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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봄/여름 런던 패션 위크 DAY 5

2025.09.24

2026 봄/여름 런던 패션 위크 DAY 5

종잡을 수 없이 무질서한 트렌드 속에서 단 하나의 줄기를 찾는 건 이제 불가능해졌다는 걸 받아들여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대신 다른 기준을 세워야 한다는 것을요. 비슷비슷한 룩, 자기 복제, 디자이너들도 혼란스러웠던 런던 패션 위크 마지막 날 버버리와 코너 아이브스를 보며 생각했죠. 멕시코 <보그> 파울리나 베르헤스(Paulina Berges)의 말처럼 “매혹적인 것이 답”이라고요. 이 중 하나라도 당신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이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요. 찾아보시죠.

섬네일 디자인 허단비

버버리(@burberry)

런던에서 도피한 버버리가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켄싱턴 가든의 퍼크스 필드(Perks Field)로요. 2016년까지 여러 차례 버버리 쇼장으로 활용됐으며, 그 시절이 브랜드 전성기였으니 장소 선정에 의미가 있죠. 그리고 런던을 상징하는 ‘음악’을 내세웠습니다. 다니엘 리는 “스타일 면에서 음악가들이 늘 최고라고 생각한다”고 고백하며, “음악을 향한 패션의 사랑을 기념하고 싶다”고 말했죠. 샘 멘데스 감독이 제작하는 비틀스 영화에 대한 기대감이 컬렉션의 영감으로 이어졌고요. 트위기가 이날 행사에 등장한 건 우연이 아니었어요. 쇼 초반부 남자 모델에게서 비틀스나 스몰 페이시스 스타일의 수트를 입은 모습이 보였고, 여자 모델에게선 트위기가 떠올랐으니까요. 바지통은 좁아졌고, 치렁치렁했던 치마는 확 짧아졌죠. 트렌치 코트는 개버딘의 고급스러움 대신 반짝이는 왁스트 코튼으로 구현되어 반항적인 록의 감성을 품었고요. 스키니 스카프나 프린지와 휩스티치가 들어간 가방, 로커 부츠도 거들더군요. 1960~1970년대 밴드 문화를 기반으로 하지만, 시어링 후드가 달린 파카는 몇 년째 버버리를 상징하고 2025년에 머물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타로 카드에나 있을 법한 태양 모티브를 옷 곳곳에 몰래 숨겨두었죠. 버버리에 태양이 뜨는 건 좋은 의미일까요? 트렌치 코트를 벗어야 할지도 모르지만, 소망은 확실해 보입니다.

Burberry 2026 S/S RT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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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너 아이브스(@connerives)

“나아가는 유일한 길은 그 길을 통과하는 것이다.” 런던 패션 위크 마지막 날, 코너 아이브스의 룩과 이야기는 모든 이에게 울림이 되었죠. 지난 시즌처럼 1970년대 감성으로 스펙터클한 이야기를 내놓진 않았지만, 2025년에도 새로운 에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죠. 트랜스젠더를 지원하기 위해 지난해 선보인 ‘Protect the Dolls’ 티셔츠가 60만 달러를 모았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된 걸지도 모르지만요. 쇼는 활기찼고, 희망을 선사했습니다. 셔벗 오렌지 컬러 럭비 셔츠에 빈티지 중국 실크를 업사이클링한 슬릿 스커트를 입고, 태슬 마이크로 백을 왼손으로 흔들며 등장한 오렌지색 선글라스의 모델은 단숨에 우리 입에 달콤한 사탕을 머금게 했죠. 그 이면에는 ‘보호받고 있다’는 감각이 숨어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네온 팬티 위에 입은 휘날리는 후드 체인 드레스와 진주 장식이 걸을 때마다 딸깍딸깍 소리를 낸 드레스가 그랬죠. 물론 2000년대 팝 문화에 대한 사랑도 여전했고요.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건 패션으로 이야기하는 거예요. 제 방식대로 말하고, 제가 자랑스러울 만한 뭔가를 만드는 거죠. 물론 제 친구들이 매일 마주하는 공포를 없앨 순 없지만요.” 트랜스젠더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갈수록 후퇴하고 있다는 소식에도 코너 아이브스는 말했습니다. 패션 위크 내내 가장 듣고 싶던, 드문 이야기였습니다.

Conner Ives 2026 S/S RT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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