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멀리서, 또는 가까이서 보기를 제안하는 전시 3

2026.03.11

멀리서, 또는 가까이서 보기를 제안하는 전시 3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라는 찰리 채플린의 명언은 ‘거리감’이 인식에 미치는 영향을 방증합니다. 세 전시를 통해 서로 다른 거리에서 세상을 새롭게 경험해보세요.

감각의 영점 조정 <거리의 윤리>

쇼츠에 절여진 감각을 디톡싱하고 싶다면 타데우스 로팍 서울의 2026년 첫 전시 <거리의 윤리>를 주목해보세요. 4인의 아시아 작가 케이 이마즈, 김주리, 임노식, 마리아 타니구치의 신작 회화 19점과 조각 1점을 통해 지각의 영점을 조정할 수 있습니다. 벽돌을 하나하나 직접 쌓듯 반복 작업으로 완성한 마리아 타니구치의 ‘벽돌 회화’ 연작은 저마다 미세한 편차를 드러내 관객의 시선을 머무르게 하고, 임노식 작가의 ‘여주 – 풍경 49’(2026) 속 어슴푸레한 형상들은 눈으로 화면 전체를 여기저기 더듬게 합니다. 한편, 김주리와 케이 이마즈 작가는 시공간에 대한 서로 다른 거리를 제안해요. 김주리 작가는 촉촉했던 흙이 굳고, 말라서 깨졌다가 다시 퇴적되는 물질 순환의 찰나를 화면에 고정해 관객 앞에 세우고, 케이 이마즈는 신화와 민담, 역사적 이미지의 파편들을 한 화면에 중첩해 역사를 직선적 시간이 아닌 침전된 하나의 상태로 제시합니다. ‘거리’를 지각의 변수로 두고 서로 다른 밀도의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 <거리의 윤리>는 아무리 많은 것을 보아도 직접 겪지 않으면 진정한 지각에 이를 수 없음을 상기시키죠. 작품을 구석구석 가까이, 그리고 멀리 멈춰 서서 보는 동안 일상에 대한 거리감 역시 새로워짐을 느끼게 됩니다. 장소 타데우스 로팍 서울 예약 무료 관람 인스타그램 @ThaddaeusRopac

마리아 타니구치, 무제(Untitled), 2026, 캔버스에 아크릴릭 그리고 연필, 228×114cm, 타데우스 로팍 갤러리, 런던·파리·잘츠부르크·밀라노·서울 제공. © Maria Taniguchi 사진: 전병철
임노식, 여주 – 풍경 49(Yeoju – Landscape 49), 2026, 캔버스에 유채, 250×205cm, 타데우스 로팍 갤러리, 런던·파리·잘츠부르크·밀라노·서울 제공. © Lim Nosik 사진: 전병철
케이 이마즈, 화로와 난파(Hearth and Wreck), 2026, 캔버스에 유채 200×135cm, 타데우스 로팍 갤러리, 런던·파리·잘츠부르크·밀라노·서울 제공. © Kei Imazu 사진: 전병철
김주리, desert 07_BdCpAC, 2026, 벽돌 분, 세라믹 분, 재, 석탄, 혼합재료, 패널, 183×161×8cm, 타데우스 로팍 갤러리, 런던·파리·잘츠부르크·밀라노·서울 제공. © Juree Kim, 사진: 전병철

작품이 내가 되고 내가 작품이 되는 순간 <티노 세갈>

지금 리움미술관에서는 도록이나 리플릿, 홍보용 사진도 없는 전시가 열리고 있습니다. 예술이 어떻게 물질 없이 존재할 수 있을지 평생 탐구해온 런던 출신 작가 티노 세갈(Tino Sehgal)의 국내 첫 개인전인데요. 그는 어떻게 물질적 생산이나 소비 없이 작품을 선보일 수 있었을까요? 바로 인간의 신체와 언어, 사회적 상호작용을 작품 구성 요소로 선택했기 때문입니다. ‘구성된 상황’이라고 불리는 이 방식에는 ‘해석자’들이 등장, 관객과 대면해 작품 참여를 유도합니다. 이들은 노래하며 춤을 추거나, 관객에게 다가가 자신의 사적이고 내밀한 이야기를 건네죠. 사진이나 영상을 찍을 수 없는 전시는 작품을 ‘바라보던’ 방식을 넘어 그 속의 일부가 되게 유도해 잊을 수 없는 시간을 선사합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특별히 장 누벨이 설계한 리움미술관 공간과 소장품인 알베르토 자코메티, 안토니 곰리의 조각 등으로 ‘구성된 상황’을 연출, 구상에서 추상으로 서서히 변화하는 8점의 작품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장소 리움미술관 M2, 로비, 정원 예약 홈페이지 구매 인스타그램 @leeummuseumofart

‘티노 세갈’ 전시 포스터. 디자인: 김영삼
티노 세갈 프로필 이미지. 사진: 김제원, 리움미술관 제공

뉴미디어에 더 가까이 <호흡>

서울시 최초 공공 뉴미디어 미술관이 3월 12일 정식으로 문을 엽니다. 서울 금천구 금나래중앙공원 내에 자리 잡은 서울시립 서서울미술관은 영상, 사운드, 인터넷 아트 등 새로운 현대 예술 매체 전시를 적극적으로 선보일 뿐만 아니라 뉴미디어 연구와 교육 플랫폼 역할까지 담당한다고 해요. 개관 특별전인 <호흡>에서 서서울미술관이 지향점을 뚜렷이 보여줄 텐데요. 총 25명(팀)의 작가가 예술적 움직임과 사운드, 조명, 목소리, 오브제 등을 통해 ‘퍼포먼스는 무엇인가’라고 질문하는 퍼포먼스를 미술관 곳곳에서 펼칠 예정입니다. 인간 존재의 기반인 ‘신체’는 생명 조건인 ‘공기’ 속에서 변화를 감지하는 바로미터이자 시공간의 비선형성을 드러내는 미디어로서 사회와 예술의 연결점임을 퍼포먼스를 통해 살펴볼 수 있습니다. 또한 미술관은 정보 취약 계층을 위해 쉬운 글 해석, 수어 통역, 다국어 안내도 제공할 예정입니다. 누구나 마음껏 예술적 호흡을 고를 수 있는 새로운 생태계와 만나보세요. 장소 서울시립 서서울미술관 전시실 및 금나래갤러리 예약 무료 관람(퍼포먼스는 예약) 인스타그램 @seoulmuseumofart

서울시립 서서울미술관 전경.
조익정, ‘무허리’, 2026, 퍼포먼스. 사진: 김영수
김태동, ‘미술관 건립 아카이브 프로젝트 2024-2026: SSMAP-007’, 2024,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김윤철, ‘아르고스’, 2018, 48×40×40cm. SeMA 소장품
김성화

김성화

프리랜스 에디터

<보그> 컨트리뷰팅 에디터로 전시 소식을 전하고 있습니다. 라이프스타일 잡지 <오디너리>와 기내지 <아시아나>에서 여행과 문화, 미식을 담당했습니다.

더보기
포토
타데우스 로팍 서울, 리움미술관, 서울시립 서서울미술관 제공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