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남자, 알렉상드르 뱅자맹 나베

2025.05.23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남자, 알렉상드르 뱅자맹 나베

알렉상드르 뱅자맹 나베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경쾌한 색채와 다양한 질감의 드로잉으로 독창적인 시각언어를 구축해온 아티스트 알렉상드르 뱅자맹 나베(Alexandre Benjamin Navet)와 반클리프 아펠(Van Cleef & Arpels)이 만나 상상 속에만 존재하던 정원을 완성했다. 누군가의 스케치북에서만 보던 꽃으로 장식한 아치, 형형색색의 벤치, 정원 그네와 분수 등이 서울 잠실에 펼쳐졌다. 서정적인 색감과 유희적 감성을 토대로 탄생한 완전히 새로운 정원에서, 알렉상드르 뱅자맹 나베와 <보그>가 나눈 이야기.

2020년부터 반클리프 아펠과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반클리프 아펠 팀을 처음 만난 것은 2017년 툴롱 디자인 퍼레이드에서였다. 당시 내가 반클리프 아펠 그랑프리 수상자로 선정된 것이 우리 인연의 시작이다. 그 전까지 하이 주얼리 메종과 협업한 적은 없었지만, 반클리프 아펠을 통해 경험한 주얼리 세계는 상상력과 창조성이 가득한 영역으로 내게 매력으로 다가왔다.

반클리프 아펠과의 만남은 당신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왔나.

협업은 ‘자연과 꽃’을 주제로 한다. 이는 만남을 거듭할수록 더 확장되고 있다. 반클리프 아펠은 뛰어난 장인 정신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이어간다. 특히 대담한 실험과 도전을 마다하지 않는 자세는 큰 영감이 되며, 메종의 코드를 재해석하고 나만의 예술 언어로 풀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감명을 받았다. 반클리프 아펠과의 창조적 교류는 이제 단순한 협업을 넘어 장기적인 대화로 발전했으며, 함께 아이디어를 실험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과정은 큰 기쁨이다.

‘Spring is Blooming’ 프로젝트가 뉴욕, 도쿄, 상하이, 홍콩을 거쳐 서울 잠실에서 공개됐다.

세계 주요 도시에서 우리 작업을 선보이게 되어 매우 영광스럽고 감격스럽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반클리프 아펠과 색다른 경험을 구상했다. 관람객이 꿈을 꾸며 자연 속을 산책하고 서정적인 여정을 떠날 수 있도록 공간을 구성하는 데 집중했다. 울창한 숲속에서 잠시 길을 잃은 듯한 상상 속의 산책을 통해, 관람객이 자연의 고요함에 몰입하며 신선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의도한 것이 특징이다.

당신의 정체성과 메종의 본질을 어떻게 연결했나.

나는 산업 디자인을 전공했다. 주얼리계와 전혀 다른 분야에서 출발한 것이다. 하지만 산업 디자인과 주얼리 업계 모두 정밀하고 엄격한 전문성을 요구하면서도 틀을 깨는 참신함이 반드시 필요한 분야라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반클리프 아펠 아카이브의 드로잉에 깊은 애정을 갖고 있다. 아카이브를 보면 드로잉이 메종의 유산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 알 수 있다. 나 역시 드로잉에 대한 열정이 있었기 때문에 협업의 진정한 출발점이자 연결의 실마리는 분명 드로잉이었다.

반클리프 아펠과의 협업 과정에서 가장 크게 영감을 받은 부분은.

무엇보다 메종의 무한한 창의성과 유희적인 정신에서였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권위 있는 브랜드임에도 불구하고, 전통적인 코드와 규칙을 과감히 재해석하고 놀이처럼 다루는 용기를 갖고 있다. 특히 메종 아카이브에서 느껴지는 대담함과 자유로움은 내게 오래도록 깊은 인상을 남겼다.

작업을 시작할 때 제일 먼저 구상하는 것은.

처음은 언제나 컬러다. 원화를 기반으로 작업을 시작하며,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여러 기법을 활용했다. 수채화와 색연필 드로잉을 결합해 다채로운 표현을 시도했고, 이를 바탕으로 윈도우 디스플레이와 파사드, 설치 작품 ‘블룸즈(Blooms)’를 구상했다.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특별히 구성한 색상 팔레트는 이끼색과 생동감 넘치는 초록, 햇살 같은 노랑, 연한 보라, 밝은 하늘색, 벚꽃을 닮은 분홍 등으로 이뤄진다. 이처럼 생기 넘치는 색감과 즐거운 요소로 가득한 마법 같은 공간을 함께 만들 수 있어 기쁘다.

‘Spring in Blooming in Jamsil’ 프로젝트를 제대로 즐기는 방법은.

서울의 ‘블룸즈’ 설치 작품을 통해 관람객이 익숙한 공간을 새롭게 바라보길 바란다. 잠시 멈춰 책을 읽거나 사진을 찍고, 대화를 나누거나, 아이들이 상상의 분수 옆에서 뛰노는 장면을 떠올리며 공간을 구성했다. 이를 한 단어로 표현하면 분명 ‘기쁨(Joyful)’일 것이다.

이번 프로젝트를 기념해 서울에 왔다. 이 도시를 어떻게 느꼈나.

끊임없이 영감을 주는 놀라움이 가득한 도시! 두 번 정도 서울을 방문한 적 있는데 매번 이 도시가 가진 에너지에 감명을 받곤 했다. 건축, 카페, 전시, 거리 곳곳에 드러나는 창의적인 감각까지 모두 인상적이었다. 서울뿐 아니라 제주를 비롯한 여러 도시를 방문할 때마다 한국이라는 나라에 더 깊이 빠져들 수밖에 없다. (VK)

    에디터
    신은지
    포토
    COURTESY OF VAN CLEEF & ARPELS
    SPONSORED BY
    VAN CLEEF & ARP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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