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와 뉴욕의 공통점, 단순하고 세련된 창의적 감각!
코스가 뉴욕으로 간 까닭은?
점술가가 어린 크리스챤 디올에게 “너는 나중에 여러 번 바다를 건너게 될 거야!”라고 예언했을 때 그의 친구들은 피식 웃었다. 그러나 신출내기 꾸뛰리에가 대서양을 건너간 순간, 그에게 분홍빛 미래가 펼쳐졌다. 퀸 엘리자베스호에 올라 자신의 패션 세계를 온통 뒤흔들 역사적인 여행을 시작했던 무슈 디올. 도버해협 너머 런던에 본사를 둔 럭셔리 스트리트 브랜드 ‘코스(COS)’는 무슈 디올의 정신을 계승하고자 한 것일까? 지난 시즌 그리스 아테네 대리석 채석장에서 쇼를 선보인 데 이어 이번 시즌에는 뉴욕 브루클린으로 무대를 옮겼다. 코스의 캣워크 쇼만큼 흥미로운 건 뉴욕을 무대로 택한 이유다. 나는 코스 쇼장에 도착하자마자 2014년 라프 시몬스가 브루클린 창고에서 선보인 2015 디올 리조트 컬렉션이 떠올랐다. 그리고 코스 홍보 담당은 2025 가을/겨울 쇼 직전 뉴 룩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귀띔했다.
런던에 본사를 둔 스웨덴 패션 브랜드가 뉴욕에서 쇼를 열기로 한 이유를 묻는 말에 2007년 론칭 때부터 브랜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아온 카린 구스타프손(Karin Gustafsson)은 이렇게 답했다. “코스의 언어는 뉴욕이라는 도시, 그리고 우리가 예술과 음악에 가지는 연결성에 깊이 공명한다. 뉴욕은 창의성으로 가득한 놀라운 도시다.” 그렇다면 코스와 뉴욕은 어떻게 상호작용을 했을까? 맨해튼 중심에서 한참 차를 달려 도착한 브루클린 끝에 위치한 그린포인트 터미널 웨어하우스의 깔끔한 콘크리트 런웨이는 코스의 정체성에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리는 공간. 지금은 창고로 이용하는 1890년대 지은 로프 공장이 주는 산업적이고 도회적인 분위기는 코스의 미니멀하고 브루탈리즘적인 미학을 배가하기에 충분했다.
뉴욕은 모던아트 건축디자인과 문화가 강한 도시다. 1990년대 초 미니멀리즘의 수도로 패션 도시 개념을 확립한 뉴욕은 미니멀리즘이 고객이나 비평가에게 받아들여지기 좋은 배경을 갖췄다. 캘빈클라인이나 도나 카란 같은 레이블의 자취를 따르기로 한 코스는 뉴욕에서 자신들의 패션 언어가 도시라는 맥락 안에서 자연스럽게 읽히길 바란다. 코스의 2025 가을/겨울 쇼는 한마디로 과한 장식 없이 기본을 지키면서도 착용자가 자기만의 스타일로 해석할 여지를 남기는 컬렉션이었다. ‘세련되고 사려 깊으며 시대를 반영하는 디자인에 대한 찬사.’ 이것이 바로 이번 컬렉션에 대한 가장 정확한 설명일 것이다. 하지만 코스 특유의 미니멀리즘과 당시 뉴욕을 지배한 동시대적 무드를 매치하는 건 쉽지 않았다.
이번 코스 쇼의 큰 테마는 ‘다크 로맨스’. 쇄골을 드러낸 잘록한 허리 라인의 울 재킷과 팬츠를 입은 최소라의 오프닝으로 시작된 컬렉션은 ‘네오미니멀리즘’의 현대적인 느낌과 조화를 이룰 날카로운 재단과 풍부하고 어두운 뉴트럴 컬러가 런웨이를 채웠다. 말하자면, 나이와 상관없이 세련되고 날씬한 업타운 걸들이 찾을 듯한 47벌의 단정하고 실용적인 의상. 물론 하나같이 코스의 간결하고 예술적인 미학이 적극 반영된 디자인이었다. 네이비, 슬레이트 그레이, 버건디, 잉크 블랙, 그리고 가장 어두운 초콜릿 브라운으로 이루어진 이번 시즌의 풍부한 컬러 팔레트가 오프화이트로 꾸민 창고의 넓은 런웨이를 채웠다. 무채색의 심플한 의상 사이로 가끔 등장하는 플래드 체크 룩이 시선을 사로잡았고, 실용적인 플랫 슈즈와 가방, 바스켓 위브 니트와 뉴욕의 날카로운 바닷바람이나 코스의 고향 스웨덴의 매서운 겨울바람에도 끄떡없을 시어링 코트, 매끈한 송치 소재 맥시 코트 등이 쇼에 풍부한 질감을 더했다.
컬렉션 의상 대부분이 선이 깔끔하게 떨어지며 1990년대 감성을 보여주지만, 쇼를 관통한 건 1950년대 뉴 룩 실루엣이다. 덕분에 여성스러운 실루엣을 유지할 수 있었고 현대적 감각을 반영할 수 있었다. 이는 최소라의 오프닝 룩 같은 오픈 네크라인과 벨트를 두른 허리 라인, 그리고 22번째로 등장한 술통처럼 가운데가 볼록한 배럴 코트에서 찾아볼 수 있다. 남성복은 1990년대 느낌을 가미한 꽤 클래식한 스타일로, 특히 부드러운 가죽 소재 봄버 재킷이나 코트 스타일링이 돋보였다. 다양한 소재와 미묘하게 다른 톤의 뉘앙스로 무대를 채색했지만 예술적인 정교함이나 동시대적 감각은 다소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다. 반면, 특별한 디테일이나 프린트 없이도 미니멀하면서도 개성 넘치는 실루엣을 연출하는 비대칭 패턴 덕분에 입고 싶을 만큼 매력적이던 후반부의 이브닝 시리즈도 있었다.
한때 비공개적이고 미니멀리즘 애호가에게만 국한되던 이 브랜드는 런던에서 출시된 지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 문화와 스타일의 진정한 기준이 된 듯하다. 고현정, 이준영, 나오미 왓츠, 로린 힐, 로지 헌팅턴 휘틀리, 조디 터너 스미스 등 쇼의 맨 앞줄을 차지한 셀러브리티 군단은 코스가 잠들지 않는 실용주의의 도시에서 성공하고 있음을 짐작게 했다. 뉴욕 크리에이티브 생태계의 인물들이 집중된 코스 컬렉션은 확실히 이번 뉴욕 패션 위크에서 꼭 봐야 할 이벤트 중 하나였다. 그리고 지나치게 옷이 압도적이지 않아 입는 사람의 감성과 디테일을 통해 감각적 깊이를 더해야 비로소 개성이 드러나는 코스의 절제된 미학이야말로 이 브랜드가 패션계에서 좋은 취향의 옷, 좋은 스타일로 인정받는 비결이다. VK
- 패션 에디터
- 손은영
- COURTESY OF
- COS
- SPONSORED BY
- C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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