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뉴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예술로 거듭날 패션

2025.11.18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예술로 거듭날 패션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의상 연구소(Costume Institute)가 2026년 전시 타이틀을 공개했습니다. 내년 5월 4일 열릴 ‘멧 갈라’의 테마 및 드레스 코드와도 깊은 연관이 있을 이번 전시의 주제는 ‘코스튬 아트(Costume Art)’입니다.

Artwork by Julie Wolfe, Image Courtesy of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이번 전시는 1만2,000제곱피트(1,115제곱미터)에 달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새로운 전시관, ‘콘데 M. 나스트 갤러리’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미술관 메인 홀 바로 옆에 위치한 전시관에서 열릴 최초의 전시죠. 큐레이터 앤드루 볼튼은 이번 전시가 의상 연구소에도 큰 의미를 지닌다고 이야기합니다. “연구소는 물론, 패션업계 자체에도 큰 변화를 불러일으킬 겁니다. 패션 관련 전시관이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정도 되는 곳의 중앙에 들어섰다는 건 정말 엄청난 성과거든요.”

이 기념비적인 순간을 자축하기 위해, 볼튼은 ‘옷을 입는 신체’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의상 연구소가 소장하고 있는 현대 의복과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 보유한 5,000년에 걸친 회화와 조각, 다른 유물을 함께 배치하며 말이죠.

알브레히트 뒤러의 1504년 작품, '아담과 이브(Adam and Eve)'. ©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월터 반 베이렌동크의 2009 봄/여름 컬렉션 중. ©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한스 벨머의 1936년 작, '라 푸페(La Poupeé)'. Image courtesy of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꼼데가르송 2017 가을/겨울 컬렉션 중. ©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모든 큐레이터는 ‘옷을 입은 신체’를 한 번쯤은 생각하고 넘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부서와 관련 없이요. 이는 메트로폴리탄 같은 거대 미술관의 모든 작품에서 발견할 수 있는 요소입니다. 시대를 불문하고, 회화나 조각 등 예술품에는 늘 옷과 신체가 등장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됐습니다.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한 기분이었죠.” 볼튼은 예술계나 미술관에서, 패션이 종종 ‘서자’ 취급을 받는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어느 전시관에 가든, 관람객은 필연적으로 ‘옷을 입고 있는 사람’을 보게 된다는 점을 지적했죠. “의복과 신체에는 문화적 가치와 사상이 담겨 있습니다.”

의상 연구소는 패션과 예술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 지속적으로 매진해왔습니다. 2018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역사상 가장 많은 관람객(166만 명입니다)이 찾은 전시, <천체: 패션과 가톨릭의 상상력(Heavenly Bodies: Fashion and the Catholic Imagination)>이 좋은 예죠. 하지만 이 모든 노력에도, 패션과 예술을 나누는 벽은 아직 견고합니다.

볼튼은 이 위계가 무너지지 않는 이유로 ‘옷이 몸 위에 입는 것이라는 점’을 들었습니다. “예술적 미학은 인체 자체를 부정하거나, 무관심하게 관조하는 시선에 있습니다.” 즉 정체성을 가두는 모든 것에서 탈피하는 것이 예술의 핵심이기에 패션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다는 겁니다. 패션이 예술적 영역에서 ‘차별 대우’를 받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라고요.

