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제는 현대인에게 구원일까?

나는 에메랄드색으로 칠해진 작은 방에 앉아 있었고, 간호사가 나의 붉고 따뜻한 혈액으로 채울 작은 유리병을 세고 있었다. 바늘 공포증이 없는 나는 살짝 혹은 세게 여기저기 찔리는 일에 아주 익숙하다. 그런데도 나와 간호사는 유리병 13개를 사이에 두고 의미심장한 눈빛을 주고받았다. “보기보다 나쁘지 않아요.” 그녀가 말했다.
내가 검사를 받은 곳은 더 랜비(The Lanby)였다. 이곳은 5,000달러(약 726만원)부터 시작하는 연간 이용료로 ‘총체적인 1차 관리’를 제공하는 업체다. 대부분의 30대가 그렇듯 나 역시 최적의 건강을 유지하는 데 더 신경 써야 한다는 느낌을 계속 받았다. 그리고 젠가 블록처럼 의무감을 쌓아가는 30대와 같이, 내가 감수할 만한 수준에는 한계가 있다. 나는 운동을 더 하라거나 팔레오 식단(Paleo Diet, 인공 첨가물을 제한하고 가공되지 않은 자연식품만 섭취하는 식사법)으로 바꾸라는 말을 듣기 위해 이곳을 찾은 게 아니었다. 알약으로 된 보충제를 받고 싶었다. 어쩌면 여러 알이 필요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CDC)에 따르면 성인의 절반 이상(남성보다 여성이 더 많음)이 보충제를 복용하고, 그 비율이 꾸준히 늘고 있다. 현재 미국 시장에서는 약 10만 종의 보충제가 판매되고, FDA는 이에 대해 “식단을 부분적으로 보완하기 위해 섭취하는 제품”이라는 다소 모호한 정의를 내리고 있다. 이는 우리에게 익숙한 비타민 같은 평범한 보충제부터 미생물 부스터, 씹어 먹는 수면 보조제, 스트레스, 부기, 혈액 내 독소 제거를 위한 알약, 신진대사 촉진 캡슐 등 더 미묘하고 알 수 없는 성분의 제품까지 다양한 범위를 아우른다. 주사형 펩타이드나 호르몬, 버섯 추출물 등은 제외했으며, 이 같은 제품은 ‘보충제’라는 유연한 정의를 더 확장한다. 대부분은 FDA 승인 절차도 거치지 않는다.
하지만 아무리 분별력 있고 냉철한 사람일지라도 이런 즉각적인 효과에 대한 약속을 들으면 흔들리지 않을까? 내 지인은 출산 후 생긴 탈모로 비타민 젤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녀는 약국 진열대를 샅샅이 뒤져 모낭 강화에 좋은 비오틴 함량이 높은 제품을 찾았고, 올리(Olly)의 언디나이어블 뷰티를 줄곧 복용하고 있다. 효과가 있을까? 그녀의 손톱은 더 건강해진 듯했지만 비오틴은 수용성이라 과다 섭취해도 소변으로 배출된다.
친구는 매장에 가서 제품 라벨을 읽어보며 조사했다. 더 랜비의 공동 창업자 클로에 하루슈(Chloé Harrouche)에 따르면 이는 옛날 방식이다. 그녀는 “요즘 사람들은 주로 인스타그램을 통해 보충제를 구입해요”라고 설명하며, “그들은 ‘다른 사람한테 효과가 있다니, 나도 먹어볼까’라고 생각하는 거죠”라고 덧붙였다. 미국인의 약 55%가 소셜 미디어에서 건강 정보를 얻는다. 그런데 당연히 소셜 미디어에는 잘못된 정보가 만연할 수 있다(보충제가 홍역을 치료하진 않는다!). 저렴한 의료 서비스를 받기 어려운 미국의 현실도 상황이 악화되는 데 한몫하고 있다. 실제로 1억 명 이상의 미국인이 1차 의료 기관의 도움을 받지 못한다.
나는 매년 건강검진을 빼먹지 않는다. 하지만 여전히 인터넷에서 스쳐가는 수많은 의심스러운 보충제가 궁금증을 자아낸다. 종합비타민에 강장제, 허브, 항산화제, 프리바이오틱스, 차가버섯, 그리고 과일과 채소와 영양적으로 동등하다는 ‘슈퍼푸드 구미’ 브랜드 그륀스(Grüns)를 구독해야 할까? 신경과학자이자 팟캐스터 앤드루 휴버먼(Andrew Huberman)이 추천하는 녹색 채소 분말 AG1을 먹으면 100세까지 건강하게 살 수 있을까? 근육량을 늘리고 인지 기능을 높인다는 크레아틴 관련 기사를 제대로 읽어야 할까?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 채플힐 애비 스미스 라이언(Abbie Smith-Ryan) 운동생리학 교수는 “많은 사람이 주장하는 것처럼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는 마법 보조제는 아니지만, 상당한 효과를 볼 수는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아니면 어린 시절 어머니가 먹지 못하게 했던 어린이 종합비타민에 대한 채워지지 않은 갈망에 불과한 것일까? (당시 어머니는 “브로콜리 먼저 먹고 얘기하자”라고 얘기했다.) 내가 제니퍼 로렌스의 완벽한 머릿결을 갖지 못하는 이유는 단지 캡슐화된 미네랄 한 알 때문일까?
