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우와 김남주의 핫한 현장들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글래머러스한 커플인 김승우와 김남주가 〈보그〉에 처음으로 그들의 행복한 리얼 라이프를 공개했다. 와일드하고 섹시한 다운타운의 차고와 쿨한 도로변 모텔에서 포착한 이 부부의 핫한 현장들.

김남주가 입은 시스루 느낌의 블랙 레이스 원피스는 미샤 프레스티지(Michaa Prestige). 김승우가 입은 스트라이프 패턴의 클래식한 네이비 수트는 폴 스미스(Paul Smith), 프린트 셔츠는 던힐(Dunhill).

김남주가 입은 체인 장식의 백리스 블랙 드레스는 바바라 부이(Barbara Bui). 김승우가 입은 레더 톱은 프라다(Prada).

김남주가 입은 크리스털과 레이스 디테일의 파워 숄더 벨벳 재킷은 발맹(Balmain), 블랙 컬러의 레깅스 팬츠는 지방시(Givenchy), 프린지 장식의 블랙 앵클 부츠는 마놀로 블라닉(Manolo Blahnik), 크로스 골드 이어링은 티로즈(Trose at Cesior), 블랙 레더 장갑은 발리(Bally). 김승우가 입은 화이트 턱시도 셔츠는 조르지오 아르마니(Giorgio Armani), 블랙 팬츠는 돌체 앤 가바나(Dolce&Gabbana).(오른쪽)

김승우와 김남주 커플은 그동안 사적인 인터뷰를 일절 하지 않았다. 이번 〈보그〉와의 프로젝트는 이들 부부의 첫번째 공식적인 나들이였고, 그래서 이 글래머러스한 커플은 몇 달 전부터 한껏 부풀어 있었다. 지난 여름에 기획된 이 블록버스터급 화보는여러 차례 D-day를 연기했다. 여름 휴가를 보낸 후 김남주가 몸을 탄력 있게 만들 시간이 필요했고, 해외 로케이션 첩보드라마 〈아이리스〉를 촬영 중인 김승우의 컨디션이 최상인 날짜를 골라야 했고, 이들 커플이 스틸 카메라 앞에서 긴장하지 않도록 가족적인 무드를 만들어줄 사진가 조선희와 초특급 스태프들이 온전히 하루를 비워야 했고, 특종을 잡기 위해 대기 중인 TV연예 프로그램의 편성도 배려해야 했다. 물론 우리는 기꺼이 서로의 상황을 존중했다. 그만큼 중요한 프로젝트였으니까. 그리고 마침내 그날이 왔다.

