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 고고함에서 외설스러움까지!
‘보그 인터내셔널 에디터’ 수지 멘키스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패션 저널리스트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현재 <인터내셔널 뉴욕 타임즈>로 이름이 교체됐다)에서 25년 간 패션 비평을
담당한 그녀는 현재 세계 각국의 ‘보그닷컴’을 위해 독점 취재 및 기사를 쓴다.
통통 튀는 스커트, 가는 허리, 꽃무늬, 발레리나 슬리퍼. 올여름 도시 거리에선 뉴룩을 쉽게 볼 수 있다. 뉴룩은 2차 대전 후 크리스찬 디올이 패션계로 복귀했을 때 쓰인 유명한 명칭이다.
오, 너무 멋졌던 50년대! 당시는 여성들이 매력적이고 조신해야 했던 시기였기에(여성들은 전쟁 당시 입었던 어깨가 넓은 작업복을 버리고 몸을 조이는 코르셋을 입은 순종적인 아내로 돌아갔다) 그 시절을 되살리고 싶진 않다.
하지만 옷 자체는 너무 멋져 보인다. 관능적이고 젊은 프랑스 여배우 브리짓 바르도의 이 사진에서 보듯 헴라인은 페티코트 때문에 풍성했고 가슴은 파도처럼 부풀었다.
파리의 팔레 갈리에라에서 열리고 있는 패션 전시는 그 시기를 집중 조명하고 있다. 그리고 <엘르>와 <파리 마치> 표지(둘 다 추후에 모나코의 대공비가 된 ‘대담한’ 수영복 차림의 여배우 그레이스 켈리를 기사로 다뤘다)를 전시함으로써 50년대를 조망하고 있다.
인기를 끌었던 또 다른 표지 인물로는 꾸뛰르의 제왕이자 약간 뚱뚱한 무슈 디올이 있다. 그의 회사는 당시 프랑스에서 가장 큰 패션 수출 업체였다.
1947년~1957년 프랑스 패션에 초점을 맞춘 <The 50s> 전시(11월 2일까지 이어진다)는 큐레이터인 올리비에 사이야르의 승리다. 무도회 가운이나 디올의 유명한 바 수트의 실루엣을 흉내 낸 맵시 있는 일상복뿐 아니라 그 시대를 달리 해석한 옷도 한 자리에 모았기 때문이다.
고고한 의상뿐 아니라 외설적인 의상도 있다. 초기의 해변 비키니(모두 화려한 하와이 패턴과 브라 컵 톱으로 이뤄졌다)와 깃털과 베일로 장식된 짓궂고 관능적인 모자 같은 것들 말이다.
사아야르는 작은 디테일들을 보는 안목도 뛰어나다. 그는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의 조각한 듯 고결한 의상들과 자크 파스의 날씬하고 엉덩이 선이 둥근 드레스들을 전시했다. 그러나 상표 없는 투명 플라스틱 가방(윗부분이 전시관 천장의 장식 프레스코화와 잘 어울리는 장미로 장식됐다)을 위한 공간도 있었다.
내게 50년대의 여름은 일종의 계시였다. 나는 코트 슈즈(court shoes)와 장갑을 함께 연출한 멋쟁이 코트와 수트가 있는 겨울에 대해선 알고 있었다. 무릎 부분이 너무 좁아 앞으로 성큼성큼 걸을 수 없었던 일자 스커트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허리부터 넓게 퍼지며 패턴이 장식된, 밑단 쪽이 빙빙 도는 화려한 스커트가 훨씬 더 재미있었다. 큐레이터는 좀더 스포티한 카디건, 자전거 선수용 팬츠, 그리고 주름 스커트와 꽃무늬나 물방울 무늬의 드레스들도 찾아냈다. 그것은 60년이 흐른 지금 박물관을 뛰쳐나와 거리로 나가도 전혀 손색없어 보인다.
내 마음에 든 건 에르메스 드레스였다. 겨자색 위에 검정 붓으로 칼라, 주머니, 단추를 그려 넣은 아주 심플한 드레스 말이다. 그 드레스는 오늘날 에르메스 매장의 쇼윈도에 걸려 있어도 아무렇지 않을 것 같다. 아니 꼭 그래야 한다.
물론 이번 전시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한 가운도 있다. 볼륨 있는 퍼프 스커트의 매력이 더해지거나 르네 그뤼오의 그래픽 드로잉 속에서 몇 개의 선으로 간결하게 그려진 가운도 그 예다.
가까이 보면 이 무도회 가운들의 세부 장식은 아주 뛰어나다. 몸 위에 대고 조각한 듯 보이는 두꺼운 뒤셰스 새틴 드레스 위에 수 놓인 입체적 꽃 자수 같은 것들 말이다.
벨벳처럼 고급 소재로 주름을 만들고 드레이프 연출 능력을 보여준 마담 그레의 드레스처럼, 사이야르는 디자이너들의 독창성을 보여주는데도 열성적이다.
그리고 속옷들도 존재했다. 50년대는 나일론 스타킹에 초점이 맞춰졌다. 멋쟁이 프랑스 여성들이 다리 뒤에 가짜 스타킹 솔기를 그려 넣던 전쟁 당시엔 나일론 스타킹은 꿈 같던 물건이었다. 가터벨트로 허벅지에 스타킹을 고정하던 시절에 출시된, 지방시나 발렌시아가 상표가 붙은 파리 최고의 스타킹들도 만나볼 수 있다.
레이스와 나비 리본으로 장식된 피부톤의 코르셋은 정말 예뻐서 그것이 얼마나 불편하고 몸을 조이는지 잊어버릴 정도다.
