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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챤 디올 뷰티가 전하는 꿈의 오디세이

2025.05.19

크리스챤 디올 뷰티가 전하는 꿈의 오디세이

무슈 디올의 여정, 파리 장식 미술관을 시작으로 세계 유수의 도시를 거쳐 마침내 서울이다.

1955년경 몽토루의 ‘라 콜 누아르’ 자택 정원에 자리한 크리스챤 디올. ©Christian Dior Parfums Collection

서울 한복판, 크리스챤 디올의 예술적 집념을 기리는 빅 이벤트가 펼쳐졌다. <크리스챤 디올: 디자이너 오브 드림스(Christian Dior: Designer of Dreams)>가 서울을 찾은 것이다. 파리 장식 미술관을 시작으로 런던, 상하이, 청두, 뉴욕, 도하, 도쿄, 리야드에서 성공적으로 개최된 전시는 아홉 번째로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상륙해 눈부신 여정을 이어간다.

크리스챤 디올은 세상을 아름다움이라는 언어로 재단한 인물이었다. 그는 디자이너에만 머물지 않았다. 갤러리스트이자 예술품 중개인이었고, 시대를 앞선 미적 선각자였다. 장 콕토(Jean Cocteau), 막스 자코브(Max Jacob), 크리스챤 베라르(Christian Bérard) 등 당대 지적 예술가들과 나눈 우정은 그를 감성을 지닌 아름다움의 연금술사로 만들었다. 1920년대, 자크 봉장(Jacques Bonjean), 시인 피에르 콜레(Pierre Colle)와 함께 갤러리를 운영하며 맺은 인연은 곧 미술계 전설들과 조우로 이어졌다. 파울 클레(Paul Klee),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 같은 거장들은 물론 당시 파격적인 작품을 선보인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í) 같은 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의 작품을 함께 전시하기도 했다. 이미 그 시절부터 크리스챤 디올은 예술을 보는 눈을 연마한 셈이다.

1929년 경제 대공황, 금융 위기는 잠시 그가 숨을 고르게 만들었고, 갤러리스트로서 모험은 막을 내렸지만 예술을 향한 열정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친구이자 일러스트레이터 르네 그뤼오(René Gruau), 인테리어 디자이너 빅토르 그랑피에르(Victor Grandpierre)와 파리 몽테뉴가 30번지 부티크에 자신의 꾸뛰르 하우스를 설립하며 예술을 향한 열정을 계속 이어갔다. 디올이 그려낸 새로운 캔버스의 중심에는 ‘여성을 위한 아름다움’이라는 일관된 신념이 자리하고 있었다.

무슈 디올은 향기마저도 드레스로 완성하고자 했다. 그에게 향수는 드레스를 완성하는 마지막 터치였으며, 향이 없는 드레스는 미완성과 같았다. 스스로 패션 디자이너이자 조향사로 여겼던 그는 1946년 ‘크리스챤 디올 퍼퓸’을 설립하고, 1947년 ‘뉴 룩’의 패션쇼가 열린 날, 그의 첫 향수 ‘미스 디올(Miss Dior)’의 향이 살롱 곳곳에 퍼지며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다. 조향사 폴 바셰(Paul Vacher)에게 ‘사랑의 향기가 깃든’ 것으로 특별히 의뢰한 이 향수는 사랑이자 저항, 기억이자 찬사였다. ‘미스 디올’ 향수의 뮤즈는 그의 여동생 카트린 디올(Catherine Dior)이다. 레지스탕스로서 프랑스를 지킨 여동생을 향한 깊은 애정과 추억을 강인함과 순수함으로 표현했고, 그 감정을 ‘미스 디올’에 차곡차곡 담았다. 플로럴 시트러스의 생기와 시프레 계열의 대담함이 공존하는 향은 ‘꿈의 정원’을 후각으로 구현한 것. 보틀은 ‘뉴 룩’의 우아한 곡선을 닮은 실루엣에 리본을 더해 마무리했다. 그는 여성들이 향기를 ‘입을 수 있기를’ 꿈꿨고, ‘미스 디올’은 오늘날까지도 강인하면서도 사랑스러운 여성성을 상징하는 메타포로 남아 있다.

하우스 오브 디올의 첫 향수 ‘미스 디올’은 1947년 데뷔 당시부터 크리스챤 디올의 비전을 온전히 담아냈다. 한 병의 유리 보틀 안에 우아함과 저항, 사랑과 기억이 담긴 작은 우주였다. 초기의 오리지널 보틀은 ‘숫자 8’ 형태의 실루엣과 코롤(Corolle) 라인을 닮은 곡선으로 디자인되었다. 그의 드레스가 그랬듯 입체적 구조미와 여성성을 품은 암포라 형태였다. 1950년대 이후에는 디올 하우스의 꾸뛰르 언어가 향수 보틀 디자인으로 점진적인 확장을 마친다. 하운즈투스 체크와 완벽한 재단을 연상시키는 실루엣은 향수 또한 ‘정제된 수트’처럼 구조화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매듭짓는 결정적 요소는 ‘꾸뛰르 보우’다. 리본을 이루는 자수와 소재에 주목하면 크리스챤 디올이 향수를 어떻게 패션처럼 접했는지 가늠할 수 있다. 프랑스 장인의 손끝에서 자카드 새틴으로 완성된 리본은 ‘향’의 기억을 정교하게 묶어내는 예술적 디테일이자 상징이었다.

<크리스챤 디올: 디자이너 오브 드림스>는 디올 하우스의 75년 이상 축적된 창조적 유산을 조망하는 헤리티지 전시다. 패션과 뷰티 오브제, 꽃과 정원을 향한 크리스챤 디올의 애정, 그리고 아틀리에 장인의 투철한 장인 정신까지 모두 아우른다. 여기에 한국 아티스트와 협업하며 더 풍성한 서사를 완성했다. 총 11개 테마 공간에는 역대 디올 하우스 디자이너들의 오뜨 꾸뛰르 및 레디 투 웨어 197점, 그리고 아틀리에에서 시착을 거친 가봉 의상 116벌이 전시된다. 꾸뛰르 향수의 진면목을 오감으로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자 크리스챤 디올의 퍼퓸 헤리티지를 감상할 수 있는 전시 <크리스챤 디올: 디자이너 오브 드림스>는 7월 13일까지 진행된다. 하우스 오브 디올의 풍성한 오디세이가 예술로 만개한다. 크리스챤 디올 뷰티가 아름다움을 기억하는 가장 우아한 방식을 경험해보자. 입장권은 디올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구매 가능하니 참고할 것.

    뷰티 에디터
    임지민
    포토
    Courtesy of Parfums Christian Di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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