〈보그〉 패션 디렉터와 나, 그리고 사진작가 조선희는 미국식 타운 하우스의 와일드한 차고로 꾸민 1층 세트장에 섹시하고 고전적인 검정 캐딜락이 들어오는 것을 확인한 후에, 곧장 4층으로 올라가 쿨한 가정식 모텔 같은 두 번째 세트장을 점검했다. 더러운 차고와 드럼통과 캐딜락은 이들 부부의 와일드하고 섹시한 면을, 코지한 느낌의 벽지와 카펫이 깔린 연극 무대세트 같은 모텔은 김남주와 김승우의 쿨하고 유머러스한 일상을 보여줄 것이다. 영화 촬영 현장을 연상시킬 정도로 막대한 예산이 투자된 촬영이었지만,우린 좀 느긋한 기분이 들었다. 레게 머리를 한 인도풍의 타투 아티스트 커플도 막 스튜디오로 도착했다. 그들이 김남주와 김승우의 팔과 뒷덜미에 그릴 야성미 넘치는 도안과 팔레트를 펼치는 사이 우리의 주인공이 들어섰다. 나란히 선글라스를 쓴 그와 그녀는 떠들썩하게 인사를 하고 들어서고는 소파에 늘어져서 정신을 빼놓는 친근한 농담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오늘 아침 엘리베이터를 같이 타고 내려오면서 기분이 이상한 거예요. 우리 함께 일하러 가는 건가? 같은 촬영장으로? 세상에! 이게 얼마 만이에요?” “카마 스튜디오 이후 처음이지. 결혼 사진 찍은 스튜디오 말이야.” 5년 차 부부인 김남주와 김승우는 리드미컬하게 서로의 말을 이어서 한문장으로 완성시켰다. 낮은 바리톤의 김승우와 소프라노톤의 김남주가 벌이는 고급 시트콤이랄까. “아니, 〈스포츠 서울〉의 파파라치 사진도 있었지.” “그때가 내가 둘째를 낳은 때였죠. 파란색 카디건에 꽃무늬바지를 입고 안에는 내복까지 입고 있었는데, 찍혔죠.” “난 몇 년째 입지도 않은 허름한 청바지에 파란 추리닝 점퍼를 입고 있었다구. 다행인 건 당신이 내가 사다준 마크 제이콥스 쥐돌이 신발을 신고 있었잖아.” 당시 파파라치 컷이 공개된 후 신문과 인터넷은 이런 캡션을 달았다. ‘파란색으로 톤을 맞춘 쿨한 커플 룩의 김승우, 김남주 부부’. ‘막 출산했는데도 마크 제이콥스최신 슈즈로 패셔니스타다운 센스를 선보인 김남주.’ 그들은 당시 주목을 받았던 신민아와 탑 커플을 찍기 위해 집 근처에 잠복했던 파파라치들이 엉겁결에 자신들을 찍은 거라고 박수를 치며 키득거렸다.

김남주가 메이크업을 받기 위해 아이스 커피를 들고 자리를 비우자, 김승우가 국제전화를 걸었다. 37 1/2 사이즈의 호피무늬 플랫슈즈가 있으면 꼭 구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아이리스〉촬영차 미국에 다녀오면서 김승우는 김남주를 위해 실버 플랫슈즈를 사왔는데(오늘도 그 신발을 신고 왔다), 그녀가 호피무늬도 좋아한다고 하자(꺄아~ 호피? 너무 좋지!!), 즉시 미국의 지인에게 송치 슈즈를 공수해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그가 007작전처럼 구두 매장을 지휘하는 동안 김남주와 사진가 조선희는 육아 문제와 유치원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교환하기 시작했다.

나는 김승우를 결혼 직전에 만났고, 그는 이순신과 남북한 군사 합동작전이라는 다소 엉성한 SF 시대극 〈천군〉에 북한군 장교로 출연한 직후였다. 김승우와 함께 테스토스테론 넘치는 오락 영화 한 편을 촬영했던 박중훈은 우정이 깊어진 남자들 특유의 짓궂은 농담투로 물었다. “이봐, 결혼식을 두 번 하는 기분이 어때?” 그는 역시나 도량 있으면서 솔직한 남자의 말투로 화답했다. “그때는 잘 기억이 나지 않아요.너무 어렸으니까. 지금은, 가슴이 순간순간 벅차 올라요.” 김승우는 결혼 발표 기자회견장에서 눈물을 흘렸으며, 결혼식 당일엔 취재 자제를 위해 친필로 쓴 편지를 신문사에 팩스로 보냈다.

“그즈음에는 연예TV 리포터들에게 너무 시달렸었어요. 남주와 키스는 언제 했는지, 언제 사랑에 빠졌는지… 소중한 시간을 전 국민과 공유해야 한다는 게 부담이 됐죠. 배우로서는 〈라이터를 켜라〉나 〈불어라 봄바람〉 같은 소시민 코미디 연기에서 벗어나 군복 입고 폼 잡는 역할을 하고 싶어서 〈천군〉을 선택했는데, 결과는 좋지 않았어요. 하하.”


김남주가 입은 시스루 느낌의 블랙 레이스 원피스는 미샤 프레스티지(Michaa Prestige), 지퍼 디테일 레이스업 싸이하이 부츠는 루이 비통(Louis Vuitton), 그린 컬러의 14K 링은 환타지아(Fantasia). 김승우가 입은 스트라이프 패턴의 클래식한 네이비 수트는 폴 스미스(Paul Smith), 프린트 셔츠는 던힐(Dunhill).

