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릴 로게의 새로운 니트웨어 라인, B.B. 월리스

메릴 로게는 ‘알 사람은 다 아는(IYKYK)’ 디자이너입니다. 해체주의적 위트, 예상치 못한 비율, 특이한 소재, 할머니 세대에서 빌려온 듯한 무드에 매혹된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죠. 최근엔 활동 영역이 더 넓어지고 있습니다. 2020년 자신의 브랜드를 론칭한 후, 빨간색 실크 소재의 글러브 보아(Boa)가 이슈가 됐고, 리한나는 메릴 로게의 복서 블루머, 클로에 세비니는 빈티지풍 슬립 드레스를 입은 모습이 포착됐죠. 지난 6월 말에는 2025 안담 패션 어워즈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했고, 몇 주 뒤에는 마르니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되었습니다.
이번에 선보인 니트웨어 라인 B.B. 월리스(B.B. Wallace)는 양면 니트, 캐시미어, 페어 아일 패턴 등으로 제작했으며, 그린 애플과 버터 밀크, 트러플, 라일락, 버건디 등 다채로운 색감을 담은 컬렉션입니다. 여전히 ‘메릴’ 스타일을 고수하면서도, 그녀를 더 많은 이에게 알릴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로게는 니트웨어 전문가 사라 올솝(Sarah Allsopp)과 함께 제품을 개발했습니다. 로게는 이 프로젝트를 “창의성을 표현하는 또 하나의 방법인 건 맞지만 다른 세계의 일이며, 뮤지션 데이먼 알반(Damon Albarn)이 여러 밴드에서 활동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죠. B.B. 월리스는 로게의 두 아들, 빌(Bill)과 월리스(Wallace)의 이름을 합친 것으로, 큰 인형 속에 작은 인형이 들어 있는 마트료시카처럼 그녀의 세계를 아우릅니다. ‘둥지를 튼다’는 따스한 느낌이 이 라인의 분위기고요.
코튼 포인텔 탱크 톱과 스커트는 막내아들의 우주복에서 영감을 받았으며, 일부 아이템은 미니 버전으로도 출시됩니다. 편안함과 따뜻함에 중점을 둔 디자인은 벨기에 출신 디자이너의 현실적인 니즈, 삶의 필요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로게는 늘 “조금씩은 세상과 동떨어진 환경에서 일하고 싶었다”고 말하는데요, 현재 헨트(Ghent) 인근의 데인저(Deinze)에 살고 있습니다. 창을 열면 말이 풀을 뜯는 넓은 들판이 보이는 붉은 기와지붕의 석조 주택을 작업실로 삼았죠.

플랑드르(Flanders)의 동부 지역은 한때 전원적인 풍경을 그린 라템파(Latemse School)의 고향이었습니다. 하지만 로게의 영감과 영향력은 플랑드르, 나아가 벨기에를 훨씬 넘어서죠. 그녀는 아이템에 영국이나 미국의 예술가 이름을 붙임으로써 그들의 창의적인 유산을 이어갑니다. 오래 입을 수 있는 아이템은 모두 천연섬유로 만들었고요. 미국 사진가 신디 셔먼이 떠오르는 크루넥 카디건 ‘셔먼’은 스웨터를 즐겨 입는 소녀를 연상시킵니다. 반소매 스웨터는 트레이시 에민에 영감을 받아 ‘에민’이라 부르고, 흩날리는 실로 만든 체크 패턴의 ‘라일리’는 브리짓 라일리에서 따왔죠. 트롱프뢰유 효과로 겹쳐 입은 듯한 해체주의적인 울 베스트 ‘보위’는 데이비드 보위를 향한 헌사고요.
앤트워프 왕립예술학교 출신인 로게가 해체주의라는 길을 찾은 건 당연한 일입니다. 40년 전 벨기에를 패션계에 올려놓은 이른바 ‘앤트워프 식스’가 탄생한 학교니까요. 로게는 이 유산을 오늘날 우리의 삶에 맞게 계승·변주하는 차세대 디자이너입니다. 학술적인 업적 외에도 뉴욕에서 마크 제이콥스와 함께 일한 경험, 앤트워프로 돌아와 드리스 반 노튼의 여성복 수석 디자이너로 활동한 경력도 더해집니다. 로게는 “아침 7시에 드리스 반 노튼의 책상에서 원단을 배정하며 정박한 배가 보이던 항구 풍경을 바라보던 추억”을 여전히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현재도 드리스 반 노튼의 뷰티와 프래그런스 라인 컨설팅을 이어갑니다.) 로게는 “제이콥스는 각 컬렉션이 다 독특했고 똑같은 레퍼런스나 원단이 없었는데, 드리스는 완전히 정반대였다”고 설명합니다.
로게의 메인 레이블이 ‘도시’라면, B.B. 월리스는 ‘시골’에 가깝습니다. 끊임없는 변화보다 디자인의 연속성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에서요. 동시에 로게는 이 라인을 통해 ‘헤젤러헤이트(Gezelligheid)’라 부르는 벨기에식 ‘아늑함’을 도입합니다. (덴마크식 ‘휘게’의 대항마라 할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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