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티크 주얼리의 비밀을 푸는 전시회
앤티크 주얼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주얼리사를 조명하는 전시가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파리에서 진행 중인 두 전시의 큐레이터와 나눈 흥미로운 역사 속 주얼리 이야기.
프티 팔레 <Jewellery Designs: Secrets of the Creation> 큐레이터 클라라 로카(Clara Roca)

이 시점에 <Jewellery Designs: Secrets of the Creation> 전시를 진행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주얼리계에 필수적인 요소지만 종종 간과해온 드로잉의 역할을 조명하는 전시다.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중반까지 선보인 아름다운 디자인을 중심으로 주얼리 창작 과정을 주목함으로써 종이 위에서 이뤄지는 디자인 작업의 기술적이고 예술적인 탁월함을 알리고자 했다. 특히 최근 장인 정신과 공예, 문화유산 보존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시의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프티 팔레에 소장된 약 5,700점의 주얼리 드로잉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 또한 계기가 됐다.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중반이라는 특정 시기를 조명한 의도가 궁금하다.
제2제정 스타일(보자르 양식이라고도 불린다)과 19세기 후반의 역사주의 양식부터 아르누보와 아르데코까지 아우르는 시기로, 창의성과 혁신적인 움직임이 활발했다. 또한 오늘날까지 주얼리계를 이끌어나가며 영향력을 미치는 까르띠에, 부쉐론, 라리끄 같은 하우스가 설립된 시기다.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주얼리사에 중요한 디자이너들의 작업도 볼 수 있다.
까르띠에 같은 주요 하우스에서 일하면서 그 이름에 가려 비교적 덜 알려진 디자이너들이다. 르네 랄리크(René Lalique)와 샤를 자코(Charles Jacqueau) 같은 인물은 활동 당시 주얼리 미학과 기술적 기준을 세우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예를 들어 랄리크는 아르누보의 선구자로 유리, 에나멜, 준보석 같은 재료를 혁신적으로 활용해 주로 다이아몬드와 귀금속을 사용하던 기존 관행과 다른 새로운 시도를 했다. 자코는 까르띠에에서 일하면서 하우스의 초기 아르데코 스타일 확립에 크게 기여한 디자이너다. 프티 팔레에 기증된 자코의 연구 자료와 디자인은 역사적·문화적 영향을 깊이 이해하고 동시대적으로 재해석한 그의 시각을 보여준다. 이들은 주얼리 드로잉을 예술의 형태로 격상시켜 다음 세대 디자이너들을 위한 중요한 기반을 마련했다.

이번 전시에 포함된 가장 뛰어난 드로잉이나 주얼리를 꼽는다면?
라리끄와 조르주 푸케(Georges Fouquet)의 화려한 아르누보 주얼리는 자연물을 스타일리시하면서도 개인적인 관점으로 해석해 매우 강렬하고 관능적인 형태로 완성한 작품이다. 까르띠에에서 대여한 20세기 초반 주얼리 중 인도 주얼리의 영향을 보여주는 ‘키메라(Chimera)’ 팔찌도 매혹적이다. 1:1 실물 크기의 드로잉 컬렉션도 흥미로운데, 샤를 자코가 그린 거대한 에메랄드와 다이아몬드 세팅의 마하라자 머리 장식은 드로잉만으로도 감탄을 불러일으킨다.
전시품 중 개인적으로 가장 갖고 싶은 무엇인가?
350개가 넘는 전시품 중 하나만 고르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이다. 개인적으로 팔찌를 좋아해 샤를 자코가 그린 드로잉을 선택하겠다. 전시품 중 가장 화려한 작품이기도 하지만 거기에 담긴 디테일이 마음에 든다. 검정 벨벳 끈 위에 플래티넘과 다이아몬드 모티브를 그린 드로잉을 정교하게 잘라낸 것으로, 한쪽 끝에 작은 홈이 있어서 반대쪽 끝부분을 끼울 수 있다. 고객이 종이 주얼리를 시착해 자신에게 어울리는지, 사이즈가 적당한지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최근 앤티크 주얼리 혹은 앤티크 스타일로 디자인한 주얼리가 인기를 끄는 이유가 뭘까?
과거에는 주얼리의 개념이 지금보다 훨씬 포괄적이었다. 목걸이나 반지 같은 장신구뿐 아니라 빗, 파우더 콤팩트, 화장품 보관함 같은 기능적인 오브제도 주얼리에 포함됐다. 이런 오브제는 예술적 기교뿐 아니라 상징주의, 내구성까지 염두에 두고 제작해 후손이 대대손손 물려받기도 했다. 주얼리는 사회적 지위, 문화적 정체성과 개인적인 취향을 반영하는 동시에 전통과 장인 정신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었다. 반면 오늘날의 주얼리는 트렌드에 따라 변화하는 패션 액세서리로 여기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과거처럼 오래 사용할 수 있고, 공예적이며, 특별한 의미가 담긴 대상으로 보는 듯하다. 디자인에도 그런 경향이 반영됐다.
과거 주얼리 드로잉이 오늘날 디자이너들에게 어떤 식으로 영감을 주는지 궁금하다.
역사적인 디자이너의 작업물은 당연히 동시대 디자이너에게도 영감을 준다. 장인 정신, 창의성, 문화적 내러티브를 강조하면서 말이다. 오늘날의 디자이너는 소재의 혁신적인 사용, 복잡하고 정교한 기술, 그리고 역사적인 주얼리 피스가 다루는 상징적 주제에서 영감을 얻는다. 예를 들어 아르누보의 오가닉한 형태와 아르데코의 기하학적 패턴은 지금도 동시대 디자인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럴 뿐 아니라 오래전 드로잉에 드러나는 꼼꼼한 계획성과 예술적 비전은 오늘날의 디자이너가 동일한 수준으로 완성도를 높이는 데 동기부여가 된다.


