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균을 아세요?
1971년 국내 최초의 발효유 ‘야쿠르트’가 등장했을 때 ‘병균을 판다’는 루머가 끊이지 않았고,
시장의 반응은 냉랭했다. 그렇게 홀대받던 유산균이 40여 년이 지난 지금
전 세계가 주목하는 가장 핫한 세균으로 등극했다!
엄마 배 속에 있을 때 우리는 무균 상태였다. 세균과의 첫만남은 출산. 엄마의 산도를 따라 세상 밖으로 나오면서 질 속의 젖산균을 섭취하게 되고, 우리는 장에 좋은 유익균을 얻게 된다(그래서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이들은 대변에서 유익균 수가 낮게 나온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그리고 모유의 올리고당을 양분 삼아 유해균으로부터 건강을 지키는 용맹한 유익균을 생성한다. 그렇게 우리는 몸 안에 1만여 종, 1조 마리가 넘는 미생물(모든 미생물을 모아 무게를 재면 무려 2kg에 이른다)과 동고동락하게 된다. 중요한 건 밸런스! 건강한 장은 유익균 80%, 유해균 20%로 장내 세균 환경을 유지한다(유해균이 0이 되는 건 불가능하며 바람직한 일도 아니다. 지나친 청결은 오히려 좋지 않다). 그리고 이를 조절하는 최고의 능력자가 유산균이다.
안타깝게도 출생 후 6개월 내 면역의 70%가 결정되며, 3세까지 섭취하는 모유와 음식에 따라 평생 살아갈 장내 미생물의 종류와 양이 결정된다. 결국 이 시기를 놓친 우리 모두는 장내 유익균 생성을 위한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하게 된다. 서글픈 건 비록 당신이 현명한 어머니 덕분에 건강한 장 환경을 조성했다 하더라도 나이가 들면 몸 속 유산균 같은 유익균이 줄어들기 시작한다는 것(응용환경미생물 학회지는 2005년 몸이 약한 고령 환자는 건강한 사람에 비해 유산균인 락토바실러스의 수가 26배 적다는 연구를 발표했다). 유익균이 줄어들면 장 기능이 약화되고, 면역세포 기능이 저하되면서 면역성 질환, 감염성 질환에 쉽게 걸리게 된다. 에너지 생산도 감소돼 만성 피로에 빠지고, 손발이 차고, 두통, 대장염, 생리불순, 발진, 기관지염, 피부 질환, 빈혈, 만성적인 기침도 유발할 수 있다. 위장 장애, 설사, 변비, 대사 장애가 생기기 시작하고, 심하면 대장암까지 유발할 수 있다. 그렇게 나이가 들면 여기저기가 아파온다. 즉, 장내 세균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이 몸을 살리는 길이다.
유산균과 프로바이오틱스는 다르다
유산균이 핫이슈로 떠오르면서 함께 등장하는 단어가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다. 유산균(젖산을 대사 산물로 만들어내는 박테리아의 일종) 제제 중 섭취했을 때 대장 내에서 생존하면서 인체에 유익한 작용을 하는 세균을 프로바이오틱스라고 표현한다. 즉, 대부분의 프로바이오틱스가 유산균이지만 모든 유산균이 프로바이오틱스는 아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요구르트 광고에 등장하는 유명한 균주들은 임상시험으로 효과가 증명된 프로바이오틱스다.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소화기내과 이창현 교수는 그렇기에 살아 있는 유산균제를 고를 때 첫 번째로 ‘임상시험에서 효과가 증명된 유산균주를 사용했는가(Bifidobacterium lactis, Lactobacillus rhamnosus GG, Bactobacillus casei DN-114 001, Lactobacillus reuteri 등)’를 확인하라고 강조했다. “유산균에도 여러 종류가 있고, 각각의 유산균 작용이 다르기 때문에 적절한 유산균주로 만들어진 제품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두 번째, 충분한 양의 유산균을 함유하고 있는지를 확인하세요. 프로바이오틱스가 대장까지 가서 생존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방법은 살아 있는 균을 충분히 복용하는 것 입니다. 그동안 임상시험한 결과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1억~10억 마리 이상의 유산균을 복용하는 경우 대변에서 유산균이 발견됐기 때문에 적어도 1억 마리 이상의 유산균을 함유하고 있는 제품을 고르는 것이 좋습니다.”
다만 제안된 섭취량 이상으로 복용한다고 효과가 좋아지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가스 팽만, 설사 등을 유발할 수 있으니 주의할 것. 또 건강한 사람은 유산균을 많이 먹어도 큰 해가 없지만, 알레르기가 있거나 면역 기능이 완성되지 않은 영유아, 면역 기능이 떨어진 환자들에게는 문제가 될 수 있으므로 의사와 상의가 필요하다.
