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츠하임은 어떻게 독일 주얼리의 중심지가 되었나
포르츠하임은 독일 주얼리 예술의 중심지다. 이유가 뭘까? 오늘날 그 찬란한 유산은 어떻게 이어지고 있을까?
포르츠하임(Pforzheim)을 거닐다 보면 단번에 눈에 띄는 것이 있다. ‘금’의 존재감이다. 골트너 아들러(Goldner Adler, 황금 독수리) 혹은 골트슈타트 나겔슈투디오(Goldstadt Nagelstudio, 황금 도시 네일 살롱) 같은 바와 살롱 이름으로 암시되거나 금 매입소, 주조용품 상점, 보석상처럼 좀 더 직접적인 형태로 드러난다. 럭셔리 매장이 늘어선 베를린의 쿠담(Ku’damm)이나 뮌헨의 막시밀리안(Maximilian) 거리보다 밀도가 높아 보인다. 포르츠하임은 독일 남부 바덴뷔르템베르크(Baden-Württemberg)주의 검은 숲, 슈바르츠발트(Schwarzwald) 가장자리에 있는 인구 13만5,000명 규모의 도시로, 독일에서는 전형적인 대도시(인구 10만 명 이상부터 대도시로 간주한다)로 분류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상당 부분 파괴되었지만, 오늘날 중심가에는 H&M, 스나이프스(Snipes), 한스임글뤽(Hans im Glück) 같은 체인 브랜드 상점이 들어서 있다. 엔츠(Enz), 나골트(Nagold), 뷔름(Würm) 세 줄기 강 위로 작은 다리가 놓여 있고, 도시 외곽에는 아름다운 옛 거리 풍경도 고스란히 남아 있다.
포르츠하임을 특별하고 세계적인 곳으로 만든 것은 평범함 속 비범함. 250년 동안 ‘황금 도시(Goldstadt)’로 불리며 주얼리 산업의 중심지였기 때문이다. 그 정체성은 일상 곳곳에서 드러나며, 많은 사람이 이를 자랑스럽게 여긴다. 이곳에서 시작해 가족 기업으로 성장한 브랜드 중에는 현재 국제적인 명성을 얻은 곳도 적지 않다. 특별한 점은 제품 디자인부터 생산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이 지금도 여전히 이 도시 안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그중 하나가 1882년에 설립된 아. 오덴발트(A. Odenwald)다. 이 브랜드의 제조 공장 입구는 눈에 띄지 않는 건물 뒤쪽에 있다. 계단을 올라 보안 출입문을 통과한 뒤 사무실 복도를 지나면 공방이 나온다. 아. 오덴발트의 모든 주얼리가 제작되는 곳이다. “우리 컬렉션은 무엇보다도 강한 표현력이 돋보입니다.” 프로젝트 매니저 카티아 치칼라(Katja Cicala)가 강조했다. 브랜드를 대표하는 반지 디자인은 대부분 두껍고 묵직한 편이며, 목걸이 펜던트는 눈에 띄는 별 모양이나 구 형태가 특징이다. 일부 제품에는 무지갯빛으로 반짝이는 다양한 색의 사파이어를 세팅한다. “섬세하고 단순한 것을 추구하는 유행과는 반대로, 과감한 디자인을 제안합니다.” 치칼라가 덧붙였다. 사치스럽다고 할 만큼 화려한 디자인은 오히려 전통에 가깝다. “우리가 주얼리를 만들기 시작할 무렵에는 금이 지금보다 훨씬 저렴했습니다. 은과 크게 차이가 없었죠.”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올랐지만, 이들은 여전히 고유한 스타일을 지켜가고 있다.
4대에 걸친 가족 기업이자 데팅거(Dettinger) 그룹 소속 주얼리 브랜드가 된 아. 오덴발트에는 현재 약 50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그중 상당수는 치칼라가 이끄는 자체 공방에서 일한다. 주얼리 제작 공정은 직원 개인의 전문 분야에 따라 나뉜다. 작업장 한 곳에서 레이저로 반지의 주조 자국을 제거하면, 다른 곳에서는 연마, 정형, 광택 작업 등이 이어지는 식이다. 다채로운 사파이어로 장식한 회전 구조가 손가락에 부드럽게 감기는 ‘탱고(Tango)’ 반지 하나를 만들기까지 무려 8명의 손을 거치고, 약 5일의 시간이 소요된다. 금세공소 맞은편에는 자체 주조장이 있어 일주일 동안에도 여러 차례 금을 녹여 원하는 형태로 만들어낸다. 정밀한 폴리싱을 위한 별도의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재봉틀처럼 생긴 네 대의 장비 앞에서 여성 장인 네 명이 작업 중인데, 그중 한 명은 안경 두 개를 겹쳐 쓰고 있다. 요즘 같은 시대에 좀처럼 보기 힘든 광경이다. 폴리싱 장인은 더 이상 독립된 직업으로 인정받지 못하거나, 아예 정식 교육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온갖 기계가 윙윙거리며 덜컹대는 가운데, 맞은편 방은 완전히 고요하다. 보석 세팅 장인들이 허리를 숙인 채 현미경을 통해 사파이어와 다이아몬드가 정교하게 자리 잡는 데 집중하고 있다. 조금이라도 구멍을 과하게 뚫으면 수정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모든 동작이 정확해야 한다. 보석이 금에 완벽하게 세팅되면 망치로 주변을 두드려 단단히 고정한다. 오직 금으로만 보석을 지지하는 방식이다. 각 공정은 장인들의 긴밀한 협업 속에 이루어지며, 작업을 마친 주얼리는 다음 장인에게 넘어간다. “이곳은 많은 전문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포르츠하임을 특별한 곳으로 만들죠.” 치칼라가 자랑스럽다는 표정을 짓는다.
