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하고 때론 무거운 사랑의 세 얼굴
사랑은 서로를 끌어당깁니다. 그래서 때론 버겁습니다. 사랑으로 인해 기쁘기도 하지만 동시에 괴로워지기도 하죠. 그런 사랑의 모든 면을 그대로 응시하는 세 작가의 전시를 소개합니다.
압축된 사랑의 무게 <너의 사랑은 너무 무거워>
사랑은 중력과 닮아 있습니다. 가까울수록 힘이 세져 무게를 느끼게 하고, 그러면서도 땅에 발을 딛고 살아가게 하죠. 문지영 작가는 중력처럼 버겁기도, 우릴 지지해주기도 하는 사랑의 관계를 표현했어요. 주제의 배경은 장애인 여동생과 자신의 이야기입니다. 매체가 비추는 장애인 가족과의 삶은 사랑과 당위의 이야기로 압축되곤 하죠. 작가는 이 속에 누락된 가족 구성원의 자책과 원망, 연민과 욕망의 충돌을 포착합니다. 작가 노트를 통해 “번거롭고, 울컥거렸으며, 충만하고 결핍됐으며, 막막하고 흔쾌했다”고 밝힌 동생과의 삶은 작품 ‘Rhythm between Us’(2025)에 잘 드러나요. 뾰족한 뿔을 피해 줄넘기를 하기 위해 박자를 맞추는 여성들의 모습이 흥겨움과 긴장을 동시에 느끼게 합니다. 또한 사랑의 무게는 장애인인 동생에게도 가해집니다. 작가는 보호 차원의 격리와 간섭이 장애인 자매를 더 약하게 만들기도 한다는 것을 솔직히 드러내요. 그래서 문지영 작가의 작품은 사랑의 무게를 느끼는 이들에게 위로를 줍니다. 사랑이 중력과 닮았다는 것에 공감하다 보면 믿게 될 거예요. 서로를 옭아매는 무거운 사랑이 결국 서로를 구해주리라는 것을. 전시는 내년 1월 8일까지. 장소 보안1942 아트스페이스 보안2 예약 무료 관람 인스타그램 @boan1942


안 괜찮아도 괜찮아 <페트라 콜린스 : Fangirl>
페트라 콜린스(Petra Collins)의 개인전이 내년 2월 15일까지 연장됐습니다. 페트라 콜린스는 블랙핑크, 뉴진스, 올리비아 로드리고, 빌리 아일리시 등 세계적인 셀러브리티와 협업하는 비주얼 아티스트로 알려져 있죠. 파스텔 톤의 색채와 흐린 초점, 몽환적인 분위기가 특징인 35mm 아날로그 필름에 포착된 10대 소녀의 모습은 사춘기의 복잡한 감정을 드러내 많은 팬걸(Fangirl)의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슬픔과 분노가 그대로 분출된 순간을 담은 ‘24시간 사이코’ 시리즈가 그 예로 감정 자체는 부정적인 것이 아니며 그대로 진실하고 아름답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전시장 곳곳은 늘 무언가의 팬걸이라는 작가가 좋아하는 것으로 채워 관람객을 팬걸의 세계로 안내해요. 이번 전시에서는 15세에 독학으로 시작한 그녀의 초기 작업부터 지금의 화보, 뮤직비디오, 패션 브랜드까지 선보여 작가의 예술 세계가 확장되는 과정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장소 대림미술관 예약 홈페이지 인스타그램 @daelimmuseum



모성 그 이면의 초현실적 기록 <깃털로 만든 여인>
줄리 커티스(Julie Curtiss)는 이번 전시에서 엄마가 된 후 마주한 내면의 변화와 돌봄을 둘러싼 심리적 전환을 탐구합니다. 그녀는 가사와 재생산 노동에 얽힌 복잡한 역학 관계를 특유의 유머와 상상력으로 비틀어 기묘하고 초현실적인 이미지로 전환하죠. 전시를 관통하는 핵심 상징은 모성과 자기희생의 아이콘인 ‘펠리컨’입니다. 하지만 커티스의 펠리컨은 포식자의 본능을 지닌 혼종의 새로 묘사되어 돌봄 이면의 억압된 감정과 불안을 가감 없이 드러냅니다. 특히 두 여성과 펠리컨이 대칭을 이루는 이면화 작품 ‘두 요람(Cradles, 2025)’은 일상의 풍경이 무의식의 층위에서 어떻게 신화적으로 변모하는지 보여줍니다. 작가는 모성에 대한 이상화된 묘사를 거부합니다. 깨지기 쉬운 자아를 상징하는 ‘달걀’이나 거대한 ‘공갈 젖꼭지’ 조각 등 일상적인 사물을 통해 ‘존재에서 되어감(Becoming)으로 향하는’ 치열한 내적 기록을 펼쳐 보이죠. 빛과 어둠, 사랑이라는 이름의 버거움을 동시에 마주하고 싶은 이들에게 그녀의 작품은 깊은 공명을 선사할 것입니다. 전시는 1월 10일까지. 장소 화이트 큐브 서울 예약 무료 관람 인스타그램 @whitecube



- 포토
- 보안1942 아트스페이스, 대림미술관, 화이트 큐브 서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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