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의 마지막, 요리와 식사 초대법을 알려줄 요리책 12
아직 2025년이 다 가지 않았지만, 올해 나온 요리책의 면면은 그야말로 쟁쟁합니다. 피터 섬이 지극히 개인적인 사연을 담아 낸 <Family Style(나눠 먹는 가족의 식탁)>이나 생생함이 묻어나는 자이납 이사의 <Third Culture Cooking(제3세계 요리)>처럼 세련되면서도 감성적이고 풍미 가득한 요리책이 많은 집의 주방 한쪽을 차지하고 있죠. 이 중 몇몇 책은 이미 새로운 트렌드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실버 트레이와 함께, 혹은 실버 트레이 없이도) 사람들을 집으로 초대해 식사를 즐기고, 다시 전통 요리와 하이브리드 요리에 주목하며, 새롭게 떠오른 인플루언서들은 요리책을 멋진 인생의 장면을 모은 일종의 무드보드로 활용합니다. 한편, 미소 된장국이나 마멀레이드 같은 소박한 음식에 인생 이야기를 반영하며 조용하지만 힘 있게 말을 거는 <Umai(우마이)>나 <Lismore Castle(리즈모어 성)> 같은 책도 있습니다.
2025년, 지금까지 우리의 입맛과 흥미를 돋운 요리책을 소개합니다.
<Third Culture Cooking(제3세계 요리)>
Zaynab Issa(자이납 이사)
읽다 보면 요리로 풀어낸 한 편의 성장 서사 같은 느낌이 듭니다. 디아스포라 배경을 가진 저자는 자신이 쓴 첫 요리책에서 자신을 비롯해 많은 이들이 경험했을 그 중간의 시공간에 관해 직접적으로 이야기를 꺼냅니다. 동아프리카 코자(Khoja)족 후손으로서 물려받은 문화유산, 디아스포라의 일원으로 살아온 경험, 미국 뉴저지에서 성장기를 보낸 경험을 토대로 자신의 인생 지도를 음식으로 그려내죠. 그래서 책에는 그녀의 정체성에 상상력을 섞은 레시피가 담겨 있습니다. 프렌치 어니언 라멘, 코로네이션 치킨(Coronation Chicken)을 넣은 페이스트리, 배스킨라빈스에서 영감을 받은 아몬드 퍼지 스퀘어처럼 편안함을 중시한 다문화 레시피입니다. 교묘하게 만든 ‘퓨전’ 요리가 결코 아닙니다. 저자의 레시피는 진지하며, 깊은 애정 역시 담겨 있습니다. 이 책은 제3세계 문화 출신인 독자에게도, 혹은 제3세계 문화에 관심 있는 독자에게도 익숙함과 새로운 느낌을 동시에 선사할 겁니다. 어쩌면 미처 몰랐던 음식 취향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르고요.

Third Culture CookingZaynab Issa
(2025, Abrams Book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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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mai(우마이)>
Millie Tsukagoshi Lagares(밀리 쓰카고시 라가레스)
영화 같은 사진, 서정적인 에세이, 소박한 미소 된장국이 있는 <우마이>는 올해 나온 고요하고 우아한 요리책 중 하나입니다. 저자는 도쿄에 있는 자신의 작은 주방과 추억이 서린 과거로 독자를 초대합니다. 그곳에서 무와 다시(밑 국물)는 곧 고향을 의미합니다. 저자는 가라아게 치킨, 포일 위에 구운 연어, 소면을 곁들인 여름 토마토 등 일본 가정식을 신선하면서도 단순하게 재해석한 레시피를 선보입니다. 낭만도 놓치지 않습니다. 교토의 노을, 소바 가게에서의 기억, 이른 아침 쌀을 젓는 할머니가 떠오르는 레시피죠. 한 챕터를 이자카야에서 영감을 받은 레시피로 채운 <우마이>는 편안하면서도 경건하고, 친숙하면서도 깊은 울림이 있는 책입니다.

