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혜수 “저는 모순덩어리예요. 이상과 실체가 충돌하죠”

배우 김혜수는 동료들과 무한 신뢰와 에너지를 주고받으며 함께 성장해간, 그 뜨거운 순간들을 기억한다.

인터뷰

김혜수 “저는 모순덩어리예요. 이상과 실체가 충돌하죠”

배우 김혜수는 동료들과 무한 신뢰와 에너지를 주고받으며 함께 성장해간, 그 뜨거운 순간들을 기억한다.

Stripes Candy 스트라이프 스웨터는 랄프 로렌 컬렉션(Ralph Lauren Collection)의 마린 스타일을 연출하기에 가장 훌륭한 아이템이다. 브이넥 스타일의 스웨터와 짧은 카디건에 네이비 컬러 와이드 팬츠를 각각 연출했다.

The Year of Her 랄프 로렌(Ralph Lauren)이 브랜드를 시작한 1967년을 알리는 ‘67’이라는 숫자가 새겨진 스웨터.

Sitting Editor 네이비와 화이트. 미국식 여름의 멋을 정의하는 두 가지 컬러. 네이비 재킷에 실크 소재 반바지가 클래식하다.

Sparkle Star 랄프 로렌의 크리스털과 비즈 장식 드레스를 입은 김혜수.

Sailor’s Song 바다와 항해를 향한 애정을 가득 담은 컬렉션. 선원 유니폼을 닮은 스트라이프 니트 톱과 높은 허리선의 와이드 네이비 팬츠. 여기에 선원 모자를 더했다.

Classic Beauty 클래식한 네이비 재킷을 입은 김혜수. 수트 룩을 완성하는 건 화이트 컬러 와이드 팬츠.

Suit Up '위대한 개츠비'의 수트가 떠오르는 오프화이트 컬러 핀스트라이프 수트.

Talk to Her 랄프 로렌의 여성을 상징하는 미국적인 멋. 짧은 네이비 재킷에 화이트 반바지를 입었다.

Cascade of Love 은빛이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드레스. 의상과 액세서리는 랄프 로렌 컬렉션(Ralph Lauren Collection).

성숙하고 지혜로우며 확고한 신념을 가진 사람. 대중이 그리는 김혜수의 초상이다. 하지만 그는 단호하게 말한다. “남들이 보는 저의 모습과 실제 저의 모습이 일치하진 않죠.” 공적 페르소나와 사적 자아 사이. 그는 그 간극을 숨기지 않는다. 오히려 그 틈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한다. “나이로 치면 한참 성숙한 어른은 맞는데, 성숙한 어른이 어떤 모습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의식적으로 바란 적도 없고요. 좋은 어른, 좋은 선배의 모습으로 비치는 게 조금 부담스럽기도 해요. 저는 지혜로운 사람이 되고 싶지만, 지혜롭지 않다는 걸 매 순간 느끼거든요.” 그는 늘 점검 중인 사람에 가깝다. “저는 모순덩어리예요. 이상과 실체가 충돌하죠. 다만 거기서 조금 더 나은 걸 찾으려고 노력하는 사람이고. 그러니까 늘 경계에 서 있는 것 같아요.” 그럼에도 동요하는 사람은 아니다. “제 스스로에게 큰 불만은 없어요. 완벽해서가 아니라 어릴 때부터 그랬어요. 이게 나니까. 인정하는 거죠.” 자기 인정. 그의 단단함의 닻이다. “‘지금 내가 뭘 원하는가, 그리고 그걸 이루기 위해 내가 뭘 할 수 있는가’가 늘 나의 이슈”라고 말하는 그는 “거의 대부분의 것을 막연하거나 모호하게 두지 않는” 삶의 원칙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겉으로는 마냥 명랑하고 발랄한 소녀였지만, 어릴 때부터 고민이 많았어요. 머릿속 고민을 구체화하는 것에도 연습이 필요해요. 저는 거기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고, 경험을 쌓았어요. 혼자 하는 공부 같은 거예요.”

