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킬러 5인의 예술 설전
이번 프리즈·키아프 서울의 성과는? 최고가 63억원은 어떻게 나왔을까? K-미술 열기가 사그라지지 않으려면? 예술로 물든 서울의 지난가을을 미술계 인사들이 친절히 되감다.
참여자
이장욱 스페이스K 수석 큐레이터
김나형 디스위켄드룸 대표
주연화 홍익대학교 문화예술경영대학원 부교수
이진준 뉴미디어 아티스트,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
이소영 미술 전문 저널리스트
지난 9월 열린 프리즈 서울(Frieze Seoul)과 키아프 서울(Kiaf Seoul) 얘기부터 시작하죠. 흥미로운 작품은 줄었지만 판매는 늘었는데요, 재미있는 비하인드부터 풀어볼까요?
주연화 유명한 중국 컬렉터가 지난해와 다른 부인을 대동하고 유모차를 끌고 다녔다는군요.(웃음)
역시 빅 컬렉터는 다들 알아보는군요. 프리즈 서울의 큰손인 중국 컬렉터들은 어떤 작품을 선호하나요?
주연화 지난해엔 제가 키아프 서울에 추천한 어드바이저와 동행한 중국의 빅 컬렉터들은 김윤신의 작품을 구입하고 커미션(작품을 주문 의뢰하는 것)했어요. 부스에 나온 작품은 본인이 소유한 공간에 비해 작으니까, 더 큰 조각 작품을 커미션하는 거죠. 사실 중국을 비롯한 해외의 네임드 컬렉터들은 한국에서 쉽게 지르지 않아요. 유수의 아트 페어를 수없이 다닌 이들이 봤을 때 프리즈 서울의 작품은 새로울 게 없고, 한국 작가는 신선하고 관심은 가지만 선택할 땐 망설이죠. 의외로 젊은 세대가 한국 작품에 마음을 열고 흥미롭게 보더라고요. 서울 아트 페어에서는 한국 작가의 작품을 사야 이득이라는 생각이죠. 올해는 딱 봐도 한눈에 동양적이고 수공예적인 요소가 강한 작품에 관심이 높았다고 해요.
김나형 이번 페어에는 확실히 아시아의 정체성을 지향하는 관계자가 많아졌어요. 우리 부스에도 아시아 주요 미술관 관련자들이 찾아왔죠. 지인이 귀에 대고 슬쩍 알려줬는데 한 분은 아시아에 관심이 많은 뉴욕 MoMA 관계자였어요. 우리 갤러리 작가들이 최근 2~3년간 해외 활동을 열심히 한 면도 있지만, 그분들은 이미 작가들을 어느 정도 학습한 상태였어요. 한 컬렉터의 개인 아트 어드바이저는 부스에 들어오자마자 “김진희 작가가 최근 베를린에서 조명을 많이 받고, 이런 유의 작품을 만든 것을 알고 있다”면서 영어로 술술 브리핑하더라고요.
주연화 주로 어떤 컬렉터나 어드바이저였나요?
김나형 요즘엔 스펙트럼이 넓어서 정확히 모르겠어요. 방문하는 연령이 30대 초반인, 누가 봐도 영 앤 리치인 경우도 있지만 60대도 있고 연령대가 다양했어요. 무엇보다 우리 갤러리를 파악한 상태에서 정확한 목적을 갖고 소속 작가의 신작을 보러 왔다는 점이 고무적이었죠. 어제는 상하이의 미술 기관이 출국 전에 만남을 청했어요. “3년 전만 해도 한국을 오해했다. 그 사이 갤러리와 미술 기관의 성장을 지켜봤다. 큐레이토리얼을 기반으로 작가를 육성하는 너희의 전문성도 인정한다. 이제 한국 시장에 관심이 많다”고 말하며 1시간 예정된 미팅이 3시간이나 이어졌죠. 우리 같은 로컬 갤러리에 대한 신뢰가 한국을 넘어 다양한 문화권에서 높아짐을 체감했죠.
확실히 세계 미술계가 아시아에 관심이 더 커진 걸까요?
김나형 아시아에서도 한국인 것 같아요. 독일 주요 일간지 기자가 프리즈 서울에 왔는데, 우리 작가인 김진희를 콕 집어서 자료를 요청했어요. 건넨 지 하루 만에 지면에 실렸죠. 젊은 한국 작가인데, 촉망받을 거고 베를린에서 전시를 여니 관람하라는 당부까지 하더군요.
주연화 아트 페어가 판매처만은 아니라는 증거죠. 네트워크의 장이에요. “서울이 어딘데? 한국 미술이 뭔데?”라고 묻던 이들은 프리즈 서울이 출범할 때 부정적이었어요. 중국 미술 호황기처럼 반짝하고 끝날 거라고요. 그런데 막상 와보니 미술 기관과 작가도 많고, 글로벌 언론에서는 계속 노출되는 것을 목도했죠. 이제는 젊은 작가와 이머징 갤러리까지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요.
김나형 중소 갤러리 대표로서 실감해요.
주연화 3년 전만 해도 <The Art Newspaper> 기자가 프리즈 서울에 현장 취재 와도 한국 작가에 대한 정보를 얻기 어려워서 결국 해외 갤러리만 쓸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어요. 디스위켄드룸이 정말 잘하신 일이, 자료를 요청받을 때 바로바로 전달해요.(웃음) 누가 좋은 이미지와 자료를 정확히 빨리 주느냐가 의외로 매우 중요하죠. 아트 페어가 열리는 기간에 기사가 실시간으로 올라가야 하니까요.
김나형 4개 국어(중국어, 일본어, 영어, 한국어)로 준비해놨습니다.(웃음)
이장욱 사실 코로나19로 미술계가 반사이익을 봤어요. 2019년 중국 정부와 홍콩의 갈등 심화로 투자회사는 물론 갤러리들이 탈출을 시도했죠. 그때 염두에 둔 나라가 대만이에요. 당시에 타이베이 당다이(Taipei Dangdai) 아트 페어도 크게 열렸어요. 해외 메이저 갤러리들이 파티도 어마어마하게 열고요. 미술 흐름이 결국 대만으로 흘러가는구나 싶을 때 코로나19가 터졌죠. 전 세계가 록다운됐을 때 아시아에서 서울만 국경을 열었어요. 미국과 유럽 갤러리들이 홍콩이나 대만, 일본으로 가려다가 서울로 건너왔죠.
이소영 아시아에서 한국과 홍콩만 미술품 거래세가 면세입니다.