그는 그당시가 자신에게 인생의 과도기였다고 말했다. 나는 그 결혼식 이후 이미연을 만난 적이 있다. 그녀는 이전에도 항상 김승우를 멋진 남자라고 표현했으며, 이들의 결혼식에 대해서도 인터넷의 지나친 보도만을 문제 삼았다. 김남주는 첫아이 출산 후에 만났다. 그녀는 아이를 유괴 당한 엄마의 짐승 같은 울부짖음을 연기한 〈그놈 목소리〉촬영이 끝난 즈음이었다. 당시 그녀의 인터뷰 기사제목은 ‘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였는데, 그녀는 눈을 반짝이며 그때 이야기를 꺼냈다. “한 편의 시 같은 스토리였죠.” 3년 전 그녀가 가장 많이 발음한 단어는 ‘라희(첫딸)가, 라희를, 라희만이, 라희 엄마로서…’ 같은 말이었고, 나는 그것을 ‘라라라송’이라고 이름 붙였다. 김남주는 자신이 너무 행복해서 그 행복이 깨질까 봐 두렵다고 했다. 그녀는 남편인 김승우의 말을 인용하거나, 그의 인성에 대해서도 자주 언급했다. “승우 씨는 책을 정말 많이 읽어요.” “집에 오면 내성적으로 변하지만, 긍정적인 제가 참기로 했어요.” “어른을 진심으로 공경해요. 정말 사려 깊답니다.” 등등은, 김승우의 최근작인 〈해변의 여인〉과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의 바람둥이 배역 이미지와 대조를 이뤄 약간 아련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리고 그녀는 내게 ‘이상적인 가정을 위해 남편에게 순종하라! 남편이 서야 가정이 바로 선다!’같은 귀여운 설교를 했는데, 그녀의 이런 현모양처론이야말로 드라마 〈내조의 여왕〉의 전조였던 셈이다.

내가 그녀에게 둘이 어떻게 결혼에 골인했느냐는 고전적인 질문을 던지자, 김남주는 또다시 행복에 겨워 죽겠다는 표정으로 추억에 잠겼다. 사실 그들은 서로에게 별로 관심이 없는 선후배 사이였다. 김승우는 김남주의 드라마를 한 번도 본 적이 없고(〈내조의 여왕〉이 처음!), 김남주는 김승우의 작품을 제대로 본 적이 없었다. “〈그 여자네 집〉이 시청률 42%정도가 나왔을 때, 같은 방송국에서 김승우 씨의 〈호텔리어〉가 방송되는 걸 아는 정도였어요. 제가 오빠를 TV에서 본 건 〈김혜수의 플러스유〉에 나와 다이어트 비법을 설명할 때였어요. 아무것도 먹지 않고 누워 있었다,는 얘길 들었는데 정말 독하고 희한한 남자구나 싶었어요.” 두 사람은 1997년 청룡영화제 신인상 시상자로 만나 〈접속〉의 전도연에게 트로피를 건네기 전 딱 두 마디의 틀에 박힌 대사를 주고받았다. “김남주 씨도 영화 한 편 하셔야죠.” “네~,저도 김승우 선배님 같은 훌륭한 연기자와 영화를 찍고 싶어요.”

