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트러진 자세를 건강 적신호로 볼 수 있을까?
웰빙의 새로운 패러다임 ‘균형 감각’. 흐트러진 자세를 건강 적신호로 볼 수 있을까?

지난여름 비 오는 어느 토요일, 햇빛이 들어오는 이스트 빌리지의 계단식 건물에서 나는 서핑의 패들링(보드 위에 엎드려 팔 젓기)과 팝업(보드 위에서 일어서기), 행텐(보드에 발가락을 모두 걸치고 균형 잡기) 기술을 시도하고 있었다. 얼빠진 모습으로 휘청거리면서도 반쯤은 의기양양하게 말이다. 내가 해본 것 중에 가장 손발이 오그라드는 경험이다. “서핑을 시작하면 모든 게 부자연스럽게 느껴지죠.” 서프셋 NYC(Surfset NYC)의 공동 설립자 에런 투베닌(Aaron Thouvenin)은 이렇게 말한다. 서핑은 시선을 모은 채 코어 근력과 터질 듯한 다리의 움직임, 요가식 호흡법이 한데 어우러져야 하는 말도 안 되는 운동이다. 끊임없이 휘청대야 한다고 여기면 끔찍하고 섬뜩할 정도로 무섭다. 그에 비하면 보수 볼(BOSU Ball) 세 개 위에 튼튼한 줄로 묶어놓은 나무판에 올라타는 것 정도야 무서울 게 있을까? 바다 근처에 가지도 않는데.
난 떨어지는 게 가장 무섭다. 그러니 몇 시간 동안 바다에서 뒹굴며 유리섬유로 된 좁은 서프보드 위에서 배를 밀어 푸시업 한 뒤 마침내 안정적으로 보드에 발을 디딜 수 있는 순간을 기다릴 일은 없을 것이다. 그냥 오른발로만 서는 것만큼 왼발로도 휘청거리지 않고 서 있고, 요가 수업에서 두려움 없이 균형을 잡으며 자세를 취하고, 지하철에서 기둥을 잡지 않고도 서 있을 수 있으면 좋겠다.
이건 나만의 바람이 아니다. 건강과 피트니스 분야 사람들이 최근 균형에 집착하면서, 균형이 근력, 유연성과 더불어 웰빙의 척도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런 집착의 근거가 되는 의학 연구는 주로 ADHD와 난독증 치료(집중력 저하가 균형 감각 저하와 관련이 있으며, 균형 감각을 강화하면 집중력을 개선할 수 있다는 가설이 있고,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도 존재한다) 또는 노화라는 전혀 흥미롭지 않은 문제를 다룬다. 중년층과 노년층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러 대규모 연구에서, 한 발로 10초 이상 서 있을 수 없는 사람은 낙상을 당하거나 인지능력이 저하될 위험이 높았다. 또 2022년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균형 감각이 뛰어난 사람보다 그렇지 않은 사람이 7년 내에 사망할 확률이 84% 더 높았다. 사망 맞다. 잘못 본 게 아니다. 이렇게 직설적으로 경고하는 연구 결과가 입소문이 나다 보니, 요즘은 한 발로 서서 양치질이나 설거지를 하는 사람이 많아진 것 같다. 나라 전체가 약함과 노쇠함을 피해보려 애쓰는 홍학들로 새롭게 채워진 듯하다. (균형 감각을 훈련하거나 치실을 사용하면서 퍼즐을 풀고 새로운 언어를 배운다면 더 좋다. 더할 나위 없다.) 유튜브에서 발레리나가 반구형 고무공 위에서 발끝으로 서는 모습을 본 적 있는가? 자기 수용 감각(시각 신호 없이 신체를 감각해 움직이는 능력)을 믿는 사람들이 안대를 하고 훈련하는 모습을 따라 해본 적은? 아니면 공원에서 나무 두 그루에 안전벨트 같은 줄(슬랙라인)을 매달고 그 위에서 비틀거리며 줄타기하는 사람들을 본 적은? 발밑이 불안정한 상태로 똑바로 서 있는 사람들의 영상이 인터넷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개중에는 이런 집착이 더 큰 사회 문화적 변화의 결과라고 여기는 이도 있을 것이다. 아침에 ‘뒷목 잡는’ 뉴스가 나오면 제대로 서 있기가 힘들다고 여기는 거다. 그렇지만 이런 생각은 모욕적이다. 내가 민주주의의 몰락과 종말을 두려워할지언정, 이 두 가지 공포의 근원이 서로 무관하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게다가 공평하지도 않다. 이 점은 분명하다. 로스앤젤레스 여행 당시 내가 찾아낸 캐나다인 트레이너 올리비아 스프랄자(Olivia Spralja)는 웨스트 할리우드의 따뜻한 실내에서 매트 필라테스와 요가, 고강도 인터벌 트레이닝 수업을 진행한다. 스프랄자는 코로나19가 피트니스 환경 변화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비일상이 일상이 되면 수업을 이어가기가 너무 힘들어요. 그럴 때는 사람들이 완전히 새로운 위안거리를 찾고 싶어 하거든요.” 스프랄자가 말한다. 스프랄자는 내 삐뚤어진 자세(수십 년째 왼쪽 엉덩이는 오른쪽보다 처진 상태다)를 바로잡기 위해 스플릿 런지, 바이시클 크런치, 데드버그(바닥에 등을 대고 누워 팔은 앞으로 뻗고 다리는 구부린 상태에서 반대쪽 팔다리를 위아래로 뻗는 동작을 반복하는 코어 운동) 등 간단하면서도 정확하고 반복적인 크로스 보디 자세를 시킨다. 스프랄자에 따르면, 균형은 코어에서 나온다. 코어를 강화하면 팔다리가 일직선으로 정렬된다는 것이다. 스프랄자는 유쾌하고, 작고 빨간 웨이트 볼은 귀엽지만, 나는 땀을 뻘뻘 흘리며 사시나무 떨듯 떠는 중이다. 이건 정말 까다로운 운동이다.