이장욱 그런 타이밍에 한국에 프리즈가 들어왔어요. 당시 영화관과 공연장이 규제로 운영을 멈추다시피 했지만, 갤러리와 전시장은 마스크를 쓰고 열을 체크하면 입장할 수 있었어요. 팬데믹 때 가장 뜬 산업이 미술과 골프죠. 다른 데 놀러 다니던 세대가 전시장으로 왔어요. 당시 넷플릭스를 비롯한 온라인 플랫폼이 크게 성장했는데, 인스타그래머블한 사진을 남기는 데 전시만 한 게 없거든요. NFT, 비트코인 시장도 팽창하면서 갑자기 늘어난 영 앤 리치의 금융 포트폴리오에 부동산, 주식, 채권 외에도 미술을 들였어요. “가성비 좋은 작품이 뭔가요?” “이걸 지금 사면 내년에 얼마나 오를까요?”라고 질문하는 고객들이 아트 페어에 돌아다니기 시작했죠.
이소영 요즘엔 투자만 목적으로 하는 고객이 많이 줄었죠? 물론 미술 컬렉션은 투자가치가 중요합니다. 더불어 감상, 자아 표출, 문화 후원 기능도 있다는 것을 컬렉터가 되면 자연스럽게 깨닫게 됩니다. 히포크라테스의 명언을 한 번 비튼 “내가 구입하는 것이 바로 나(I am what I shop)”라는 이야기가 컬렉션의 사회적 특징을 잘 보여줍니다.
이장욱 밀물처럼 들어왔던 이들이 2023~2024년에 작품을 우르르 경매에 던지며 급격히 빠졌어요. 당연히 경매 기록도 좋지 않았고요. 자신의 금융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먼저 버릴 만한 게 미술이었나 보죠.(웃음) 그들의 낙수 효과는 컸다고 봐요. 새로운 이들이 확 유입되면서 마켓이 한차례 점프했으니, 이제 바닥을 다질 단계예요. 올해 그 다지기를 보여준 것 같아요.
주연화 그렇게 들어온 이들 중 미술에 진심이 돼버린 사례도 꽤 있어요. 처음엔 멋모르고 미술품을 구입했다면, 점차 성장 가능성이 있는 회사의 주식을 사듯이, 국제적 성장 가능성이 있는 작가의 작품, 내실 있는 작가를 공부하면서 이 세계에 빠져들죠. 미술에 진심인 사람들의 풍경도 접하면서 나름의 인상도 받았을 테고요.
이장욱 예를 들어 수영은 처음 배울 때 어렵지만, 한 번 경험한 사람은 언제든 다시 물에 들어갈 수 있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컬렉터층이 생겼었다는 것 자체가 좋은 일이죠. 이번 프리즈 서울에서 가장 눈에 띈 변화는 마지막 날인 토요일에도 작품을 산다는 거예요.
이전에는 거의 첫날 판매가 이뤄졌죠?
이장욱 예전에 마지막 날은 그냥 구경하는 날이었어요. 그런데 이날 거래가 있다는 건 대중이 ‘그림을 살 수 있다’고 인지하기 시작했다는 의미죠. 예를 들면 가족회의를 거쳐서 100만원이든 1,000만원이든 예산을 정하고 가구를 바꾸듯 그림을 구매하러 와요. 가계의 포트폴리오에 미술이 들어왔죠.
주연화 미술품 컬렉터의 유형은 다양해졌어요. 토요일에 관찰한 풍경이 있는데, 부모님이 딸 방에 걸어둘 그림을 사려고 아트 페어에 왔어요. 구입 결정은 결국 고등학생 딸이 했죠. 우리 삶이 그만큼 바뀌었어요. 이전에는 수십억 하는 강남 아파트에 살아도 미술품에 돈을 들이지 않았다면, 이제는 ‘취향대로 예쁘게 꾸미고 살자’는 욕구가 커진 거죠.
김나형 폭풍 유입의 시기 후에 새롭게 들어온 컬렉터도 많아요. 우리 부스에 이제 컬렉팅을 시작한 이들도 꽤 많이 오셨는데, 이머징 아티스트의 작업인데도 컬렉션까지 관심을 가져서 놀랐어요.
그들의 작품 선택 기준은 무엇인가요?
김나형 한 분은 이번이 세 번째 컬렉션이라면서 “미술에 품은 질문이 있는데, 이 작가가 답을 해주는 것 같아서 구입하고 싶었습니다”라고 했어요. 그들은 취향이 확실하고 어떤 작업을 어떻게 컬렉션할지 정리돼 있었어요. 게다가 요즘은 갤러리와 작품 내러티브를 이전보다 쉽게 습득할 수 있어요. 10년 전만 해도 작가 하면 뭔가 미스터리한 인물, 특별한 사람 혹은 외계인처럼 여겼는데 지금은 “나와 비슷한 사유를 이런 그림으로 표현하네” 하며 공감 지점을 찾죠. 관람객이 작가와 작품에 이입하기가 더 쉬워졌어요. 각 갤러리가 가진 독자성, 비전, 철학 또한 조금만 찾아보면 알 수 있어요. 그런 뒤에 자기 취향 혹은 집에 맞는 작가의 작품을 선택하죠. 무엇보다 서둘지 않아요. 마지막 날에 팔린다는 얘기가 괜히 나온 게 아니죠.
주연화 과거에는 대형 갤러리에서만 작품을 구입했다면, 이제는 작지만 내 감도와 맞는 브랜드에서 옷을 쇼핑하듯 자신의 취향에 맞는 갤러리를 찾아 나서요. 무리를 따르기보단 자기 기준대로 현명하게 움직이죠.
이장욱 때론 지역, 교육기관, 사교 모임을 베이스로 컬렉터 집단이 형성돼요, 길드처럼. 특정 집단에서 한 작가의 작품을 너도나도 사기도 하죠. 여럿이 함께 움직이니 하나의 파워풀한 컬렉터가 되는 셈이에요. 그래서 갤러리들이 일부러 그 집단에 접근해요.
이소영 걱정스러운 모습이기도 합니다. 이익집단을 중심으로 모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초보 컬렉터는 어디서부터 컬렉션을 시작하고 공부해야 되는지 모르기 때문에 이런 모임이 도움이 된다고 보는 시선도 있어요.
이장욱 비하인드를 덧붙이자면 프리즈가 문을 닫은 토요일 오후 6시부터 7시까지 1시간 동안 키아프 거래가 활발했다고 해요. 위층 프리즈가 오후 6시에 끝났거든요. 프리즈를 관람하고 “1시간 남았는데 키아프도 볼래?” 하고 방문한 이들이 생각보다 재밌다면서 “내년에 우리 미술관에서 이런 프로젝트 합시다”라고 제안도 했다죠. 아쉽게도 그때 밥 먹으러 간 큐레이터들이 많았대요.(웃음) 정작 부스에는 막내 직원이나 아르바이트생만 있고요.
이소영 컬렉터들이 일요일에 키아프만 보기 위해 다시 올 가능성은 적으니, 토요일 저녁이 황금 시간대였군요.(웃음)
프리즈 서울과 키아프 서울에서 아쉬운 점은 무엇이었나요?
