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통, 구조 그리고 송지오

2026.04.06

전통, 구조 그리고 송지오

한국적인 것은 재현이 아니라 해석으로 남는다는 전제. 방탄소년단 무대를 통해 그 감각을 현재의 구조로 재편한 송지오의 방식.

“전통의 본질을 현대적 언어로 풀어낼 때, 한국적인 미는 비로소 지금의 감각 속에서 살아 움직입니다.” 송지오 하우스의 수장, 송재우 CD를 만났습니다. 파리와 서울을 오가며 한국적 미학을 전위적으로 풀어내온 그는 최근 <BTS 컴백 라이브: Arirang> 의상 제작을 통해 하나의 장면을 완성했죠. 과거와 미래를 잇는 디자인 철학부터 협업 과정까지, 그가 구축한 송지오의 미학은 어떤 구조일까요. 그와 대화를 나눴습니다.

하우스의 수장으로서 브랜드를 이끌며 가장 크게 달라졌다고 느끼는 것은 무엇인가요?
송지오 하우스는 늘 고유의 아트 패션을 깊이 있게 연구하고, 도전적인 방식으로 새롭게 구현해왔습니다. 그런 창작 과정의 본질 자체는 크게 달라진 부분이 없어요. 디자인 하우스로서 우리만의 미학의 깊이를 더하고, 새로운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는 기준도 여전히 같습니다.
다만 하우스가 확장되는 과정에서 달라진 점은 있습니다. 많은 고심 끝에 선보이는 컬렉션과 함께 송지오가 보여주고 들려주고자 하는 이야기를 더 높은 완성도로 전달하려는 시도가 많아졌어요. 우리만의 미학을 더 심도 있고 폭넓게 경험할 수 있는 세계관을 구축하기 위해 사진과 영상 작업, 전시, 공간 등 다양한 영역에서 시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송지오는 오랜 시간 남성복을 중심으로 정체성을 구축해왔습니다. 브랜드를 바라보는 시선이나 방향성에도 변화가 있었나요?
컬렉션을 준비할 때는 언제나 하나의 주인공, 그리고 그 서사에 등장하는 인물을 먼저 떠올립니다. 그 인물은 때로는 남성이기도 하고, 때로는 여성이기도 하죠. 서사나 인물에 따라 변화무쌍하게 디자인이 전개되기 때문에 큰 방향성의 변화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남성과 여성을 구별하기보다 동양의 우아하고 서정적인 아름다움을 송지오 고유의 전위적인 미학으로 재해석해 새로운 룩을 만들어가는 것. 그 지점이 우리 하우스의 변하지 않는 정체성입니다.

서울과 파리를 오가며 컬렉션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두 도시의 시각 차이는 어떻게 느끼나요?
오랜 시간 활동해온 덕분에 서울과 파리 모두 송지오 하우스를 한국의 미학을 대표하는 디자이너 브랜드로 바라보는 것 같습니다. 서울에서도, 파리에서도 한국의 패션과 문화를 브랜드 고유의 방식으로 재해석해 보여주었기 때문에, 두 도시의 시각 차이가 아주 크다고 느끼지는 않습니다.
다만 컬렉션을 해석하는 방식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송지오는 서양 복식 문화에 근간을 둔 테일러링, 아트워크, 아방가르드의 개념과 동양 문화의 우아하고 지적인 영감을 결합해 컬렉션을 전개하는데요. 이런 대조적인 미학이 공존하는 디자인을 서울에서는 더 미래지향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반면, 파리에서는 한국 고유의 역사적인 미학에 더 집중해 해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송지오는 패션뿐 아니라 예술, 전시, 공간까지 확장해왔습니다. 이러한 접근은 브랜드를 전개하는 데 어떤 역할을 하나요?
송지오의 컬렉션은 고전 예술과 현대미술에서 많은 영감을 얻습니다. 이러한 영감을 더 많은 사람과 공유하고 함께 경험하는 과정 자체가 중요하다고 봐요.
그 과정을 통해 송지오의 의상이 담고 있는 각각의 의미를 더 흥미롭고 자유롭게 해석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동시에 일상 속에서도 영감이 되는 작업으로 남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예술가의 작품이 그 시대의 인상뿐 아니라 정신을 담아내듯, 송지오 역시 개성과 영감으로 가득한 아티스트와 함께 우리 시대의 ‘멋진 인상’을 남기고자 합니다.