에퀴녹스(Equinox) 영양사이자 피트니스 코치 질리언 오닐(Jillian O’Neil)은 “보충제는 말 그대로 ‘보충’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라고 덧붙였다. “식단을 통해 충분히 먹지 못하거나 현실적으로 섭취하기 어려운 영양소를 채워주는 거죠.” 그녀는 강조하며 말했다. 어떤 보충제도 기본적인 좋은 습관인 충분한 수면, 운동, 영양 섭취를 대신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호르몬 혼란: 폐경 이행기 및 폐경기를 위한 과학적 프로토콜(Hormone Havoc: A Science-Backed Protocol for Perimenopause and Menopause)>의 저자 에이미 샤(Amy Shah) 박사 역시 식단 관리를 최우선으로 꼽으며, 가장 주목할 만한 데이터를 확보한 세 가지 보충제를 추천했다. 바로 햇빛 부족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위한 비타민 D, 심장 건강 증진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진 오메가3(연구 결과는 다소 엇갈린다), 수면과 정신 건강 개선에 효과적인 마그네슘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보편적인 복용법을 제시하진 않았다. 복용량이 각자 다르기 때문이다.
실제 효능 때문이든 혹은 강력한 플라세보 효과 때문이든, 가끔 보충제가 유의미한 변화를 야기할 때도 있다. 작가로 활동하는 한 친구는 가든 오브 라이프(Garden of Life)의 비타민 코드 로우 원 여성용 종합비타민을 복용하기 시작했는데, 오랫동안 자궁근종 탓으로 여겼던 ‘감당하기 힘든’ 생리통이 난생처음으로 완화되었다. 뉴욕에서 활동하며 서양의학을 신봉하는 한 홍보 담당자는 혈액검사를 통해 콜레스테롤 수치가 급격히 상승한 것을 확인하고 보충제를 복용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회원제 검사 플랫폼 펑션 헬스(Function Health)를 통해 홍국쌀, 어유, 코엔자임 Q10, 베르베린 등의 캡슐과 알약을 복용하는 집중 관리 계획을 세웠다. 6개월 후 의사는 혈액검사 결과에 놀라고 말았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극단적인 초과’ 수준에서 정상 범위에서 조금 벗어난 정도로 떨어졌기 때문이다(의학적 조언이 전혀 아님을 밝혀둔다).
단순 비타민 결핍을 의심하지만 건강관리 서비스를 정기적으로 받지 않으려는 사람들에게 의료보험이 가능한 전문 의료진을 끈질기게 설득해 좋은 결과를 받았다는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몇 년 전 나는 검사를 받았고 비타민 B₁₂ 결핍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결과를 들었다. 담당 내분비내과 의사가 검사 오염을 의심하며 재검을 보낼 정도였다. 그 후 꾸준히 영양제를 보충하며 활력 넘치는 생활을 하고 있다. 지난여름에는 임신 중 빈혈을 진단받고 세 가지 철분 보충제를 먹어본 후, 더 순한 철분제를 찾아 지금까지 복용하고 있다. 웨일 코넬(Weill Cornell) 병원의 허름한 지하 진료실에서 이런 진단을 받는 게 그다지 멋져 보이지는 않았지만, 영양 보조제의 효과는 어차피 똑같다.
결국 더 랜비는 1시간에 걸쳐 상담을 해주며, 아주 애매하게 내 상태를 해석했다. 몇 가지 수치가 경계선에 걸쳐 있었다. 비타민 D 수치(햇볕을 더 쬐어야 함)와 코르티솔 수치(스트레스를 줄여야 함)가 그랬다. 한 가지 검사 결과를 근거로 얼마 전 감기를 앓았는지 여부를 질문하기도 했다(실제로 감기를 앓았다). 거의 100가지 지표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앞서 언급한 비타민 D 수치 저하, 어유 보충제로 개선할 수 있는 도코사헥사엔산 수치 감소와 섬유질 섭취량을 늘려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또한 명상도 효과적일 것 같았다. 야망에 사로잡힌 뉴요커에게 이 정도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결과였다. VK
- 뷰티 에디터
- 신서영
- 글
- 매티 칸(Mattie Kahn, 미국 '보그' 컨트리뷰팅 에디터)
- 사진
- 정우영
- 프롭
- 전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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