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트렌드

지암바티스타 발리: 가벼운 여행

2023.02.20

by VOGUE

    지암바티스타 발리: 가벼운 여행

    무굴식 꽃무늬 패턴과 엉덩이에 달린 풍성한 쉬폰 장식으로 꾸뛰르식 인도 여행을 선보이다.

    top

    “인도!” 라고 지암바티스타 발리(Giambattisa Valli)는 그의 컬렉션에 등장한 무굴식 장식들을 지칭하며 말했다. 하얀 새틴 소재에 꽃 장식과 반짝이는 보석 장식들이 군데군데 박혀있었다. 더 많은 꽃들이 촘촘히 들어간 자수 장식은 온 몸을 휘감거나 하얀 드레스에 고집스런 모양으로 표류했다.

    405
    이 컬렉션에는 또 다른 테마도 있었다. 여행을 컨셉으로 하고 새틴 드레스에 주름을 넣어 마치 이 옷들이 오랫동안 짐꾸러미에 쌓여있다가 방금 꺼내진 것처럼 보이는 테마, 그리고 지난 해 세상을 떠난 이탈리아 보그 편집장 프란카 소짜니에 대한 기억을 주제로 한 테마.

    405 (1)

    꽤 무거운 주제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이 컬렉션은 지암바티스타가 창조한 컬렉션 중 가장 가벼운 편이었다. 사실, 3년전 쯤과 비교하면 변화의 바람이 이 디자이너의 컬렉션을 훑고 지나간 것만 같았다.

    405 (2)
    마리 앙투아네트를 위한 패브릭에 관한 서적과 그녀가 참수 당하기 전의 마지막 서찰을 포함한 수천권의 역사적 문서가 보관된 프랑스 고서 도서관에서 열린 이 컬렉션은 장소를 제외한 모든 것들이 마치 깃털처럼 가벼웠다.

    405 (3)
    다시 말해 이 컬렉션의 스토리는 무거웠지만, 지암바티스타의 컬렉션은 바람처럼 상쾌했다. 그가 좋아하는 튜닉을 기반으로 해, 실크 바지와 매칭되거나 짧은 드레스로 연출된 일상복을 볼 수 있었다.

    405 (4)

    바지를 매칭한 튜닉에 입혀진 인도 꽃무늬 패턴에선 심플하면서도 우아함이 느껴졌다. 이브닝웨어 시리즈로 접어들면서 트윌 장식이 커다란 꼬리처럼 매달려 있는 의상에서도 이 패턴이 나타났다.
    405 (5)

    눈에 보이는 주름들은 믿기 힘들 정도였다. 과거의 패션에는 마틴 마르지엘라가 옷에게도 전생이 있다는 개념을 살펴보았을지는 모르겠으나, 그런 컨셉은 하녀와 여행용 다리미면 충분했던 오뜨 꾸뛰르와는 어울리지 않았다.

    405 (6)
    하지만 패션계에선 이런 것들을 직설적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 새틴 주름은 신선했으며, 프란카 소짜니가 하고 다녔던 머리띠처럼 어쩌다 한번씩 나타났다.

    이 디자이너는 젊은 세대의 고객들에 집중했고, 트윌 장식이 들어간 드레스와 커다란 쉬폰 장식이 들어간 미니 드레스들은 젊고 재미있었다. 다만, 드레스 뒤에 달린 거대한 테일 장식은 조금 더 성숙한 분위기의 가운으로 바꿔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긴했다.

    405 (7)

    “자신의 여성성을 주도하라.” 지암바티스타가 무드보드에 적은 내용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문장이었다.

    패션을 개혁시키거나 드라마틱하게 변화시키지 않으면서도, 지암바티스타는 자신만의 스타일로 움직인다. 이 컬렉션은 이국적인 꽃무늬 패턴을 포함해, 마리 앙투아네트가 주문한 스타일 그대로일 것이라고 충분히 상상된다.

      수지 멘키스
      포토
      INDIGITAL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