이진준 세계적으로 미디어 작품이 다른 미술 매체보다 안 팔리긴 하죠. 하지만 한국 마켓에서만큼 소외되진 않아요. 이번에 프리즈에서 LG전자가 후원한 ‘박서보 특별전’ 말고(박서보 화백의 작품을 올레드 TV 화질로 재해석한 미디어 아트를 선보였다) 전무하다시피 했죠. 기술 강국인 한국에서 미디어 아트가 돋보이지 않다니 아이러니죠.
이소영 한국 아트 페어는 너무 페인팅 위주예요. 조각, 미디어 아트, 설치 작품에 약한 면이 있죠. 아트 바젤 홍콩만 가도 다양한 조각, 미디어 작품이 보이는데 말이죠. 아트 바젤은 언리미티드, 인카운터 등을 통해 미술관에서나 볼 수 있는 대형 작품을 선보이는데, 프리즈 서울과 키아프 서울은 스펙터클한 작품이 없어서 아쉽습니다. 현대미술의 강점은 스펙터클입니다.(웃음)
주연화 앞서 언급했듯 해외 아트 페어에 많이 다녀본 사람들에게 프리즈 서울은 새로울 게 없어요. 이번에 최고가로 판매된 마크 브래드포드(Mark Bradford)의 3패널 회화도 어마어마한 대형 사이즈는 아니더라고요. (마크 브래드포드의 ‘Okay, Then I Apologize’가 약 63억원에 팔리면서, 올해 4회를 맞은 프리즈 서울에서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조지 콘도(George Condo)의 작품도 신선하지 않았고요. 그냥 판매하기에 적당한 선물 세트 같은 작품 위주였어요. 지난 4년간 한국 시장에 익숙해진 서구 갤러리들이 여기에 뭘 가져다놓으면 잘 팔릴지 분석한 결과죠. 물론 아트 페어는 세계 미술계의 흐름을 보는 자리가 아니에요. 상업의 장이죠. 패션쇼가 아니라 백화점 쇼윈도와 닮았어요.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상품 선택과 디스플레이. 그걸 알지만 이번 아트 페어는 재미있지도 ‘용감’하지도 않았어요.
이진준 최고 판매가 63억원은 프리즈 서울이 4회를 치르면서 한국 시장의 마켓 파워를 분석한 결과죠. 초기엔 비싼 작품, 저렴한 작품, 이것저것 가져오다가 타깃을 잡아냈고, 그렇게 지금에 이른 거죠. 이 풍경이 좋지는 않아요.
이장욱 프리즈 서울 첫 회는 마스터스 세션(고대부터 20세기까지 미술계 거장의 작품을 선보인다)의 규모가 컸어요. 에곤 실레, 구스타프 클림트의 작품 앞이 얼마나 붐볐다고요. 하지만 ‘바잉 파워’가 못 미쳐서 이제는 규모가 확 줄었어요. 사실 첫 회 땐 조각, 미디어 작품도 꽤 나왔어요. 하지만 아트 바젤 홍콩에서 리암 길릭(Liam Gillick)의 대형 설치 작품이 바로 판매된다면, 한국에선 힘들다는 게 입증됐을 뿐이죠. 수익을 남겨야 하는 장터니까 작품 셀렉션이 수요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어요.
김나형 아무리 마켓이라 해도, 메가 갤러리들이 동시대 미술의 흐름을 보여주지 않는 건 아쉬워요.
이장욱 기업엔 세일즈가 기본이지만 그래도 사회적 책임도 가져가야 하잖아요. 서울의 메가 갤러리인 ‘K’ 갤러리에 얼마나 좋은 작가가 많아요. 부스에 그들의 설치 작품을 제대로 보여줄 기회인데, 해외 갤러리와 공유하는 작가들의 잘 팔릴 법한 작품으로 채웠죠.
주연화 가고시안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이장욱 그건 남의 시장이잖아요. 한국 메가 갤러리가 너무 세일즈에만 혈안이에요. 물론 직원만 해도 100명이 넘으니 운영자의 마음도 알지만요.
주연화 큰 갤러리일수록 마냥 세일즈에 몰두하지 말고, 페어에서 다양성을 보여주고 도전적인 프로젝트를 하는 데도 예산을 써주길 바랍니다.
디스위켄드룸은 아트 페어에 어떤 바람으로 참여하나요?
김나형 우리 같은 중소, 이머징 갤러리 입장에서는 페어를 마냥 마켓으로만 보지 않아요. 투자 비용을 다 태우더라도 정체성을 알리는 장으로 활용하고 브랜딩 효과를 기대하죠.
이장욱 그런 의미에서 프리즈가 로컬 갤러리엔 기회죠.
김나형 해외 프리즈나 바젤도 로컬 갤러리가 늘고 있어요. 아트 바젤 파리에는 파리 갤러리가, 아트 바젤 홍콩에는 당연히 홍콩 갤러리가 많아지고요. 물류비도 급상승하다 보니 로컬라이징이 강해지는 흐름이에요. 그런 면에서 키아프가 이 기간에 더 주목받고 잘됐으면 하는 마음이죠.
이장욱 프리즈 측에 바라는 점이라면, 공공 작품 설치 비용을 지원하고 같이 기금을 모금해주면 좋겠어요. 예를 들어 이불 작가의 작품을 야외에 띄운다면 아트 핸들러(미술품 전문 운송 설치 담당자)의 비용 정도는 부담하는 거죠. 어떤 식으로든 사회 공헌이 이루어져야 이 브랜드가 지속 가능하지 않겠어요?
이소영 맞습니다. 해외 갤러리와 기업이 한국에서 돈만 벌고 기부와 협찬에 인색하다는 지적은 계속 나오고 있어요. 예술 협업을 함으로써 서로 윈윈하고, 대형 작품이 팔리지는 않더라도 페어를 찾는 이들에게 울림을 줄 수 있다면 충분히 의미가 있죠. 21세기에 예술 협업을 하지 않는 기업은 사실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올해 중구 신당동에 양옥을 개조해 문화 예술 공간 ‘프리즈 하우스’를 열었어요. 2021년 개관한 런던의 ‘No.9 코르크 스트리트(No.9 Cork Street)’에 이어 두 번째죠.
이장욱 대관만 하면 안 되고 기획 전시도 열고 작가도 발굴했으면 좋겠어요.
키아프와 프리즈는 현재 어떤 관계인가요?
김나형 각각의 독자성이 명확하고 서로 차이가 줄어든다는 피드백이 들리면 좋은데··· 한국화랑협회가 주최하는 키아프가 프리즈만큼 주목받지 못해서 아쉬워요. 다들 연유를 짐작하면서도 차마 입을 열기가 조심스럽죠. 한국 갤러리 입장에서는 취사선택에서 고충을 토로하고요.
