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하예린 “모든 편견을 거스르고 나다운 사람으로 성장하는 시점에 ‘브리저튼’을 만났어요”

새로운 얼굴, 목소리 그리고 신드롬. 모두의 심장을 뛰게 하는 하예린이 크고 작은 규칙과 관습으로 가득한 세상에 명랑한 균열을 일으킨다.

인터뷰

하예린 “모든 편견을 거스르고 나다운 사람으로 성장하는 시점에 ‘브리저튼’을 만났어요”

새로운 얼굴, 목소리 그리고 신드롬. 모두의 심장을 뛰게 하는 하예린이 크고 작은 규칙과 관습으로 가득한 세상에 명랑한 균열을 일으킨다.

넷플릭스 '브리저튼' 시즌 4의 주인공 ‘소피 백’ 역할을 맡은 배우 하예린. 매력적인 마스크와 뛰어난 연기력으로 전 세계를 사로잡은 그녀가 선명한 색채와 부드러운 실루엣이 돋보이는 펜디(Fendi) 2026 봄/여름 컬렉션을 입고 '보그' 뷰파인더 앞에 섰다.

“로맨틱한 우아함과 편안하고 다채로운 여유로움에 관한 것입니다. 어느 하나에 국한되지 않고 일상과 정교한 장인 정신 사이를 넘나드는 유연함, 즉 단순한 제스처 뒤에 숨겨진 복잡한 공정이라는 이중성이 저를 매료했어요.” 실비아 벤투리니 펜디의 손길로 완성한 펜디 2026 봄/여름 컬렉션과 하예린의 경쾌한 시너지.

산업 디자이너 마크 뉴슨(Marc Newson)과의 협업으로 탄생한 이번 컬렉션은 채도 높은 컬러가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한다.

기하학무늬가 돋보이는 스커트와 조형적 형태가 매력적인 ‘펜디 아르코(Fendi Arco)’ 슬링백 샌들의 조화. 실크 케이블 니트로 완성한 가방은 ‘펜디 맘마(Fendi Mamma)’ 백.

하예린의 거침없는 포즈와 도발적인 눈빛이 인상적이다.

펜디 2026 봄/여름 컬렉션을 통해 처음 공개된 ‘펜디 웨이(Fendi Way)’ 백. 균형 잡힌 사다리꼴 실루엣과 생동감 넘치는 컬러의 스웨이드 소재 안감이 돋보인다.

지퍼와 드로스트링, 더블 페이스 구조는 테일러링에 입체감을 더한다. 선명한 블루 컬러 블루종은 가벼운 코튼 소재로 스포츠웨어와 드레스의 경계를 허물었다.

실비아 벤투리니 펜디는 이번 시즌 ‘펜디’라는 렌즈를 통해 미래의 여름을 바라봤다. 이 렌즈 속 여름은 밝고 경쾌하고 깃털처럼 가벼운 형태로 창조되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지금을 열심히 살아가는 것뿐이에요.” 하예린을 대체 불가능하게 만드는 건 동양적인 얼굴도, 훌륭한 연기력도 아니다. 카메라 앞에서 그녀가 내뿜는 솔직하고 당돌한 에너지는 같은 공간에 있는 이들을 매혹하기에 충분했다.

간결한 형태와 다채로운 컬러가 돋보이는 '펜디 웨이' 백을 분방하게 연출한 하예린. 의상과 액세서리는 펜디(Fendi).

“<보그 코리아> 커버 촬영을 할 거란 얘기를 듣고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동시에 엄마의 나라(하예린의 국적은 호주다)에 정식으로 얼굴을 비치는 첫 기회이기에 엄청 긴장했죠. 한국 분들이 저를 자랑스럽게 여기길 바라는 마음 때문에 더 떨렸어요.” 그녀의 말과 달리 경쾌한 리듬감이 일렁이는 펜디 룩을 입고, 하예린은 사진에서 느껴지듯 한국 패션 매거진과의 첫 촬영을 열정적으로 만끽했다. 런던에서의 <보그> 촬영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브리저튼> 시즌 4가 공개됐고, 하예린의 인터뷰 영상이 SNS를 뒤흔드는 시점에(사람들은 그녀의 대답이 얼마나 사랑스럽고 솔직하며 현명한지 감탄했다) 그녀의 생생한 이야기를 듣는 내 마음도 덩달아 요동쳤다.