그 시간이 지금의 밀도를 만들었다. “저는 제가 원하는 것을 잘 알고, 그걸 어떻게든 해내는 방법을 찾아내요. 염원만 한다고 해서 되는 일은 세상에 없어요. 지향점으로 나아가려면 뭐라도 부단히 해봐야 하니까요.” 그는 “보기보다 꾸준하고 성실한 편”이라고 말한다. “몇 년이 걸려도 계속해요. 지루하지 않아요. 내가 원하는 것이고, 필요하다고 여기는 것이라면요.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이 어떤 사람인 줄 아세요? 원하는 무언가를 위해 자기 시간을 엄청나게 투자한 사람이에요. 그 사람하고는 게임이 안 돼요. 왜냐하면 그 사람은 다 자기 것을 가지고 싸우거든요.” 그가 눈을 반짝인다. 순간 그에게서 풍기는 카리스마의 원천에 가닿은 느낌이 든다. 자신의 욕망을 알고, 그것을 위해 시간의 두께를 쌓아온 사람만이 움켜쥘 수 있는 그런 힘.

한때는 그도 자신의 삶이 “편협하고 빈약하다”고 느꼈다. “어릴 때부터 연예인 생활을 했지만 배우로서의 자산은 늘 가난하게 느껴졌어요. 내가 타고나지 않은 것들, 배우로서 가진 약점과 자격지심 같은 것을 다른 것으로 만회하기 위해 발버둥 쳤어요.” 하지만 지나고 보니 그 시간은 다른 결로 남았다. 그에게 성실함이라는 태도의 노하우를 선사했고, 그것은 그를 지탱하는 탄탄한 기초가 되었다. 여전히 그는 현장에 갈 때마다 자신에게 묻는다. “내가 지금 현장에 갈 자격을 갖추고 있는가, 현장에 있을 자격이 있는가.” 물리적 준비뿐 아니라 어떤 요소에도 방해받지 않고 집중할 수 있는 에너지와 컨디션을 충족하는 것. 그것이 그가 생각하는 프로페셔널리즘이다. “각기 분야는 달라도 현장에 모이는 사람들의 목표는 같잖아요. 우리가 선택한 공동의 목표를 이뤄내는 것. 제대로 돌아가는 팀이라면 암묵적인 신뢰와 애정으로 강력하게 묶여 있어요. 다른 제스처 같은 게 필요 없죠.” 불필요한 제스처 대신 본질에 충실하기. “저는 기본에 충실한 편이에요. 삶에서도요.”

명료하고 담백한 그에게도 온도가 뜨거워지는 순간이 있다. 현장에서 동료들과의 우연적인 시너지를 맞닥뜨릴 때다. 특히 여성 동료와 함께할 때의 경험을 꺼낸다. “우리가 가슴이 터지도록 함께 뭔가를 갈망하거나 그걸 잘해내기 위해 서로에게 큰 에너지와 무한 신뢰를 건넬 때 뜨거운 눈물이 날 것만 같은 그런 경험을 해본 적이 있어요.” 그는 그 시간을 이렇게 기억한다. “같은 지점을 통과하면서 함께 성장하는 것 같은, 그런 순간은 아주 특별하고 귀하죠. 그래서 그런 날은 메모장에 감상을 길게 남겨둬요.” 기록은 그의 방식이다. 그저 흘려보내지 않기 위해.

“경험이 많다고 해서 위험 요인이 줄고 모든 일에 확고해지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위험 요소라는 건 늘 예상 밖에 존재하잖아요. 예상할 수 있는 건 이미 위험 요소가 아니고요.” 그는 담담히 말한다. “항상 나를 두렵게 하는 건 내가 단 한 번도 경험하지 않은 그 무엇이니까, 그래서 사실 두렵지도 않아요. 여전히 모르는 길을 가고 있어요.” 그는 경계에 서 있다. 확신과 의심 사이, 두려움과 담담함 사이의 긴장을 온몸으로 견디며. 어쩌면 그가 감각하는 성숙이란 그 자리를 떠나지 않는 태도일지도 모른다. VK

손기호

손기호

패션 에디터

패션은 본능적으로 즐기는 것이지만, 때로는 분석이 필요하다고 믿는 ‘올드 패션드’ 패션 에디터입니다. <보그>는 패션을 만끽하는 방법과 해석하는 방향을 동시에 제시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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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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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고 인터뷰를 하고 매번 배웁니다. 집에 가면 요가를 수련하고 책을 읽고 아무도 미워하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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