이소영 계속 ‘적과의 동침’을 해야 합니다. 키아프가 별도로 돋보이기 위해서 프리즈 서울과 분리하면 불리해질 겁니다. 올해 4회째 공동 개최인데, 키아프와 프리즈 서울은 당연히 재계약할 거라고 봅니다. 이런저런 소문이 많은데 어떤 조건으로 재계약할 것인지가 중요하지, 계약 여부가 관건은 아니죠. 프리즈 서울의 성공에 자극받고 키아프가 노력한다는 것이 느껴지지만, 더 큰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고 봐요. 특히 갤러리 참가 심사와 출품작 선정에 심혈을 기울이길 기대합니다. 평소 특색 있는 전시에 심혈을 기울인다면, 페어에 출품하는 작품 수준이 올라갈 겁니다.
이진준 예전 갤러리스트를 보면 정말 예술을 사랑해서 시작하는 분이 많았어요. 그렇게 오랫동안 토양을 다져온 것이 키아프까지 이어졌는데, 우리가 너무 도외시해요. 한국의 컬렉터, 큐레이터, 갤러리스트들이 키아프가 가진 오랜 역사와 가치를 존중했으면 해요. 특히 프리즈가 들어오면서 더 경시하는 모습에 당사자는 좌절감을 느끼지 않았을까요? 그 충격이 변화도 불러오겠지만, 존중과 지원이 필요해요.
이장욱 현대미술이 불황이든, 코로나19가 급습하든 키아프는 뚝심 있게 열어왔어요. (2020년에만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프리즈 런던의 한 블록 옆에서 열린 선데이 아트 페어(Sunday Art Fair)만 봐도 팬데믹 때 폐쇄된 이후 회생하지 못했는데 말이죠. 물론 키아프도 비판할 부분이 있지만, 국내 갤러리와 공생하며 한국 작가의 저변을 넓히는 데 애써온 건 사실이에요. 이 생태계가 튼튼해야 작가들이 해외 진출도 하고 주목받을 수 있어요. 실제 해외 메이저 갤러리들이 눈에 불을 켜고 한국 작가를 찾고 있어요. 제게도 문의가 잦아요. 이런 때 우리 토양 생태계를 더 다져야죠.
작품 가격을 얘기해볼까요?
이소영 한국 컬렉터는 컨템퍼러리에 익숙해요. 그러다 보니 고미술이 너무 저평가됐어요.
이장욱 구한말의 훌륭한 작가, 근대 화가들의 그림이 마켓에 100만원에서 200만원대에 나오잖아요. 겸재 정선 선생의 작품을 2,000만원에서 3,000만원이면 살 수 있어요. 말도 안 되죠. 가옥 구조가 아파트로 바뀌면서 고미술을 쉽게 내다 버렸죠. 아파트 재활용장을 보면 진짜 좋은 병풍, 나전칠기 장이 마구 나와 있어요. 중고 마켓에도 그런 작품이 ‘실어가실 분 무료’라고 올라오고요.
주연화 요즘 젊은 세대는 전통을 다시 들이고 새롭게 해석하더라고요. 요즘 고미술 경매에 가면 젊은이들이 꽤 늘었어요.
이소영 RM도 최근 고미술품 전문 경매 마이아트옥션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죠.(웃음) 현대미술의 매력을 알게 되면 그다음으로 자연스럽게 고미술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현대 원로 작가들의 작품 가격도 저평가되어 있어요. 김환기 작가의 경우 한국에선 가격이 높다고 볼 수 있지만 다른 글로벌 작가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낮아요. 그런 점에서 페이스갤러리에서 김환기와 미국 추상표현주의 작가 아돌프 고틀리브의 작품을 아트 페어에 연이어 같이 소개하고 있어서 반갑습니다. 김환기와 아돌프 고틀리브의 작품 세계는 공통점이 있지만, 가격은 그야말로 천지 차이죠.
김나형 ‘이상한 가격이다’ 싶은 사례들이 꽤 있죠.
이소영 상대적으로 한국 젊은 작가들의 가격은 비싼 것 같아요. 국내외 경매나 전속 갤러리 사재기를 통한 가격 담합이 의심되는 경우도 있어서 안타깝습니다. 가격에 거품이 있는 작가는 장기전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비싼 가격 상승으로 주목받다가 서서히 사라진 젊은 작가들이 세계적으로 많습니다.
이진준 20~30대 이머징 작가들의 가격이 서양의 비슷한 친구들보다 세긴 해요. 역량 있는 중견 작가들의 작품은 제대로 책정되지 않았고요.
신인 작가의 작품을 문의한 적 있는데 “당연히 2,000만원?” 이런 느낌이었어요.
이장욱 해마다 이스트런던 쪽 스튜디오를 방문하는데, 작지만 유망한 갤러리와 계약한 현지 30대 작가들의 작품이 확실히 한국보다 저렴하더라고요.
주연화 원로 작가 중에는 불경기에도 이우환 선생님만큼의 가격은 받아야 한다는 분들이 있죠.(웃음)
요즘 한국 전시 트렌드는 뭘까요?
이소영 퀴어와 영혼을 다룬 전시가 눈에 띕니다. AI 시대에 신령을 다루는 전시가 대거 열리는 것도 재미있지요.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강령: 영혼의 기술>을 필두로, 부산현대미술관 <힐마 아프 클린트: 적절한 소환>, 국제 갈라 포라스-김 <자연 형태를 담은 조건>, 페로탕 서울 <이즈미 카토>,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2025> 임영주의 작품에서도 영혼을 발견할 수 있어요. 예로부터 예술계를 잠식해온 영혼이 현대에도 활발하게 등장하는 이유는 각박한 세상을 사는 현대인에게 위로가 더 필요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이장욱 우리 미술관이 영혼 전문입니다.(웃음)
이소영 그러고 보니 스페이스K 갤러리에서 전시를 열었던 제이디 차(Zadie Xa)가 한국 샤머니즘의 영향을 받았군요. 캐나다 밴쿠버에서 한국 이민 2세대로 태어난 작가죠.
이장욱 런던의 화이트채플 도서관에서 작품을 보고 한국 전시를 기획 중이었는데, 그 사이 타데우스 로팍과 전속 계약을 맺었죠.
이소영 2025 터너상 최종 후보에 올랐어요. 수상 가능성을 어느 정도 예측하나요?
이장욱 <케이팝 데몬 헌터스> 열풍을 볼 때 가능성이 크지 않나요?(웃음) 제이디 차는 한국에서 자라지 않았는데, 10대 때 엄마와 인사동에 놀러 갔다가 처음 잡은 물건이 무당의 방울이었어요. 어머니가 얼마나 놀랐을지. 작가는 자신의 원류를 고민하다 이런 신화적인 작품을 만들게 되었죠. 스페이스K에서 전시할 때 구겐하임, 빌바오 관계자 20여 명이 관람을 왔는데, 기쁘게도 내년에 빌바오 개인전이 확정됐습니다. 이런 것이 터너상에 알게 모르게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요. 작가든, 미술관이든 꾸준히 무언가를 해나가다 보면 딱 들어맞는 순간이 오는 것 같아요.
프리즈 기간에 개막한 아트선재센터 기획전 <오프사이트 2: 열한 가지 에피소드>에 다녀왔어요. 여성, 성소수자, 교차 정체성을 탐구하는 작가 11팀의 전시였죠. 이것 말고도 최근 퀴어, LGBT 등을 다룬 전시가 많아요.
