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뻬를리’, 골드 비즈로 만든 섬세한 세계

2026.06.09

‘뻬를리’, 골드 비즈로 만든 섬세한 세계

작은 금빛으로 엮어낸 리듬감. 역사가 지금이 될 때.

유쾌하게 즐길 수 있는 컬렉션 ‘뻬를리’. 뻬를리는 한 피스로도 존재감이 넘치지만, 다른 주얼리나 다른 뻬를리 피스와 만날 때 더 흥미로운 모습을 드러낸다.

역사적인 동시에 현대적인 주얼리? 바로 반클리프 아펠의 ‘뻬를리’ 이야기다. 2008년 처음 출시된 컬렉션이지만, 뻬를리의 생명이자 핵심인 골드 비즈부터 살피면 1920년대부터 이야기가 시작되었다고 해도 좋을 정도다. 그만큼 역사적인 주얼리라는 뜻인데, 그럼에도 뻬를리의 핵심은 아카이브 피스를 복제하는 것이 아니다. 골드 비즈가 반복될 때 생기는 박자, 다양한 뻬를리가 어우러질 때의 유쾌한 조화, 그 총체적 리듬에 집중하고, 골드 비즈의 무한한 가능성을 탐구한다. 한 줄 혹은 여러 줄로 이어진 골드 비즈를 통해 볼륨을 만들어내는데, 여기서 골드 비즈는 단순히 점으로만 머물지 않는다. 골드 비즈는 연속적인 선이 되고, 하나의 표면이 되며, 결국 어떤 형태가 된다. 뻬를리를 설명할 때, 흔히 주얼리에서 사용하는 ‘모티브’라는 말보다는 ‘구조’라는 단어가 먼저 떠오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메종의 로고가 각인된 ‘뻬를리 시그니처’ 팔찌.

‘뻬를리 시그니처’ 반지.

결국 뻬를리는 반복과 리듬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과거를 현재로 번역하는 셈이다. 하지만 거기엔 유희적인 정신이 있다. 뻬를리의 첫인상은 유쾌하고, 그처럼 실제로도 여러 방향으로 즐길 수 있는 주얼리다. 뻬를리는 하나의 이미지로 고정되지 않는다. 어떤 피스는 사랑스럽고, 어떤 피스는 우아하며, 또 어떤 피스는 대담하다. 이건 다른 주얼리와 함께할 때나 레이어링에 따라서도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 어디에나 자연스럽게 스며들면서도 존재감 역시 확실한 골드 비즈의 특성 그대로 컬렉션의 모든 라인은 유연하면서도 각각의 매력이 분명하다.

메종의 로고가 각인된 ‘뻬를리 시그니처(Perlée Signature)’부터 또 다른 상징적 모티브 클로버가 사랑스럽게 더해진 ‘뻬를리 클로버(Perlée Clover)’, 다이아몬드를 비대칭적으로 구성해 전형적이지 않은 매력을 보여주는 ‘뻬를리 다이아몬드(Perlée Diamond)’, 찬란한 블루의 사파이어, 선명한 레드의 루비, 생기 넘치는 그린의 에메랄드 등 활기찬 색채와 골드 비즈를 결합한 ‘뻬를리 컬러(Perlée Colours)’, 그리고 2026년 새롭게 선보인 ‘뻬를리 노벨티(Perlée Novelty)’까지, 뻬를리는 골드 비즈의 세계를 무한 확장하고 있다.

골드 비즈와 컬러 스톤의 조화로운 만남. ‘뻬를리 컬러’ 팔찌.

워치 역시 마찬가지다. 메종은 2019년 골드 비즈로 완성한 두 가지 스타일의 워치를 처음 선보였는데, 바로 ‘뻬를리 투아 에 무아(Perlée Toi et Moi)’ 시크릿 워치와 ‘뻬를리 시크릿 펜던트(Perlée Secret Pendant)’다. 골드 비즈와 시간, 즉 메종의 상징적 언어 두 가지를 결합하는 동시에, 시계 다이얼을 커버로 숨겨 시간의 비밀, 신비로운 아름다움을 표현했다. 그런가 하면 2022년 출시한 ‘뻬를리 타임피스(Perlée Timepiece)’는 골드 비즈를 더 간결하고 실용적인 방식으로 풀어냈다. 시크릿 워치가 시간을 감추는 데 중점을 두었다면, 이 타임피스는 시간을 그대로 드러낸다. 케이스 가장자리를 따라 이어지는 골드 비즈는 뻬를리의 정체성을 보여주고, 유려한 실루엣, 다양한 소재의 조합으로 더 모던한 분위기를 강조했다. 시간을 숨겼던 시크릿 워치와 달리, 이 타임피스는 시간의 기능을 드러내면서도 주얼리의 완성도를 놓치지 않는다.

