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치&주얼리

Born of the Sea, J12

2026.03.25

Born of the Sea, J12

검은 바다 위를 가르는 요트의 매끈한 선, 빛을 머금은 세라믹의 표면, 단순하지만 강렬한 원형 실루엣. 지젤 번천이 구현한 ‘J12’ 본연의 영감과 근원.

J12 칼리버 12.1, 38MM 워치를 착용하고 있는 지젤 번천 (GISELE BüNDCHEN )

인류 역사에서 바다는 언제나 탐험과 도전의 상징이다. 위대한 항해자들의 여정과 많은 이야기 속에서 바다는 늘 새로운 세계로 향하는 상상력의 출발점이 되어왔다. 샤넬 워치메이킹의 아이콘 ‘J12’ 역시 바다에 대한 상상에서 시작됐다.

드넓은 바다와 거대한 수평선, 그 위를 가르는 레이싱 요트의 역동적인 움직임, 속도와 자유의 감각이 담겨 있다. J12는 푸른 바다를 향한 우리의 끝없는 도전 같은 탐험 본능에 대한 이야기다. 20여 년 전, 당시 샤넬 워치 부문 아티스틱 디렉터 자크 엘루(Jacques Helleu)는 J12를 기존 스포츠 워치가 지닌 남성적인 이미지를 벗어나 샤넬만의 미학을 담은 완전히 새로운 시계로 만들고자 했다.

스포츠 워치는 오랫동안 남성적인 영역으로 여겨졌다. 견고한 케이스, 기능 중심의 디자인, 강인한 이미지. 그때 자크 엘루는 하나의 컬러를 떠올렸다. 샤넬 여사가 “모든 것을 압도하는 색”이라 표현했던 ‘블랙’, 그는 완벽한 블랙 시계를 꿈꿨다. 부드러움과 강인함이라는 상반된 매력, 스포츠 워치의 기능성과 활동적인 정신은 유지하면서도 성별의 경계를 넘어서는 디자인을 구상해, 시계를 블랙으로 구현하는 과감한 시도와 더불어 활동성과 스타일을 동시에 담아내면서도 성별의 경계를 넘어 누구에게나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유니섹스 스포츠 워치를 등장시켰다. 어디에나 어울리는 클래식한 컬러, 부드럽게 이어지는 브레이슬릿, 절제된 다이얼 디자인은 남성과 여성 모두의 손목 위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J12의 또 다른 혁신은 소재에 있다. 샤넬은 시계 전체에 세라믹을 적용해 워치메이킹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워치메이킹 세계를 놀라게 한 세라믹 소재 타임피스의 탄생. 세라믹은 매우 단단하면서도 가볍고, 스크래치에 강하며, 시간이 지나도 색상이 변하지 않는 특성을 지닌 소재다. 하지만 워치메이킹에서 세라믹을 케이스와 브레이슬릿에 적용하는 것은 당시로서는 아주 혁신적인 시도였다. 세라믹 표면은 실크처럼 매끄러운 촉감을 지니면서도 금속보다 강한 내구성을 자랑한다. 샤넬 매뉴팩처에서는 세라믹 부품 하나하나를 완성하기 위해 섬세한 공정을 거친다. 고온에서의 정교한 소성 과정과 세밀한 폴리싱을 통해 완성된 세라믹은 스크래치에 강하고 오랜 시간이 지나도 처음의 광택을 유지한다. 이러한 기술적 완성도는 J12가 단순한 디자인 시계를 넘어, 활동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위한 현대적인 스포츠 워치로 평가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블랙 세라믹으로 등장한 후 J12 컬렉션은 다양한 변화를 거듭하며 확장을 멈추지 않는다. 2003년에는 화이트 세라믹 모델이 등장해 또 한 번 워치 시장에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이후 블루 컬러를 비롯해 다양한 변주가 이어지며 J12는 시대에 따라 끊임없이 진화하는 컬렉션으로 자리 잡았다. 완벽한 원형 케이스, 부드럽게 이어지는 브레이슬릿, 단순하면서도 강렬한 존재감은 여전히 J12의 정체성을 이루는 핵심 요소. 이 균형 잡힌 디자인은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자연스럽게 어울려 J12는 대표적인 유니섹스 스포츠 워치로 자리매김했다.

최근 J12는 디자인뿐 아니라 무브먼트에서도 새로운 진화를 맞이했다. 샤넬 워치 크리에이션 스튜디오 디렉터 아르노 샤스탱(Arnaud Chastaingt)은 J12의 미학을 유지하면서도 내부 구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그 결과 탄생한 인하우스 무브먼트는 디자인과 기술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는 새로운 워치메이킹의 방향을 제시한다. 특히 사파이어 케이스 백을 통해 볼 수 있는 무브먼트의 구조는 시계 앞면뿐 아니라 뒷면까지 하나의 디자인 요소로 완성한다. J12의 상징적인 원형 디자인을 반영한 원형 로터는 시간의 흐름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듯 천천히 회전한다. 이 같은 디테일은 시계가 단순한 기계장치가 아니라 하나의 예술품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J12가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아름다운 디자인 때문만은 아니다. 무엇보다 샤넬이 추구해온 창의성과 혁신의 철학이 응축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샤넬은 패션, 향수, 하이 주얼리뿐 아니라 워치메이킹에서도 기존 규칙을 따르기보다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다. J12는 이러한 브랜드 정신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탄생 이후 많은 변화를 거쳤지만 J12는 한결같이 동일한 질문을 던진다. “아이콘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그 답은 아마도 단순함 속에 숨겨진 혁신, 그리고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 디자인에 있을 것이다. 바다에서 시작된 영감, 세라믹이라는 혁신적인 소재와 샤넬 특유의 미학, 이 세 가지 요소가 만나 만들어진 J12는 이제 단순한 워치를 넘어 성별의 경계를 넘나드는 현대적인 유니섹스 스포츠 워치의 아이콘이자 하나의 문화적 상징이 되었다. 그리고 그 상징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시간의 흐름과 함께 J12의 이야기는 계속될 것이다. 남성과 여성이라는 구분 대신 경계의 해체, 혁신과 미학을 동시에 추구해온 샤넬의 유니섹스 스포츠 워치라는 새로운 장르 속에서 J12는 변함없이 하나의 아이콘으로 시간을 이어가고 있다.

최보경

최보경

CCL팀 콘텐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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