하지만 모든 건 타이밍이다. “세월이 흘러 저는 결혼은 너무 하고 싶은데 남자는 없는 상태였고, 김승우 씨는 결혼 생각은 1%도 없는 남자였죠. 전 오빠를 보자마자 반했고, 그래서 결혼을 목표로 돌진했어요.” 어떻게 성공했죠? “끊임없이 연구하는 자세가 필요해요”라고 그녀가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었다. “제 인생의 목표가 현모양처였어요.일하지 않을 때는 늘 공부를 하죠. 처음부터 아내가 아니었고 처음부터 엄마가 아니었으니까요. 남편이든 아이든 상대의 성향을 파악하고 그 사람이 좋아하는 방식으로 맞춰주는 거예요. 가령제가 현재 할 수 있는 최대의 내조는 ‘김승우 씨를 그냥 내버려두는 것’이에요. 아이들은 또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서 자신이사랑받는 존재라고 느끼도록 칭찬과 사랑을 듬뿍 주려고 해요. 아이들이 “엄마~”라고 불렀을 때, 항상 대답하는 게 중요해요.“우리 애기가 엄마를 불렀구나~”하면서요. 그래서 전 이중 생활을 하죠. 낮에는아이들의 엄마로, 밤에는 김승우의 아내로. 아이들이 잠들면 그때부터 와인을 따고 보드카를 따고… 김승우 씨와의 야행생활이 시작돼요. 저는 김승우 씨와 밤에 얘기할 때 행복해서 가슴이 터질 거 같아요. 전 오빠를 졸졸 쫓아다녀요. ‘이렇게 예쁜 애기들 낳게 해준 오빠에게 감사하다’고….”

김남주가 입은 블랙 가죽 뷔스티에는 YSL, 지퍼 디테일의 가죽 스커트는 헬무트 랭(Helmut Lang at Hanstyle), 그레이 폭스 코트는 제니 퍼(Genny Fur), 지퍼 디테일의 블랙 부티는 나무하나(Namuhana), 크로스 골드 이어링은 티로즈(Trose at Cesior). 김승우가 입은 밝은 그레이 터틀넥 니트는 YSL, 그레이 체크 팬츠는 란스미어(Lansmere), 브라운 슈즈는 발리(Bally).

김남주는 1층에서 메이크업을 받고, 김승우는 2층에서 팔뚝에 타투를 그리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1층과 2층을 오가며 번갈아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1층의 김남주는 정말 여자답고, 2층의 김승우는 정말 남자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승우는 10년전부터 계획했던 연예인 야구단 〈플레이보이즈〉를 만든 구단주이고, 아마 다음 계획으로는 그들이 참여하는 영화 작업을 할 것이다. 그는 여자를 위하는 법을 알고(플랫슈즈 사건을 보라!), 남자로서의 위엄을 잃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김남주는 체력만 된다면 아이를 더 낳고 싶어 하고, 그 어떤 것보다(심지어 영화나 드라마 배역보다) 아내와 엄마로서의 위치를 우선순위에 둔다.

이 부부가 어떤 불협화음도 없이 나아갈 수 있는 비밀이 바로 그 이유에 있었다. 오늘날 대부분의 페미니스트 알파걸들이 ‘잃어버린 에덴’의 시절을 그리워하며 ‘왜 괜찮은 남자들은 지구상에서 다 사라진 걸까?’라고 물을 때, 간과해버리는 것은 바로그 애티튜드 ‘남자는 남자다워야 하고 여자는 여자다워야 한다’는 사실. 김남주는 김승우를 높임으로써 가족 리더의 진정한 조종자 역할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김승우가 아내의 선행에 대해 한 얘기 중의 하나는 새벽에 술 취한 동료 배우들을 데리고 집에 왔을 때마다, 김남주가 해준 ‘깍두기 밥’이 얼마나 맛있는가, 였는데, 듣는 나도 입안에 군침이 돌 정도였다. 아! 그것은 지난 시대 아버지들의 자부심이었다. 운 좋게도 지난 시대의 매력적인 가장 역할을 계승할 수 있었던 김승우는 가까운 미래에 후배 배우들을 데리고 〈오션스 일레븐〉 같은 멋진 남자 영화를 만들고 싶어한다. 영화계에는 안성기와 박중훈, 그 다음으로 김승우라는 네트워크 파워를 자랑한다.“다들 새벽 4시에 먹은 우리 집 음식을 그리워하곤하죠. 하하. 주말엔 양가 가족이 전부 모여 정원에서 삼겹살 파티를 열어요. 주말 3일 내내 삼겹살만 구워 먹은 적도 있어요. 저는 이 모든 게 아직도 꿈만 같아요. 남들 앞에서 ‘나 행복해’라는 말도 잘 하질 않아요. 혹시나 신이 질투하실까 봐서… 사실 결혼 전에 저는 부적을 가지고 다녔어요. 그런데 지금은 아이들 사진을 가지고 다녀요. 분노가 치밀 때, 비장한 일을 할 때 사진을 꺼내봐요.”

