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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타: 불과 재’, 제임스 카메론이 제시한 영화의 미래는?

2025.12.17

‘아바타: 불과 재’, 제임스 카메론이 제시한 영화의 미래는?

영화 ‘아바타: 불과 재’ 스틸 컷

안경을 착용하고 3D 안경까지 쓰면 불편하다. 그런 상태로 3시간 넘게 영화를 봐야 한다면 피곤해질 것이다. <아바타: 불과 재>는 그런 불편과 피로까지 감수해야 볼 수 있는 영화다. 러닝타임은 <아바타> 시리즈 중 가장 긴 197분이다. 커피는 물론이고 물조차 마시지 않고 상영관에 들어가 3D 안경을 착용했다. 첫 장면을 보는 순간, 3D 안경을 쓰기 전에 품은 불만과 걱정이 사라졌다. 판도라의 세계는 3D 안경을 통해 더 깊고 넓어졌으며, 주인공과 함께 달리고 날고 헤엄치는 모든 순간이 황홀했다. 2009년 <아바타> 1편에서 처음 아바타의 몸을 얻은 주인공 설리도 이런 기분이었을 것이다.

영화 ‘아바타: 불과 재’ 스틸 컷
영화 ‘아바타: 불과 재’ 스틸 컷

1편부터 그랬지만, 이번에도 이야기는 특별할 게 없다. 2편에서 아들을 잃은 설리와 네이티리는 슬픔에 빠졌고 아이들 또한 각자 죄책감과 상처를 안고 있다. 슬픔은 혐오로 번지고, 혐오는 다시 갈등과 폭력을 낳는다. 제임스 카메론은 여러 인터뷰에서 “<아바타: 불과 재>는 슬픔과 상실, 트라우마에 대한 영화이자, 그 상처가 만든 폭력의 고리를 어떻게 끊어나가는지에 대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그 과정에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이 떠오르는 자연 신화, ‘아버지가 누구인가’를 둘러싼 <터미네이터> 같은 서사, 현실 세계의 분쟁을 연상시키는 설정이 등장한다. 누구에게나 익숙하지만, 익숙하기 때문에 이 서사는 CG로 창조된 판도라를 ‘있을 법한 세계’로 설득하는 가장 중요한 동력이다.

영화 ‘아바타: 불과 재’ 스틸 컷
영화 ‘아바타: 불과 재’ 스틸 컷

2009년에 개봉한 <아바타> 1편은 관객에게 처음 판도라를 소개하는 영화였다. 주인공이 처음 판도라의 숲을 돌아다니면서 보게 되는 풍경 자체가 시각적인 충격이었다. 13년 후에 공개한 2편 <아바타: 물의 길>(2022)은 CG로 구현한 바닷속 생태계를 체험케 했다. 1·2편과 비교할 때 3편 <아바타: 불과 재>가 관객에게 체험케 한 충격의 강도는 낮은 편이다. 동시에 제작된 2편과 3편은 사실상 하나의 이야기를 나눈 것이고, 그래서 3편이 보여주는 판도라 또한 2편과 크게 다르지 않다. 대신 <아바타: 불과 재>에는 현실에도 있을 법한 풍경을 재현한 장면이 주는 놀라움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계곡에 흐르는 물과 숲과 암석 사이를 스치는 빛을 보여주는 장면에서 경탄했다. 이것까지 CG로 만들었다는 걸 자각하는 순간, 또 한 번 놀라게 된다고 할까. 관객이 느끼는 충격의 강도가 낮을 뿐, 이 영화가 최고의 영화 기술을 집약한 작품이라는 건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아바타: 불과 재>는 새로운 영화 기술에 대한 제임스 카메론의 도전이 오히려 영화의 본질을 재현하는 것이라는 걸 보여주는 작품이다.

영화 ‘아바타: 불과 재’ 스틸 컷
영화 ‘아바타: 불과 재’ 촬영 현장의 모습.

<아바타: 불과 재>는 제임스 카메론의 설명이 담긴 영상으로 시작한다. 그는 “<아바타>는 생성형 AI로 장면을 만들지 않았다”며 “우리는 배우를 존중하고, 이 영화는 배우들이 보여주는 감정이 중요했다”고 말한다. <아바타> 시리즈의 가장 중요한 영화 기술인 모션 캡처를 통해 배우들의 동작과 표정을 가져온 후, 거기에 CG를 통해 ‘디지털 메이크업’을 했다는 내용이다. 개봉을 앞두고 진행한 다른 인터뷰에서는 “관객은 결국 배우의 얼굴과 목소리에서 드러나는 미묘한 감정을 보기 위해 영화를 보는 것이다. <아바타>의 캐릭터들은 ‘배우들의 실제 감정과 삶의 경험에서 출발한 존재’이고, 생성형 AI는 이런 고유성을 흉내 낼 수 없다”고 말했다. 제임스 카메론은 언제나 영화의 미래를 제시해왔지만, 사실 그는 가장 고전적인 영화감독일지도 모른다. 영화는 관객의 몰입을 유도해야 하고, 이를 위해 연기와 이야기와 기술이 헌신해야 한다는 것. <아바타> 시리즈뿐 아니라 과거에 그가 세상에 내놓은 모든 영화가 가진 태도다. 그래서 아직 그의 머릿속에 있다는 <아바타> 시리즈의 4·5편이 세상에 나온다면 그때도 안경 두 개를 겹쳐 쓰는 불편을 감수할 것 같다. 그때도 제임스 카메론은 가장 본질에 가까운 영화적 체험을 제공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사진
영화 '아바타: 불과 재'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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