에도 영향을 주었습니다. 이들은 태양, 달, 행성계를 연상시키는 기하학적 구조와 추상 언어로 형이상학적 세계를 구축했죠. 아드난의 선명한 색 면이 저 너머의 세계를 암시한다면, 이성자의 원초적 형태들은 지구의 경계를 넘어선 우주적 질서 속에서 모든 존재가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줍니다. 시공간을 초월한 이들의 작업을 통해 인간 중심 시야를 넘어 광활한 행성적 지평의 사유를 경험해보세요. 장소 화이트 큐브 서울 예매 무료 인스타그램 @whitecube

Seundja Rhee, The Vivid Dews, 1960, Oil on canvas, 100×81cm | 39 3/8×31 7/8in. © the artist
Etel Adnan, Untitled, 2018, Oil on canvas, 40.9×33.2cm | 16 1/8×13 1/16in. © ADAGP, Paris and DACS, London 2025. Photo © White Cube(Theo Christelis)
Seundja Rhee, In the Bed of Torrent, 1961, Oil on canvas, 100×65cm | 39 3/8 x 25 9/16in. © the artist

기술 이면의 생태적 균열
<일렉트릭 쇼크>

'일렉트릭 쇼크' 전시 모습.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2025. 사진: 홍철기,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현대사회를 지탱해온 전기는 이제 AI 상용화와 빅테크 기업 확장으로 권력이 되고 있습니다.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은 한국 작가 다섯 팀과 전기를 매개로 이러한 기술 식민적 흐름을 예리하게 성찰합니다. 이번 전시는 ‘행성’이라는 의제 아래, 기술 발전 이면에 가려진 생태적 위기와 인간 중심적 사고가 초래한 재난적 상황을 ‘정전’이라는 상상적 전제로 풀어냈죠. 아티스트 팀 교각들과 업체eobchae, 작가 김우진, 박예나, 송예환은 인터랙티브 MR과 생성형 AI, 태양광 패널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정전’이라는 ‘사건 전’과 ‘사건 후’라는 상상을 가시화합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기술 식민성과 에너지 자원의 위계를 비판적으로 드러내죠. 또 전기를 쓸 수밖에 없는 미디어 아트의 정전 시 불구(不具) 가능성은 역설적으로 ‘전기 소수자’의 존재를 밝힙니다. 빛이 사라진 진공의 요새에서 유한한 자원의 실체를 마주할 기회는 3월 22일까지. 장소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예매 무료 인스타그램 @seoulmuseumofart

박예나, ‘휴대용 포착-전파 강화 장치 제작 캐비닛’, 2023. 사진: 작가 제공
김우진, ‘마지막 기록 보관소’ 연작, 2025, 서울시립미술관 제작 지원. 사진: 홍철기,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송예환, ‘전기의 소수자들’, 2025, 서울시립미술관 제작 지원. 사진: 홍철기,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업체eobchae, ‘롤라 롤즈’, 2024 & 〈svg.vj〉, 2025, 서울시립미술관 제작 지원. 사진: 홍철기,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식물의 눈으로 키우는 행성적 감각
<미완의 식물지> & <꽃 시계>

이소요, '『조선식물도설 유독식물편』, 주석’, 2021~현재, 디지털 프린트에 연필 드로잉, 식물 보존물, 참고 문헌, 가변 크기. 사진: 조준용,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인간이 정한 시간과 지식 체계가 자연의 입장에서도 과연 유효할까요? 3월 22일까지 위 전시와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예술가의 연구 시리즈 <미완의 식물지 – 이소요>와 <꽃 시계 – 안나 리들러>는 식물의 관점에서 세상을 다시 바라보길 제안합니다. 이소요 작가는 현장 채집과 문헌 연구를 통해 식물 지식이 이동하고 식생대가 형성되는 과정을 추적하며, 지식이 절대 완성되지 않는 ‘미완의 상태’임을 드러냅니다. 한편 안나 리들러는 생성형 대립 신경망(GAN) 기술을 활용해 특정 시각에 피고 지는 꽃들의 생리적 리듬을 시각화해 ‘비인간의 시간성’을 형상화하죠. 인간의 시계와는 다른 식물의 시간, 그리고 국경과 이념의 경계를 넘어 변화하는 식생대를 연구하는 두 작가의 작업은 우리를 인간 중심의 지구적 사유에서 한 걸음 물러나게 합니다. 자세히 볼 때 아름다움이 와닿는 풀꽃처럼 서울의 일조 주기에 따라 피고 지는 안나 리들러의 ‘꽃을 피우는 하루(Circadian Bloom)’(2021~현재)를 보면 이 꽃도 우리 별 식구라는 행성적 감각을 키울 수 있을 거예요. 장소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예매 무료 인스타그램 @seoulmuseumofart

이소요, '『조선식물도설 유독식물편』, 주석’, 2021~현재, 디지털 프린트에 연필 드로잉, 식물 보존물, 참고 문헌, 가변 크기. 사진: 조준용,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안나 리들러, ‘꽃을 피우는 하루’, 2021~현재, 다채널 영상 설치, GANs, 반복 재생(사운드 윌리엄 마시). 사진: 조준용,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안나 리들러, ‘선인장의 한 해’, 2022/2025, 단채널 영상, GANs, 반복 재생. 사진: 조준용,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포토
화이트 큐브 서울,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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