이소영 바라캇 <지미 로버트: 에클립세>, 아모레퍼시픽미술관 <마크 브래드포드>, 파운드리 서울 미란다 포레스터 개인전 <Be Like Water>, 갤러리현대 이강승과 캔디스 린 2인전 <나 아닌, 내가 아닌, 나를 통해 부는 바람> 등이 퀴어 작가의 전시입니다. 새로 문을 연 프리즈 하우스에서도 <언하우스> 전시를 하고요. 퀴어 작가들의 작품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보수적인 한국에서는 퀴어임을 내세운 전시가 미술관에서 대대적으로 열리지는 못했는데 흥미로워요.
김나형 퀴어는 트렌드라고 명명하기에는 늘 존재해온 주제죠. 주요 미술관에서 이 주제가 다뤄지고, 퀴어 정체성을 작업에 반영하는 작가들이 많아지다 보니 그렇게 느낄 수 있지만요.
이소영 2026년 베니스 비엔날레 주제가 ‘인 마이너 키(In Minor Keys)’예요. 주제를 정한 고(故) 코요 쿠오 감독이 아프리칸 여성이다 보니 디아스포라에 초점을 맞출 것 같아요. ‘여성, 아프리카, 소수자’는 오래 이어온 인기 주제라서 식상하다는 여론이 있는데요. 특히 디아스포라는 그간 수많은 전시에서 다뤘기 때문에 지루하다고 느끼는 이들도 많아요.
김나형 전혀 지겹지 않아요. 젊은 세대가 여러 갈래로 해석할 테니까요. 메타버스에서 만나는 세대라는 점만 봐도 디아스포라는 다르게 논의되겠죠. 또한 그들은 거대 담론에 반문하고 저항하는 사고가 DNA에 새겨진 듯해요. 자신을 중심으로 보고 정체성을 자유롭게 드러내기에 소수, 혼종에 관한 얘기는 그들식대로 계속되지 않을까요?
주연화 그런 점에서 송은의 그룹전 <Panorama>에서 본 아프로아시아 컬렉티브(최원준, 문선아)가 흥미로웠어요. (10월 16일까지 열린다.) 디아스포라를 거대 개념으로 접근하면 식상할 수 있는데, 개인의 경험으로 푸니까 흥미롭더라고요. ‘아프로지아: 파우 파우(동두천에 거주하는 한국과 아프리카 출신 청소년 6인이 참여한 영화·음악 프로젝트)’만 봐도 한국과 아프리카의 Z세대가 K-팝을 공유하면서 혼종 문화를 만들고 자기들만의 미래를 제시하거든요. 서구 중심적인 세계에 사는 사람이 볼 땐 흑인과 아시안은 뭔가 안 맞아 보이지만, 그걸 확 풀어내니까 재미있고 에너지가 대단하더라고요. 디아스포라는 무거운 주제라기보다는 우리 삶의 일부로서 계속 얘기하지 않을까요.
이소영 최근 영혼과 관련된 전시가 많은 것도 사회 분위기와 연관이 있어요. 돌아보면 베니스 비엔날레 ‘밀크 오브 드림’이 열렸던 2022년부터 초현실주의 전시가 많아졌어요. 세계 최고 미술 축제 베니스 비엔날레가 세계 전시의 경향과 아트 페어의 판매를 본격적으로 견인하고 있어요.
주연화 퐁피두에서 초현실주의의 역사를 훑는 전시를 했고, 다른 미술관도 비슷한 전시가 많았죠. 요즘엔 현실이 초현실주의 같으니까요. 물리적 삶과 비물리적 공간,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충돌이 일어나고, TV에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파멸해가는 가족이 오열하죠. 시대가 초현실주의니까 미술도 자연스럽게 그렇게 가고 있어요.
이소영 적극 동의해요. 표현이나 연출 방식이 다르지만 큰 주제에서 보면 초현실주의인 셈이죠. 그나저나 이진준 작가는 해외에서 오래 활동하셨으니까 디아스포라의 결정체 아닌가요?(웃음)
이진준 솔직히 저도 디아스포라가 지겹긴 해요. 요즘에 디아스포라가 아닌 사람이 어디 있나요? 하지만 디아스포라 출신 큐레이터들이 이제 권력을 잡기 시작하면서 이것을 다루고자 하는 의지가 커요. 그간은 디아스포라 미술가들의 영향이었죠. 사실 영혼과 관련해서 ‘테크노’에 관한 재미있는 담론이 많은데 말이죠. 예를 들어 ‘테크노 샤머니즘’ 같은.
이소영 AI로 점을 보는 건가요?(웃음)
이진준 예술이 어떤 영혼의 세계를 얘기한다고 할 때 기술이 이미 그 도구로 들어왔고, 이를 미학적으로 접근해보려는 시도가 지속되고 있어요. 특히 기술이 발전한 아시아에서 이 테크노 샤머니즘이 훨씬 부상할 거라고 봐요. 그런 작가들이 등장했지만 많이 노출되지 않은 이유는 거대 담론을 이끌고 있는 메이저 미술관의 큐레이터들이 기술은 먼 이야기고, 자신들의 디아스포라적인 취향을 충분히 얘기하지 못했다고 느끼기 때문인 것 같아요. 백남준 작가가 테크노 샤머니즘의 시초지요.
이진준 작가야말로 테크노 예술의 선봉에 있죠. BB&M에서 열린 작가님의 개인전 <샴페인 슈퍼노바>를 관람했어요. K-팝 아티스트의 홍채 정보를 기반으로 생성한 AI 영상과 그의 음원을 우주로 송출한 프로젝트 ‘Good Morning Mr. G-Dragon’을 비롯해 AI가 작가의 에세이를 바탕으로 이미지를 수집하고 재조합한 다양한 이미지의 퇴적층이 원형극장을 형성한 미디어 작품도 인상적이었어요.
주연화 저도 테크노 샤머니즘이 생소한데요, 최근 시대 흐름을 볼 때 자연스럽게 나온 듯싶어요. 일상은 온·오프라인을 오가는데, 우리는 육체를 가지고 삶을 살아가죠. 육체란 곧 죽음을 전제한 삶을 상징해요. 매우 정신적인 부분과 일상에서 경험하는 기술적인 부분이 자연스럽게 하나가 되는 거죠.
이진준 IT, AI 등 여러 미디어를 이용한 작업이 무시 못할 수준으로 올라와 있어요. 싱글 채널 비디오든 VR이든 인터랙티브 설치 작품이 서구 시장에서 고가에 거래되는 작가군이 벌써 생겨났죠. 2022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전시를 연 일본계 독일 작가 히토 슈타이얼(Hito Steyerl)도 그중 한 명이고요. 컬렉터들의 마음이 이쪽으로 향하는 게 느껴져요. 하지만 우리는 더 잘할 수 있는 기술력과 인프라, 네트워크가 있음에도 활용하지 못하고 있어요. 이 분야의 한국 작가들을 눈여겨봐주세요. 우리 미술 시장은 너무 페인팅 위주로 과열됐잖아요. 김환기, 이우환 작가의 페인팅이 서구 거장의 것만큼 대우받지 못해요. 프레임 자체가 앵글로·색슨의 것이라 진입이 힘들죠. 우리가 글로벌 리딩 그룹에 들어가려면 새로운 매체가 필요해요.