유산균을 섭취하는 가장 좋은 방법
만약 당신이 과거 우리 선조들과 같은 밥상문화를 이어가고 있다면, 장 건강에 대해선 그다지 걱정할 필요가 없다. 발효식품을 충분히 섭취하는 채식 위주의 식습관 말이다. 그러나 대부분 현대인은 그렇지 못하다. 서구화된 식습관, 식품첨가물과 인스턴트 음식 섭취가 늘어나면서 우리 장 속에서는 유익균이 힘을 못 쓰는 상황이 벌어지기 일쑤. 이창현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유산균을 섭취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신선한 요구르트를 매일 꾸준히 섭취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국내에 유통되는 대부분의 요구르트는 효과가 검증된 유산균을 사용하고 있으며, 1회 복용으로 충분한 유산균을 섭취할 수 있습니다.
신선한 요구르트에는 유산균 외에도 필수 아미노산, 비타민 D, 칼슘 등 몸에 꼭 필요한 다양한 영양소를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아침에 요구르트 한 개를 꾸준히 장복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유산균 복용 방법입니다.” 다만, 시판 요구르트 중에는 유산균보다 당분 섭취가 더 많아질 수 있는 제품들도 있으니 ‘총열량’과 ‘당함량’을 따져볼 것. 최근에는 당분이 전혀 없거나(식품영양표에 원유 99.9925%, 유산균(1억 마리 이상)으로 표기돼 있다), 소량만 함유한 제품들도 마트에서 판매하고 있다. 치즈도 좋다. 하루 치즈 한 조각이 노인의 면역력을 키워준다는 연구결과도 있는 만큼(혈중 백혈구 수치가 높아지면서 면역력이 높아졌다) 장 건강을 지켜주는 좋은 식품이다. 단, 과식은 금물!
그러나 유제품에 알레르기가 있거나 유제품을 먹으면 설사가 유발되는 유당불내성이 있는 사람, 칼로리를 제한하는 다이어트 중인 사람 등은 영양제 형태의 유산균을 복용하는 것을 대안으로 생각할 수 있다. 린클리닉 김세현 원장은 이런 특수한 경우가 아니더라도 유산균은 영양제 형태로 복용할 것을 권했다. “유산균은 생균 제제인 보충제로 복용하는 것이 효율적입니다. 여러 종류의 유산균을 함께 섭취하는 것이 좋은데, 식품의 유산균은 그 종류가 제한적이고, 고함량의 유산균 섭취를 위해선 엄청난 양의 식품을 먹어야 하기 때문이죠. 특히 락토바실러스, 비피도박테리아균은 지금까지 연구가 가장 많이 이뤄지고, 위산에 잘 견디며, 장내에서 잘 증식하는 유산균으로 알려져 있으니 제품 선택 시 이들을 포함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유산균의 먹이가 되는 식이섬유와 프락토올리고당이 함께 들어 있으면 더욱 좋죠.” 영양제는 보관 과정에서 변질되거나 오염될 수 있으므로 1회 복용분씩 따로 포장된 제품을 구입하도록 한다.
홈메이드 요구르트의 함정
그렇다면 이창현 교수가 언급하는 신선한 요구르트란 어떤 것일까. 홈메이드 요구르트? “홈메이드 요구르트의 경우 좀더 신선한 우유를 사용하고 방부제나 첨가물을 넣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지만, 발효 과정에서 품질 관리가 되지 않아 잡균에 오염돼 부패할 수 있고, 종균 관리가 어려운 단점이 있습니다. 특히, 홈메이드 요구르트에 많이 사용하는 티벳버섯(Kefir)의 경우 유산균을 포함한 여러 가지 곰팡이와 세균의 복합체로, 발효균의 종류를 정확하게 알 수 없고, 따라서 효과가 증명되지 않아 특별히 더 좋을 것은 없습니다.”
그렇다면 고급 우유를 이용한 고가의 프리미엄 요구르트는?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납니다. 효과가 입증된 좋은 유산균을 종균으로 사용해야지 고급 우유를 사용한다고 해서 넣지도 않은 좋은 유산균이 배양되는 것은 아닙니다. 또 캡슐이나 특수 코팅 제제의 유산균 제품이라고 해서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만큼 위산과 담즙산의 공격을 피해 장까지 도달되는데 도움이 된다고 증명된 바는 없습니다. 가격으로 비교하기보다는 얼마나 좋은 종균으로 적절하게 발효해서 충분한 양의 유산균을 함유한 제품을 신선하게 공급하느냐가 더 효과적인 프로바이오틱스의 선정 기준이 돼야 합니다. 물론 요구르트의 대부분이 우유라는 점을 감안해볼 때 저질 우유를 사용한 요구르트가 좋을 수는 없겠죠?”
린클리닉 김세현 원장도 맞장구를 쳤다. “목초 섭취량과 운동량이 많은 젖소에서 생산된 유기농 우유는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하기 때문에 유산균이 장내 정착하는 것을 도와줍니다. 즉, 쾌적한 환경에서 행복하게 생활한 소의 우유로 만든 요구르트가 그런 의미에서 더 도움이 되겠죠. 그러나 이보다 균주의 종류가 더 중요합니다. 앞서 설명한 프로바이오틱스로서 인증받은 건강한 균주를 사용한 요구르트인지를 확인하세요.”
