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표류하고, 충돌하고, 각성시키는 경계로부터

2025.09.26

표류하고, 충돌하고, 각성시키는 경계로부터

애매한 틈이자, 갈등이 발발하는 경계에서 우리의 사고를 벼리는 전시 셋.

<모든 것은 사막으로 돌아간다>

과거 초등학교 앞에서 팔던 병아리, 지금 밧줄에 묶인 모로코의 뱀.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릴까요? 박신영 작가는 비현실적인 차원으로 우리를 초대해 인간과 동물, 문명과 자연, 과거와 현재의 경계를 새롭게 조망합니다. 과거 모로코를 여행한 작가는 몇 년간 좀처럼 소화되지 않는 여행의 기억을 살펴봤어요. 원피스를 입은 원숭이, 우리에 갇힌 사막여우는 그가 유년 시절 동물원에서 본 물개를 자꾸만 떠올리게 했죠. 작가는 이로 인한 마음의 동요를 자신의 조형적 규칙에 따라 재현했습니다. 화려하게 치장했지만 결국엔 동물과 같은 곳으로 향하는 미라, 제목은 ‘보호소’인데 사람 손에 목숨이 달린 물고기 등 재현된 이미지는 생명의 기원과 순환, 길들임의 과정을 암시하죠. 이는 기억의 흔적이 작가의 현재와 미래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드러냅니다. 경계에 서서 조망한 풍경은 문명에 거세된 본능을 소환하기도 해요. 프리즈 서울에 이어 10월 25일까지 선보이는 이번 박신영 작가의 개인전 <모든 것은 사막으로 돌아간다>에서는 스테인드글라스와 종이, 나무 등의 매체를 활용한 판화, 드로잉, 입체 작품을 선보입니다. 장소 디스위켄드룸 예매 무료 관람 인스타그램 @thisweekendroom_official

박신영 개인전 ‘모든 것은 사막으로 돌아간다’ 모습. Courtesy of the artist and ThisWeekendRoom, Seoul.
박신영, back view of ‘The Shelters(Fish)’, 2025. Courtesy of the artist and ThisWeekendRoom, Seoul
박신영, ‘모래 속으로’, 2025, Silkscreen monotype on paper, 29×38.4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ThisWeekendRoom, Seoul

<間 Interstice>

자신이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경계에 있다고 느낀다면 <間 Interstice>전을 주목해보세요. 9월 30일까지 진행되는 전시는 여러 틈(Interstice) 위에 표류하는 주체성 문제를 탐색합니다. 전시는 자아 인식이 외부와의 관계를 통해 형성된다고 보고, 그 토대가 되는 현재의 타인, 지역, 문화 자체가 불안정하고 모호하다고 진단하죠. 대면 없이 ‘좋아요’ 숫자로 인식되는 SNS상의 타인, 급격한 세계화로 혼재된 문화적 배경 같은 것이 그 예입니다. 그리고 이 불분명한 토대는 불안정한 자아 인식을 초래하기도 하고, 들뢰즈와 가타리의 ‘탈주선’처럼 도리어 체계로부터 해방된 새로운 자아를 낳을 수도 있죠. 이 현실 위에서 4명의 한중일 작가는 자기 위치를 탐색합니다. 한국에서 태어나 독일 뮌헨에 거주 중인 케이 윤(Kay Yoon) 작가는 한국의 전통과 서구의 근대성, 개인적 가족사를 교차하며 시공간적 경계를 넘나들고, 일본 도쿄의 미요시 카루(Karu Miyoshi) 작가는 타인의 옷 속으로 감상자를 초대해 자아와 타자의 경계를 흐리죠. 타인과 나 사이, 전통과 근대 사이, 현실과 환상 사이에서 주체성에 대한 사유를 넓혀보세요. 장소 캡션 서울 예매 무료 관람 인스타그램 @caption.seoul

미요시 카루, ‘The fat of the place (場の脂肪)’, 2025, Textile. Photography by Bokyoung Han, Caption Seoul
케이 윤, ‘House of TikTok’, 2025, Ancestral tablet case, metronome, 32×17×8cm. Photography by Bokyoung Han, Caption Seoul
Shu Da, ‘Seven Treasures 七宝–獅子’, 2022, Ceramic, artist-made glaze, 11×7×11cm. Photography by Bokyoung Han, Caption Seoul

<장영혜중공업 vs. 홍진훤: 중간 지대는 없다>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의 대표적 연례전인 타이틀 매치의 이번 주제는 ‘갈등이 발발하는 경계’입니다. 전시 제목인 ‘중간 지대는 없다’는 루소의 <사회계약론>에서 발췌한 문장으로, 일반 의지는 있거나 없을 뿐 중간이 없다는 원뜻을 재해석하고 다수가 불화하는 역동적인 상황에 주목했습니다. 장영혜중공업은 홍콩 M+ 미술관이 전작과 차기작 모두 소장하기로 해 화제를 모은 장영혜와 마크 보주(Marc Voge)로 구성된 아티스트 듀오로, 이번 전시에서는 ‘실험은 민주주의다. 파시즘은 제어다’를 주제로 언어화되지 않았던 분열의 지점을 짚어냈죠. 한편, 기자로 활동하다 2009년 용산 참사 이후 작가로 전향한 홍진훤은 사진을 통한 사건화의 가능성을 탐구합니다. 12·3 계엄 후 광장의 시민을 바라보던 그를 사로잡은 ‘사진은 내란만큼 세계를 각성할 수 있는가?’라는 생각을 바탕으로 미디어가 주목하지 않은 과거의 사진을 현재의 시선으로 재맥락화했죠. 다층적 시선과 해석을 제시하되 결론을 유예하는 이번 전시는 관객을 중간 지대에 세운 채 각성시킵니다. 11월 2일까지. 장소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예매 무료 관람 인스타그램 @seoulmuseumofart

장영혜중공업, ‘우아!’, 2025, 오리지널 텍스트와 음악 사운드트랙, 5채널 비디오, 컬러, 철 프레임, 대나무, 5분 32초, 가변 크기. 2025 타이틀 매치 ‘장영혜중공업 vs. 홍진훤: 중간 지대는 없다’ 커미션. 사진: 홍철기,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장영혜중공업, ‘우리는 아름답지만 당신은 아냐 — 근데 괜찮아!’, 2025, 오리지널 텍스트와 음악 사운드트랙, 2채널 비디오, 컬러, 10분 48초. 2025 타이틀 매치 ‘장영혜중공업 vs. 홍진훤: 중간 지대는 없다’ 커미션
홍진훤, ‘랜덤 포레스트 2025’, 2025, 시트지에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가변 크기(116). 2025 타이틀 매치 ‘장영혜중공업 vs. 홍진훤: 중간 지대는 없다’ 커미션
홍진훤, ‘랜덤 포레스트 2025’, 2025, 시트지에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가변 크기(116). 2025 타이틀 매치 ‘장영혜중공업 vs. 홍진훤: 중간 지대는 없다’ 커미션
홍진훤, ‘언다큐먼티드 모나리자’, 2009/2025, 단채널 비디오, 컬러와 흑백, 스테레오 사운드, 22분 40초.
포토
디스위켄드룸, 캡션 서울,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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