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렌티노 레이디가 된 최지우
발렌티노 레이디가 된 최지우가 <보그>와 함께 파리 외곽의 18세기 고성으로 향했다.
햇살 찬란한 숲, 고색창연한 성벽, 아름다운 성주가 어울린 로맨틱한 11월 풍경.
“무슈! 저기 저 미스는 아시아에서 온 공주야?” 9월 30일 새벽 6시, 파리 샹젤리제 거리의 어느 호텔 로비에서 마주친 백인 남자가 갑자기 말을 걸어왔다. 밤새 파티를 즐기다 막 호텔에 돌아온 그는 이른 새벽부터 꽃단장한 여인이 대체 누군지 궁금했던 것 같다. 그 취객이 아시아의 공주라고 착각한 인물은 배우 최지우다. 그녀는 <보그> 화보 촬영을 위해 새벽 3시 30분에 일어나 헤어와 메이크업을 시작했다. 게다가 그날 오후 튈르리 공원에서 열릴 발렌티노 2015년 봄여름 패션쇼에 참석하기 전까지 화보 촬영을 마쳐야 했으니 새벽 기상은 어쩔 수 없었다.
신비로운 아름다움의 ‘아시아 공주’가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호텔 로비를 빠져나온 건 새벽 6시쯤(취객이 홀딱 반해서 그녀를 바라보던 바로 그때다). <보그> 촬영팀과 발렌티노 본사에서 공수한 올가을 컬렉션 의상들은 촬영장인 파리 외곽 성을 향해 곧바로 출발했다. 새벽 안개가 자욱한 산길을 지나 1시간쯤 후 도착한 곳은 세브루즈 계곡 깊숙한 곳에 자리한 샤토 드 보주앙. 18세기에 지은 고성이 오늘의 로케이션 장소였다. 물론 낭만적 감성으로 가득한 발렌티노 드레스와 망토 등을 적절히 표현할 곳을 찾기 위해 <보그> 촬영팀은 촬영 이틀 전까지 파리 외곽 고성들을 차례로 후보에 올렸고, 고색창연한 아담한 성과 펼쳐진 들판, 그리고 숲이 아름다운 이곳으로 최종 결정했다(최지우도 그곳이 가장 마음에 든다고 했기에 고생을 무릅쓰고 꼭두새벽에 일어난 것이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을 만큼 짙은 안개에 가려진 고성에 온화한 아침 햇살이 비칠 즈음, 촬영이 시작됐다(조금 쌀쌀했기에 실내 촬영부터 하기로 했다). 두꺼운 벨벳 커튼과 폭신한 카펫, 기품 있는 몰딩과 기둥으로 장식된 공간에 최지우가 등장하자 <보그>가 상상하던 아름다운 성주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완성됐다. 여기에 사진가 유영규가 센스 있게 준비한 이동용 스피커에서 ‘라이(Rhye)’의 나긋한 선율이 흐르며 촬영 분위기도 무르익었다. 패션지 화보 촬영에 그리 익숙한 여배우는 아니었지만, 최지우는 모델 뺨치는 긴 목과 긴 팔다리, 작은 얼굴의 소유자. 드레스든 팬츠 룩이든 옷을 입고 포즈를 취하면 절로 그림이 나왔다. 무슨 일이든 진지하고 성실한 자세로 임하는 그녀는 중간중간 촬영 의상에 맞춰 어떤 포즈를 취하는 게 좋은지 사진가에게 물어왔고, 노련한 사진가는 여배우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으면서도 손가락 표정과 얼굴 각도까지 하나하나 세심하게 코치했다.
10시 쯤 되자 촬영팀은 실내를 벗어나 밖으로 나왔다. 고성을 둘러싼가을 숲엔 밝고 따뜻한 햇살이 쏟아지고 있었고, 들판과 숲엔 어느새 살짝 단풍이 들고 있었다. 그림자가 자연스러운 음영을 선사한 골목까지, 모든 곳이 근사한 로케이션 장소가 됐다. “막 도착해 안개가 자욱했을 땐 으스스했는데, 해가 뜨니 무척 아름다워요!” 따뜻한 기운에 기분이 한결 좋아진 최지우가 한쪽 눈을 찡긋하며 촬영을 다시 시작했다. 가장 마음에 들어 한 옷은 발렌티노의 시그니처 아이템인 빨강 시폰 드레스. 그녀는 자신의 아름다움에 반한 나르시시스트처럼 들판을 이리저리 뛰어다녔고, 사진가는 정신없이 셔터를 눌렀다. 비록 아침 이슬에 시폰 드레스 자락은 푹 젖었지만 말이다.
“이제 다 된 것 같아요!” 사진가의 이 한마디에 스태프들은 대개 환성을 지르지만, 이번엔 달랐다. 파리 시내까지 도착하려면 시간이 빠듯했다. 일행은 부랴부랴 짐을 싸서 차에 싣곤 다시 파리로 달렸다. 쇼 시간은 2시 30분. 최지우는 얼른 호텔로 돌아와 옷을 갈아입고 헤어와 메이크업을 수정 후 발렌티노 쇼장으로 뛰어가야 했다. 그야말로 오늘 촬영은 <보그> 역사에 길이 남을 초스피드 촬영! 하지만 보주앙 성에서 ‘아시아의 공주’와 함께한 5시간은 축축하고 어두운 안개 세상이 밝은 햇살 가득한 세상으로 바뀌던 마법 같은 순간이었다.
- 에디터
- 패션 에디터 / 손기호
- 포토그래퍼
- YOO YOUNG KYU
- 스탭
- 스타일리스트 / 노강원 헤어 / 송화(애브뉴준오) 메이크업 / 박정원(애브뉴준오) 프로덕션 / 배우리
추천기사
-
패션 아이템
겨울과 봄을 감쪽같이 이어줄, 실속 있는 아우터 6
2025.01.17by 이소미
-
뷰티 트렌드
2025년 새롭게 등장한 가장 우아한 네일!
2025.01.17by 황혜원, Laura Solla
-
여행
새해 카운트다운은 여기서! 호텔 연말 파티 4
2024.12.20by 이정미
-
패션 아이템
런웨이에서 발견한, 올 봄과 여름을 뒤덮을 상의
2025.01.14by 이소미
-
패션 아이템
와이드 팬츠 지지자의 마음도 사로잡은 지금 입기 좋은 팬츠
2025.01.17by 안건호
-
패션 뉴스
뱀의 해 기념, 발렌시아가 '스네이크 게임'
2025.01.17by 오기쁨
인기기사
지금 인기 있는 뷰티 기사
PEOPLE NOW
지금, 보그가 주목하는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