유산균의 적과 동지
유산균은 살아 있는 미생물이다. 즉, 장까지 무사히 실어 날랐다면 이젠 건강히 정착해 살 수 있도록 잘 먹여야 한다. 아무리 유산균을 열심히 먹어봤자 유산균이 싫어하는 음식을 먹고, 유해균이 좋아하는 음식만 먹으면 도로아미타불이란 말씀! 유산균이 제일 좋아하는 먹잇감은 풍부한 섬유소. 따라서 과일, 채소, 잡곡(특히 현미) 등 유산균 증식에 도움이 되는 식품을 꾸준히 먹는 것이 중요하다. 또 김치, 장아찌, 된장, 간장, 고추장, 청국장, 식초, 젓갈류 등의 발효식품도 장에 서식하는 유산균을 돕는 만큼 매일 한 가지씩이라도 섭취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좋다(단, 염도는 주의!).
반대로 유산균의 주적으로 꼽히는 것은 당연히 인스턴트 식품과 탄산음료, 카페인과 식품첨가물이 많이 든 음식, 기름진 음식, 술, 담배 등이다. 그렇다면 밀가루는? “유산균의 아버지 ‘메치니코프’는 러시아 사람이고, 러시아는 밀을 주식으로 하는 지역입니다. 광고에 많이 나오는 유산균의 고향 ‘불가리아’ 역시 밀을 주식으로 하는 지역입니다. 당연히 밀가루와 유산균은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밀가루가 유산균의 적이라는 이야기는 방송용으로 과장된 표현이 잘못 알려진 것으로 추측합니다만, 밀가루에는 쌀에는 함유돼 있지 않은 ‘글루텐(Gluten)’이라는 단백질이 들어 있고, 이 글루텐은 일부 사람들에게 설사와 복통이 주증상인 셀리악병(Celiac Disease)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셀리악병 환자의 경우 글루텐 없는 식단(Gluten-free Diet)을 하면 도움이 되지만, 국내에는 셀리악병이 매우 드문 것으로 알려져 있으니 크게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건강한 사람에게 글루텐 없는 식단(Gluten-free diet)을 권유하는 것은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밀가루를 잘 소화시키지 못하는 경우 이를 소화시키기 위해 장은 과도한 일을 하면서 활성산소를 만들어내고, 정제된 밀가루가 유해균인 곰팡이균을 키우는 대표적인 음식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가능한 통곡물을 먹는 것을 권한다.
유산균에겐 시간이 필요하다
유산균을 장에서 안정적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프로바이오틱스를 복용하는 동안에는 대변에서 유산균이 검출되다 복용을 중단하면 한 달 이내에 검출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즉, 대장 내의 세균 분포를 바꿔 장 건강에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꾸준히 장복해야 한다는 것. 최소 한 달 이상 매일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의학계는 유해균을 제거하는 ‘안티바이오틱스(항생제)’에서 유익균으로 유해균을 다스리는 ‘프로바이오틱스’로 옮겨가고 있다. 실제 병원에서도 항생제와 함께 유산균제가 처방되고, 설사, 해외 여행 중 물갈이 등의 증상에 유산균제가 처방된다. 그러나 “유산균이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건강보조식품일 뿐 만병통치약은 아니다”는 이창현 교수의 말을 명심하자. 건강하고 싶다면 우리 모두 알지만 실천하지 않는 건강수칙을 지키려는 스스로의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말씀.
“100세 장수를 위해 매일 요구르트를 서너 번씩 마셨다는 유산균의 아버지 메치니코프 박사는 1916년 71세에 심장마비로 사망했습니다. 건강하고 싶다면 유산균 등 건강보조제 하나에 매달리기 보다는 규칙적인 운동, 건강한 식생활, 적절한 체중 관리, 금연, 절주, 정기적인 건강 검진 등 생활 습관을 개선하는 것이 훨씬 중요합니다.”
유산균 복용의 수칙
● 유산균을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여러 제품을 돌아가며 복용하는 것보다는 한 가지 제품을 꾸준히 먹는 것이 좀더 효과적이다.
● 비타민제를 먹는다면 유산균을 먼저 먹은 후 복용하는 것이 좋다.
● 유산균은 공복에 먹는 것이 좋다. 식전에 먹는 것이 좋지만 식후 바로 먹어도 상관은 없다.
● 금속 수저가 유산균을 죽인다는 것은 속설일 뿐이다.
● 유통기한이 지난 유산균은 쓸모가 없을까? 유산균은 죽어도 단백질로서의 기능과 식이섬유의 역할을 한다.
● 아침은 꼭 먹는다.
● 하루 1.5~2리터의 물을 마신다.
● 짜고 단것보다 시고 쓴 것이 도움이 된다.
● 식사하는 동안 현미흑초나 과일식초를 물에 희석해서 마시는 것도 도움이 된다.
- 에디터
- 뷰티 에디터 / 이화진
- 포토그래퍼
- CHA HYE KYUNG
- 스탭
- ILLUSTRATION / YIM SEUNG YON
- 기타
- 프로바이오틱스 / 듀오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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