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코펜하겐에서 돌아왔는데 모두 이 청바지를 입고 출근하더군요
입소문 난 카페와 바, 오감을 자극하는 편집숍, 이민을 꿈꾸게 하는 근사한 숙소, 그리고 내일 따위 걱정하지 않을 듯한 패션 피플들!

인스타그램 알고리즘은 오래전부터 코펜하겐을 멋진 도시로 기억하게 했죠. 가니, 세실리에 반센 등 덴마크에 기반을 둔 브랜드의 로맨틱 스타일이 전 세계를 휩쓴 것도 그쯤이었고요. 그래서 코펜하겐에 가면 당연히 퍼프 원피스나 발레리나 플랫 등의 아이템이 거리 곳곳을 채울 것으로 여겼습니다. (게다가 모든 사람이 햇살 가득한 거리에서 자전거를 탈 것 같았죠.)

그런데 코펜하겐 출장길에 가장 눈에 띈 건 버뮤다 팬츠였습니다. 단정한 셔츠나 재킷과 매치해 출근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더군요. 사무실과 반바지는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라는 선입견이 이번 출장에서 완전히 깨진 거죠. 코펜하겐에서는 아주 당연한 출근 룩이거든요.

사실 버뮤다 팬츠야 이미 익숙한 아이템입니다. 헤일리 비버, 벨라 하디드가 로퍼나 부츠와 매치한 후 길거리에서 자주 보였으니까요. 그래도 반바지를 출근 룩으로 입는 건 다른 이야기죠. 게다가 제가 참석한 포럼은 꽤 엄숙한 자리였거든요. 글로벌 패션 서밋(Global Fashion Summit)은 패션계 주요 인사들이 모여 지속 가능성과 노동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니까요. 그런데 그 회의장에도 버뮤다 팬츠는 아주 자연스럽게 등장했습니다. 덴마크의 메리 왕세자비(Queen Mary)가 입은 테일러드 버뮤다 팬츠부터 세실리에 반센의 비즈 장식 버전까지. 각자 다른 방식이지만 반바지를 정장처럼 해석했습니다.
패션 산업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도모하는 비영리 단체 글로벌 패션 아젠다(Global Fashion Agenda)의 콘텐츠 총괄, 페이스 로빈슨(Faith Robinson)은 이렇게 언급했습니다. “버뮤다 팬츠는 젠더 고정관념을 부드럽게 흔드는 도구예요. 여성 리더로서 자신을 드러내는 방식이기도 하고요.” 코펜하겐 특유의 돌풍 부는 여름 날씨나 자전거로 이동하는 일상과도 잘 맞는다고 덧붙였습니다. “편안하면서도 자신감 있어 보이는 것, 그게 지금 우리가 원하는 스타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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