포르츠하임에서 젊은 세대를 양성하는 역할은 주얼리 브랜드만의 몫이 아니다. 디자인, 주얼리, 장비 관련 직업 전문학교가 도시 곳곳에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매년 전 세계에서 모인 젊은이들이 이곳에서 금세공사, 시계공, 디자이너로 성장한다.
야나 네스퍼(Yana Nesper)는 자신의 이름을 그대로 딴 진주 주얼리 브랜드를 통해 또 다른 소재에 주목하고 있다. 가족 경영 기업 하인츠 네스퍼(Heinz Nesper)는 도시 외곽의 고급 신축 건물에 위치한다. 야나가 이곳에서 직접 방문객을 맞이하면, 사무실 반려견 엠마(Emma)가 그녀 다리 주변을 맴돌며 함께한다. 긴 검정 드레스에 자신이 디자인한 주얼리를 조합한 그녀의 옷차림에서 아직 출시 전인 진주 이어커프가 특히 시선을 끌었다. “직접 착용해보는 중이에요.” 야나가 미소 지으며 설명했다. 하인츠 네스퍼는 1970년부터 꽤 오랫동안 진주를 다뤄왔으며, 현재까지도 전 세계 주얼리 브랜드에 진주를 공급하고 있다.
하인츠 네스퍼의 진주는 현재 베네룩스 3개국과 동유럽에서 인기가 많다. 창고에는 끈으로 꿴 수천 알의 진주가 보관되어 있다. 모두 수작업으로 선별한 것으로 흰색, 연분홍색, 회색빛을 띠며, 일본부터 타히티까지 지속 가능한 양식장에서 공급받는다. 이곳 진주를 서로 문지르면 맑은 소리가 난다. 인조 진주에서 나는 둔탁한 소리와는 전혀 다르다. 천연 진주를 구별하는 기준 중 하나다. “손으로 만져봐도 차이를 느낄 수 있습니다. 천연 진주 두 알을 문지르면 표면이 거칠게 느껴지거든요. 자연산 진주의 표면은 절대 매끈하지 않습니다.” 야나의 남편이자 아버지에게 회사를 물려받은 프랑크 네스퍼(Frank Nesper)가 설명했다. 금세공 작업은 포르츠하임 내 다른 전문가에게 아웃소싱하는 반면, 진주 관련 작업은 본사 뒤편에 있는 작업장에서 직접 이루어진다. 일부 직원은 연약한 진주에 구멍을 뚫고, 다른 이들은 모양, 크기, 색감이 동일한 귀고리용 진주 한 쌍을 골라낸다.
야나 네스퍼는 2010년부터 하이 주얼리 라인을 선보이고 있다. “당시만 해도 진주는 그다지 유행하는 소재가 아니었어요. 그래서 진주를 다루려면 새로운 해석이 필요했습니다.” 그녀는 단순히 클래식한 진주 목걸이나 귀고리를 만들어 판매하는 대신 변형 가능한 디자인에 주목했다. 다양하게 스타일링할 수 있도록 말이다. 예를 들어, 목걸이 체인을 두 개로 나누어 팔찌로 착용하거나 길이를 조절할 수 있게 했다. 현대적인 우아함 덕분에 그녀의 주얼리는 넷플릭스 시리즈 <에밀리, 파리에 가다>에도 등장했다.
