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디자인 팀 ‘디모레 스튜디오’의 시간 그리고 시대정신
건축 디자인 팀 ‘디모레 스튜디오’의 에밀리아노 살치와 브릿 모란이 이야기하는 시간 그리고 그 시간이 남긴 시대정신.


2024 밀라노 디자인 위크의 스타는 디모레 스튜디오(Dimore Studio). 2003년 에밀리아노 살치(Emiliano Salci)와 브릿 모란(Britt Moran)이 설립한 디모레 스튜디오는 ‘거주하다’라는 뜻의 디모레라는 이름처럼 전체 공간 디자인을 주로 하며 디모레밀라노(Dimoremilano)라는 이름 아래 가구, 조명 컬렉션을 선보여왔다. 무엇보다 컬렉션을 선보이는 이들의 전시 구성은 의외성과 창의성을 보여주었다. 올해 선보인 전시들 역시 최소 2시간의 대기가 필요할 만큼 붐볐다. 브레라 지구의 오래된 아파트에서 열린 전시는 우주를 연상시켰다. 까만 천으로 둘러싸인 공간에 1970년대 스타일의 황금빛 가구와 우아한 오브제를 뒀는데, 섬세한 조명 덕분에 별처럼 반짝였다. 밀라노 중앙역에 문을 연 디모레센트랄레에서는 여러 브랜드, 갤러리, 아티스트를 초대해 합동 전시를 열어왔다. 무엇보다 올해는 인테르니 베노스타(Interni Venosta)라는 새로운 가구 브랜드를 선보였는데, 디모레 스튜디오는 끊임없이 새로운 무언가를 선보이지만 일관된 스타일이 있다. 의도적으로 표면을 녹슬게 해 시간의 흐름을 나타내고 독특한 스타일 조합을 보여준다는 것. 이 두 디자이너가 ‘자신들의’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벌써 20년이 지났다. 2003년 처음 만나던 당시를 아직 기억하나?
Emiliano Salci 당연하다. 여름이었고 늦은 밤이었지만 자정 전이었다. Britt Moran 10월이었다. 어떤 옷을 입고 있었는지도 기억난다. 에밀리아노는 카무플라주 패턴 바지에 바틱 패턴 셔츠와 붉은 아디다스 맨투맨을 입었고, 나는 카키색 바지와 파란 셔츠를 입고 있었다. 다음 날 저녁에 다시 만났는데 알렉산더 맥퀸 옷으로 무장하고 나타나 깜짝 놀랐다. ES 우리는 택시를 타고 ‘클럽 플라스틱’으로 향했다. 라디오에서는 데이비드 실비안(David Sylvian)의 ‘Forbidden Colours’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데이비드 보위와 류이치 사카모토가 나온 영화 <전장의 크리스마스>(1983)의 사운드트랙을 아나? 반가웠다.
