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여정의 여정
제40회 청룡영화상에서 <기생충>으로 여우주연상을 차지한 조여정. 수상 소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다른 부문은 몰라도, 여우주연상만큼은 <기생충>이 받을 줄 몰랐다는 그녀는 트로피를 품에 안고 떨리는 소감을 전했습니다.
“어느 순간 연기가 그냥 제가 짝사랑하는 존재라고 받아들였던 것 같아요. 언제든지 버림받을 수 있다는 마음으로 연기를 짝사랑했어요. 그리고 절대 이뤄질 수 없다 사랑은. 어찌 보면 그게 제 원동력이었던 것 같기도 해요. 사랑이 이뤄질 수 없으니까 짝사랑을 열심히 해야지. 이런 마음으로 연기를 했거든요.”
어느덧 데뷔 23주년을 맞은 조여정. 한결같은 발걸음으로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왔죠. 꽤 오랫동안 ‘짝사랑’을 해온 그녀를 보면 이제 익숙할 법도 한데, 조여정은 방심할 틈을 주지 않습니다.
사랑스러운 여자 친구였다가, 등골이 오싹한 궁녀였다가, 관능적인 기생이었다가, 철없는 부잣집 사모님이 되는 등 예상을 뛰어넘는 캐릭터가 되죠.
작품을 보고 “조여정이 인상적이었다”는 평이 나오는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인지도 모릅니다.
그런 조여정을 다시 보게 만든 캐릭터가 바로 <기생충>의 ‘연교’입니다. 조여정은 이 작품에서 그동안 쌓아온 매력을 과감하게 발휘했습니다.
순진한 부잣집 사모님 연교는 능청스럽고 남다른 순수함으로 관객들에게 재미를 선사했죠. <기생충>을 통해 칸국제영화제 레드 카펫을 밟은 조여정은 전 세계 영화 팬들의 호응을 얻기도 했습니다.
조여정은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연교’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작품을 했을 때 배우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캐릭터와 또 사랑받는 캐릭터는 다른 것 같아요. 기생충의 ‘연교’는 제가 많이 사랑했거든요. 근데 이렇게 진짜 훌륭한 영화고 많이 사랑도 받고 그래서 ‘이건 좀 비현실적이다’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오늘 수상도 전혀 기대를 안 했어요. 일단 연교를 만나게 해주신 봉준호 감독님 정말 감사드려요. 늘 기다리던 캐릭터였어요.”
특히 최근 <뉴욕 타임스>는 ‘오스카에서 주목받아야 할 조연 배우 7인’을 다룬 특집 기사에서 조여정을 언급했습니다. 북미에서 흥행 중인 <기생충>에서 조여정이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다는 것.
<뉴욕 타임스>는 <기생충>에서 조여정이 연기한 ‘연교’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하며 “연교는 바보스럽게 당하는 캐릭터다. 하지만 봉준호 영화가 추구하는 희극적 면모를 잘 드러냈으며, 조여정은 자칫 무기력하게 보일 수 있는 이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해 일상으로 데려왔다”고 극찬했습니다.
꾸준히, 쉬지 않고 당당하게 걸어온 23년의 배우 생활. 앞으로 조여정에게는 그보다 더 긴 시간, 더 많은 캐릭터를 연기할 기회가 찾아올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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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오기쁨(프리랜스 에디터)
- 포토그래퍼
- 높은엔터테인먼트, IM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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