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가을빛으로 물든 ‘단풍 트레킹’ 코스 4

2025.09.12

가을빛으로 물든 ‘단풍 트레킹’ 코스 4

주왕산을 물들인 단풍. 출처: 한국관광공사 포토갤러리-박성근

여름의 무더위가 스러지고 공기가 선선해지면, 산들이 옷을 갈아입기 시작한다. 짙은 녹색이 물러가고 붉은빛과 노란빛이 하나둘 스며드는 계절, 가을은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트레킹 시즌이다. 설악산의 웅장함부터 내장산의 화려함까지, 각각 다른 매력으로 여행자들을 부르는 네 곳의 명소를 소개한다.

기암괴석 사이로 스며든 붉은색의 잔치, 설악산

설악산 용아장성 코스. 출처: 한국관광공사 포토갤러리-김종옥

강원도 인제와 속초에 걸쳐 있는 설악산은 가을이면 진가를 발휘한다. 권금성과 울산바위 같은 기암괴석이 붉게 물든 단풍과 어우러져 마치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하다. 설악산을 이루는 코스는 총 다섯 가지로, 각기 다른 난도를 자랑하지만, 모두 가을의 절정을 담아낸다. 초보자라면 난도가 낮은 용소폭포 코스나 비선대 코스를 추천한다. 몸이 편해야 눈앞에 보이는 단풍의 절경에 취할 수 있으니 말이다. 특히 10월 중순부터 하순까지가 단풍 절정. 전국에서 몰려든 인파로 산은 축제 같은 분위기에 휩싸인다. 이때를 놓치면 또 1년을 기다려야 하니, 가능하다면 단풍이 스러지기 전 설악산의 웅장한 산자락을 밟고 걸어볼 것.

붉게 물든 호남의 금강산, 내장산

하늘에서 바라본 내장산의 가을 풍경. 출처: 한국관광공사 포토갤러리-하남기

전라북도 정읍의 내장산을 ‘단풍산’이라 부르는 이유가 있다. 여기만큼 진하고 화려한 붉은빛을 자랑하는 단풍을 볼 수 있는 곳은 드물기 때문이다. 내장사로 향하는 길목은 온통 단풍 터널이 되어 방문객을 맞이한다. 붉은 잎사귀가 햇살에 반짝이며 떨어지는 모습은 자연이 내린 축복 같다. 원적암에서 바라보는 단풍 숲과 서래봉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가히 장관이다. 직접 걸어서 그 단풍 속으로 들어가도 좋지만, 힘들게 트레킹하고 싶지 않다면 케이블카를 이용해도 좋다. 정상에 오르면 한눈에 펼쳐지는 단풍의 파노라마가 한국 가을의 진수를 보여준다.

나만 알고 싶은 단풍 트레킹 코스, 노추산

붉은 단풍 아래 늘어선 돌탑들. 출처: 한국관광공사 포토갤러리-강원지사 모먼트스튜디오

강원도 홍천의 노추산은 아직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숨은 명소다. 덕분에 고요한 자연 속에서 단풍을 온전히 만끽할 수 있다. 울창한 숲과 깊은 계곡이 어우러져 눈으로는 붉은 향연을 이루는 단풍 숲을 감상하고, 귀로는 계곡물 소리를 듣는다. 가을이 선사하는 완벽한 힐링의 순간이다. 특히 노추산 자연휴양림에서 이어지는 산책로는 가족 단위 여행객에게도 부담 없는 코스다. 설악산만큼 웅장하지는 않지만, 원시림 같은 고즈넉함이 특별하다. 단풍철에만 누릴 수 있는 이 고요함은 도시의 소음에 지친 마음을 달래준다.

단풍과 어우러진 기암절벽, 주왕산

주왕산의 웅장한 기암절벽과 단풍의 모습. 출처: 한국관광공사 포토갤러리-IR 스튜디오

경상북도 청송의 주왕산은 독특한 산세로 유명하다. 기암괴석과 절벽이 만들어내는 풍경이 가을 단풍과 만나면 극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주방천을 따라 이어지는 등산로를 걸으며 만나는 제1, 제2, 제3폭포와 함께 어우러진 노랗고 붉은 낙엽들. 단풍과 폭포, 그리고 기암괴석이 조화를 이루는 풍경은 마치 한 폭의 그림 같다. 그래서인지 사진 애호가들이 특히 좋아하는 곳이기도 하다. 주왕산 트레킹의 장점은 누구나 어렵지 않게 가을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주왕산 트레킹 외에 인근의 또 다른 명물, 주산지 연못에서 물에 잠긴 왕버들나무 풍경도 함께 보고 오는 것을 추천한다.

한국의 가을은 산마다 각기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웅장한 설악산의 서사시, 화려한 내장산의 교향곡, 고즈넉한 노추산의 자장가, 그리고 극적인 주왕산의 드라마까지. 네 곳의 단풍 명소는 모두 다른 방식으로 가을의 낭만을 전한다. 이번 가을, 어떤 이야기를 만나고 싶은가. 가벼운 산책부터 본격적인 등산까지, 선택의 폭은 넓다. 자신에게 맞는 길을 골라 걸으며 붉은 계절을 만끽해보자. 발걸음마다 펼쳐지는 감동이 가을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포토
박성근, 김종옥, 하남기, 강원지사 모먼트스튜디오, IR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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