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은혜, 공효진, 신세경! 여자의 변신은 무죄!
컬러와 프린트의 충돌이었던 이번 시즌 루이 비통 컬렉션을 자신들만의 믹스 앤 매치 솜씨로 스타일링한 패셔니스타들! 팔색조처럼 컷마다 변신을 거듭한 윤은혜, 곱슬거리는 아프로 헤어를 뒤집어쓴 구체관절 인형 같은 공효진, 난생처음 빅 헤어를 한 채 섹시한 포즈까지 취한 신세경까지, 여자의 변신은 무죄!
패션 화보를 진행할 때의 순서는 대략 기획, 스태프와 장소 섭외, 스태프 미팅, 온갖 스타일링 아이템 찾기와 필요한 소품 섭외, 그리고 촬영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그러나 잘나가는 셀레브리티와의 화보 촬영이라면 좀 이야기가 달라진다. 일단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의 1위 자리가 눈 깜짝 할 사이에 뒤바뀌는 그들의 운명처럼, 그들의 스케줄 또한 촬영 1시간 전에 바뀌기 일쑤. 게다가 어떤 옷은 많이 비쳐서 안 되고, 미니스커트는 입기 싫고, 데님 광고가 걸려 있어서 진 아이템은 안 된다는 등등 촬영에 태클이 들어오는 일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하지만 이번 루이 비통 화보 촬영을 위해 섭외된 3명의 여배우들은 예외였다! 에디터가 맞춰준 대로 입는 스타일링이 아니라, 루이 비통 컬렉션을 자신들이 직접 스타일링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보그〉의 미션은 이번 시즌의 믹스 앤 매치 루이 비통 컬렉션을 자신의 취향껏, 능력껏 마음대로 스타일링 할 것!
가장 먼저 촬영 날짜가 잡힌 윤은혜가 밤 늦은 시각 루이 비통 쇼룸을 찾았다. “컨셉이 마음대로 스타일링 하는 거죠? 남자 옷도 입어도 되는 거구요? 백에 참을 주렁주렁 달아보면 어때요?” 인형놀이 하듯 쇼룸에 걸린 옷을 입어보고 걸쳐보고 신어보고 들어보고를 거듭하던 윤은혜는 장장 2시간이나 스타일링 놀이에 빠졌다. 심지어는 촬영 전날 밤 10시쯤 그녀의 스타일리스트에게 전화가 걸려왔으니! “지금 은혜 씨와 동대문에 좀 가려구요. 옷이 컬러풀해서 컬러 가발을 좀 썼으면 하거든요. 기자님 생각은 어떠세요?” 세상에, 이런 스타는 처음이었다! 하긴 드라마 〈아가씨를 부탁해〉에서 발맹의 탁구공 숄더 재킷을 멋지게 소화해내며 각종 패션지의 러브콜을 듬뿍 받았던 윤은혜. “〈보그〉 촬영 때문에 밤새 가발을 땋았어요! 생각해봤는데 메이크업은 프랑스 인형처럼 눈밑에 언더라인을 그려 넣으면 어울릴 것 같아요.” 촬영장에 도착하자마자 화보 아이디어를 마구마구 쏟아내며 직접 준비한 3개의 가발을 번갈아 써본다. 허벅지를 훤히 드러낸 미니 셔츠 드레스나 아슬아슬한 쇼츠만 입고서도 거침 없었다(‘꿀벅지’ 의 원조는 유이가 아니라 바로 윤은혜였다!). 여배우들은 숨 쉴 때도 다이어트를 생각한다던데, 운동으로 다녀진 그녀의 몸은 건강하고 섹시했다.
그녀가 첫 번째로 고른 의상은 심플한 쇼츠와 카디건에 남자 컬렉션의 가죽 코트. “이 의상에는 땋은 가발을 머리 위에 얹을까 해요!” 그 다음 선택한 건 블루머와 밀리터리 베스트. “컬러를 맞추기 위해 네일 케어도 초록색으로 받았어요. 하하.” 화보 촬영을 위해 동대문에서 직접 가발까지 준비한 여배우가 또 있을까? 마지막으로 그녀는 박시한 셔츠 드레스를 선택했다. 셔츠 드레스에 들어간 은은한 형광 그린 컬러와 매치하기 위해 헤어는 초록색 가발을 썼다. “소재는 여성스러운데 남성스럽게 느껴져요. 시계를 두 개 할게요. 여기엔 〈보그〉에서 준비한 인디언 깃털 모자를 쓰면 어울릴 것 같아요” 그러고는 여우털 참 장식과 태슬 장식을 숄더백에 달아 에스닉한 느낌으로 룩을 완성했다. 여기에 롱 스트랩을 한쪽 손에 팔찌처럼 말아 잡는 센스까지!