벨렌도르프(Wellendorff) 역시 혁신과 전통을 동시에 중시한다. 창립자의 이름을 딴 알렉산더 벨렌도르프 거리에 본사를 둔 이 브랜드는 현재 5대째 가업을 이어오고 있다. 커뮤니케이션 디렉터 클라우디아 벨렌도르프(Claudia Wellendorff)는 이 건물이 주얼리가 탄생하는 곳이자, 가문과 회사의 역사를 기념하는 장소라고 설명했다. 130여 년의 역사를 한눈에 돌아볼 수 있는 전용 전시 공간에서는 1893년 창립부터 전쟁과 재건 시기를 거쳐 오늘날 다이아몬드가 박힌 ‘W’ 로고가 탄생하는 과정을 모두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벨렌도르프가 개발한 새로운 제작 기법을 보여주는 몇몇 주얼리 작품이다. 목걸이 체인으로 사용되는 유연한 ‘골드 코드’가 대표적인 예. 이는 손에서 부드럽게 미끄러지듯 움직이며 자유롭게 형태를 바꿀 수 있는데, 공방 한쪽에서 제작 과정을 직접 볼 수 있었다. 18캐럿의 금 블록을 반복적으로 압연해 실처럼 얇게 꼬아 끈 형태로 만들었다. 이는 1970년대에 개발된 기술이다. “시어머니가 어릴 적 할머니의 무거운 벨벳 커튼에 달린 실크 장식 끈을 무척 좋아했다고 해요. 끈을 만질 때 느껴지는 부드러운 감촉을 사랑했고, 훗날 남편에게 그만큼 섬세하고 비단결 같은 촉감의 목걸이를 만들어달라고 부탁한 거죠.” 클라우디아 벨렌도르프가 설명했다. 18캐럿의 골드 코드는 현재 벨렌도르프의 상징이자, 이 가문이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창의적인 정신을 대표한다. ‘엠브레이스 미(Embrace Me)’ 팔찌 역시 이와 같은 정신에서 탄생했다. 처음 모습으로 되돌아가는 스프링 형태로 만들어 손목에 감아 착용한다. “보통 이런 스프링 메커니즘을 가진 주얼리는 내부에 강철 심을 사용하지만, 우리는 절대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선택 사항에 포함되지도 않았어요.” 클라우디아 벨렌도르프가 강조했다. 벨렌도르프는 수년간 끊임없이 연구한 끝에 오직 금으로만 탄성과 안정성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대부분의 주얼리 브랜드가 여성에게 집중하는 반면, 레오 비트버(Leo Wittwer)는 남성 주얼리에 주목했다. 프랑크 마이어(Frank Maier)와 그의 아들 막시밀리안 마이어(Maximilian Maier)가 함께 운영 중이다. “이 분야는 확실히 성장하는 시장입니다.” 세일즈와 마케팅을 담당하는 막시밀리안이 설명했다. “주얼리에 관심 있는 남성이 점점 늘고 있습니다. 결혼반지를 넘어 개성 표현의 수단으로 주얼리를 찾는 추세죠.” 그래서 그는 남성 주얼리는 특히 맞춤 제작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현재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러프 컷(Rough Cut)’ 컬렉션은 가공하지 않은 다이아몬드를 그대로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모든 제품이 자동적으로 유일무이한 작품이 됩니다. 원석 특유의 아름다움이 더 뚜렷이 드러나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고 있는 프랑크가 설명했다. 또 다른 시그니처로는 묵직한 십자가 펜던트가 있다. 로즈 골드부터 화이트 골드까지 다양한 소재로 선보이며, 다이아몬드를 세팅한다.
현재 이들 제품 중 하나가 포르츠하임 주얼리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유명 건축가 만프레트 렘브루크(Manfred Lehmbruck)가 설계한 이 건물은 전 세계 주얼리 역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곳에서는 아주 오래전 세계 각 지역에서 온 목걸이, 귀고리, 팔찌 등을 만날 수 있다. 물론 포르츠하임 출신 작품도 있다. 최근에는 벨렌도르프의 특별 전시가 열렸다. “1767년 바덴의 영주 칼 프리드리히(Karl Friedrich)가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포르츠하임 금과 주얼리 산업의 초석을 놓았습니다.” 박물관 직원 이자벨 슈미트 마페스(Isabel Schmidt-Mappes)가 말을 이었다. “그의 통치 아래 포르츠하임에 회중시계와 주얼리 공장을 세웠죠. 고아원 아이들에게 직업교육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사회적 프로젝트로 시작됐지만, 결과적으로 세계 최초의 직업학교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박물관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주얼리 산업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사람들도 이 도시의 역사를 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포르츠하임의 유구한 전통이 박물관에나 있을 법한 유물이 되지 않고 여전히 활발히 이어지고 있다. 아틀리에를 둘러보니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모두가 현재의 위상을 지키기 위해 혁신과 최고의 기술이 꾸준히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뿐 아니라, 누구도 유산을 소홀히 하지 않기 때문이다. 바로 이렇게 전통을 지키고 가꾸는 것이 슈바벤의 작은 황금 도시를 더 가치 있게 만든다. VK
- 글
- MAJA GOERTZ
- 사진
- AMELIE NIEDERBUCH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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