한쪽으로 치우친 몸의 균형을 바로잡기란 정말 어렵다. 일시적인 요인 탓일 수 있지만 평생에 걸친 나쁜 자세, 비대칭적인 습관, 전반적인 부주의가 원인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수년간 뉴욕 ID 핫 요가(ID Hot Yoga) 스튜디오에서 매주 전사 자세 같은 요가 자세를 취할 때마다 그런 불균형을 느꼈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거나 전날 밤 와인을 마셨거나 단순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왼쪽 다리가 미친 듯이 흔들린다. 약골이라 불러도 마땅하다. ID 핫 요가의 공동 소유주 트리샤 도네건(Tricia Donegan)은 최근 내게 동작 전환이 빠른 하타 플로우 요가로 바꿔보라고 권했다. 이런 요가는 한 자세에서 다음 자세로 넘어갈 때 “과하게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고 말한다. “한 발로 서기보다 두 발을 쓰는 법부터 배워야겠어요.” 도네건이 비꼬듯 말한다. (도네건은 균형 감각을 타고난 사람으로, 수상스키를 타면서 다리 위치를 바꾸고 양손으로 악기를 연주하며 자랐다. 아이를 둔 부모라면 알아두자.)
두 발로 모험을 계속해나간다. 윌리엄스버그 다리 근처에 위치한 거대한 암벽등반 센터 바이탈(Vital)의 강사 칼리 스니도우(Carly Snidow)는 내가 슬랙라인 위에 설 수 있도록 인내심을 가지고 가르쳐준다. 내 근육 조절 능력과 신경계 억제 능력이 시험대에 오른다. 아드레날린이 분출되고 자기 수용 자극이 온전히 전해진다. 모래주머니 던지기 같은 꼭 필요한 종목만 제공하는 트레이닝 센터이자 조지타운 대학을 갓 졸업한 두 사람이 운영하는 로어 이스트 사이드의 720 피트니스에서는 공동 소유주 에밀리오 주베르 몬타네로(Emilio Joubert-Montanero)가 틀어진 내 몸을 교정하기 위해 전력 질주, 줄넘기, 포고 점프(Pogo Jump), 불가리안 스플릿 스쿼트, 데드리프트, 팔굽혀펴기 등을 시킨다. “인지 질환이나 퇴행성 질환 같은 예외적인 상황이 아니라면 균형 감각은 대부분 근력과 관련이 있어요. 몸 전체를 봐야 해요. 이 문제를 놓고 피트니스 커뮤니티에서는 말이 아주 많아요.” 몬타네로가 말한다. “균형 감각 훈련이 대단히 효과가 있다고 보지는 않아요. 헬스장에서 그런 걸 하는 건 시간이 좀 아깝죠. 포괄적으로 균형 문제를 논하는 거라면, 포괄적인 해결책을 찾는 게 맞다고 봐요.”
유니언 스퀘어 근처의 리사 존스 필라테스 스튜디오(Lisa Jones Pilates Studio)에서 한때 무용수였던 리사 존스(Lisa Jones)는 내 왼쪽 엉덩이가 힘이 없는 탓에 오른쪽 어깨에 부담을 주고 있음을 바로 알아차린다. 존스는 즉시 내 몸의 단층선을 놀라울 만큼 예리하게 그려낸다. 존스의 접근법은 ‘포괄’과는 거리가 멀다. 칸영화제 레드 카펫에 서기 위해 존스의 조용한 2층 스튜디오를 찾아 ‘코어’를 완벽하게 다듬고 간 여배우, 예술계 아이콘, 오스카 수상자가 여럿이다. 내게 한 발로 서서 하는 연결 동작을 설명하며 존스는 이렇게 말한다. “코어가 강하고 모든 근육군이 조화를 이뤄 하나의 단위로 작용하면, 무리하게 팔다리를 움직일 필요가 없죠. 척추가 곧게 펴지며 동작 하나하나를 더 균형 있고 효율적으로 해낼 수 있습니다.” 존스의 클래식 필라테스 동작은 지나치게 정제되고 차분하고 엄격해 종교적인 치유처럼 느껴질 정도다. 나는 이 한 번의 수업으로 키가 커졌다고 믿고 있다.
정말로 균형 감각이 좋아졌을까? 왠지 그 목표를 달성하려면 더 오랜 기간 신경 써야 할 것 같다. 한 발로 서서 양치질을 하고, 스니도우의 말대로 눈을 감고 배꼽에 손가락을 대고 있는 횟수가 많아져야 할 것 같다. 버피와 불가리안 스플릿 스쿼트, 데드리프트와 데드버그도 더 많이 해야 한다. 그런 다음 슬랙라인 위에서 만나자. VK
- 글
- Sally Singer(전 미국 '보그' 디렉터, ‘아트 앤 커머스(Art+Commerce)’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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