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시계의 변하지 않는 매력
할리우드가 가장 화려하고 자유로운 영혼으로 충만하던 시대. 1960년대에 많은 사랑을 받은 시계가 지닌 변치 않는 매력.

Jacqueline Kennedy Onassis

Lee Radziwill
1960년대는 우리에게 미니스커트와 팝아트, 비틀스와 플라워 파워를 선사한 불멸의 시대다. 시계 제조 역사에서도 20세기에 가장 사랑받은 디자인이 탄생한 시기이며 이 시계들은 당시 스타일리시한 젯셋족의 수집품이었다.
“전후 시대 금욕적 분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전환을 상징합니다.” 빅토리아 앤 앨버트 박물관의 주얼리 큐레이터 헬렌 몰스워스(Helen Molesworth)가 말했다. “그다음엔 예술과 기술, 정치, 패션 분야에서 자유에 대한 개념이 폭발했죠. 그 시대에 탄생한 시계에는 이 같은 디자인 창작의 자유와 다채로운 색감, 개혁 정신이 담겨 있습니다.”
이러한 새로운 물결의 실험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곳이 바로 피아제였다. 1874년 조르주 에두아르 피아제(Georges-Édouard Piaget)가 설립한 이 브랜드는 까르띠에나 롤렉스 같은 기업에 정확도 높은 초박형 무브먼트를 제공하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1960년대 초 조르주 에두아르 피아제의 손자 제랄드 피아제(Gérald Piaget)와 발렌틴 피아제(Valentin Piaget)의 지휘 아래 선보인 독특한 시계 디자인으로 유명해졌는데, 이 디자인은 혁신적인 칼리버의 기술력만큼 아름다운 다이얼을 강조하는 것이 특징이었다. 1957년 형제는 회사 내부에 금세공인을 들여 새로운 창의성의 물결을 펼쳤다. 골드 표면을 새틴처럼 가공하는 피아제의 시그니처 데코 팰리스 인그레이빙 기술이 개발된 것도 이 시기다. 1960년대 초 발렌틴은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을 만들 것”이라는 도전적인 과제를 아틀리에에 전달했고 그 결과 예술품 수준의 주얼리인 동시에 시간을 알려주는 창의적인 팔찌와 목걸이, 시계 컬렉션이 탄생했다.
이 피스들은 아방가르드한 실루엣과 준보석 원석으로 장식한 다이얼을 뽐냈으며 전부 고객의 취향에 따라 맞춤 제작이 가능했다. 하우스는 살바도르 달리, 앤디 워홀과 협업하기 시작했고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 엘리자베스 테일러와 우슬라 안드레스 같은 영향력 있는 이들이 단골 고객이 되었다. 후에 이 무리는 ‘피아제 소사이어티’라는 별명으로도 불렸다.
“이브는 고객과 친구가 됐죠.” 피아제 패트리모니 부서 총괄 책임자 장 베르나르 포로(Jean-Bernard Forot)는 하우스의 4대손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고객이 인그레이빙이나 수작업으로 직조한 골드 브레이슬릿, 원석 장식 다이얼이나 베젤 중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를 수 있도록 늘 커다란 서류 가방에 샘플을 넣고 다녔습니다.” 실제로 재클린은 베젤에 다이아몬드와 에메랄드를 세팅한 오벌형 제이드 다이얼과 데코 팰리스 인그레이빙 브레이슬릿의 1967 모델을 골랐고, 엘리자베스는 불규칙한 텍스처의 골드 루프를 연결한 과감한 커프 시계와 금실을 엮은 브레이슬릿에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앙증맞은 모델을 선택했다. 그녀는 인상적인 시계 컬렉션을 수집한 것으로 유명하며, 2011년 크리스티에서 진행한 엘리자베스의 소장품 경매에 화려한 시계 14점이 공개됐다. 그중에는 희귀한 다이아몬드 세팅의 바쉐론 콘스탄틴과 진주 장식의 샤넬, 옐로 골드의 파텍 필립 노틸러스도 있었다. 그러나 가장 긴밀한 관계를 맺은 하우스는 그녀가 로마의 ‘작고 멋진 숍’이라고 불렀던 불가리였다.

