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리 라타이코프스키는 처음에 로빈 시크(Robin Thicke)의 ‘Blurred Lines‘ 뮤직비디오 출연 제의를 거절했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책 <My Body>(2021, Metropolitan Books)에서 당시 자신의 에이전트에게 “그냥 벗은 여자들이 잔뜩 나오는 형편없는 뮤직비디오 중 하나일 뿐이라고 말했다”고 썼습니다. 하지만 뮤직비디오 감독은 결과물이 외설적이기보다는 풍자적이고, 착취가 아닌 흥분에 초점을 맞출 거라며 라타이코프스키를 설득했습니다. 촬영 당일, 그녀는 흰색 속옷과 비닐 시스루 상의를 입었고, 최종적으로 등급 외 버전에서는 스킨 컬러의 티 팬티만 남기고 모두 벗었습니다.

라타이코프스키는 이 모든 것에 대해 중립적으로 이야기합니다. 그녀는 이처럼 종종 신체를 노출하는 것을 편안하게 받아들이고, 옷을 벗을 때 대다수의 사람들이 느끼는 불안감에 영향을 받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녀는 ‘일은 일일 뿐’이라는 태도로 모델 일을 대하며, 특히 일을 완수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든 하겠다는 의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난 2021년 전화 인터뷰에서 그녀가 신체 노출을 편안하게 느끼는 것에 대해 물었을 때, 라타이코프스키는 제게 “나를 드러내는 것이 자신감이나 통제력의 한 형태가 될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물론 글을 쓰는 행위는 또 다른 방식으로 자신을 노출하는 일입니다. <My Body>는 성폭력에 대한 불편한 묘사, 가족이 주는 심리적 압박에 대한 탐구, ‘이미지 경제(Image Economy)’에 대한 거북한 고찰을 거침없이 담아낸 책입니다. “몸을 드러내면서 느낀 것은 제 몸이 매우 일차원적인 것으로 변한다는 것이었어요.” 라타이코프스키는 이렇게 말합니다. “몸은 한 가지 방식으로만 존재하지만, 글쓰기는 훨씬 더 많은 뉘앙스를 담아낼 수 있죠.”

바로 이것이 책 <My Body>의 중심축이자 핵심입니다. 밋밋해 보이는 제목이지만, 책은 자아감과 신체의 물리적 형태, 특히 그 신체적 형태가 널리 알려져 있을 때 그 두 가지가 교차하는 지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라타이코프스키는 “여기 실린 에세이는 대부분 책을 계약하기 전에 쓴 것”이라고 말합니다. 즉 적어도 처음에는 돈을 버는 일로 (‘일은 일일 뿐’의 일과는 다르게) 글을 쓰기 시작한 게 아니었습니다. 출판사를 구하면서 상황이 달라졌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책을 쓰면서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한 자유를 누리며 어느 정도 표현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전에 해온 작업은 예술이 아니었고, 창작도 아니었죠.”
라타이코프스키가 자신의 세계관과 글쓰기에 가장 깊은 영향을 준 책을 소개합니다. “딱 다섯 작품만 고르는 건 거의 불가능했다”고 말하면서도 그녀가 이 책을 고른 이유는 대체로 “여성이 여성에 대해 쓴 글”이기 때문입니다. 이 다섯 권의 책은 그녀의 책과도 맥락이 닿아 있는 것 같습니다.

에밀리 라타이코프스키의 인생을 바꾼 5권의 책
#1. 앤 패챗(Ann Patchett)의 <Truth & Beauty: A Friendship>

대학 다닐 때 이 책을 읽었어요. 여성의 우정에 관한 책이어서, 누군가 제게 선물한 것이었죠. 이 책은 정확히는 앤 패챗과 루시 그릴리(Lucy Grealy)라는 또 다른 작가의 우정을 다뤘어요. 두 사람은 단순한 친구가 아니라 섹스와 아름다움(그릴리에게는 어린 시절 암으로 생긴 신체적 기형이 있었죠)을 탐구하는 젊은 여성들이었고, 이 책에 너무 솔직히 쓰여 있어서 ‘이런 식으로 얘기해도 괜찮을까?’라는 의문이 생길 정도였어요. 그릴리의 가족과 친구들은 책 속에 묘사된 그릴리가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에 책 출간을 두고 의견이 엇갈렸다고 해요. 하지만 저는 여성의 우정, 여성의 아름다움, 남성이 어떤 것을 욕망해야 하는지에 관해 이토록 설득력 있게 다룬 책을 아직 읽지 못했답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제가 책에 쓴 내용과 맞닿아 있어요.
#2. 귀스타브 플로베르(Gustave Flaubert)의 <마담 보바리>