그럴 때면 하예린은 음악의 힘을 빌린다. <보그> 촬영장으로 향하는 길에는 비욘세의 음악으로 자신감을 북돋웠고, <브리저튼> 첫 촬영을 앞두고는 <메리 포핀스>의 사운드트랙 ‘Let’s Go Fly a Kite’를 재생했다. “로맨스 상대인 베네딕트(루크 톰슨)와 연 날리는 장면이 첫 촬영이었어요. 그 장면의 향수 어린 느낌도 있고, 개인적으로 담아내고 싶은 그리운 추억이 떠오르는 노래라 골랐죠. 제가 그 노래를 부르니 루크도 따라서 흥얼거린 기억이 나요. 긴 프로젝트의 서막을 올리는 완벽한 순간이었죠.”

로맨스 주인공이라는 감회는 남달랐다. 외할머니인 손숙 배우의 연극을 보며 일찍이 연기에 관심을 가진 후 2019년 데뷔한 그녀는 스티븐 스필버그가 제작한 <헤일로>에서 모히칸 스타일의 반군 리더로 등장했고, 미스터리 범죄 스릴러였던 전작 <서바이버스>에서는 실종 사고 생존자들의 이야기에 놓였다. “아시아인에 특화된 이야기, 혹은 한국 영화나 드라마가 아니면 할리우드에서 로맨스의 주인공이 되기는 아무래도 힘들죠. 그래서 이번에 소피 백(Sophie Baek)으로 캐스팅됐을 때도 처음엔 움츠러들었어요.” 엄마의 응원에 힘입어 계원예고에서 3년을 수학하는 동안 무의식에 깊이 뿌리내린 선입견도 예상치 못한 장애물이었다. “늘 저보다 예쁘고 날씬하고 재능 있고 매력적인 사람들이 있기에 그들보다 빛나려면 정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배웠거든요. 물론 그 경험을 통해 제가 연기를 얼마나 하고 싶어 하는지 깨달았지만··· 그 모든 편견을 거스르고 나다운 배우로 성장하는 시점에 <브리저튼>을 만나서 기뻐요. 주역의 입장에서 아시아계 배우들도 더할 나위 없이 로맨틱하고 재미있고, 때론 아주 못될 수 있다는 다채로운 담론을 형성할 수 있다는 점도 감사하고요.”

“받은 것을 되돌려주는 것이 성공”이라 믿는 하예린은 앞으로 생길 영향력을 ‘다음’을 위해 쓰고 싶다. “다음 세대 아시아계 배우들이 지금보다 더 많은 기회를 누리는 일에 기여하는 건 홀로 빛나는 것보다 훨씬 값지죠. 이제껏 늘 필요 이상으로 소외되거나 무시당하고, 인종 다양성을 위한 구색을 갖추는 데 이용되어왔어요. 제가 목소리를 냄으로써 다른 사람들이 좀 더 나은 환경에 놓일 수 있다면, 저는 당연히 행동할 거예요.” 그런 점에서 다양한 국적과 인종, 외양과 성격을 타고난 배우들이 저마다의 매력으로 독창적인 사랑을 그려내는 <브리저튼>은 행복한 현장이었다. “이렇게 공존한다는 것, 정말 아름다운 일 아닌가요?” 하예린은 이 이야기가 사랑이 부족한 모든 곳에 가닿길 바란다. “모든 인물이 저마다 아름다운 내면을 갖고 있어요. 그들을 통해 여러분도 사람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길 바랍니다.” <브리저튼> 시즌 4의 첫 화에서 하녀인 소피 백이 가면을 쓰고 런던 상류사회에 첫발을 내디딜 때 유일하게 필요한 건 ‘할 수 있다’는 자기만의 확신이었다. 하예린의 전략도 마찬가지다. “여전히 불안하고, 안 그런 척해야 하는 순간도 있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지금을 열심히 살아가는 것뿐이잖아요. 주변 이야기에 휘둘리지 않고, 좋은 기억을 남기는 일에 집중해야죠.” VK

신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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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에디터

세상 모든 일은 패션으로 해석된다고 믿습니다. 패션 너머의 사회적 맥락과 문화적 흐름 탐구하기를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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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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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영화를 보며 생각에 잠기는 시간이 필요하고, 무엇이든 기록으로 남기는 것을 좋아합니다. 본능적인 패션 감각을 타고난 화가, 소설가, 영화감독, 셰프에게 매력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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