나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행복해지는 마법을 지닌 부부를 지켜보면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왜 우리 모두 저렇게 살지 못할까? ‘내조의여왕’은 부부는 부부이기 때문에 상대방을 더 많이 배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치약을 예로 들어봐요. 권태기는 상대방이 치약을 제대로 짜지 않는 것부터 눈에 거슬리죠. 그걸 고치려고 들다가 상대가 변하지 않으면 무시당했다고 상처 받죠. 저는 치약을 중간부터 짜요. 왜냐면 손에 힘이 너무 없거든요. 승우 씨는 성격이 깔끔해서 끝에서부터 짜는데, 이제까지 저를 고치려고 들지 않았어요. 제 입장에서 이해하는 거죠.” 나는 그녀의 치약이론이 무척 맘에 들었다. 우리가 관계에서 상처 받는 건 상대를 내 프레임대로 상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상상은 대부분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몰아넣는 스릴러 시나리오일 때가 많다. 하지만 김남주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자신이 행복한 이유를10 가지는 댈 수 있는 여자다.



김승우는 오늘 김남주와의 촬영을 위해 어젯밤 조촐한 와인 파티를 벌였다. 그녀가 자리를 비웠을 때, 그는 두 사람의 공동 매니저 김태형 이사에게 말했다. “나, 다시 태어나도 남주와 결혼할 거 같아. 난 저렇게 착한 애를 본 적이 없어. 저 사람이랑 만나서 너무 행복해졌어.” 내가 김승우에게 김남주를 설명하는 단어 3가지를 물어보자, 김승우는 어젯밤 그 이야기를 꺼냈다. “환생, 진실, 행복. 제가 김남주를 표현할 수 있는 세 단어예요.”

이들 부부의 감성적인 클라이맥스는 사실 김남주의 드라마 〈내조의 여왕〉보다 뮤지컬 〈드림 걸스〉가 아닌가 싶다. 김승우를 〈내조의 여왕〉에 카메오로 캐스팅한 김남주의 센스는 물론 근사했지만(김승우는 드라마에서 천지애에게 남편에 대한 충고를 하는 경찰로 깜짝 출연했다). 내가 김승우가 출연한 뮤지컬 〈드림 걸스〉를 본 건 우연이었다. 잠실 샤롯데극장에서 미국 스태프 연출로 세계 초연으로 펼쳐진 블록버스터 뮤지컬 〈드림 걸스〉에서 매니저 커티스 역할을 맡은 김승우는 그 존재만으로 객석의 관객들에게 큰 감동을 안겨주었다. 나이 마흔이 넘은 영화 배우가 뮤지컬 장르에 도전해서 춤과 노래를 소화한다는 건, 중년의 야구 감독을 100m 육상 경기에 세우는 것과 같다. 하지만 김승우의 바리톤 컬러의 보이스는 경쾌하면서 쇼적인 즐거움으로 넘쳤고, 마치 뮤지컬 〈시카고〉의 리차드 기어를 보는 것처럼 낭만적인 유들유들함으로 무대를 장악했다. 김승우와 김남주는 그것을 하나의 ‘사건’으로 회고했다.