전시에서 주얼리 제작 과정의 복잡성과 그 과정에 참여하는 세분화된 직업군에 대해서도 다룬다. 오늘날에 비해 훨씬 세분화되었다고 할 수 있을까?
작업을 전문화하고 세분화하는 과정은 19세기 중반에 등장했으며, 그로 인해 장인 정신과 디테일은 비교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최초의 주얼리 제조사 중 하나로 1851년 레옹 루브나(Léon Rouvenat)가 설립한 하우스를 예로 들면, 전 과정이 한 장소에서 이뤄지도록 각 분야 전문가들이 한곳에 모여 작업했다. 디자이너, 보석 세공사, 금세공인, 폴리셔뿐 아니라 고객을 응대하는 살롱까지 합쳤다. 요즘은 기술이 발전해 여러 생산 단계가 간소화됐지만 전문화된 각 분야는 여전히 존재하며, 오늘날에도 하우스마다 아이디어를 구현할 스튜디오를 갖추고 있다. 각자의 전문성이 하나의 피스에 통합되고 이 협업 과정이 주얼리의 수준을 높인다.
레꼴 스쿨 오브 주얼리 아트 <Paris, City of Pearls> 디렉터 올리비에 세구라(Olivier Segura)

<Paris, City of Pearls> 전시를 기획하게 된 계기는?
나는 진주를 전공해 박사 학위를 소지하고 있으며, 이 전시에 대한 아이디어는 2017년 두바이에서 나눈 대화에서 비롯됐다. 20세기 초 파리 라파예트 거리 1번가에서 100번가 사이에 자리한 300여 명의 진주 상인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 대화를 계기로 레꼴의 콘텐츠 앤 아카데믹 매니저인 레오나드 푸이(Léonard Pouy)는 당시 전 세계적으로 파리가 진주의 수도로 불린 이유를 조명하는 연구를 진행했고, 푸이와 나는 공동 큐레이터로 이 전시를 기획하게 됐다.
여러 소재 중 특별히 진주를 조명한 이유는?
전시는 천연 진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다수 보석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오늘날 주얼리 디자이너들도 쉽게 사용하지 않는 소재다. 양식 진주가 등장하기 전부터 천연 진주는 매우 귀하고 가치 있는 소재로 여겼으며,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장신구 재료 중 하나로서 주얼리사에서 중요성을 조명할 필요와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관람객은 역사적 배경 외에 전시 작품을 통해 무엇을 느낄까?
천연 진주는 아름다움으로 여러 감정을 불러오는 매혹적인 소재다. 보석학을 전공하던 시절, 천연 진주가 매우 희귀하고 값비싸 학생들이 실물을 접해볼 수 있다는 건 큰 행운이라는 교수님의 말씀에 충격을 받았다. 전 세계적으로 천연 진주에 초점을 맞춘 전시는 많지 않기에 이 특별한 소재가 가진 순수한 아름다움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전시다. 각각의 전시품은 천연 진주 사용 여부, 조형적 아름다움의 수준, 역사적·문화적 중요성을 기준으로 선정했다.

보도 자료에서 진주를 “광란의 1920년대를 상징하는 요소”라고 설명한 부분이 흥미로웠다. 이 표현은 그 시대의 진주에 대해 무엇을 의미하는가?
1920년대 아르데코 시대는 천연 진주가 크게 주목받은 시기로 대다수의 여자들이 즐겨 착용하는 대표적 주얼리였다. 이 시기 여성의 지위에 큰 변화가 일어나면서 짧은 머리, 가벼운 직물, 코르셋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복식이 유행했고, 무채색의 세련된 패션 미학은 진주가 지닌 우아함과 절묘하게 어울리면서 진보적인 시대정신을 구현하는 중요한 재료로 자리 잡게 되었다. 특히 패션 디자이너이자 아이콘 잔느 랑방(Jeanne Lanvin)은 진주를 즐겨 착용해 진주 주얼리의 대중화에 큰 역할을 했다. 이처럼 당대 문화적 변화, 여성해방, 아르데코 스타일의 유행과 긴밀하게 이어지면서 진주는 시각적·사회적으로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올해 아르데코 운동 100주년을 맞았다. 그 움직임을 다양하게 반영한 상징적 요소로서 진주는 아르데코 운동과 어떤 관계가 있나?
진주는 패션의 일부로 이국적인 동시에 매혹적인 동양의 이미지와 동일시되었다. 흔히 블랙 앤 화이트 컬러와 매치되어 세련미와 우아함의 상징이자, 낭만적으로 이상화된 동양적 세계관을 구현하고 표현하는 매개체 역할을 했다.