투아 에 무어 주얼리 스타일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뻬를리 투아 에 무아’ 시크릿 워치.

얼핏 보면 긴 목걸이 형태지만 펜던트의 덮개를 살짝 돌리면 그 아래 시계 다이얼이 숨어 있는 ‘뻬를리 시크릿 펜던트’ 워치.

솔직히 말해보자. ‘하이 주얼리 메종’의 컬렉션이라고 하면, 가끔 위압감이 드는 게 사실이다. 일단 멀게만 느껴진다. 때로는 감탄하기보다는 경외심이 들고, 고이 ‘모셔둬야 할’ 숭배의 대상처럼 여겨질 때도 있다. 내가 일상에서 즐길 수 있는 무엇처럼 느껴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하지만 뻬를리는 경외보단 감탄을 먼저 불러일으킨다. 개인적으로 뻬를리에서 가장 매력적이라고 여기는 지점은 결코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디자인적으로 접근성이 좋다고 할까, 너무 밋밋하지도, 지나치게 도드라지지도 않는 균형감은 일상적 소유욕을 자극한다. 역사적인 스토리텔링과 정교한 기술력으로 완성된 보편적 아름다움. 뻬를리가 향하는 이상적 미학이다.

2022년 출시된 ‘뻬를리 타임피스’.

그리고 무엇보다 뻬를리는 다른 뻬를리 피스, 다른 주얼리와 만날 때 더 흥미로운 모습을 드러낸다. 뻬를리를 두고 경쾌하다거나 본질적으로 즐겁다고 표현하는 건 이 지점 때문이다. 어렵지 않게, 취향에 따라 마음껏 즐길 수 있다는 얘기다. 반복되는 골드 비즈는 어떤 소재, 컬러와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고, 다이아몬드의 빛을 더 선명하게, 컬러 스톤의 생동감은 더욱 화려하게 끌어올리는 재주가 있다. 알함브라나 프리볼(Frivole)처럼 메종의 다른 상징적인 컬렉션과 매치할 때도 마찬가지다. 뻬를리 컬렉션을 여러 개 레이어드하면, 움직임에 따라 골드 비즈와 스톤이 빛을 다채롭게 반사하면서 춤추는 듯 생동감 있는 인상을 만들기도 한다.

골드 비즈와 스위트 클로버 모티브로 구성된 ‘뻬를리 클로버’ 팔찌.

‘뻬를리 컬러’ 반지. 주얼리에 활기찬 색채와 빛을 불어넣어 착용자의 개성을 더 감각적으로 표현한다.

변형 가능한 ‘뻬를리 롱 네크리스’.

‘뻬를리 클로버 펜던트’. 뻬를리의 진정한 매력은 레이어링에 있다.

분명 뻬를리는 메종의 역사에서 탄생한 컬렉션이지만, 뻬를리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고 해도 좋다. 골드 비즈의 본질적 미덕, 단순한 모티브에서 출발하지만 결코 단조롭지 않은 뻬를리의 특징 때문이다. 골드 비즈라는 반복적 요소는 컬렉션에 분명한 캐릭터를 부여하면서 우아함과 리드미컬한 유쾌함, 장식성과 일상성 사이를 자연스럽게 오간다. 한 피스로도 충분한 존재감을 지니지만 레이어링으로 다채로운 매력을 선보이고, 스타일에 따라 모두 다른 분위기를 낸다는 것. 이 모든 면면이 뻬를리를 동시대적으로 만든다. 역사는 그렇게 지금의 주얼리가 된다.

권민지

권민지

디지털 디렉터

자기 희화를 비롯한 조롱과 비아냥을 기본값으로 세상을 보고, 빌 브라이슨의 글 같은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때로 패션은 보이는 것이 전부지만, 패션 역시 직관적이고 시각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그 속에서 중요한 건 흥미, 관심, 호기심, 매력, 탐미, 재치. 결국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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