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트렌드

긴 머리, 싹둑 잘라도 될까요?

2023.02.20

긴 머리, 싹둑 잘라도 될까요?

긴 머리를 싹둑 자른 후 패션계와 뷰티계의 요란한 러브콜을 받으며 이 시대의 진정한 뮤즈로 거듭난 아리조나 뮤즈! 미국 <보그>를 통해 혜성처럼 등장한 그녀를 보자마자 여자들은 머리를 확 잘라버릴까 수십 번 생각했을 것이다. 아리조나의 단발은 나탈리아 보디아노바의 그것과는 또 다른 분위기. 나탈리아가 구불거리는 웨이브 컷으로 부드럽고 섹시한 여성미를 뽐냈다면, 그녀의 단발머리는 도회적인 세련미를 폴폴 풍긴다고 할까?

그럼에도 ‘그래, 자르자!’라고 쉽사리 결정 내릴 수 없는 까닭은 머리카락을 자르는 순간, 거의 일 년은 원래 스타일로 돌아갈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진다는 것! 하지만 혁신과 변화는 언제나 용기와 배짱 있는 사람들만이 누릴 수 있는 것.스타일에 극적인 변화를 주고 싶다면 우선 너무 오랫동안 유지해온 긴 머리부터 싹둑 잘라볼 일이다.
긴머리 싹뚝 자를까
대개 여자들이 긴 머리를 고수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바람에 흩날리게 할 수도 있고, 고무줄로 질끈 묶기에도 그만이니까. 서너 달에 한 번씩만 헤어 살롱에 가도 되니 더없이 경제적이니까. 또, 남자들이란 대개 긴 머리의 여자를 좋아하니까. 게다가 ‘귀 밑 3cm’ 교복 세대라면 6년 동안 지긋 지긋하게 해봤으니까. 그러니 대부분 30대 이후 여자들에게 어깨 위로 찰랑거리는 단발머리는 성인이 된 후 별로 해 본 적이 없는 헤어 스타일이다.

그런데 지금, 아리조나 뮤즈의 핫한 등장에도 불구하고 10년 이상 긴 생머리를 고집했던 내 마음이 지축을 뒤흔드는 지진처럼 마구 흔들리고 있으니 그 촉매제는 바로 얼마 전 열린 2013 S/S 컬렉션! 빨간 머리 모델 카렌 엘슨, 금발 머리 안느 개비, 모델이자 블로거인 검은 머리 릴리 쾅(Lily Kwong) 모두 귀밑에서 찰랑이는 단발 머리로 등장하는 게 아닌가. 바로 얼마 전 9월호 미국 <보그>에서도 긴 머리로 등장했던 카렌 엘슨과 릴리 쾅이었는데 말이다. 그들의 머리 색깔은 전혀 달랐지만, 산뜻하고 발랄한 단발 머리는 새로운 유행이 다가왔음을 강력히 시사했다. 국내 셀리브리티들의 단발 머리도 상큼 발랄하긴 마찬가지. 종영된 드라마에서 했던 단발 머리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고준희를 비롯, 파리 공항 라운지에서 우연히 만난 공효진, TV 프로그램에서 본 엄지원도 짧은 단발머리였다.

그렇다고 슈퍼모델들과 셀리브리티를 따라 무조건 단발령을 선포할 순 없는 일. 패션계와 뷰티계 지인들의 케이스를 참고하기로 했다.최근 흑단같이 새까만 긴 머리를 과감하게 자른 메이크업 아티스트 원조현. 솔직히 말해 파리 출장길에 헤어 스타일리스트 김정한에게 싹둑 잘렸다는데 전혀 후회하지 않는단다. “훨씬 어려 보이고 세련돼 보일 거란 꼬임에 그만 넘어간 거죠. 아마 주변 반응이 나빴다면 다신 실장님을 안 봤을 거예요. 하하!” 앞머리를 뱅 스타일로 잘라 그런지, 귀를 살짝 덮는 찰랑거리는 단발 머리는 확실히 어려 보였다. 여섯 살 연하 남자 친구를 둔 동료 기자 역시 고교 시절 단발 머리로 시간을 거슬러 갔다. “나를 보고 시들 시들해 보인다는 남자 친구 아버지 말씀에 충격을 받고 머리를 잘라 버렸지. 어때 좀 어려 보이지 않니?” 아닌 게 아니라 그녀는 훨씬 생기 있고 젊어 보였다.

문제는 내가 사람들의 감언이설에 휩쓸려 10년 이상 곱게 기른 머리를 싹둑 자를 만큼 즉흥적인 성격이 아니라는 것. 가뜩이나 새침한 인상이 자칫 도도한 인상으로 보일 수 있고, 남자들은 여전히 긴 머리를 선호한다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확실히 30대로 접어들면서 내 머리카락은 가늘어졌고, 축축 처진 커튼처럼 윤기를 찾기 힘들다. 찰랑거리는 여고생들의 건강한 머릿결을 볼 때마다 헤어 살롱으로 달려가고 싶은 충동을 강하게 느낀다. 게다가 매일 아침 20분 이상 치르는 드라이어와의 전쟁도 지겹기만 하다.

자, 이제 결론을 내려야 할 차례. 마감이 끝나면 헤어 스타일리스트를 만나봐야겠다. 구불거리는 웨이브 단발은 자칫 나이 들어 보일 수 있으니 생머리를 유지하고 살짝 롤 스트레이트 펌을 하는 게 좋을 듯. 여기저기 물어보니 어깨에서 손가락 한 마디 정도 길이가 가장 세련돼 보인다는 의견이 대다수. 나 역시 찰랑거리는 짧은 스타일에 마음이 끌리니 귀와 어깨 사이 어디쯤 가위를 들이댈지 진지하게 고민할 것이다. 10년간 내 헤어 스타일이 지긋지긋하다고 생각한 사람이라면 기대하시라! 분명 새로 산 3.1 필립 림 팬츠에 하이힐 펌프스를 신고 걸을 때마다 내 머리카락은 기분 좋게 찰랑일 테니.

    에디터
    한주희
    포토그래퍼
    HYEA W. KANG
    모델
    한으뜸
    스탭
    헤어/박내주,메이크업 / 오미영,스타일리스트 / 석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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