전시의 네 번째 섹션은 ‘현대성을 상징하는 진주: 1910년대’다. 1910년대에 진주는 어떻게 현대성을 상징하게 되었나? 그 시기 진주의 가치는 다이아몬드 같은 다른 보석과 비교할 때 어땠는지도 궁금하다.
1910년대 초 전통적인 둥근 형태 대신 불규칙하고 비대칭적인 바로크 진주(Baroque Pearls)가 유행했다. 이로써 기존 틀에서 벗어난 참신하고 혁신적인 디자인이 가능했는데, 대표적으로 유명 보석 디자이너 르네 랄리크가 바로크 진주를 독창적으로 활용해 선보인 주얼리 디자인은 전통 주얼리의 재해석이자 새 시대를 상징하는 현대성의 표현으로 간주되었다. 당시는 양식 진주가 아직 개발되지 않았기에 오직 천연 진주만 존재했으며, 높은 희소성과 뛰어난 품질로 진주는 고가에 거래되었다. 1917년 뉴욕 맨해튼 저택과 진주 목걸이를 거래한 일은 진주의 가치가 얼마나 높았는지 알 수 있는 예다. 저택의 소유주 모턴 플랜트(Morton Plant)가 아내에게 까르띠에의 천연 진주 목걸이를 선물하기 위해 그 진주 목걸이와 저택을 교환하자고 제안한 일화다. 이는 당시 진주 목걸이 하나가 100만 달러의 가치를 인정받았으며, 이는 진주를 다이아몬드보다 더 높이 평가했음을 보여준다. 특히 최상급 천연 진주는 최고급 주얼리에만 사용될 정도로 귀하게 여겼다.
또 다른 섹션의 제목 ‘파리의 진주 마니아(Pearl Mania in Paris)’ 역시 매우 흥미로운 표현이다. 진주를 수집하고 자랑하는 특정 집단이 존재했다는 뜻인가?
그 시기 진주는 특정 계층에 국한하지 않고 사회 각계각층의 사람들에게 널리 사랑받고 다양하게 활용되었다. 반클리프 아펠의 화장품 보관함, 진주를 장식한 핸드백과 작은 진주알이 박힌 헤어핀 등 진주를 활용한 다양한 오브제가 이를 뒷받침한다. ‘진주 마니아’는 특정한 사람들이 진주를 수집하고 자랑한 현상이라기보다 사회 전반에 걸쳐 진주가 일상의 아름다움과 장식 요소로 널리 퍼져나간 문화 현상을 의미한다.

전시에 소개된 진주 주얼리 중에서 가장 희귀하거나 특별한 작품은?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 페르버(Faerber) 컬렉션의 다섯 줄짜리 진주 목걸이다. 장인 정신과 집념의 결과물로 무려 두 세대에 걸쳐 한 알 한 알 진주를 선별하고 짝을 맞췄다. 진주의 품질, 균형, 색감 등 모든 면에서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하며 그만큼 매우 희귀해 수집가들도 큰 관심을 가지며 그 가치를 인정하고 있다. 진주 주얼리사에서 유일무이한 독창적인 작품이다.
전시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그리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
JAR 주얼리의 양(Sheep) 머리 브로치. 천연 진주로 양털을 표현한 현대적이고 창의적인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전통적 주얼리 디자인의 경계를 허물고 예상치 못한 감동을 주는 창작물을 선보인 작가 특유의 스타일이 잘 드러난다.


과거의 진주 주얼리는 오늘날의 진주 주얼리와 비교할 때 어떤 특징이 있나?
과거의 천연 진주는 왕족과 권력자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었으며, 부와 지위의 상징이었다. 고대에 주얼리는 주로 남자들에게 권력과 군사적 위엄의 표상이었지만, 시간이 흐르고 사회 관념이 바뀌면서 여자들도 주얼리를 착용할 수 있게 됐다. 반면 오늘날 주얼리는 성별을 초월한 개인의 표현 수단으로 자리 잡았고, 이런 변화는 주얼리가 단순한 권위의 상징에서 벗어나 아름다움과 자기표현의 수단으로 진화했음을 반영한다.
- 패션 디렉터
- 손은영
- 글
- 송보라
- 사진
- Petit Palais, L’École School of Jewelry A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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