UmaiRecipes from a Japanese Home Kitchen
(2025, Quadrille Publis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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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mily Style(나눠 먹는 가족의 식탁)>
Peter Som(피터 섬)
패션 디자이너에서 요리 스토리텔러로 변신한 피터 섬이 놀라운 첫 요리책 <Family Style>을 선보였습니다. 편안하면서도 지극히 개인적인 레시피가 담긴 책으로, 광둥어 문화권의 영향을 받으며 샌프란시스코에서 자란 저자의 성장 배경, 소박하고 우아한 것을 애정하는 그의 취향이 엿보입니다. 구운 시나몬 토스트, 카초 에 페페(Cacio e Pepe), 스티키 라이스, 서로 다른 여러 입맛을 만족시킬 수 있는 차슈 베이컨 치즈 버거를 떠올려보세요. 피터 섬의 성격처럼 섬세하면서도 모두에게 따뜻한 기분을 선사하는 그의 요리에서는 가족과 정체성, 스타일에 대한 깊은 성찰이 느껴집니다. 저자의 가족들 사이에서는 “많이 달지 않다”는 말이 최고의 칭찬이라는데요. 시끄럽지 않으면서도 단단한 자신감이 묻어나는 이 책에는 그런 특유의 감성이 스며들어 있습니다. 풍부하고 균형 잡힌, 그러면서도 완전히 독창적인 요리는 그렇게 탄생했습니다.

Family StylePeter Som
(2025, Harvest Public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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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hone Eats First Cookbook(휴대폰이 먼저 먹는 요리책)>
Allyson Reedy(앨리슨 리디)
음식을 먹기 전, 휴대폰을 들어 사진부터 찍는 습관에 대한 풍자와 찬사가 동시에 담긴 이 책은 최근 인터넷에서 가장 이슈가 된 레시피를 틱톡 스타일로 화려하고 유쾌하게 풀어냅니다. 요리 평론가 앨리슨 리디는 가장 핫한 소셜 미디어 스타들의 인기 레시피 50개를 선정해 소개합니다. 라자냐 수프, 도넛 그릴드 치즈, 인터넷 알고리즘을 위해 만든 베이글 크림치즈 보드 같은 요리죠. 파스텔 톤의 스무디 볼과 얼음 트레이 스시의 이미지 이면에는 ‘기억에 남는 레시피의 조건은 무엇인가?’라는 진짜 질문이 숨어 있습니다. 알아본 결과, 정답은 풍미와 친숙함, 약간의 감각적인 비주얼이라고 하는군요. 콘텐츠 크리에이터나 피드 중독자에게 안성맞춤인 이 책은 소셜 미디어 속 음식에 관한 한 권짜리 강의이자 현실에서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요리책입니다.

The Phone Eats First CookbookAllyson Reedy
(2025, Rizzoli International Public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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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smore Castle: Food and Flowers From a Historic Irish Garden(리즈모어 성: 아일랜드의 역사적인 정원에서 나온 음식과 꽃)>
Laura Burlington(로라 벌링턴)
부제로 모든 것이 설명되는 이 책은 요리책이자 이야기책입니다. 책에는 아일랜드에서 가장 오래된 정원 혹은 공작, 주교, 예술가, 심지어 몇몇 할리우드 스타의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은 레시피가 담겨 있습니다. 책은 계절의 흐름에 따라 리즈모어에서 쓴 일기처럼 느껴집니다. 로라 벌링턴과 윌리엄 벌링턴이 쓴 에세이와 함께 분위기 있는 사진이 실려 있고, 풍요로운 정원의 수확물로 만든 아일랜드 소다빵이나 비트 그라블락스 같은 요리를 소개하기 때문이죠. 미학과 역사의 향연인 이 책은 땅과 연결된 더 느린 삶을 지향하는 무드보드이자, 흙에서 우아함이 자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일깨우는 지침서입니다.

