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 속에서 포착한, 2026 봄/여름 런던 패션 위크 하이라이트

세계 최고의 패션 스쿨이 배출한 젊은 디자이너들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고 컬렉션 캘린더에는 주요 브랜드의 이름이 없어지면서 ‘런던 패션 위크 위기론’이 대두된 지 수년째. 영국패션협회는 다양한 지원으로 런던 패션 위크가 여전히 건재함을 증명하고자 했습니다. 존 갈리아노, 알렉산더 맥퀸 등 전설적인 디자이너를 배출한 도시의 명성을 이어가기 위해 젊은 디자이너에 대한 지지를 아끼지 않았고요.
어느덧 열 번째 시즌을 맞이한 해리스 리드, 이번 시즌 역시 ‘웨트 룩’의 정수를 보여준 디 페차, 라텍스 소재를 과감하고 위트 있게 재해석한 해리, 기존의 작은 베뉴에서 벗어나 영국 도서관에서 쇼를 선보인 파올로 카자나가 불러낸 마법 같은 환영은 섬세한 소재와 드레이핑으로 구현되었죠. 런던의 일요일 밤을 뜨겁게 달군 딜라라 핀디코글루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수많은 인파가 모인 이번 컬렉션은 ‘순수와 순결의 새장’이라는 컨셉으로 편견과 억압 사이에서 여성의 자유를 특유의 고스 룩으로 표현했습니다.





코르셋과 레이스 같은 소재로 연출한 마리 앙투아네트가 연상되는 실루엣도 돋보였습니다. 에르뎀은 19세기 말 아티스트 헬렌 스미스에게 영감을 받은 고전적인 룩을 선보였고, 현실과 꿈, 환영과 붕괴 사이를 오가며 남성의 시선으로 규정된 여성의 파편화된 정체성을 갑옷과 칼 같은 ‘귀엽지만 기묘한’ 시선으로 풀어낸 유한 왕도 떠오릅니다.


마니아층의 열렬한 지지를 받는 하우스도 굳건합니다. 해마다 런던의 웅장한 장소를 무대 삼아 특유의 여성스러운 매력과 미묘한 어긋남을 동시에 표현한 시몬 로샤는 오간자, 새틴, 시퀸 등 풍부한 소재와 PVC 소재를 접목해 신비롭고 유머러스한 룩을 선보였고, 시그니처 아이템인 카라비너 스커트와 학창 시절 치어리더 복장과 문화에서 영감을 받은 룩을 통해 초포바 로위나는 뜨거운 박수를 받았습니다. 섬세한 테일러링이 돋보인 토가와 러플, 플라워 드레싱에 디자이너의 장기인 데님의 다양성을 보여준 마르케스’알메이다는 기본에 충실했고요. 리차드 퀸은 웅장한 오케스트라 연주 속에 블랙 벨벳 드레스를 입은 디바, 나오미 캠벨을 등장시켰습니다.





런던 패션 위크의 마지막을 장식한 버버리의 다니엘 리는 강렬한 사운드를 배경으로 패션과 음악, 영국의 라이브 공연과 다채로운 에너지에서 출발했습니다. 가죽, 프린지, 레이스, 메탈릭한 소재 등 다양한 디테일을 더해 아이코닉한 체크와 트렌치 코트를 새롭게 변주했죠.

전통과 현대, 창의성과 실용성 사이에서 런던 디자이너들이 던진 메시지는 하루에도 몇 번씩 바뀌는 런던 날씨처럼 예측 불가능했습니다. 늘 새로운 변신을 시도하고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하는 것 또한 런던이기에 가능한 일 아닐까요? 2026 봄/ 여름 컬렉션은 이제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맞이해 하우스의 색다른 장을 펼칠 밀라노로 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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