이소영 내년 9월 프리즈·키아프 서울 기간에는 우리나라 최고의 미술 축제인 광주 비엔날레가 열립니다. 광주 비엔날레는 아시아 최고의 비엔날레이니만큼 우리나라 사회 문화계의 좋은 기회가 될 것이 분명하겠죠. 더군다나 예술감독이 싱가포르 미디어 아티스트 호 추 니엔(Ho Tzu Nyen)입니다. 우리가 이야기 나눈 아시아의 테크노 샤머니즘을 발견하지 않을까요. 아직 주제는 발표하지 않았는데, ‘예술의 힘’과 이를 통한 변화가 위기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을 보여줄 거라고 짐작합니다. 다만 광주 비엔날레 감독이 계속 외국인인 것은 다소 아쉬워요. 요즘 스타 미술가들이 미술 행사의 예술감독을 맡는 것이 유행인 듯합니다. 2026년 광주 비엔날레의 호 추 니엔, 2025년 오카야마 아트 서밋(Okayama Art Summit)의 필립 파레노(Philippe Parreno), 2026년 아트 바젤 카타르의 와엘 샤키(Wael Shawky)가 그들입니다. 우리나라 스타 미술가 중에 예술감독을 맡을 만한 사람은 누구인지 고민해봐야겠습니다.(웃음)
새롭게 부상하는 예술 지역은 어디인가요? 지난 9월 우즈베키스탄의 부하라 비엔날레가 첫선을 보였고, 아트 바젤 카타르는 내년 2월에 시작하는군요.
이장욱 아트 바젤 카타르가 게임 체인저 같진 않아요.
주연화 돈, 브랜드, 수익의 느낌이 크지, 미술의 큰 흐름을 야기하진 않을 듯해요. 중동 지역은 결국 석유가 아닌 문화로 비즈니스 하는 시대가 온다는 마음에서 여러모로 노력 중인데요, 루브르 아부다비처럼 미술관 브랜드, 유명 작가를 끌고 들어오고 있죠. 하나의 문화가 특정 지역으로 향할 때, 그게 단발성으로 끝날지 저변으로 확대돼 뿌리내릴지가 관건이죠. 그런 점에서 봤을 때 아무래도 그쪽은 돈이 많으니까 당연히 커머셜 영역에서는 하이엔드 컬렉터들이 충분히 타깃이 되겠지만, 전반적으로 뿌리를 내릴 정치적 안정성, 대중적 확장성이 있느냐는 물음표예요.
이장욱 중동 축구 리그도 그렇잖아요. 세계적인 선수들은 다 데려오지만···
주연화 몇 년 전만 해도 세계는 한국 미술 시장 부흥은 얼마 못 간다고 했어요. 하지만 한국은 이를 받쳐줄 다양성의 생태계가 있었다고 봐요.
이장욱 한국은 알다시피 미술 시장이 작고 빅 컬렉터가 드물어요. 그들조차 해외 아트 페어에서 작품을 구입하고요. 하지만 한국인은 적극적이잖아요. 관련 공부도 많이 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도 컬렉션하지만 여러 플랫폼으로 지원해요. 작가의 성공을 온라인에서 응원하고 글도 올리면서 열심히 자기 취향을 드러내죠. 그러다 보니 한국은 테스트 베드로 삼기 좋은 나라예요. 미술뿐 아니라 코스메틱, 영화 분야도 마찬가지고요. 솔직히 한국 팬들 덕분에 세계적으로 더 유명해진 작가도 있어요. 헤르난 바스(Hernan Bas) 같은.
이소영 2021년에 스페이스K에서 열린 헤르난 바스의 개인전이 무척 좋았어요. 헤르난 바스는 어시스턴트 없이 혼자 그림을 그리기 때문에 작품 수가 적어, 아무리 돈이 많아도 작품을 소장하기 어려운 작가로 손꼽힙니다.
이장욱 한국 사람의 열정과 적극성은 경쟁력이죠. 2022년 스페이스K에서 다니엘 리히터(Daniel Richter)의 아시아 첫 개인전 <나의 미치광이 이웃(My Lunatic Neigbar)>을 열었는데, 같은 해 베니스 비엔날레가 열리면서 아테네오 베네토에서도 전시를 가졌죠. 그런데 인터넷에 올라오는 콘텐츠는 우리 전시가 5배는 많았어요. 한국인 관람객은 트렌드에 민감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걸 주도적으로 표현해요.
이소영 미국과 영국, 중국이 세계 3대 아트 마켓이라 아트 바젤과 프리즈가 열리고 있고, 우리나라도 선전하고 있어요. 하지만 미술계는 계속 새로운 변화가 필요합니다. 그런 점에서 태국이 새로운 아트 스폿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요. 연말에 개관하는 딥 방콕(Dib Bangkok) 미술관이 주목받고 있으며, 얼마 전 방콕 쿤스트할레와 카오 야이 아트 포레스트(Khao Yai Art Forest)도 개관했어요. 이 두 곳은 한국계 태국 여성 마리사 찌아라바논(Marisa Chearavanont) 대표가 운영한다는 것도 놀랍고요. 태국은 미술 세금 제도도 개편하며 메인스트림에 뛰어들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으니, 프리즈·키아프가 세계의 주목을 받는다고 느긋하게 안주하면 안 됩니다. 일본도 이번 프리즈에 22개 갤러리가 참가하며 한국을 바짝 추격하고 있으며, 세계 4위 인구수를 자랑하는 인도네시아의 현대미술 수준도 훌륭합니다.
이진준 딥 방콕의 파운더와 얘길 나눴는데, 그들의 목표는 동남아시아를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미술관이에요. 그의 컬렉팅 마인드 또한 인상적이었어요. 저의 작업 노트를 다 살피고 숙지한 상태에서 20여 점을 수집했죠.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팔리지 않을 것 같은 작품을 선택했고요.(웃음) 그는 “작품을 사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역사와 감각을 후원한다”고 말했죠.
주연화 아라리오갤러리에서 일할 때, 씨킴 회장님도 아무도 안 살 것 같은 작품만 고르셨죠. 누구나 사고 싶은 작품은 재미없다면서요.
이소영 블룸 갤러리(Blum Gallery)의 로스앤젤레스와 도쿄 지점 폐쇄 결정에 대한 뒷얘기도 흥미롭더군요.