“첫 무대와 마지막 무대에서 저는 아이랑 펑펑 울었어요. 오빠가 처음 그 뮤지컬을 한 이유가 딸아이에게 배우로서의 기억을 남겨주고 싶어서였어요. 그리고 무대에 오르기까지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옆에서 모두 봤기 때문에…, 수없이 포기하려다가도 다시 연습하러 나가는 오빠를 응원하면서 저도 반신반의했거든요. 8월 5일 마지막 무대에서 나팔바지에 턱시도를 입고 모두를 대표해서 감사의 인사를 할 때, 내남편이, 애기 아빠가 해냈구나 싶은 게 너무 고마워서… 더블 캐스팅됐던 오만석 씨와 같이 울었어요.” 김남주는 지갑에 그 옛날 영화 배우였던 아버지(고 김해기)의 흑백 사진을 자랑스럽게 가지고 다녔다. 아버지는 그녀가 두 살 때 돌아가셨다.

“언젠가 내가 나이가 많이 들어 혹 배우로서 힘을 잃게 되더라도, 우리 딸아이가 뮤지컬 무대에서의 내 모습을 기억하고 ‘아빠는 예전에 유명한 배우였어’라고 말해준다면 그걸로 족하다고 생각했어요.” 김승우는 그것을 가족을 위한 인생 최고의 극기훈련이었다고 설명했다. 성탄절과 신년의 모든 명절을 반납하고 단역 앙상블 배우들과 똑같은 대우를 받으며 누구보다 성실하게 연습한 그에게 사람들은 ‘김승우가 김승우인 데는 이유가 있다’ 는 찬사를 보냈다. 물론 김승우는 결혼 이후에도 〈해변의 여인〉과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에 출연했고, 홍상수와 김해곤이라는 작가주의 감독이 자조적으로 오버한 ‘남성주의’의 양면성(좀스러움과 마초성을 극단적으로 오가는)을 훌륭하게 연기해냈다. 감독의 페르소나라고 할 만큼 캐릭터는 완벽하게 소화했지만, 그 영화는 반대급부적으로 고현정과 장진영이라는 강인한 여배우를 위한 영화였기 때문에 김승우에 대한 연기적 개가는 활발하게 이뤄지지 못했다. 어쨌든 나는 영화계에서 자신의 선택을 책임감 있게 수행하려는 배우로서 김승우를 믿게 됐고, 데뷔 초기의 ‘TV귀공자’ 스타일에서 가능한 한 멀리 온 그의 행보에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

김승우가 입은 블랙 턱시도 재킷과 화이트 턱시도 셔츠는 모두 조르지오 아르마니(Giorgio Armani). 김남주가 입은 핑크 산양털 롱 코트는 돌체 앤 가바나(Dolce&Gabbana).

“〈신데렐라〉의 재벌 2세로 한창 잘나갈 때도 있었죠. 명품 옷 입고 돈 없는 여자에게 눈길을 주는 백마 탄 왕자, 그건 얼굴이 번드르르하고 키스 신만 잘 소화하면 누구라도 맡을 수 있는 배역이죠. 나이가 들수록 내가 고민하고 살아가는 모습이 연기로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바로 그 지점이 이 부부의 닮은 점이다. 오랫동안 〈도시 남녀〉와 〈모델〉로 CF적인 이미지를 연기했던 김남주는 결혼 이후에 영화〈그놈 목소리〉와 드라마 〈내조의 여왕〉을 통해 억척스러운 ‘아줌마’가되었다. 김승우는 자연인 김남주가 배우 김남주에게 스며든 멋진 연기였다고 마음껏 아내를 칭찬했다.

“저는 제가 아줌마인 게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생활인으로서도,연기자로서도.” 너무 멋진 라이프를 유지하고 있지만, 그와 그녀는 내면적으로 대한민국의 멋진 ‘아저씨’와 지혜로운 ‘아줌마’로 성장한 것이다. 그들 말 대로 물 흐르듯이. 자, 잠시 촬영장으로 다시 돌아와 보자. 김남주는 김승우의 문신을 보고 하이톤의 과장된 탄성을 질러댔다. “와~! 오빠 팔뚝에 그거 정말 대단한 거 알아요?” 김승우는 김남주의 프로페셔널한 포즈를 보면서 마치 3자의 여배우를 비평하듯 경탄했다. “남주는 정말 셔터 소리에 맞춰 각도와 표정이 고양이처럼 도도하게 바뀌는군!”

