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를 풍미한 '잇 백'
나팔바지와 집시, 데님과 섹시… 70년대가 돌아왔다!
이 열광적 레트로 열차에 탑승하기 위해 맨 먼저 티켓을 끊은 건 그때 그 시절을 풍미한 ‘잇 백’들.
얼마 전 <무한도전>에서는 90년대 가수들이 총출동해 시청자들의 폭발적 호응을 얻었다. 최고 시청률을 갱신한 ‘토토가’는 90년대를 거친 세대들이 추억을 퍼즐 맞추기에 딱 좋은 주제였다. 주말 예능 프로그램에 예고 없던 레트로 열풍이 불어닥쳤지만, 과거 유물을 캐는 데 일가견이 있는 사람들을 꼽자면 패션 디자이너들이 한 수 위다. 프린지가 찰랑대는 70년대 히피 룩을 낚아 올린 디자이너들은 또 하나의 잇 아이템을 함께 건져 올렸다. 바로 클래식 백! 당시 잘나가는 여자들의 손에서 놀아나던 가방들이 깊은 겨울잠에서 깨어나 2015년 봄 부활을 알렸다.
맨 먼저 니콜라 제스키에르는 루이 비통 아카이브에 보관된 가방들을 탐구했다. 그 가운데 1910년대에 탄생한 여행용 트렁크, 1985년도에 나온 ‘에피’ 백, 1934년에 처음으로 선보인 ‘도라’ 백과 1934년도에 출시된 ‘스콰이어’ 백을 선택했다. “가방 윗부분의 곡선 처리가 아름다운 스콰이어 백은 1955년에 샹제리제 백으로 불렸고, 1992년부터 알마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습니다.” 루이 비통 하우스는 역사적인 가방들의 재탄생에 대해 설명했다. “아예 새로운 디자인을 발표하기 보다 진화하는 형태로 선보였어요. 기존 형태에 색다른 소재와 프린트, 컬러를 추가했습니다. 이번 시즌에는 ‘에피’ 소재의 새로운 변화를 느껴보세요.” 그 가운데 유난히 눈에 띄는 가방은 제스키에르가 70년대 에디 세즈윅처럼 보이는 어린 모델들에게 데님 에피 백을 매치한 방식이다. “1920년대 오돌토돌한 ‘귀리’ 무늬를 그대로 표현하기 위해 열이 오른 강철판에 무두질한 소가죽을 올린 뒤 압력을 가해 에피 특유의 결을 만듭니다.” 그 결과 탄생한 에피 백은 투톤으로 염색돼 입체적으로 보이는 것이 특징. “1985년 에피 백이 선보였을 때 지금의 3초 백처럼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죠!”
루이 비통이 당대 트렌드에 맞게 스트리트 느낌으로 클래식 백을 재해석했다면, 구찌는 1950년도에 탄생한 홀스빗과 웹(Web) 디테일을 그대로 사용했다. “구찌 하우스가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하게 된 시점인 70년대를 재해석했습니다.” 이 백을 끝으로 구찌를 떠난 프리다 지아니니의 설명처럼 GRG 스트랩이 달린 70년대 백과 데님 시리즈는 이번 시즌 구찌의 메시지를 함축한다. 흔히 사람들이 알고 있는 GRG 스트랩의 정확한 명칭은 웹(Web)이다. 말안장을 고정시키는 캔버스 밴드에 그린-레드-그린 조합을 더해 탄생한 것. “1950년대 이후에는 수트 케이스에 쓰였고, 1961년 선보인 ‘재키 오’ 백에는 세로로 사용됐으며, 6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가방 스트랩에 적용됐습니다. 70년대부터 벨트와 스커트, 비키니 등 기성복 컬렉션에 장식용 트리밍으로 사용됐죠.” 구찌 하우스는 이번 시즌 추억의 GRG 웹과 가문을 상징하는 홀스빗 장식, 여기에 GG 로고와 다이아몬드 패턴이 전부 들어간 미니 숄더백(쇼의 오프닝을 장식했다)에 대해 문의가 빗발친다고 덧붙였다.
그런가 하면 디올의 ‘레이디 디올’ 백은 1995년 당시 영국 황태자비였던 다이애나를 위해 제작됐다. “간결한 사각 형태의 레이디 디올 백은 디올 하우스의 상징적인 백 컬렉션입니다”라고 디올 하우스는 전한다. “매 시즌 소재와 사이즈만 바뀌며 등장하는데 이번 시즌을 위해 라프 시몬스는 앙증맞은 미니 사이즈, 자신이 좋아하는 꽃무늬 등을 레이디 디올 백에 더했습니다.” 디올 하우스는 디자이너가 몇 차례 바뀌는 동안 계속해서 다양한 레이디 디올 백을 재탄생시켰다. 미우치아 프라다 역시 2005년도에 선보인 배럴 백(볼링 백으로 더 유명하다)을 다시 꺼냈다. 나일론 천에 모서리 부분에 가죽을 덧댄 10년 전 바로 그 디자인!
이렇듯 쳇바퀴처럼 돌고 도는 유행의 사이클은 20세기를 지나 2015년에도 계속 움직이고 있다. 지난 시즌에는 학창 시절이 떠오르는 버킷 백에 이어 올봄에는 각각의 하우스를 상징하는 클래식 백이 우리 여자들의 추억을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 이런 현상이 기분 좋은 이유? 굳이 케케묵은 사진첩을 들추지 않아도 추억을 되새길 수 있는데다, 유행을 의식해 매 시즌 새로운 백을 사들이는 것에 대한 죄의식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 물론 엄마 옷장을 뒤질 수도 있고, 자신이 예전에 주야장천 들고 다녔던 백을 다시 꺼내 드는 건 보너스다.
- 에디터
- 패션 에디터 / 김미진
- 포토그래퍼
- HWANG IN W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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