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me-accented 염색까지 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오늘 하루쯤은 대담해 보였으면 좋겠다. 별다른 이유 없이 평소보다 조금 더 도발적이고 싶은 날, 긴 글리터 피스는 좋은 대안이 된다. 가만있을 때는 머리카락 사이에 숨어 있다가 흩날리는 순간 얇고 날카로운 빛을 터뜨리니까. 최근 머리에 반짝임을 더하는 포인트가 포착되었다. 샤넬 2026 가을/겨울 컬렉션에서 번과 프렌치 트위스트 사이로 실버 글리터와 틴셀 익스텐션이 섞였고, 헤어라인에는 빗자국처럼 보이는 가느다란 홀로그램을 더했다. 한때 두피나 가르마에 장난스럽게 글리터 젤을 흩뿌리던 것과는 조금 다른 변주다. 긴 글리터 피스는 머리카락 사이사이에 섞어 헤어 자체가 빛을 품은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반짝이는 가닥은 정직하게 드러나기보다 머리 안쪽에 살짝 숨었을 때 더 근사하다. 헤어 아티스트 경민정의 팁을 더하자면 처음부터 머리 전체에 글리터 피스를 촘촘히 붙이려 애쓸 필요는 없다는 것. 섹션을 정교하게 나누기 어렵다면 귀 뒤쪽이나 목덜미 안쪽처럼 움직일 때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지점에만 더해도 충분하다. 시중의 글리터 피스는 양이 많아 존재감이 강할 수 있으니, 한 번에 다 붙이기보다 몇 가닥만 덜어 모발 사이에 섞는 편이 훨씬 세련돼 보인다. 핀 타입 피스를 활용한다면 헤어라인 가까이보다 아래쪽과 안쪽 머리에 고정할 것. 그래야 인위적인 장식처럼 보이지 않고, 머리카락 사이로 빛이 새어 나오는 듯한 효과를 만들 수 있다.
Tint Parade 예전의 염색이 ‘나 완전히 달라질 거야’에 가까웠다면, 지금의 헤어 컬러는 좀 더 즉각적이다. 서울 성수동 횡단보도 앞에 서 있으면 요즘의 헤어 컬러가 얼마나 다양한지 단번에 알 수 있다. '보그' 편집부만 봐도 그렇다. 핑크, 블루, 그린, 오렌지, 라벤더. 한때는 브라운에서 조금 밝아진 금발만으로도 꽤 큰 결심처럼 보였지만 지금의 헤어 컬러는 그보다 훨씬 가볍고 자유롭게 일상에 스며들었다. 네일이나 립스틱 컬러처럼 그날 무드를 가장 먼저 드러내는 요소가 된 것이다. 누군가는 분홍빛 머리로 얼굴의 온도를 올리고, 어떤 이는 푸른 머리로 전체적인 인상을 차갑게 만든다. 헤어 컬러가 단순히 개성을 드러내는 방법이 아니라 분위기 자체를 색으로 조율하는 일에 가까워진 것이다. 달라진 점은 이 색들이 더 이상 완벽하게 예뻐 보이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 데 있다. 뿌리가 조금 자라도, 색이 빠져 애매한 파스텔 톤이 되어도 오히려 그 자체가 스타일의 일부가 된다. 선명한 블루가 물 빠진 데님처럼 옅어지고, 강렬한 레드가 복숭앗빛 오렌지로 흐려지는 과정까지 하나의 룩으로 받아들여지며 헤어 컬러는 더 개인적이고, 더 유동적인 언어가 됐다. 우리는 이제 얼굴을 둘러싼 가장 넓은 팔레트 위에서 매일 조금씩 다른 색의 나를 고른다.