동영상 카메라들이 이들 부부를 향해 거의 돌진하듯 몰려왔기 때문에, 잠시 촬영을 접고 그들을 진정시켜야 할 정도였다. 키스, 키스를 빼놓을 수 없다. 스틸 촬영의 앵글에 익숙한 김남주가 김승우의 머리를 다각도로 틀어가며 키스 장면을 리드했다. 하지만 오케이 사인이 떨어지면 “오빤 역시 배우고, 난 아직 CF스타야”라고 장난스럽게 자신을 낮추는 귀여운 여인. 나는 김남주에게 김승우가 어떤 사람이냐고 물었다. “오빠는 남자 중의 남자고 든든한 애기 아빠….” 내가 김승우가 그녀를 표현한 세 단어 ‘환생, 진실, 행복’을 들려주자 그녀는 감격해서 울 뻔했다. 그리고 황홀한 표현을 준비하기 위해 더 시간을 달라고 징징댔다. 나는 아직까지 그 대답을 듣지 못했다. 하지만 김남주가 김승우를 표현한 남자 중의 남자와 든든한 아빠는 어쩌면 모든 남자들이 듣고 싶어 하는 가장 평범한 최고의 칭찬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그리고 마지막 표현은 아마 ‘배우’가 아니었을까? 김남주는 배우로서의 김승우를 무척 존경했다. “저는 작품 선택할 때 이유가 많고 요것 조것 따지는데, 오빠는 오로지 작품만 봐요.” 김남주도 다시 태어난다면 김승우와 결혼할 거라고 했다. 다만 좀더 빨리 만나 더 많은 아이를 낳고 싶다고. “하루 종일 아이들 위주로 시간이 흘러가다 저녁 때 문득 화장실 거울을 보며 피곤에 지칠 때가 있어요. 그러다가도 내가 이 아이를 돌볼 수 있도록 허락해준 하나님께 감사해서 눈물이 솟구쳐요.”

2층 모텔 세트장에서 우리는 마지막으로 침대 위에서 엇갈린 채로 누워 잠이 든 부부를 찍었다. 서로의 허벅지와 엉덩이를 향해 머리를 옆으로 돌린 채 잠이 든 모습. 우리는 처음에 이들 부부를 안젤리나 졸리와 브래드 피트처럼 글래머러스하게 각색하고 싶었다(내가 이 얘기를 하자 김승우는 ‘세 사람은 모두 패셔니스타인데, 나만 아니군!’이라고 웃었다). 하지만 그와 그녀가 서로를 얼마나 경이롭고 신중하게 다루는지를 보면서, 그들을 각색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들은 창조되었다는 사실만으로 행복하고 사랑스러웠던, 태초의 여자 태초의 남자 그대로였다.

크리스털 비즈들로 장식된 비대칭 디자인의 블랙 미니 드레스는 미샤 프레스티지(Michaa Prestige), 크로스 골드 이어링은 티로즈(Trose at Cesior). 김승우가 입은 화이트 스트라이프 셔츠는 던힐(Dunhill), 와인 컬러의 벨벳 베스트는 D&G.

김남주가 입은 네크라인이 깊이 파인 스팽글 장식의 블랙 드레스는 미샤 프레스티지(Michaa Prestige), 실버 스팽글과 코사지 장식 슈즈는 토리 버치(Tory Burch), 블랙 링은 티피 앤 매튜(Tippy&Matthew), 크로스 골드 이어링은 티로즈(Trose at Cesior), 선글라스는 레이벤(Ray-ban). 김승우가 입은 소매를 접어 연출한 화이트 셔츠는 던힐(Dunhill), 그레이 체크 팬츠는 란스미어(Lansmere), 레드 프린트 스키니 타이는 구찌(Gucc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