50년대처럼 지나치게 점잔 빼는 시대를 아주 흥미진진해 보이도록 연출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올리비에 사이야르는 자신의 지성과 취향을 이용해 꾸뛰르 하우스들에서 열린 패션쇼의 필름들을 세심하게 선별했다(오늘날의 삐쩍 마른 기준으로 볼 때 그 때 모델들은 할머니처럼 보인다).
팔레 갈리에라의 전시는 패션의 진부함에 도전한다. 발렌시아가는 몸의 실루엣을 따라가는 건축적 형태뿐 아니라 밑단을 원단으로 장식한 통통 튀는 드레스들도 제작했다. 그리고 특별한 50년대 스타일에서 이브 생 로랑의 현대화된 디올 같은 또 다른 ‘뉴룩’이 탄생했다. 그 후 앙드레 쿠레쥬는 전후 시대와 결별하고 활기찬 60년대 스타일을 발전시켜 나갔다.
그러나 나는 50년대가 여전히 패션 속에 살아 있다는 걸 증명할 수 있다. 로마에 갔을 때 나는 밝고 화려한 멕시코 직물들로 스커트를 만들고 있는 안드레스 로모의 유쾌한 작품들을 봤다. 그 스커트들은 올여름 옷차림으로 아주 적절해 보였다.
그 후 나는 런던의 존 루이스 백화점에서 팔레 갈리에라에서 바로 가져온 듯한 드레스를 봤다. 서구 전역에서 바느질이 부활하고 있는 지금, 옷감과 바늘, 실만 있으면 우리도 풀 스커트가 달린 신선한 코튼 드레스를 만들 수 있다.
English Ver.
Those Fabulous Fifties! BY SUZY MENKES
Bouncy skirts, tiny waists, floral prints, ballerina slippers – the city streets this summer have such a New Look.
That was the famous phrase used when fashion bounced back with Christian Dior’s designs after the war years.
Oh those fabulous Fifties! I don’t really want to re-live them because this was a period when women were supposed to be charming and mild, throwing off their wide-shouldered wartime working jackets and going back to being polite little wives in controlling corsets.
But the clothes themselves look delicious: hemlines frothing with petticoats and bosoms swelling like the tide, as seen in this photograph of Brigitte Bardot, the flirty young French actress.
A fashion exhibition at the Palais Galliera in Paris focuses on that period. It takes an overview of the decade by displaying covers of
As well as the haughty, there is the naughty: the early beach bikinis – all luxuriant Hawaiian patterns and bra-cup tops; and hats, flirty and frivolous with feathers and saucy veils.
Saillard also has an eye for tiny details. He displays the noble sculpted outfits from Cristóbal Balenciaga and the shapely, round-hip dresses of Jacques Fath. But there is also room for an un-labelled transparent plastic handbag, its top decorated with pink roses to match the decorative fresco on the museum’s ceiling.
The revelation for me was summer in the Fifties. I knew about winter, with its smart coats and suits, worn with court shoes and gloves. I was all too aware of the straight skirts that hobbled women at the knees and stopped them from striding forward.
But how much more fun were colourful skirts flaring from the waist and twirling into a patterned hem. The curator even found the more sporty cardigans, pedal-pusher trousers and dresses with pleated skirts and floral or polka-dot patterns. They could walk right out of the museum and on to the street 60 years on.
My favourite was an Hermès dress – so apparently simple, with its “collar” and “pockets” painted with a brush of black on mustard yellow. It could – and should – be in the Hermès windows today.
Of course, there are also the gowns, which take up a large part of the show, whether in all their puff-skirted glamour or reduced to a few lines in the graphic drawings of René Gruau.
Up close, the work on these ball gowns is extraordinary: the three-dimensional flower embroideries on that thick duchesse satin that looks like a sculpture on the body.
Saillard is also eager to show inventiveness, as in a Madame Grès dress, which illustrates her ability to pleat and drape rich materials such as velvet.
Then there are the underthings. The entire decade was focused on nylon stockings, that dream of the wartime years when chic French ladies would draw a fake stocking seam down the back of their legs. On display are the finest Parisian hose with the labels Givenchy or Balenciaga at the point where suspenders clipped stockings at the thigh.
I found the nude-coloured body corset tricked out with lace and bows so pretty that I almost forgot how uncomfortable and controlling it must have been.
It is hard to take a prissy period like the Fifties and make it seem intriguing. Yet Olivier Saillard has used his intelligence and his taste even for carefully chosen film clips of fashion shows in haute-couture houses. (The models look like grandmothers by today’s waif-like standards.)
The Palais Galliera show challenges some fashion clichés. Cristóbal Balenciaga did not make just architectural shapes shadowing the silhouette, but also bouncy dresses with swags of fabric at the hem. And out of the particular Fifties style came another “new look” as Yves Saint Laurent modernised Dior, and then André Courrèges made outfits that created a rupture with the post war period and catapulted style into the swinging Sixties.
But I can prove that the Fifties are still in fashion. When I was in Rome, I saw the joyous work of Andrés Romo, who is making skirts in bright, colourful Mexican materials. They seemed so relevant to the look of this summer.
Then I spotted, at the John Lewis store in London, a dress in the sewing department that could have come straight out of Palais Galliera. With the current revival of home-sewing across the Western world, the look of a fresh cotton dress with a full skirt is ours with a length of cloth, a needle and thr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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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보그 인터내셔널 에디터 / 수지 멘키스(Suzy Menk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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