Lismore Castle: Food and Flowers From a Historic Irish GardenLaura Burlington
(2025, Rizzoli International Public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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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lce & Gabbana La Sicilia in Cucina(돌체앤가바나 시칠리아 요리)>
Charlie Richards, Andreas Achmann, Robert Sanderson, Fabrizia Lanza(찰리 리처즈, 안드레아스 아흐만, 로버트 샌더슨, 파브리치아 란차)
이 책은 단순한 요리책이 아닙니다. 컬러, 패턴, 과도함이 어우러져 시각적 향연을 선보이는, 진정한 돌체앤가바나 스타일로 쓴 책이죠. 시칠리아 요리에 바치는 400페이지 분량의 찬사이기도 한 이 책은 파르미지아나(Parmigiana)와 팀발로 델 가토파르도(Timballo del Gattopardo) 같은 로컬 요리 레시피를 윤이 나는 정물화, 바로크풍 식기와 함께 훨씬 더 큰 규모로, 훨씬 더 풍성하게 소개합니다. 책은 시칠리아 음식뿐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에 관해서도 다룹니다. 각 챕터를 펼치면 지중해 배경의 무드보드를 보는 것 같죠. 영어 부록 외에는 모두 이탈리아어로 되어 있지만, 번역 없이도 책에 깃든 극적인 느낌과 충실함, ‘돌체 비타(달콤한 인생)’ 정신은 모든 페이지에서 완벽하게 전해집니다.

Dolce & Gabbana La Sicilia in CucinaCharlie Richards, Andreas Achmann, Robert Sanderson, Fabrizia Lanza
(2025, Rizzoli International Public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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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Fishwife Cookbook(피시와이프 요리책)>
Becca Millstein, Vilda Gonzalez(베카 밀스타인, 빌다 곤잘레스)
생선 통조림이 이토록 힙한 맛이었나요? 컬트적 인기를 자랑하는 생선 통조림 브랜드, 피시와이프(Fishwife)의 공동 창업자 중 한 명인 베카 밀스타인이 매력 넘치는 첫 요리책을 세상에 내놨습니다. 효과적인 일러스트와 쉽고 재미있는 아이디어로 채운 이 책에는 소박한 생선 통조림을 개성 있고 멋진 요리로 탈바꿈하는 풍미 가득한 레시피 80개가 실려 있습니다. 훈제 고등어 우동, 송어 타코, 안초비를 곁들인 양고기 볼로네제 같은 요리죠. 혼자 먹는 점심부터 칵테일 파티에 이르기까지, 각 장마다 다양한 상황을 다루는 이 책은 일종의 선언문이자 맥시멀리스트를 위한 간식 가이드입니다. 통조림과 차게 식힌 음료, 캠핑 의자를 챙겨 야외에서 느긋한 한때를 즐겨본 이들에게 이 요리책을 추천합니다.

The Fishwife CookbookBecca Millstein, Vilda Gonzalez
(2025, Harvest Public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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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d Things(좋은 것들)>
Samin Nosrat(사민 노스랏)
이슈가 된 전작 <소금 지방 산 열(Salt Fat Acid Heat)> 덕분에 노스랏의 후속작에 대한 기대치는 하늘을 찌를 듯 높았습니다. 마침내 나온 <좋은 것들>은 그 기대에 부응하는 책입니다. 참깨 생강 슬로(Slaw)부터 모차렐라 토스트 자르디니에라(Giardiniera)까지, 저자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먹을 수 있는 일상적인 음식을 소개합니다. 페이지마다 그녀 특유의 사려 깊고, 관대하며, 유쾌한 어조가 스며들어 있습니다. 그녀의 레시피는 질리지 않고 얼마든 변형할 수 있는 좋은 식사 메뉴입니다. 따뜻하고 익숙해 계속 꺼내 보고 싶은 이 책은 적절하게 더해진 양념처럼 이미 일상적으로 먹는 음식에 깊이와 재미와 딱 맞는 온기를 더해줍니다.

