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얼리와 샐러드의 상관관계
주얼리 셰프의 테이블.
영국을 대표하는 스타 요리사 델리아 스미스(Delia Smith)가 만족했다면, 뭔가 제대로 하고 있다는 뜻이다. 동명의 주얼리 브랜드를 전개하는 알렉스 먼로(Alex Monroe)가 요리계 전설의 찬사를 받은 황금빛 보물은 그의 베스트셀러인 참 장식이 아니라 한 병의 잼이었다. “여동생이 칼라브리아에 살고 있어요. 델리아 스미스의 클래식 레시피를 바탕으로 잼을 만들기 위해 그곳 오렌지를 수확합니다.” 그가 말을 이었다. “최근에 델리아와 점심을 함께 먹으며 한 병 선물했습니다. 그녀의 마멀레이드 덕분에 행복했던 시간에 대한 감사 표시로요.”
이 영국 디자이너는 음식에 헌신적인 현대 주얼러 중 한 명에 불과하다. 시골에서 자란 먼로는 어린 시절부터 능숙한 채집가였다. “학교 가기 전 오리 먹이를 주고, 달걀을 찾고, 장작을 팼어요.” 그는 대여섯 살 무렵 근처 수로에서 샘파이어(Samphire, 바닷가에서 자라는 식용식물)를 따던 일, 온 가족이 함께 수확한 사과를 신문지에 싸서 지하 저장고에 보관한 기억도 떠올렸다.
40년이 넘었지만 서퍽(Suffolk)에 자리한 집 풍경은 여전히 먼로의 주얼리 디자인에 영감을 준다. 시몬 애슐리(Simone Ashley), 조디 코머(Jodie Comer)가 착용한 상징적인 호박벌 모티브가 대표적인 예다. 디자이너는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자연 속에서 산책할 때마다 저녁거리까지 함께 챙겨 온다. “이 두 가지는 떼려야 뗄 수 없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탐험을 하며 관찰하고 샘플을 수집하죠. 그리고 그 정보를 다음 컬렉션을 위한 재료처럼 사용합니다.” 리서치 여행에서는 팔찌나 귀고리 스케치를 완성하는 만큼 페스토용 야생 마늘이나 스파게티에 넣을 홉 순을 얻기도 한다. 여동생이 보내준 칼라브리아 과일조차 2023년 선보인 탐스러운 주얼리 세트의 시작이 되었다.
음식에 대한 그의 열정은 대단하다. 먼로는 자신의 땅 상당 부분을 생물 다양성이 풍부한 농장으로 바꾸고 있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그것이 충분히 수익성 있는 사업이 될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습니다.” 더불어 창의성과 자연, 음식이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야외 주방도 구상 중이다. 그의 채소밭은 지난해 11월 출시한 호박 테마 컬렉션에 아이디어를 불어넣기도 했다.
“주얼리 제작과 땅을 경작하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닮았습니다.” 나이지리아에서 태어나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주얼리 디자이너 텔마 웨스트(Thelma West)가 말을 이었다. “둘 다 인내와 정밀함, 깊은 사랑을 요구하죠.” 리한나가 2021년 멧 갈라에서 착용해 화제가 된 블랙 세라믹 반지와 같이 독창적인 디자인의 작품을 제작하는 그녀는 이탈리아 남부 풀리아 지역에 있는 18세기 저택 카시나 친퀘포치(Casina Cinquepozzi)를 복원하는 데 무려 2년이라는 시간을 들였다. 이곳은 최근 프라이빗 휴양 시설로 다시 문을 열었다.
‘음식이 아주 중요한 곳’이던 라고스에서 자란 웨스트는 16만1,874㎡ 규모의 부지를 농장으로 바꾸는 것이 필연처럼 느껴졌다. “뿌리를 내릴 수밖에 없다는 느낌이었어요. 지금은 우리 밭에서 나는 밀로 빵을 만들고, 와인과 올리브 오일, 파스타를 생산합니다. 엄청난 작업이지만, 양보다 질이 중요해요. 내 주얼리처럼 말이죠.” 지난봄 카시나 친퀘포치 팀은 ‘EDGE(Eat, Drink, Gem, Essence의 약자)’라는 이름으로 음식과 보석 테마의 첫 번째 워크숍을 개최했다. 지역의 장인 정신을 조명한 이 행사는 크게 성공했고(오는 4월 또 한 차례 예정되어 있다), 그 결실은 웨스트 자신에게도 고스란히 돌아왔다. “내게 반지와 와인을 만드는 일은 모두 사람들에게 어떤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순간에 관한 작업입니다. 표현 방식만 다를 뿐 둘 다 예술이죠.”
뉴욕 디자이너 제니퍼 피셔(Jennifer Fisher)가 음식 브랜드를 창업한 건 개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창의적 해법이었다. 주얼리를 시작할 때도 그랬다. 스타일리스트였던 그녀는 2000년대 초 첫아이 탄생을 기념할 만큼 충분히 세련된 주얼리를 끝내 찾지 못했다. 그렇게 수백만 달러 규모의 기업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그녀는 아들의 이름을 새긴 인식표 펜던트 목걸이를 디자인했고, 이는 패셔너블한 동료들의 관심을 끌었다. 2006년 <글래머> 표지 촬영에서 우마 서먼이 피셔의 펜던트를 착용한 뒤, 그녀의 사업은 급성장했다.