<BTS 컴백 라이브: Arirang>의상 제작은 송지오에도 상징적인 프로젝트였습니다. 이 작업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방탄소년단 측의 제안으로 시작됐습니다. 방탄소년단이 한국적인 정서를 담은 ‘아리랑’이라는 타이틀로 컴백 앨범을 준비하고 있었고, 그 과정에서 한국적 미학과 철학을 중요하게 다뤄온 송지오와의 협업이 자연스럽게 이뤄졌습니다.
한국 문화를 전 세계에 알리는 상징적인 프로젝트였기 때문에 그 의미에 공감해 참여하게 됐습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의상은 공연의 서사를 구성하는 요소로 기능했습니다. 어떤 이야기를 담고자 했나요?
이번 컬렉션엔 격동의 역사를 지나온 한국의 과거를 몸과 마음에 새기고, 새로운 미래를 개척해나가는 ‘영웅’의 이미지를 담고자 했습니다.
전 세계에 한국 문화를 알리는 방탄소년단이 광화문이라는 역사적 의미가 있는 장소에서 펼치는 무대와도 맞닿아 있다고 여겼어요. 각 멤버의 개성과 서사를 개별적으로 담아내면서도 전체적으로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지도록 설계했습니다.
각 멤버의 이미지와 역할을 한국의 역사적 인물에 투영해 ‘아리랑’의 정서를 담아낸 점도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Lyrical Armor’라는 컨셉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개념은 어떤 지점에서 출발했고, 디자인으로 어떻게 구체화되었나요?
이번 컬렉션의 가장 중요한 출발점은 과거의 역경을 이겨내고 새로운 미래를 개척해나가는 선구자의 이미지였습니다. 그 지점을 표현하기 위해 조선 시대 전사들이 착용하던 갑옷이라는 보호구에서 첫 이미지를 떠올렸습니다.
다만 그 형태를 그대로 가져오기보다는 음악가인 방탄소년단의 움직임과 감성에 맞게 더 유려하고 감각적으로 재해석하고자 했어요. 그래서 조선의 소리꾼이 입던 한복의 흐름과 실루엣을 가져와 송지오 고유의 드레이핑과 패턴 메이킹을 통해 자유롭게 움직이면서도 아름답게 작동하는 ‘갑옷’ 형태로 풀어냈습니다.

조선 전통 복식에서 영감을 얻어 이를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방식이 눈에 띄었습니다. 전통을 현대 언어로 풀어내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무엇이었나요?
가장 중요하게 감안한 기준은 한국적인 정서와 본질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였습니다. 전통 복식의 형태를 단순히 시각적으로 차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안에 담긴 감각과 철학을 현대적인 구조 안에서 살아 움직이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어요.
선의 흐름이나 여백의 미, 절제된 기품 같은 요소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하나의 구조로 작동하도록 만드는 것, 그 지점을 중심에 두고 작업했습니다.

이번 의상은 과거, 현재, 미래를 연결하는 구조를 담고 있습니다. 시간의 흐름은 어떻게 디자인으로 표현했나요?
시간의 흐름을 단순히 시대별 요소를 나열하는 방식으로 풀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각각의 요소를 하나의 흐름 안에서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데 집중했어요.
겹쳐지는 레이어와 직선과 곡선이 공존하는 실루엣, 한국의 고전 풍경화에서 보이는 질감을 연상시키는 패브릭 등을 통해 전통과 현대, 미래적인 감각이 하나의 구조 안에서 이어지도록 구성했습니다.

방탄소년단 멤버뿐 아니라 댄서, 연주자, 명창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된 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전체 무대를 하나의 조형으로 설계할 때 어떤 부분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나요?
무대 위에서는 ‘움직임’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봤습니다. 무대는 시간에 따라 계속 변화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각각의 인물이나 요소가 따로 존재하기보다는 하나의 흐름 안에서 연결되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그래서 레이어의 중첩이나 길이감의 차이, 소재 변화 등을 통해 각 요소가 분리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리듬을 만드는 데 집중했습니다. 결국 이번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균형이었습니다. 개별성과 통일성, 정적인 구조와 동적인 흐름이 충돌하지 않고 하나의 서사로 이어지도록 설계하는 것이 핵심이었습니다.

블랙과 화이트 중심의 절제된 스타일링이 이번 무드의 핵심이었습니다. 색을 제한하는 선택에는 어떤 의도가 있었나요?
한국 전통 미학이 지닌 절제와 균형의 정서를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내기 위한 선택이었습니다. 전통 예술에서는 색을 덜어낼수록 형태와 여백, 감정이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고 보거든요.
블랙과 화이트는 비움과 채움, 빛과 그림자 같은 이원적인 개념을 동시에 담고 있는 색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대비를 통해 실루엣과 움직임, 퍼포먼스의 에너지가 더 강조되도록 의도했습니다.

글로벌 라이브 스트리밍을 통해 전 세계에 무대가 공개됐습니다. 국제적인 관객을 고려해 디자인 면에서 특히 어떤 부분을 신경 썼나요?
글로벌 관객을 고려했지만, 출발점은 언제나 한국적인 미학에 두고 있습니다. 정체성이 분명할수록 언어와 문화를 넘어 더 직관적으로 전달된다고 보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특정한 상징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기보다는 형태와 흐름, 균형 같은 요소를 통해 자연스럽게 이해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데 집중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한국적 유산을 동시대적으로 해석한 사례로 보입니다. 송지오가 생각하는 ‘한국적인 것’은 어떤 방식으로 표현되어야 할까요?
특정한 형태나 장식을 재현하는 데 있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그보다는 우리 문화가 지닌 정서, 절제와 여백, 그리고 그 안에서 느껴지는 긴장감과 균형을 어떻게 동시대적으로 해석하느냐에 있습니다.
과거를 그대로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그 본질을 이해하고 지금의 언어로 다시 풀어내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그럴 때 한국적인 미가 현재의 감각 속에서도 살아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협업을 통해 송지오라는 브랜드가 어떤 이미지로 기억되길 바라나요?
송지오는 동양의 이원적인 철학과 현대적인 감성을 결합해 고유한 미학을 구축해왔습니다. 이번 협업을 통해 한국적인 정체성을 세계 무대에서 동시대적으로 풀어낼 수 있는 브랜드로 인식되기를 바랍니다.
동시에 감각적인 서사를 전달하는 브랜드, 한국적이면서도 세계적인 흐름 안에서 확장될 수 있는 브랜드로 기억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신예지

신예지

CCL팀 콘텐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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