Click Clack 유치원에 다니던 시절, 내 머리는 작은 런웨이였다. 포니테일, 양 갈래 그리고 그 시절 모두가 한 번쯤 거쳐간 디스코 머리까지. (뿌리부터 촘촘히 땋아 내려온 작은 가닥들이 머리 위에서 리듬을 만들던 그 헤어스타일 말이다.) 하지만 그날의 진짜 피날레는 따로 있었다. 핀, 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좋아한 건 ‘똑딱 핀’이었다. 엄마가 앞머리 위에 올려두고 엄지로 꾹 누르는 순간, 작고 경쾌한 소리와 함께 하루의 스타일이 완성됐다. 컬러가 다른 두 개의 핀을 나란히 꽂는 것이 당시 나의 ‘추구미’였다. 그랬던 핀이 지금 다시, 키덜트 문화가 되어버렸다. 조금 거슬러 올라가면 곱창 밴드가 먼저다. 해외에서는 스크런치 혹은 헤어 슈슈라 불리는 그 풍성한 밴드는 1980~1990년대를 장악했지만, 한동안 촌스럽고 게으른 아이템처럼 여겼다. '섹스 앤 더 시티' 속 캐리가 “뉴욕 여자라면 쓰지 않을 것”이라며 선을 긋던 바로 그 물건. 하지만 몇 시즌 전부터 스타들의 머리 위에 다시 곱창 밴드가 등장했고 한때 옷장 깊숙이 밀려났던 유년기의 액세서리가 하나둘 복귀하기 시작했다. 그다음 차례가 바로 똑딱 핀. 카멀라 해리스(Kamala Harris)의 의붓딸이자 젠지 스타일 아이콘으로 떠오른 엘라 엠호프(Ella Emhoff)를 떠올려보자. 개성 있는 니트웨어와 곱슬머리, ‘꾸안꾸’ 스타일로 사랑받는 그는 아무 장식 없는 검정 똑딱 핀을 자주 사용한다. 리본도, 큐빅도, 로고도 없다. 대신 여러 개의 핀으로 헤어라인을 눌러 정리하며 얼굴 윤곽을 또렷하게 드러낸다. 어릴 적 똑딱 핀이 앞머리를 얌전히 고정했다면, 지금의 똑딱 핀은 분위기를 단번에 바꾸는 가장 작고 확실한 장치가 됐다. 물론 똑딱 핀의 매력은 작은 크기에 비해 선택지가 많다는 데 있다. 무광 블랙은 무심하고, 유광 실버는 날카롭고 차갑다. 미니멀한 블랙 원피스에 슬릭한 긴 생머리가 다소 심심하게 느껴진다면 직사각형 실버 클립을 나란히 꽂아 헤어밴드처럼 연출해도 좋다. 조금 더 과감한 무드를 원한다면, 고정 스프레이를 뿌린 브러시로 앞머리를 모두 넘긴 뒤 실버 똑딱 핀을 머리에 반복적으로 꽂아볼 것. 여기서 중요한 건 ‘적당히’가 아니라 ‘과하게’다.
Jewel Code 얼굴에만 하이라이터를 얹으라는 법은 없다. 2026 멧 갈라에서 리한나는 금속 와이어와 크리스털을 머리 위에 얹어 ‘살아 있는 조각’ 같은 헤어를 완성했다. 눈두덩에 펄을 바르고, 광대뼈 부위에 광을 올리고, 입술 중앙에 글로스를 찍듯이 머리카락에도 메이크업을 한 거다. 현실판 헤어 주얼은 그보다 훨씬 작고 가볍게 일상에 스며든다. 이번 화보 속 헤어 역시 마찬가지다. 핑크빛 헤어에 실버 주얼을 얹자 컬러는 더 달콤해지기보다 오히려 차갑게 식는다. 몇 가닥은 이마 위로 내려오고 몇 가닥은 머리칼 사이에 섞이며 또 몇 가닥은 빛을 받는 순간 존재를 드러낸다. 앞머리에 얇게 걸치거나 가르마 사이로 흘러내리는 식. 리본이나 진주처럼 로맨틱하게 풀 수도 있지만, 실버 체인과 크리스털처럼 차갑고 얇은 빛도 새롭다. 처음부터 거창한 헤드피스를 고를 필요는 없다. 얇은 체인, 작은 크리스털 핀, 주얼 스티커면 충분하다. 얼굴 가까이, 특히 앞머리와 관자놀이, 가르마 주변에 놓인 작은 반짝임은 헤어를 한층 입체적으로 만든다. 염색이 머리카락 전체를 물들인다면, 헤어 주얼은 그 위에 빛의 악센트를 더한다.