그러나 이런 성공의 이면에서 피셔는 하시모토병을 진단받았고, 이후 데스모이드 종양으로 항암 치료를 받았다. “그때 음식이 내 기분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깨달았습니다. 특히 정제당, 시드 오일, 각종 증점제, 방부제같이 염증을 유발하는 성분을 끊었을 때요.” ‘건강한’ 조미료조차 이런 성분을 함유하고 있다는 사실에 좌절한 피셔는 허브를 가미한 소금을 직접 개발하기 시작했고, 2017년 자신의 브랜드 ‘JF 솔트(JF Salt)’를 출시했다.
“어느 날 SNS에 아보카도 토스트 레시피를 올렸는데 반응이 폭발적이었어요. 음식은 정말 강한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그녀는 <Trust Your Gut>이라는 요리책도 출간했다. 이 책은 이미 마사 스튜어트의 호평을 받았다. 피셔의 주얼리 고객이기도 한 그녀는 “팬트리 제안만으로도 책값이 아깝지 않다”고 평가했다.
같은 뉴요커 말라 아론(Marla Aaron)은 기억하는 한 오래전부터 손님을 초대해 대접하는 일을 사랑해왔다. “레시피를 거의 따르지 않아요. 대신 창의적으로 음식을 조합하죠.” 아론의 인스타그램에는 베이글이나 프레첼 옆에 기능적인 디자인이 돋보이는 그녀의 주얼리가 함께 놓인 사진과 레시피가 가득하다. 팬데믹 기간에는 레스토랑 종사자를 돕기 위해 식사용 의자 모양 참을 제작했고, 이를 통해 14만 달러 이상의 기금을 모았다.
그녀의 최신 프로젝트는 독일 도자기 제조사 님펜부르크(Nymphenburg)와의 협업으로, 아름다운 문양이 새겨진 서빙용 식기에 대한 애정에서 비롯되었다. “‘컴벌랜드(Cumberland)’ 디너웨어에 새겨진 문양은 님펜부르크 예술의 정수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접시죠.” 이 수작업 문양은 그녀의 18K 금귀고리와 팔찌, 대표 컬렉션 ‘락(Lock)’ 장식에 더해졌다.
디저트 역시 주얼리 디자이너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훌륭한 재료다. 지난해 여름 런던 기반의 제시카 맥코맥(Jessica McCormack)은 사파이어로 뒤덮인 복숭아와 레몬, 배 등 과일 테마 펜던트와 귀고리를 선보였다. 특히 루비를 세팅한 체리 디자인은 너무 매혹적이어서 맥코맥의 메이페어 아틀리에 옆 호텔 더 코노트(The Connaught)의 총괄 페이스트리 셰프 니콜라 루조(Nicolas Rouzaud)가 한정판 체리 타르트를 제작하도록 영감을 주기도 했다. 맥코맥은 현실이 예술을 모방한 이 사례를 두고 “두 창조적 세계의 완벽한 만남”이라고 표현했다.
재활용 알루미늄 캔으로 주얼리를 제작해온 아나벨라 찬(Anabela Chan)은 최근 과일과 채소 폐기물에서 추출한 색소와 식물성 바이오 레진으로 만든 생동감 있는 주얼리 라인을 새롭게 선보였다. 이 소재는 금속처럼 주조하거나 보석처럼 연마할 수 있다. “영국 서구권에서 매년 이용 가능한 식품의 40%가 매립지로 갑니다. 끔찍한 손실이죠.” 그녀가 설명을 이어갔다. “우리는 3년 반에 걸쳐 시금치, 해조류, 보라색 고구마 같은 재료로 보석을 만들어낼 수 있는 공정을 개발했습니다. 주얼리 디자이너로서 완전히 지속 가능한 색상 팔레트에 접근할 수 있다는 건 정말 놀라운 일이에요.” 찬은 런던 최초의 비콥(B-Corp) 인증을 받은 5성급 호텔 원 알드위치(One Aldwych)와의 협업을 통해 자신의 최신 컬렉션에서 영감을 받은 애프터눈 티 메뉴도 선보였다.
그러나 훌륭한 음식에 대한 감사를 가장 잘 이해하는 주얼리 디자이너는 조르지오 불가리(Giorgio Bulgari)일 것이다. 유서 깊은 로마 주얼리 가문의 후손인 그는 할머니 부엌에서 열리던 친밀한 가족 모임을 다정하게 회상했다. 음식은 가족을 하나로 모아주었고, 종종 대화의 주제가 되곤 했다. 중요한 순간은 언제나 호화로운 만찬과 눈부신 보석으로 기념했다. 2018년 한 젤라토 장인과의 만남은 그가 가장 좋아하는 디저트를 기리는 무언가를 만들도록 이끌었다. 2년 뒤, 팬데믹 시기에 그는 밀라노에 첫 젤라테리아 ‘크레마(Crema)’를 열었다. 이후 두 곳이 더 문을 열었고, 네 번째 매장은 로마에 있다. 자신의 브랜드 조르지오 B(Giorgir B)를 위한 조형적인 주얼리를 구상하며 하루를 보내는 동안에도 디자이너는 틈날 때마다 크레마 매장을 찾는다. “주얼리와 다르지 않습니다. 핵심은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돋보이는 방식, 그리고 이탈리아의 탁월함을 기념하는 데 있죠.” 그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 “우리 피스타치오 클래시코 맛은 지금까지 맛본 것 중 가장 강렬합니다.” TG
- 글
- Kim Parker
- 사진
- Alessandra Finelli, Valeria Pinto, DeMarcus All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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