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가 현재를 그릴 수 있는가
과거가 현재를 돕듯, 과거가 현재를 그립니다. 한국적 단색화에 영향을 미친 1950년대 예술가들의 열정부터 자신만의 장소를 구축해나가는 젊은 작가들의 실험까지, 우리 미술의 어제와 오늘의 특별한 조우를 소개하는 전시 셋.
폐허 위 열린 연대 <조우, 모던아트협회 1957-1960>
국립현대미술관 청주에 1950년대 전시가 재등장했습니다. 1957년부터 4년간 여섯 차례의 전시를 연 ‘모던아트협회’의 전시를 재현한 <조우, 모던아트협회 1957-1960>입니다. 전시는 전쟁 직후의 척박한 현실 속에서 한국 현대미술의 새로운 길을 모색했던 모던아트협회 화가 김경, 유영국, 천경자, 한묵 등 작가 11명의 작품 150여 점을 협회의 형성부터 해산 이후의 흐름을 따라 입체적으로 소개합니다. 모던아트협회는 당시 주류였던 ‘국전’의 보수적 사실주의나, ‘앵포르멜’의 서구식 급진적 전위주의가 아닌 제3의 길을 모색, 일상을 추상적 언어로 전환하는 실험을 지속했죠. 또 추상을 표현 양식이 아닌 삶과 정신을 통합하는 태도로 이해해 특정 양식을 강요하지 않고 구상과 추상, 표현주의와 절대 추상을 폭넓게 아울렀습니다. 각 작가의 개성을 존중하는 이들의 태도와 열린 연대는 짧은 활동에도 한국적 단색화 형성에 영향을 미쳤죠. 이번 전시에서는 과거 신문 비평과 기사를 바탕으로 당시 출품작을 확인해 황염수 작가의 ‘나무’처럼 잊힌 희귀 작품을 발굴하고 최초로 공개합니다. 또 남성 중심 화단에서 여성 화가로서 독립된 목소리를 내며 모던아트협회의 활동 폭을 넓힌 천경자 작가의 ‘전설’을 선보여 천경자 작가 예술의 핵심인 감각적 색채와 상징적 구성, 이를 통해 표현된 비현실적 정서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기간은 3월 8일까지. 장소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예매 화~일요일, 입장료 2,000원 인스타그램 @mmcakorea



여전한 자리의 희미한 연대 <두산아트랩 전시 2026>
피란 시대 모던아트협회 작가들은 금방이라도 허물어질 듯한 판잣집 아틀리에에서 자신의 창작 세계를 구축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오늘날 젊은 작가들 역시 ‘폐허’나 자신의 ‘아픈 몸’ 같은 곳에서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발견하고 있다는 것이죠. 35세 이하 신진 예술가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두산아트센터의 전시 ‘두산아트랩’의 전시 소식입니다. 3월 7일까지 열리는 전시는 공모로 선정된 박예림, 송지유, 오정민, 이동현, 이희단, 작가 5인의 작품을 소개합니다. 작가들은 기존 세계가 아닌, 시스템 밖으로 밀려난 장소나 신체 내부라는 초월적 장소에서 기묘한 평온을 발견하고 도리어 정상성을 흔드는 실험을 지속하죠. 오정민 작가는 자신의 몸보다 커다란 캔버스에 질병으로 인한 열감이나 근육의 수축과 이완, 울렁거림 등 신체 내부의 감각을 시각화하는 한편, 송지유 작가는 어린 시절 어머니가 건네준 작은 라파엘상에서 시작된 사물과 공간 사이의 미세한 감각과 몽상을 ‘무엇을 담을까 (담을까) 무엇을 버릴까 (버릴까) 버렸나 (버렸나)’에 펼쳐 보입니다. 전시 참여 작가들은 조각, 설치, 회화, 영상 등 여러 매체를 활용하지만, 메시지에 대해서는 자기 영역 밖의 것을 말하지 않습니다. 나만의 장소를 찾는 것 만큼 테두리 밖을 살펴 존중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는 듯 말이죠. 젊은 예술가들의 희미한 연대에서 60여 년 전 모던아트협회의 발자취가 겹쳐 보이는 이유입니다. 장소 두산아트센터 두산갤러리 예매 화~토요일, 무료 관람 인스타그램 @doosanartcenter_gallery



길이 된 그림 <화이도(畫以道): The Way of Painting>
갤러리현대가 새해를 맞아 선보이는 <화이도(畫以道): The Way of Painting>는 한국 전통 회화의 원형이 어떻게 변주되고 확장될 수 있는지 탐구합니다. ‘그림으로 길을 삼는다’를 주제로 하는 이번 전시는 김남경과 김지평, 박방영, 안성민, 이두원, 정재은 작가의 작품 75여 점을 통해, 과거의 도상을 호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 안에 내재한 ‘회화적 원형’을 현재의 언어로 재정의하죠. 참여 작가들은 전통을 고정된 유산이 아닌 ‘살아 있는 언어’로 바라보며, 생성형 AI나 레이저 커팅 같은 현대적 기술부터 세계 각지에서 수집한 천연 재료까지 다채롭게 활용합니다. 특히 자로 잰 듯 반듯한 전통 회화 ‘책가도’를 15도 비틀어 고정된 시선을 흔드는 김남경의 ‘15도의 사유’나, 전통 산수의 구조를 디지털 기술로 치환한 안성민의 ‘구름물_족자’ 시리즈는 전통 회화의 제작 시스템이 현대적 조건 아래 어떻게 새롭게 번역되는지 흥미롭게 보여주죠. 또 무속적 세계관을 현대적 무대와 연결해 목소리를 부여한 김지평의 ‘디바–무(巫)’는 전통이라는 이름 아래 배제되었던 존재까지 포괄하며 원형의 생명력을 복원해냅니다. 전시는 2월 28일까지이며, 각기 다른 방식으로 구축한 6인의 ‘그림 길’이 교차하며 전통부터 현재까지 이어진 우리의 미감을 조명합니다. 장소 갤러리현대 신관, 두가헌 갤러리 예매 화~일요일, 무료 관람 인스타그램 @galleryhyundai



- 포토
-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두산아트센터 두산갤러리, 갤러리현대, 두가헌 갤러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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