Halo Effect 스무 살의 피겨스케이터 알리사 리우(Alysa Liu)는 2026년 동계 올림픽에서 두 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4년 만에 미국 여자 피겨에 올림픽 금메달을 안긴 선수라는 기록도 충분히 극적이지만 더 눈길을 끈 건 그녀가 가장 자기다운 모습으로 빙판 위에 섰다는 사실. 알리사는 16세에 은퇴를 선언한 뒤, 다시 돌아오더라도 자기다운 모습을 잃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피어싱도, 시그니처 헤일로 헤어도 그대로 둔 채. “2년 전부터 머리에 헤일로를 넣기 시작했어요. 매년 하나씩 넣죠. 제 자신을 나무처럼 여기는 걸 좋아하거든요. 나무도 해마다 새로운 나이테가 생기잖아요!” 알리사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헤일로 헤어(Halo Hair)란 말 그대로 머리 위에 원 모양의 빛을 얹는 것. 베이스는 어둡게, 정수리와 머리 윗부분을 따라 밝은 컬러를 원형에 가깝게 배치해 빛의 고리를 만든다. 머리카락 전체를 밝히는 대신, 빛이 닿는 지점만 골라 터치하며 얼굴에 하이라이터를 얹듯 모발에 명확한 원을 그려 넣는 기법이다. 팝 스타 로살리아(Rosalia) 역시 이 ‘천사의 링’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풀어냈다. 이 룩은 고인이 된 헤어 스타일리스트 헤수스 게레로(Jesus Guerrero)가 처음 만들었고, 현재는 헤어 스타일리스트 에바니 프라우스토(Evanie Frausto)가 관리하고 있다. 프라우스토는 로살리아의 정수리 둘레를 따라 블리치를 프리핸드(도구에 의존하지 않고 디자이너의 손과 감각만으로 직접 머리카락에 작업하는 방식)로 얹었다. “완벽한 골든 블론드 톤이 될 때까지 눈으로 보며 맞춰야 했어요.” 그가 밝힌 비밀은 염색약이 흘러내리지 않을 만큼 농도가 되직해야 선이 흐트러지지 않는다는 것. 헤일로 헤어의 핵심은 배치다. 머리 윗부분을 따라 하나의 원 혹은 수평의 띠를 만들고 그 띠가 머리카락이 움직일 때마다 계속 드러나게 한다. 햇빛이 머리 위에 고리처럼 내려앉은 듯 보이기도 하고, 모발이 스스로 빛을 머금은 듯한 착시를 만들기도 한다. 정해진 공식은 없다. 대개 포일 없이 머리카락에 바로 컬러를 얹는 식으로 작업하며, 섹션을 나누어 머리 전체에서 빛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확인한다. 그래야 고개를 돌리거나 머리카락이 흩어지는 순간에도 디자인이 사라지지 않는다. 머리 위에 얹는 가장 쿨한 후광. 올여름 천국행 준비는 이걸로 충분하다.
Hair Tattoo 이맘때 타투를 고민한다. 옷차림이 가벼워질수록 셔츠 소매나 얇은 톱 사이로 언뜻 드러나는 작은 그림이 쿨해 보여서다. 문제는 늘 같다. 지금의 확신이 몇 년 뒤에도 유효할까? 올해도 어김없이 선택의 기로에 섰지만, 결국 타투 숍 문턱을 넘은 건 내가 아니라 팔과 다리에 서른 개쯤의 그림을 가진 친구였다. 그날 처음 가까이서 본 타투의 과정은 생각보다 정교했다. 원하는 도안을 고르고, 전사지로 피부 위에 밑그림을 옮기고 그 라인을 따라 잉크를 새기는 일. 그 장면을 보며 문득 다른 생각이 들었다. 저 과정을 머리카락 위로 옮길 수는 없을까? 몸에 영구적으로 남는 그림 대신, 오늘의 머리 위에만 잠시 머무는 타투. 바로 헤어 프린트에 대한 이야기다. 로스앤젤레스 기반의 헤어 아티스트 재키 비버(Jackie Bieber)는 짧게 민 버즈 커트에 핸드 페인팅을 더해 헤어 아트의 영역을 새롭게 확장하고 있는 인물. 그의 작업을 보면 헤어 프린트가 얼마나 넓은 세계인지 단번에 이해된다. 꽃다발과 레오파드 패턴은 물론, 심지어 그래미 어워즈 트로피까지 머리 위에 등장한다. 정말 두려움이 없는 사람이라면 과감한 커트와 예술적인 컬러를 함께 선택할 수도 있지만 이 트렌드가 꼭 탈색과 염색을 전제로 하는 것은 아니다. 일시적으로 색을 입히는 컬러 스프레이, 헤어 틴트와 스텐실만 있으면 하루짜리 타투처럼 연출할 수 있다. 방법도 생각보다 단순하다. 투명 필름에 원하는 모양이나 패턴을 그려 커팅하거나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스텐실 도안을 활용하면 된다. 깔끔하게 빗은 머리 위에 필름을 대고 컬러 스프레이나 헤어 틴트를 얇게 올리면 끝. 이때 중요한 건 양 조절이다. 경계선 밖으로 컬러가 번지지 않도록 얇게 여러 번 나눠 바르고, 충분히 마른 뒤 필름을 떼어내야 선이 흐트러지지 않는다. 후회가 두려워 타투 숍 앞에서 망설였다면 이번에는 머리카락 위에 먼저 새겨보는 것도 좋겠다. 오늘은 꽃, 내일은 별, 주말에는 원하는 문구. 어차피 씻어내면 되기에 더 과감할 수 있는 그림을 선택할 수 있으니까.
- 뷰티 에디터
- 전수연
- 포토그래퍼
- 박배
- 모델
- 김도현, 우윤서
- 헤어
- 경민정
- 메이크업
- 김부성
- 스타일리스트
- 김수린
- 프롭
- 김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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