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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모 호숫가에서 만난 달콤한 인생, 샤넬 크루즈

2025.05.20

코모 호숫가에서 만난 달콤한 인생, 샤넬 크루즈

항저우 호수에서 코모 호수로! 샤넬 패션 여행은 지난해 12월 공방 컬렉션에서 올봄 4월 크루즈 컬렉션까지 그야말로 순풍에 돛 단 듯 순항 중이다.

이탈리아 코모 호숫가의 호텔 빌라 데스테에서 열린 샤넬의 2025-26 크루즈 컬렉션. 스팽글이 촘촘히 수놓인 로브 드레스가 반짝인다.

샤넬의 크루즈 카라반이 4월 29일 코모 호숫가에 도착했다. 이탈리아의 ‘달콤한 인생’을 보여주는 가장 로맨틱하고 경치 좋은 장소다. 럭셔리 시장의 변화하는 시류에도 흔들리지 않는 이 프렌치 하우스는 고풍스러운 호텔 빌라 데스테(Hotel Villa d’Este)를 배경으로 크리에이션 스튜디오 팀이 디자인한 컬렉션을 선보였으며, 영화의 한 장면처럼 화려했다(샤넬에 새로 부임한 아티스틱 디렉터 마티유 블라지의 데뷔 컬렉션은 오는 10월 파리에서 공개된다).

코코 샤넬은 1920년에 친구 미시아(Misia), 호세 마리아 세르트(José Maria Sert)와 함께 처음 베네치아를 여행할 때 이탈리아와 사랑에 빠졌다. 비잔틴풍 금세공의 화려함이 가득한 이 도시는 그녀의 취향에 맞았다. 1930년대에는 영화감독 루키노 비스콘티(Luchino Visconti)가 코모 호수 근처 체르노비오(Cernobbio) 마을에 위치한 가족 소유의 대저택 빌라 에르바(Villa Erba)로 이 도도한 꾸뛰리에를 초대했다. 비스콘티 감독과 디자이너는 화려하면서도 정교하고, 새로우면서도 우아하고, 자연스럽지만 귀족적인 품격에 기반한 연출에 대한 열정을 공유했다. 이번 크루즈 컬렉션은 향수나 지나친 오마주를 피하면서, 이탈리아 리조트의 라이프스타일을 연상케 하는 세련되고 캐주얼한 여름 의상을 프랑스의 장인 정신과 기교로 펼쳐냈다.

쇼는 화이트 앙상블 두 벌로 시작했는데, 해변에 어울리는 실내복 스타일의 로브와 물결치는 새틴 소재 이브닝 드레스였다. 상상력이 돋보이는 외출복을 중심으로 햇빛에 바랜 듯한 컬러 팔레트는 빌라 데스테의 테라코타 컬러 벽면과 멋진 정원을 장식한 등꽃의 부드러운 파스텔 톤을 닮았고, 부겐빌레아와 까멜리아 꽃의 색감도 가미되었다. 매트한 골드 클로케 원단의 파자마 세트, 핑크와 오렌지 스트라이프 패턴 라메 소재의 백리스 점프수트와 케이프는 은은한 광택을 발했다. 시퀸 트리밍은 클래식한 라일락 컬러 트위드 수트에 활기를 더했고, 파이에트 장식 블라우스와 매치한 수트의 마크라메와 크로셰, 정교한 레이스 디테일은 입체감과 깊이를 더했다. 짧지만 늘씬한 실루엣은 비스콘티의 영화 <보카치오 70>에서 샤넬 의상을 입은 적 있는 로미 슈나이더를 떠올렸다. 피날레에 등장한 블랙 이브닝 드레스는 바스락거리는 태피터 소재와 함께 관능적으로 빛났다.

소피아 코폴라, 루피타 뇽오, 키이라 나이틀리, 마가렛 퀄리, 안나 무글라리스 등 샤넬을 입은 셀럽들에게 둘러싸인 브루노 파블로브스키 회장은 칼 라거펠트, 버지니 비아르와 함께한 스튜디오 팀이 힘을 합쳐 이뤄낸 성과를 치하했다. “마티유 블라지도 같은 팀과 일하게 될 겁니다”라고 그가 강조했다. “10월부터는 모든 결정에 관여합니다. 하지만 샤넬이 가장 탁월해야죠. 다른 어떤 디자이너보다도 말입니다. 우리가 칼과 버지니를 통해 배운 것은 샤넬의 실루엣, 명확한 샤넬 스타일의 중요성입니다. 그것을 생동감 있고 유의미하게 굳건히 지켜나가는 것이 마티유의 다음 미션이죠.” 그는 말을 이었다. “아무리 유능한 디자이너라도 혼자서는 해낼 수 없어요. 그는 자신의 비전을 가지고 이끌겠지만 컬렉션을 구현해내는 것은 팀의 힘입니다. 샤넬 코드는 강력하지만 에너지와 화려함을 불어넣어야 흥미롭습니다. 정체되지 않고 계속 진화해야죠. 마티유가 하우스에서 에너지와 비전, 재능을 맘껏 발휘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VK)

    에디터
    고주연
    Tiziana Cardini
    사진
    GettyImagesKorea, Acielle(Style Du Mon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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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N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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