2000년대 초반엔 미니멀리즘이 대세였다. 하지만 과감하고 강렬한 색상과 전형적인 쇼룸보다는 솔페리노 거리의 아파트를 활용했다.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ES 당시 우리는 아틀리에에서 살았다. 덕분에 밀라노 가구 박람회를 찾은 관람객에게서 우리 스타일의 시스템과 전반적인 분위기를 직접 접할 수 있었다. 우리의 관심사는 다양한 시대와의 조우였다. 19세기 오브제를 비코 마지스트레티(Vico Magistretti)나 덜 알려진 디자이너의 작품과 매치해 즉흥성도 발휘하곤 했다. BM 이탈리아 고유의 아름다움은 각 시대를 인식하고 그 가치를 인정하는 데 있다. 스무 살에 처음 이탈리아에 도착한 나는 ‘그랜드 투어(17세기 중반부터 19세기 초반까지 유럽, 특히 영국 상류층 자제들 사이에서 유행한 유럽 여행)’를 따라 하며 유학 중이었다. 그러다 14세기 제단화의 금박을 보자마자 매료되었다. 금박은 수공예 작품의 상징으로 장인 정신과 작업 방식을 담은 일종의 문화를 보여준다. ES 문화는 항상 ‘개인적’이어야 한다. 각자 본인에게 맞게 해석하고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브릿은 미국 사람이고 영국 에든버러에서 공부한 반면 나는 이탈리아 아레초(Arezzo) 지방에서 태어났다. 나에게 문화적 영감을 준 두 사람을 꼽자면 첫째는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Piero della Francesca)다. 산 프란체스코 대성당에 있는 바치 채플(Bacci Chapel) 내부 성가대 쪽에 위치한 그의 프레스코화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둘째는 주세페 안지올리니(Giuseppe Angiolini)와 그의 슈가 부티크(Sugar Boutique)다. 둘 다 아레초 지방에서 볼 수 있지만, 이 둘 사이에는 600년이라는 간극이 존재한다. 나의 작업물 중 핑크와 블루는 피에로에게서 영감을 받았다. 시간이 흐르는 느낌, 흘러가는 시간을 사랑하게 되거나 두려워할 수밖에 없는 감정은 주세페에게서 왔다. 그의 작품을 보면 벽에서 페인트 가루가 떨어질 것 같고, 로메오 질리(Romeo Gigli)의 옷이 눈앞에 무더기로 쌓인 것처럼 생생하게 느껴진다. BM 몇 주 전 16세기 그림 한 점을 구입했다. 성모 마리아와 예수가 그려진 원형 그림, 톤도(Tondo) 말이다. 시간이 지나 닳고 닳은 황마 직물의 질감이 정말 아름다웠다. ES 더불어 기억과 기원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정말 좋아한다. 대화를 나누다 보면 지오 폰티(Gio Ponti)의 문화가 어디에서 기원하는지 알게 된다. 그러면 폰티의 세계를 상상해볼 수 있고, 폰티의 세계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알게 된다. 그저 거실에 세워둔다면 폰티의 작품은 값비싼 장식품에 불과하다. BM 여기서 중요한 것은 시간을 되돌리고 싶지 않다는 거다. 시대 흐름을 해석하면서 의도적으로 조그마한 변화를 주는 것이 좋다.



영감을 주는 시대가 있다면?
ES 루치오 폰타나 혹은 앤디 워홀의 그림이 바닥에 나뒹굴던 1960년대의 속물스러움을 좋아한다. 귀중한 물건에 대해서도 무심한 시대였고, 반항적이지만 엘레강스한 분위기가 있던 시대였다. 이탈리아 판텔레리아섬에서 이브닝 드레스를 입고 다이아몬드로 꾸민 여성들이 가득한 파티를 상상한다. 그다음에는 청바지와 크림색 캐시미어 스웨터를 입은 8월의 샬롯 갱스부르가 떠오른다. 관습에 얽매이지 않아 더 멋지다. BM 밀라노의 2000년대가 떠오른다. 서로 알게 된 그때처럼 밀라노가 아름다운 적은 없다. 당시에는 오래된 가게도 꽤 있었다. 요즘은 월세가 너무 비싸거나 다른 이유로 사라졌지만 말이다. 몬테 나폴레오네 거리(Via Monte Napoleone)에 있는 구식 세탁소 같은 곳이 떠오른다. 매일 레드 와인을 마시던 포르타 가리발디(Porta Garibaldi) 근처의 작은 바도 생각난다. ES 맞다. 도시에는 지안 로렌초 베르니니(Gian Lorenzo Bernini) 혹은 프란체스코 보로미니(Francesco Borromini)의 기념비 말고도 예술의 시간, 인생의 시간 같은 많은 것이 담겨 있다. (VK)
- 사진
- Piergiorgio Sorgetti
- 글
- Laura Leonelli
- 스타일리스트
- Emiliano Salci
- 프로덕션
- Felix Wag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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