의사 호바르트 비들로의 '인체의 배출(Ontleading des menschlyken Lichaems)' 중. ©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레나타 부조 2025 봄/여름 컬렉션 중. Courtesy of Renata Buzzo
해리 캘러핸의 사진집 <엘리노어(Eleanor)> 중. Image courtesy of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조지나 고들리의 1986 가을/겨울 컬렉션 중. ©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볼튼은 그간 의상 연구소가 선보인 전시들이 패션의 ‘시각적 매력’에 초점을 맞춰왔다는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마네킹 역시 옷을 전시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죠. 이번 전시, <코스튬 아트>를 위해 그가 제시한 아이디어는 옷뿐만 아니라 신체에도 초점을 맞추는 것입니다. 옷과 인체 사이의, 그 뗄 수 없는 ‘연결성’을 다루는 것이죠. 볼튼은 “패션이란 개인적이고 육체화된 경험에 관한 것이다”라고 언급하며, 바로 이 지점에서 패션이 예술보다 흥미롭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각기 다른 신체 유형을 중심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첫 번째는 고전적 의미의 예술에 흔히 등장하는 유형의 신체, 두 번째는 노화한 몸이나 임신한 몸 등 대다수의 미디어에서 잘 다루지 않는 유형의 신체이고, 마지막으로는 보편적이고 해부학적인 의미에서의 신체입니다. 마르고 ‘보기 좋은’ 몸을 내세우는 기존의 패션계보다 훨씬 포괄적인 시선입니다. 그는 패션과 예술에 대해 벌어지는 모든 논의에 신체라는 주제를 소개하고 싶었다고 말합니다. “패션이 예술로 인식되기 위해서는, 신체를 포용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이번 전시의 목적은 그 태도의 필요성을 일깨우는 것이고요.”

기원전 5세기경 제작된 니케상. ©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포르투니의 '델포스 가운', 1920년대. ©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전시 디자인은 브루클린의 건축 사무소, 피터슨 리치 오피스(Peterson Rich Office) 소속의 미리암 피터슨(Miriam Peterson)과 네이선 리치(Nathan Rich)가 맡았습니다. 높은 층고를 자랑하는 콘데 M. 나스트 갤러리 안에는 1.8m 높이의 받침대가 설치될 예정입니다. 위에는 의상을, 밑에는 예술 작품을 전시하고요. 작품이 아닌, 의상에 먼저 시선이 가도록 한 설계입니다.

예술가 사마르 헤자지(Samar Hejazi) 역시 전시에 참여합니다. 그녀는 거울이 달린 마네킹 머리를 제작하는데요. 볼튼은 이것이 관람객과 마네킹 사이의 거리를 좁히기 위함이라고 말합니다. “얼굴에 거울이 달린 마네킹을 보며, 관람객은 전시된 의상이 거쳐온 역사는 물론 의복과 관련된 자신의 경험을 되돌아볼 수 있을 겁니다.” 패션에 대한 기존 통념을 깨부수는 전시인 만큼, <코스튬 아트>에서는 인체의 모습을 그대로 본뜬 마네킹도 배치될 예정입니다.

<코스튬 아트>는 볼튼이 주관한 전시 중, 최초로 부제목이 없는 전시이기도 합니다. 패션을 예술과 동등한 위치에서 다뤄야 한다는 메시지를 더욱 강하게 전달하기 위해, 일부러 간결한 제목을 선택한 것이죠. “정말 조심스럽게 제목을 지었습니다.” 볼튼은 2주 전까지만 해도 콜론과 부제가 있었다고 고백했습니다. “막상 부제목을 떼니, 코르셋을 벗어 던진 것처럼 후련한 기분이 들더군요. 대담하고 강렬한 것은 물론, 의도가 확실히 전해지는 제목입니다.” 볼튼은 자신이 패션과 예술의 위계질서를 재정립하려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히 했습니다. “둘의 우위를 논하는 것은 무의미합니다. 패션과 예술을 동일 선상에서 놓고 이야기하자는 거죠. 고귀한 예술 작품과 옷을 두른 신체를 다르게 볼 이유는 없습니다.”

가와나베 교사이의 스케치 중, 1881년. ©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지방시 by 리카르도 티시 2010 가을 꾸뛰르 컬렉션 중. ©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제프 베이조스와 로렌 산체스 베이조스 부부, 생 로랑, 그리고 콘데 나스트가 후원하는 <코스튬 아트> 전시는 내년 5월 10일부터 2027년 1월 10일까지 이어집니다. 의상 연구소의 모든 활동에 필요한 주요 자금을 제공하는 멧 갈라는 언제나 그랬듯, 5월 첫째 주 월요일인 2026년 5월 4일 열릴 예정입니다.

*추후 발표될 2026 멧 갈라의 테마와 드레스 코드는 <보그> 웹사이트 및 인스타그램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Nicole Phelps
사진
Courtesy Photos
출처
www.vogue.com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