이장욱 뉴욕의 미첼 이네스 앤 네시(Mitchell-Innes & Nesh) 갤러리, 베를린에 본사를 둔 페레스 프로젝트(Peres Projects)도 문 닫은 상태예요. 무엇보다 블룸 갤러리는 컬렉터층이 탄탄하거든요. 예를 들어 아트 바젤을 앞두고 85%의 작품이 페이퍼 상태에서 미리 팔려요. 나머지 15%만 부스에 걸리죠. 메이저 갤러리 입장에선 아트 페어를 건너뛸 순 없어서 나가긴 하는데, 현장 성과에 비해 에너지 소모가 큽니다. 그래서 블룸 갤러리도 다른 방식의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으로 작가와 컬렉터를 만나겠단 의지인 듯해요.
주연화 미술계 구조의 변화를 보여주는 소식이었죠. 우리에게 아트 페어가 더 필요할까란 의문도 들어요.
이소영 내년에 갤러리현대에서 새로운 아트 페어를 출범해요. 우리나라에 이미 아트 페어가 70개나 있는데 또 다른 아트 페어가 생긴다니 어떤 메시지를 담은 페어이기에 출사표를 낸 것인지 궁금해집니다.
주연화 ‘아트 페어에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는 좌담을 한 적 있어요. 모든 페어가 명망 있는 특정 글로벌 아트 페어를 목표로 달려가는데, 과연 그렇게 될 수 있느냐는 거죠. 차별화가 필요한데 페어라는 틀을 입고 그게 가능할까요? 블룸 갤러리도 이전의 틀을 깬 새로운 뭔가를 하고 싶었을 거예요.
지난해 런던 프리즈 기간에 런던 헤이워드 갤러리에서 열린 양혜규의 개인전, 테이트 모던 터빈 홀에 선보인 이미래의 작품이 현지 언론에 좋지 않은 평가를 받았어요. 한국 미술의 부흥이 단기간의 유행이 될 수도 있단 우려도 나오는데요.
김나형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우선 신뢰할 만한 비평인지 살펴봐야 하고요. 설사 그들의 전시가 혹평받는다고 해도 한국 미술 전체로 확장하면 안 되죠. 주변의 이머징 갤러리만 봐도 크게 부상할 젊은 작가들이 많아요. 이들은 지역적, 언어적 장벽에 대한 공포도 훨씬 작고요. 한국 작가들이 여러 채널에 소개되다 보면 상황은 더 좋아질 거예요.
이진준 런던 전시와 관련한 혹평은 작가가 아닌 미술관의 큐레이션 문제라고 봐요. 작가의 세계가 전시 장소에 따라 달라지진 않잖아요. 양혜규 작가의 런던 전시 비평을 읽어보면 결국 큐레이션에 대한 얘기거든요. 거기에 대해 반박 기사를 쓰거나 재담론을 형성할 우리 사람이 국제 무대에 없어서 아쉬워요. 작가들의 경쟁력도 그렇지만, 한국의 큐레이터 혹은 비평가가 더 글로벌한 ‘보이스 파워’를 갖길 고대하죠.
그러고 보니 최근 런던에서 한국 관련 전시가 꽤 열렸군요.
이진준 2022년에 V&A에서 로잘리 킴(Rosalie Kim) 큐레이터가 <한류! 코리안 웨이브(Hallyu! The Korean Wave)> 전시를 기획했죠. 저도 V&A에서 특강을 하는데 한국 문화에 대한 그들의 관심이 느껴져요. 그것이 한국 작가로도 이어지고요. 하지만 미술관급 전시가 실현되기까지 대중의 관심을 떠나서 엄청난 자본과 연결되어 있어요.
이소영 터빈 홀에서 열린 이미래 작가의 전시 <현대 커미션: 이미래: 오픈 운드(Open Wound)>와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이불 커미션도 현대자동차의 후원이 있었죠.
이진준 런던도 자본의 어려움을 겪는 갤러리가 많아요. 이런 상황에서 어느 정도 수준에 올라온 아시아 작가가 거대 자본의 후원도 받고 있다면 손잡지 않을 이유가 없죠. 예를 들어 특정 축구 선수가 기량도 최고지만 티켓 파워에 스폰서가 붙을 가능성도 크다면 더 높은 가치를 지니는 것처럼요. 무엇보다 서양 친구들의 평가에 우리가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어요. 우리 작가들이 훌륭한 건 사실이니까. ‘너희들이 좋아하든 말든 관심 없어. 세상이 무르익으면 우리가 알아서 등장할 거야’ 하는 마음이에요. 한국 문화의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그 무르익은 세상이 오고 있다고 봐요.
이소영 중국 미술 붐, 홍콩 영화 열풍이 떠오르는군요. 한국 미술 열풍도 그것처럼 거품이 될까 봐 우려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장욱 예를 들어 중국 미술 시장은 0에서 100으로 확 올랐다가 지금 30~40이라면, 한국은 0에서 계속 상승해왔고 앞으로 20년은 그런 기조일 거예요.
김나형 고속에서 저속 성장으로 전환됐을 뿐 계속 성장할 거예요.
K-아트의 열기를 이어가기 위해 뭘 해야 할까요?
이장욱 외국인 친구들이 가끔 놀라요. 한국에 미술관과 작가 프로그램이 엄청 많다고, 자기도 신청해도 되냐고요. 2022년부터 미술 시장 규모가 1조원을 돌파하면서 국가에서 이걸 산업으로 보기 시작했어요. 문화예술진흥법도 생기고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촘촘하게 지원 중입니다. 한국 작가가 미국에서 전시하고 싶다고? 그래, 돈 줄게.(웃음) 우리나라에는 훌륭한 미술대학이 많고 작가 수도 인구 대비 많아요. 홍콩과 싱가포르에 가보면 금융 산업이 낳은 컬렉터는 많아도 로컬 작가층은 두껍지 않죠. 로컬 작가의 존재 의미를 쉽게 설명하면, 자동차 회사가 특정 지역에 공장을 세우는 이유 중 하나는 로컬 재료와 인력을 쉽게 공수할 수 있어서예요. 다시 미술 얘기로 돌아와, 해외 갤러리가 한국에 올 때 70%는 본토에서 들여와도 30%는 로컬에서 작품을 수급할 수 있는 거죠. 또 예를 들어 가고시안이 서울에 지점이 없더라도 소속 한국 작가의 작업실에서 프리즈 파티를 열 수 있어요. 말하자면 작가의 작업실이 분점 역할을 하는 거예요. 한국은 두꺼운 작가층만으로도 해외 메이저 갤러리에 공급할 것이 많은 도시라는 거죠. 여기에 미술관 협력 등 여러 가지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면 시너지 효과가 클 거예요.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전속작가제’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죠? (화랑이 발굴한 유망한 젊은 작가를 3년간 지원하는 제도로, 2019년 출범해 475개 갤러리, 900명의 작가가 참여했고, 누적 판매 작품은 3,904건, 114억9,000만원이다.)
