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프트 펑크 매니악
아무도 시키지 않았지만, ‘덕후’ 니까요. 다프트 펑크가 초대하는 70년대로!
덕후들의 세상. 오타쿠에서 비롯된 ‘덕후’는 더 이상 피규어를 수집하거나 나나짱이 그려진 베개를 끌어안고 자는 걸 말하는 게 아니다. 인스타그램을 켜볼까? #덕후 관련 해시태그는 10만여 개. 빵덕후부터 엑소덕후, 남친덕후까지 친근한 덕후천지. ‘팬’이라는 말로 이해해도 좋을 듯 하다. 해외는 어떨까? 덕후의 영어식 표현은 ‘Geek’. 덕후들의 세계에선 ‘양덕후’라 불린다. 서양 덕후를 뜻하기 보다, ‘높은 수준으로 코스튬플레이를 하는 서양인’을 이를 때 쓰는 우리말 변형의 준말. 이들의 덕질은 범접할 수 없는 레벨로 알려져 있다. 스타워즈 Geek 들은 팬필름으로 아예 고퀄 영화 한편을 만들어 버릴 정도니까. ‘굿즈(Goods, 정확한 명칭은 ‘Official Merchandise’)’ 제작도 고퀄리티. 역사도 오래됐다.
7, 80년대엔 AC/DC, 핑크 플로이드, 롤링 스톤즈 등 뮤지션 앨범 커버가 그려진 티셔츠가 거리로 쏟아졌다. 대중화된 이 티셔츠는 그 시절 펑크 룩으로 자리 잡아 패션 역사에 기록됐다. 지금 아이돌 굿즈의 인기보다 더 뜨거웠다고. 그때 만들어졌던 콘서트 티셔츠는 현재 이베이에서 6천 달러까지 호가 중(심지어 금새 팔린다). 당시의 분위기를 느껴볼 수 있는 흥미로운 ‘덕질’이 하나 있다. 바로 다프트 펑크!
로봇? 미래에서 온 것 같은 헬멧을 쓴 그 듀오에게서 30년 전을 느낄 수 있을 거라고? 다프트 펑크 닷컴(www.daftpunk.com)에 접속하면 사이트는 온통 70년대에 유행했던 포스터로 도배되어 있다. 다프트 펑크가 왜? 퍼렐 윌리엄스와 함께한 ‘Get Lucky’로 인기를 끈 앨범 <Random Access Memories>가 70년대 중, 후반 디스코 사운드를 표방하기 때문. 앨범엔 당시 디스코 음악 르네상스 시대의 장본인 조지오 모로도(Giorgio Moroder)와 나일 로저스(Nile Rodgers)등 거장 음악인들이 참여했다. 당대를 주름잡았던 최강 라인업을 전면에 내세우기는 커녕, 만우절처럼 70년대 포스터로 굿즈를 도배한 괴짜들.
“덕후들이여! 우리 음악 속에 70년대가 흐르니, 너희의 눈과 마음도 70년대로 무장해보라.”는 메시지가 들리지만, 당장에 쓸모 없어 보이는 요요와 원반이라니(적어도 다프트 펑크의 굿즈라면 생 로랑과 협업한 라이더 재킷 혹은 뱅앤울룹슨과 협업한 크롬 소재의 스피커가 어울릴 법도 한데)! 하지만 덕후에게 무슨 힘이 있나. 이미 에디 슬리먼의 재킷을 입은 다프트 펑크 베어브릭을 모셔왔지만, 이번에도 결국 ‘주문하기’를 누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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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홍국화
- 일러스트
- South Big
- 포토
- Courtesy of daftpu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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