두 번째로 스케줄이 잡힌 여배우는 대한민국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패셔니스타 공효진. 얼마 전 드라마 〈파스타〉에서 부스스한 긴 머리에 루즈한 스웨터를 입고 목도리를 둘둘 말아 겨울 시즌 캐주얼 믹스 앤 매치의 절정을 보여줬던 그녀는 평소 본인이 즐기는 차림(블랙 스키니 진에 가죽 바이커 재킷, 워커를 신은 록 시크 룩)으로 루이비통 쇼룸에 나타났다. “이번 시즌 루이 비통 의상을 보니 불량 소녀가 떠올랐어요. 핫 핑크 톱 위에 슬리브리스 원피스를 겹쳐 입어볼게요. 신발은 데님 클로그 슈즈가 어울리네요. 참, 오다 보니 쇼윈도 마네킹에 아프로 가발이 씌워져 있던데 한번 써보면 어떨까요?” 사실 에디터는 루이 비통 홍보 담당에게 부탁해 쇼에 등장했던 아프로 헤어 가발을 홍콩에 의뢰한 상태. 그것을 알 리 없는 그녀와 이렇게 서로의 마음이 통하다니! 자칫 우스꽝스러워 보일 수 있는 아프로 가발은 톱 모델들도 소화하기 힘든 헤어지만, 그녀는 패셔니스타다운 프로페셔널한 스타일링 실력을 발휘, 그 헤어에 꼭 어울리는 의상 3벌과 스카프 3개, 슈즈 3개를 재빨리, 그리고 정확하게 고르고는 쇼룸을 빠져 나갔다.
촬영 당일엔 가죽 플레어 미니스커트에 레이스업 워커를 신고 성큼성큼 스튜디오에 들어와 세트를 점검한 후 첫 번째 의상에 대해 먼저 제안했다. “다리가 살짝 드러나는 원피스를 입으면 어때요? 바닥에 슈즈를 떨어뜨리고 맨발로 앉을게요.” 순진하면서도 불량스러운 표정을 연출한 그녀. 다음 컷은 상자 안에 누워야 한다고 말하자 속이 비치는 시스루 톱에 스트라이프 브라와 자카드 팬츠를 선택했다. “엇! 지푸라기인 줄 알았는데. 이건 뭐죠?” 한쪽에서 세트팀이 열심히 작업하는 것을 본 공효진은 쵸핑지라 불리는 종이 지푸라기 더미들이 손으로 비비자 5배 가량 부피가 불어나는 것이 신기했는지 이것저것 물어보기 시작했다. “침대처럼 폭신해요. 예전에 지푸라기 촬영을 한 적이 있는데 먼지가 많이 났거든요. 근데 이 종이 지푸라기는 먼지가 안 나 너무 좋아요!” 1999년 영화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로 데뷔한 이래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패션 화보 촬영을 섭렵한 베테랑답게 힘든 포즈도 거뜬하게 소화해낸다. “스카프는 바람에 휘날렸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플리츠 스커트 안에 입은 블루머는 아주 살짝만 보였으면 해요. 앉기도 하고 눕기도 했으니까, 이번엔 상자에 기대볼게요. 그리고 한쪽 무릎은 살짝 구부리는 것이 예쁘게 나오겠죠?” 그녀는 촬영이 거의 끝나갈 무렵 지치고 힘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것을 스태프에게 요구했다. 그만큼 열정이 넘치고 프로답다는 이야기!
그리고 마지막으로 스케줄이 잡힌 스타는 〈지붕 뚫고 하이킥〉의 헤로인 신세경. 이제 갓 스무 살을 넘긴 그녀는 젖살이 남이 있는 동글동글한 얼굴에 글래머러스한 몸매가 매력적이다. 그 지붕킥의 세경이처럼 수줍은 듯 상기된 얼굴로 그녀가 루이 비통 쇼룸을 찾았다. 평소 스니커즈에 캐주얼한 차림을 즐기는 그녀는 이번 화보에선 섹시한 글래머 걸이 되길 원했다. “프린트가 아주 많네요. 잘 모르지만, 형광색 미니 드레스에 스팽글 스니커즈를 매치하면 어때요? 책에서 봤는데, 허리에 여우털을 꼬리처럼 달아볼게요.” 에디터가 과장되게 부풀린 헤어에 강한 스모키 아이 메이크업으로 이미지 변신을 유도했더니 또 이렇게 말했다. “솔직히 청순가련형도 아닌데, 시트콤 이미지 때문에 메이크업을 늘 여성스럽게만 해왔어요. 프린트가 많은 루이 비통 옷과 펑키한 헤어 / 메이크업이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첫 번째 의상은 박시한 남자 티셔츠에 데님 미니스커트. 그러자 그녀는 프린트 스카프와 데님 벨트를 골랐고, 에디터는 아직 스타일링 경험이 부족한 그녀를 위해 오비 벨트처럼 스타일링 했다. 알록달록한 스트랩을 엮은 꼬임 디테일의 울트라 미니 드레스야말로 그녀의 글래머러스한 몸매를 강조하는 최고의 선택!
이들 3명의 패션 스타들은 밀리터리와 그런지, 화려한 프린트와 에스닉 디테일, 펑키한 액세서리 등이 어지럽게 버무려진 이번 시즌루이 비통 의상을 자신들만의 스타일링 솜씨를 발휘해 멋지게 해석해냈다. 버드나무 가지처럼 가녀린 몸매로 구체관절 인형 같은 포즈를 취해준 공효진, 난생 처음 청순한 이미지 대신 섹시한 글래머 걸이 된 신세경, 무엇보다 밤새 동대문을 뒤질 만큼 열정적인 윤은혜가 있어 행복한 촬영이었다.
- 에디터
- 김미진
- 포토그래퍼
- 오중석
- 스탭
- 헤어&메이크업/강수정
- 기타
- 세트 제작 / 다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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