Richard Burton & Elizabeth Taylor

Catherine Deneuve
1960년대 이탈리아 수도 로마는 ‘테베레강의 할리우드’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오드리 헵번부터 잉그리드 버그만, 안나 마냐니와 지나 롤로브리지다가 영화를 찍던 방대한 규모의 치네치타 스튜디오 덕분이었다. 여배우들은 그 도시에 머물 때면 비아 데이 콘도티에 위치한 주얼리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시간을 보내곤 했다. 로마에서 <클레오파트라>를 촬영한 엘리자베스도 영화를 찍던 1962년 틈날 때마다 그곳을 향했다. 그렇게 불가리와 쌓은 친분은 그녀의 결혼 기간보다 훨씬 더 오래 지속되었다. “오후가 되면 조르지오(설립자 소티리오 불가리의 아들)를 보러 갔어요. 그가 ‘머니 룸’이라고 부르는 곳에 앉아 이야기를 나눴답니다.” 그녀가 말했다. 엘리자베스가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불가리 세르펜티 시계를 착용하고 촬영장에서 사진을 찍은 덕분에 손목을 휘감는 독특한 디자인은 세계적인 관심을 받게 되었다.
브랜드의 헤리티지 큐레이터인 미술사학자 지슬랭 오크르만(Gislain Aucremanne)이 이야기를 이었다. “그때쯤 조르지오 불가리의 아들 지아니와 파올로, 니콜라가 사업을 물려받기 시작했죠.” 그리고 그들은 제품을 더 실험적인 방향으로 이끌었다. 1940년대 후반 유연한 투보가스 브레이슬릿에서 확장된 불가리의 상징 세르펜티는 다채로운 색감을 사용한 에나멜 세공과 감각적인 볼륨, 매력적인 원석 조합을 펼치는 완벽한 캔버스가 되었다. 그리고 오크르만은 이렇게 덧붙였다. “한때 유행을 타지 않고 극도로 모던하게 느껴지던 디자인은 다문화적 상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단순한 시계가 아니라 대담한 패션 아이템이 된 거죠.”
비슷한 시기 까르띠에도 유사한 세대교체를 겪고 있었다. “당시 런던 지점을 이끌던 장 자크 까르띠에(설립자의 증손자)의 지휘 아래 메종은 창의적 자율성과 대담함의 요새로 부상했습니다.” 2025년 빅토리아 앤 앨버트 박물관에서 열린 까르띠에 전시를 공동 큐레이팅한 헬렌 몰스워스가 설명했다. “1960년대 중반부터 그는 시계 제조 문화의 경계를 확장했고 관례에서 벗어난 디자인을 도입했습니다.” 장 자크가 1967년에 아이코닉한 크래쉬 모델을 처음으로 스케치한 곳도 뉴 본드 스트리트 매장 위층이었다. 같은 스튜디오에서 기묘한 형태의 오블리크(오늘날 아시메트리크로 불리는 모델)와 페블도 태어났으며, 카트린 드뇌브와 글로리아 스타이넘, 로미 슈나이더가 사랑한 오벌형 베누아의 연장 버전인 더블 스트랩도 탄생했다. 시장을 선도하는 디자인으로 브랜드 명성이 높아지며 클래식한 스타일까지 다시 인기를 얻기도 했다.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와 그녀의 동생 리 라지윌은 탱크를 즐겨 착용하는 걸로 유명했고, 앤디 워홀이 언급하면서 탱크의 인지도는 반짝 인기 이상으로 이어졌다. “나는 시간을 확인하려고 탱크를 착용하는 게 아닙니다. 탱크는 착용하기 위한 시계입니다.”
롤렉스에서는 다른 타입의 셀러브리티들이 시대정신을 포착하고 있었다. 우주개발 경쟁이 치열하고 성 혁명이 일어난 1960년대 후반은 낙관주의와 모험의 시대였다. 영국 여자 비행사 셰일라 스콧(Sheila Scott)이 GMT 마스터를 홍보하기 위해 롤렉스 광고에 등장하기 시작했고, 40mm 사이즈의 남성용 시계는 영국인 최초의 단독 세계 일주 비행을 비롯해 그녀의 비행에 여러 차례 동행했다. 그로 인해 그녀는 세련된 여성용 시계의 이미지를 재정의하는 데 일조했고 1964년 작 제임스 본드 시리즈 <007 골드핑거>에서 호노 블래크먼(Honor Blackman)이 연기한 푸시 갤로어가 스콧을 모델로 했다고 여겨진다. 또 다른 남성용 시계 서브마리너도 바네사 레드그레이브(Vanessa Redgrave)가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1966년 작 <욕망(Blow-Up)>에서 착용했다. 1960년대가 저물 무렵 트위기가 롤렉스 광고에 등장해 여자들에게 “새로운 개척지를 정복하라”고 부추겼으며, 그레이스 켈리 모나코 왕비와 TV 드라마 <미녀 삼총사>에 동시에 선택받으며 브랜드는 우아한 세련미와 강렬한 반항의 대명사로 진화했다.
“이 시계들의 인기가 지속되는 이유는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몰스워스가 말했다. “훌륭한 디자인이 존재하지 않고 사회가 분열된다고 느낄 때면 사람들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것에 이끌립니다. 모든 것이 자유롭고 창의적이고 쿨했던 시절 말입니다. 그렇기에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도 1960년대는 여전히 세련되고 감각적으로 느껴집니다.” TG
- 글
- Kim Parker
- 사진
- Ron Galella(GETTY IMAGES), Express(GETTY IMAGES), Reporters Associes(GETTY IMAGES), David Cairns(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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