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업과 르 코르뷔지에, ‘대화: 두 건축가의 운명적 만남’展
모든 전시가 그 자체로 세상에 하나뿐인 ‘스페셜 에디션’이 아닐까요. 그래서인지 저는 보고 싶었던 전시가 막바지를 향해 가면 마음이 몹시 조급해집니다. 동대문 근처, 부분적이나마 남은 김중업의 ‘서산부인과’ 건물을 무척 좋아하는 저에게 <대화: 두 건축가의 운명적 만남>은 오는 2월 28일, 끝나기 전에 꼭 달려가야 하는 전시였습니다. 한국 현대건축 1세대인 김중업과 근대건축의 거장 르 코르뷔지에의 만남을 화두로 삼아, 동시대 작가들이 각자의 건축과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데요. 게다가 연희동 한가운데 김중업이 건축한, 오래된 주택을 개조해 문화 공간으로 거듭난 ‘연희정음’의 첫 번째 전시라 호기심에 기대감까지 더해졌지요.

김중업과 르 코르뷔지에는 묘한 인연으로 맺어진, 말하자면 스승과 제자 사이였습니다. 이번 전시는 김중업이 파리의 르 코르뷔지에 아틀리에에서 일한 1952년부터 1956년까지의 기록을 토대로 합니다. 두 사람은 1952년 베네치아 국제예술가회의에서 처음 만났고, 자연스레 함께 일하게 됩니다. 이 경험이 김중업이라는 당시 젊은 건축가에게 얼마나 큰 에너지를 불어넣었을지는 익히 짐작할 수 있겠지요. 그 시기, 그 경험을 통해 김중업은 파리발(發) 근대건축의 원리를 익히는 한편 한국적 공간 감각을 결합해 자신만의 독자적인 언어를 구축합니다. 이후 주한 프랑스 대사관을 건축하고, 이 건물이 한국 현대건축의 명작으로 남은 건 우연이 아니었던 거지요.

두 건축가의 만남은 한국 건축에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영향을 끼쳤습니다. 그리고 이를 증명하듯, 3명의 작가, 김용관, 마누엘 부고, 박종선의 시선은 두 거장의 만남을 현재적 사건으로 소환합니다. 김용관은 새로운 시선으로 김중업의 작품을 다시 기록합니다. ‘찬디가르’를 비롯해 르 코르뷔지에의 인도 작업을 오래 기록해온 마누엘 부고의 작업은 두 건축가의 협업 현장을 생생하게 되살립니다. 여기에 영화 <기생충>의 가구로 호평받은 디자이너 박종선의 가구가 주택 형상의 전시장에 신선한 안정감을 부여합니다. 덕분에 우리는 여타 전시장에서와 달리 가구에 직접 앉아보고, 손으로 쓰다듬어볼 수도 있습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운 건 오랫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김중업의 또 다른 대표작, 진해 해군공관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는 겁니다. 군사시설이라는 이유로 접근할 수 없었던 이 건축은 이번에 김용관의 생생한 사진으로 소개됩니다. 과연, 한국 전통 지붕과 기둥, 그리고 둥근 천공이 당당한 기세를 보여주는군요. 건축을 전시장으로 직접 가져올 수 없다는 태생적 한계 탓에 건축 전시는 자칫 납작하게 읽힐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전시는 과거의 아카이브 기록과 후대 작가들의 현재적 시선이 만나, 건축 정신과 언어를 우리 일상에서 입체적으로, 게다가 친근하게 복원합니다. 내 몸이 놓인 그곳에서 느끼는 두 거장의 대화, 그 가치는 바로 ‘오늘’이기에 더욱 생동감 있게 빛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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