Good ThingsSamin Nosrat
(2025, Penguin Random Ho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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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Wishbone Kitchen Cookbook(위시본 키친 요리책)>
Meredith Hayden(메러디스 헤이든)
낸시 마이어스 영화의 미학이 요리책 형태로 살아났습니다. <위시본 키친 요리책>은 레시피 설명서이자 이상적인 라이프스타일의 이미지를 구현한 책입니다. “POV: I’m Your Chef(시점: 제가 당신의 셰프입니다)”라는 캡션을 단 영상과 청량한 휴양지 느낌의 식탁 풍경을 담은 소셜 미디어 사진으로 유명한 저자는 이 책에서 각 계절별 요리법과 식사 초대법에 대한 세련된 매뉴얼을 제시합니다. 책에는 매운 크랩 딥, 토마토 갈레트, 크림 트러플 파스타 레시피와 함께 저녁 식사 자리에 어울리는 옷차림은 어떤 룩인지, 플레이팅을 풍성하게 하는 법은 무엇인지, 평소와 다름 없는 날에도 촛불을 켜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등에 대한 조언도 담겨 있습니다. 그녀의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하는 사람들은 오랫동안 손에 넣길 기다려온 보물 같은 책입니다. 반대로 이 기회에 그녀를 처음 알게 된 사람들에게 이 책은 요리하고, 식사에 초대하고, 약간 더 멋진 인생을 사는 법을 알려주는 입문서가 될 겁니다.

The Wishbone Kitchen CookbookMeredith Hayden
(2025, Ten Speed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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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pusta: Vegetable-Forward Recipes From Eastern Europe(카푸스타: 동유럽에서 온 채소 중심 레시피)>
Alissa Timoshkina(알리사 티모시키나)
동유럽 음식은 대부분 고기 위주의 요리라고 여기는 경우가 많지만, 알리사 티모시키나의 레시피를 보면 생각이 바뀔지도 모릅니다. 시베리아, 우크라이나, 폴란드, 러시아, 벨라루스라는 폭넓은 문화적 배경에서 자란 그녀는 그 역사와 풍미를 5종의 핵심 채소에 집중해서 풀어냅니다. 그녀는 양배추, 비트, 감자, 당근, 버섯을 이용해 가볍지만 깊이와 풍미가 있는 요리를 만들어냅니다. 티모시키나의 치메스(Tzimmes) 당근 케이크나 감자 바브카를 가족이 모인 연말 아침 식탁의 색다른 주인공으로 내보는 건 어떨까요?

Kapusta: Vegetable-Forward Recipes from Eastern EuropeAlissa Timoshkina
(2025, Quadrille Publis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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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ustany: A Celebration of Vegetables From My Palestine(부스타니: 나의 팔레스타인 채소로 만든 상차림)>
Sami Tamimi(사미 타미미)
풍성한 비건 및 채식 요리를 집중 소개하는 요리책이 또 하나 나왔습니다. 이 책은 레스토랑 브랜드 오토렝기(Ottolenghi)의 공동 창업자 사미 타미미가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을 단독으로 내걸고 만든 결과물입니다. 팔레스타인 출신인 그는 자신의 뿌리와 평생 제철 식재료로 단순한 식사를 해온 자신의 식생활을 반영해 이 책을 펴냈습니다. 책에는 오렌지를 곁들인 으깬 버터빈, 팬에 구운 타히니, 할바(Halva), 커피 브라우니 등 인스타그램 계정을 각각 하나씩 만들어야 할 것처럼 감탄을 부르는 비주얼의 놀라운 요리 레시피가 담겨 있습니다.

Boustany: A Celebration of Vegetables from my PalestineSami Tamimi
(2025, Ten Speed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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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lly’s Baking 101: Foolproof Recipes from Easy to Advanced(샐리의 베이킹 101: 초급부터 고급까지 실패 없는 레시피)>
Sally McKenney(샐리 맥케니)
‘Sally’s Baking Addiction(샐리의 베이킹 중독)’은 케이크를 만들다 망친 것 같아 급하게 수습할 때 찾게 되는 웹사이트입니다. 그런데 이 사이트를 운영하는 샐리 맥케니가 뜻밖에도 놀라운 하드커버 요리책을 출간했습니다. 독학으로 베이킹을 배운 필자는 아무리 복잡한 페이스트리 제작 과정이라도 차분하고 편안한 어조로 설명하는 재주가 있습니다. 그녀의 글을 읽다 보면 코앞에 닥친 요리를 해치울 것 같은 기분이 든다니까요. 그녀의 레시피로 만든 초콜릿 칩 쿠키 케이크를 바비큐 파티에 가져가 많은 사람에게 칭찬받은 제가 적극 추천하는 책입니다.

Sally’s Baking 101: Foolproof Recipes from Easy to AdvancedSally McKenney
(2025, Clarkson Potter Publish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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