고등학교를 마치던 해에 읽은 책이에요. 사람들이 늘 말하는 책이었지만, 저는 이 책을 꼭 읽어야 할 이유가 없었어요. 어쩌다 이 책을 집어 들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아요. 그렇지만 읽기 시작하자마자 곧장 빠져들어서 사흘 만에 다 읽었죠. 남자 친구의 침대에 앉은 채로 책을 다 읽고 엉엉 울었던 기억이 나요. 남자 친구가 방에 들어와서 “너 왜 그래?” 하고 물었죠. 저에게 이 책은 젊은 여성들의 필독서예요. 보바리 부인이 맞닥뜨리는 문제는 사실 여성이 자신의 몸에 대해 느끼는 감정, 희망, 사랑, 백마 탄 왕자에 대한 생각 등 현대적이고 실존적인 질문과 닿아 있거든요. 남성들은 자기 자신을 찾기 위해 사랑을 찾아야 한다고 배우지 않는 것 같아요. 그건 오늘날도 마찬가지죠. 또 어떤 순간에는 너무 싫어서 참을 수 없고, 어떤 순간에는 몹시 사랑하게 되는 이 책의 주인공은 역대 최고의 캐릭터랍니다.
#3. 레이시 M. 존슨(Lacy M. Johnson)의 <The Reckonings: Essays on Justice for the Twenty-First Century>

이 책을 읽은 지인들 모두가 작가의 글솜씨에 매우 감탄했어요. 이 작품은 레이시 M. 존슨이 자신의 남자 친구에게 납치당하고 강간당한 경험에 관해 쓴 전작의 후속 에세이예요. 서문에서 작가는 북 투어를 가면 여성들이 자신에게 다가와 정의란 무엇인지 물어본다는 이야기를 썼어요. 작가가 겪은 일에 대해 많은 여성이 분노했어요. 거의 피의 심판 같은 것이 필요하다고 느낄 정도였죠. 이 책은 그런 문제를 다루고 있어요. 읽고 나서 즐겁진 않지만, 아주 솔직하고 신중하게 잘 쓴 책이에요. 어떤 것도 두려워하거나 피하지 않는다는 말에서 작가의 용기와 글의 진정성을 느꼈습니다. 독서량이 많지 않은 친구들도 이 책을 끝까지 읽고 인생 최고의 책이라고 손꼽게 되었죠.
#4. 벨 훅스(Bell Hooks)의 <사랑의 모든 것>
꾸밈없으면서도 직설적인 벨 훅스의 문체에 정말 감탄했어요. 그녀의 글에는 가식적인 열망이 없어요. 오히려 구체적이고, 신중하죠. 이 책은 그녀의 최근작이에요. 사랑이 무엇이고, 사랑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한 영적이고 지적인 접근 방식이 신선하게 결합된 책이죠. 많은 희망이 담긴 아름다운 책이고, 선물하기에도 훌륭한 책이에요.
#5. 루시아 벌린(Lucia Berlin)의 <청소부 매뉴얼>

루시아 벌린은 청소부로 일하며 평생 무명 작가로 살았어요. 이 책은 그녀가 사망한 후 엮은 단편소설집이에요. 소설이라고는 하지만, 사실은 자전적인 이야기라고 이해하면 될 것 같아요. 이 글을 읽다 보면 확실히 작가로서뿐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그녀를 알아가는 느낌이 들죠. 출판사에서 여러 단편을 훌륭하게 엮었어요. 이야기가 서로 맞물리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읽는 재미가 있었죠. 그녀의 어조에는 아주 거칠고 자유분방한 면이 있어요. 찰스 부코스키와 비슷한 느낌이랄까요. 부코스키가 청소가 직업인 유색인종 여성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앤 패챗의 <Truth & Beauty: A Friendship>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마담 보바리>
레이시 M. 존슨의 <The Reckonings: Essays on Justice for the Twenty-First Century>
벨 훅스의 <사랑의 모든 것>
루시아 벌린의 <청소부 매뉴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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