이장욱 디스위켄드룸 같은 작지만 강한 갤러리를 여럿 육성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되죠. 지난해 다이소 매출이 3조9,689억원이에요. 한국 미술 시장은 이제 1조니까 규제보다는 전속작가제처럼 여러 지원이 더해져야 하죠. 적극적으로 작가와 협력해서 해외 진출에 힘을 보태야 하고요. 그것이 처음으로 할 일이에요. 두 번째는 합리적인 소비를 추구하는 영 컬렉터들에게 세금 지원을 해줬으면 해요. 예를 들어 미술품 구입에 택스 리펀 제도를 도입한다면, 너도나도 신청해서 거래가 투명하게 보일 거예요. 한국이 노벨 문학상을 타잖아요. 과거 한국 작가들은 필력이 모자랐나요? 그래미, 아카데미에서의 한국 예술가 활약만 봐도 ‘플로우’가 지금 우리에게 와 있어요. 이런 때에 미술도 ‘다이소’ 규모만큼은 키워야 하지 않을까요?(웃음)
이소영 영화진흥법의 스크린 쿼터제(국산 영화 의무 상영제)가 생각나는군요. 비판도 많았지만 결과적으로 한국 영화의 경쟁력을 키운 것은 사실입니다.
이장욱 스크린 쿼터제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죠. 그때 제대로 방어하지 못했으면 우리 콘텐츠는 무척 힘들어졌을 거예요. 우리 ‘선수’들은 이미 프로예요. 한국 작가들은 세계 어디에서도 혼자 잘해내고 있지만 국가가 서포트해주지 않으면 더 크게 성장하긴 힘들어요. 베트남 작가들이 우리보다 수준이 떨어져서 부상 못하나요? 아니잖아요. 국가 브랜드가 높았다면 작품 가격도 같이 가줬겠죠.
이진준 정부나 공공 시스템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국 작가 지원에 기업 후원도 필요해요. 대기업이 해외의 유명 가수를 데려와 공연을 하고, 해외 스타 작가와 콜라보레이션해서 자기 브랜드 가치를 높이겠다는 전략은 그만했으면 좋겠어요. 촌스럽지 않나요? 그 사람 이름 빌리려는 거잖아요. 한국에 이미 글로벌하게 뻗어나갈 작가가 많은데, 우리 예술가와 함께하는 것이 더 멋지고 쿨하고, 서로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주죠.
이소영 프리즈가 LG전자와 함께 ‘박서보 특별전’을 열었는데, 키아프는 KB금융그룹과 손잡았다고 하지만 협업 결과물이 눈에 띄지 않아서 아쉬웠어요. 내년에는 키아프도 국내외 대기업과 손잡고 재미있는 프로모션을 하길 바랍니다. 미술은 단지 관계자만의 것이 아니라 사회 경제적 상승효과를 일으키는 국가 효자 상품이 될 수 있습니다.
이장욱 복잡한 문제예요. 키아프는 기득권과 이해관계, 먹이사슬이 얽혀 있죠. 중요한 건 페어의 성공은 임팩트 있는 스타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 ‘보텀(Bottom)’의 수준이 중요해요. 어느 마지노선까지 이끄느냐가 페어의 흥망을 좌우하죠.
이진준 비슷한 얘기로, 저도 학생들의 포트폴리오를 심사할 때 가장 좋지 않은 작품을 유념해서 봐요. 이 친구의 눈높이가 거기 있다는 의미거든요. 하지만 저는 페어에서 임팩트를 주는 스타는 필요하다고 봐요. 이장욱 큐레이터의 말씀은 지금 하향 평준화가 너무 되어 있으니 이 마지노선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겠지만요.
개인적으로 궁금한데요, 잡지에서 작가를 셀러브리티처럼 다루는 면도 있는데 어떻게 보나요?
주연화 요즘 잡지에서 작가나 큐레이터가 브랜드의 옷을 입고 패션모델처럼 사진 촬영을 많이 하잖아요. 저는 그렇게 소비돼도 괜찮나 싶어요.
이진준 저는 약간 다른 관점이에요. 미술계 사람이 패션뿐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리더가 되는 것에 찬성해요. 작업실에 박혀 목숨 걸고 작품 활동하던 낭만의 과거는 사라져가고 있죠. 친구이자 아티스트 샤완다 코벳(Shawanda Corbett)은 한쪽 손과 발이 없는데 노숙자로 지내다 후원을 통해 옥스퍼드 러스킨 스쿨의 박사, 예술가가 됐어요. 그러던 중 영국 <보그> 촬영을 제안받았는데, 처음엔 망설였어요. 자기 장애를 이용하는 걸까 싶어서요. 결국 하길 잘했죠. 단상 위에 손발 없이 등장한 그녀의 얼굴은 ‘그가 작가로서 할 이야기’를 한 장으로 말해주는 듯했죠.
<보그 코리아> 역시 한 페이지에 작가의 세계를 압축해서 보여주려고 고민해요. 쉽지 않습니다.(웃음) 또한 이전보다 작가들이 패션 브랜드와의 협업에 열려 있어요. 지난 9월호에도 보테가 베네타의 안디아모를 김수자 작가님이 재해석한 화보가 실렸죠.
김나형 패션계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확실히 아트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요. 반갑죠. 다만 협업이 시너지를 내려면 최소한 작가에 대한 스터디가 필요한데 즉각적으로 이뤄지다 보니 미진한 부분이 발생하기도 해요. 예를 들어 보테가 베네타의 철학을 아티스트의 세계와 병치할 수 있는 포인트를 찾아내서 극대화한다면 멋진 콜라보레이션이 되겠죠.
이진준 반면 작가가 자기 철학이나 메시지가 분명하지 않아서 결과물이 아쉬운 경우도 많아요. 자기 것이 탄탄하면 무엇을 취합하고 하지 않을지 판단하고, 협업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죠.
대중인 저로서는 미술계가 고립된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이진준 작가들에게 여러 스테이지가 열리면 좋겠어요. 미술은 미술, 음악은 음악, 전통은 전통, 건축은 건축, 이렇게 따로 하면서 배타적인 독점권, 우위권을 잃지 않으려고 하면 안 되죠. 게다가 SNS를 하는 이 세대로부터 정보를 독점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에요. 그러니까 마음 열고 바다에 뛰어들어서 뭐든 펼쳤으면 좋겠어요. 쉽게 말해서 키아프에서 패션쇼를 열면 안 되나요? ‘미술계 행사’라고 폭을 좁히지 않았으면 해요.
주연화 미술계가 가만 보면 서로 거리를 유지하는 면이 있죠. 우리는 작가, 너희는 갤러리스트, 우리는 미술관, 너희는 커머셜 이렇게 구분하는 식으로. 이제 조금씩 허물어지는 단계인 듯한데, 이번 <보그> 좌담회를 통해 미술계의 여러 인사와 거리낌 없이 대화를 나누니 좋군요. 우리가 이제 오픈 마인드로 서로 의견을 공유하고 고민을 나누는 세대가 되겠구나 싶은 자리예요. V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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