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 멘키스가 품평한 2016 F/W 파리 패션위크 – 창립자가 하우스를 떠났을 때 (비비안 웨스트우드, 엠마누엘 웅가로, 존 갈리아노, 뮈글러)
비비안 웨스트우드: 방향타 (일부)를 넘김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오랜 남편 안드레아스크론 탈러가 백스테이지에서 모델들의 의상을 매만지고 있었다. 새로운 건 전혀 없었다. 단 하나, 영원히 “펑크가 된 팝(Punk goes Pop)” 스타일이라는 그녀만의 창작으로 유명한 비비안이 난생 처음 안드레아스에게 일을 넘긴 것이다. 물론, 그 일부를 말이다.
올해 75세가 되는 비비안은 쇼에 참석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이것이 그저 수많은 웨스트우드 컬렉션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의례적인 절차일 뿐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안드레아스가 “어마어마한 자료들과 좀더 조화를 이룬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인정은 한 시대가 저물어 가기 시작함을 의미하고 있다.
안드레아스는 ‘젠더 뉴트럴’이라는 새천년의 트렌드에 쇼를 맞췄다. 물론 이는 몸 전체를 감싸는 컬러풀한 의상들,즉 남성과 여성이 모두 웨스트우드의 시그니처 플랫폼 부츠와 함께 입고 나온 이 의상들을 제대로 묘사하지는 못한다. (나오미 캠벨이 웨스트우드의 부츠를 신고 캣워크에서 넘어진 사건은 유명하다.)
뛰어난 작품으로는 (남녀 모두를 위한) “스칼렛 우먼” 의상들, 디지털 프린팅이 빛나는 남성용 코트, 그리고 장미가 풍부히 수 놓인 매력적인 체크 드레스 등이 있었다. 이번 시즌의 타이틀은 “섹서사이즈(Sexercise)”였다. 그 옛날 그리운 비비안을 연상시키는 이름이었다.
엠마누엘 웅가로: 뚜렷하지만 구체적인 정체성이 필요함
오리지널 엠마누엘 웅가로 쇼가 보여주는 정수는 파우스토 푸글리시와 그가 이탈리아에서 선보인 짧은 스커트의 로마 군단 룩과 마찬가지로 풍부함이었다. 그러나 최근의 웅가로 쇼에서 푸글리시는 미니를 떠나 보내고 맥시를받아들였으며, 나른한 1970년대와 불안한 1980년대 사이 어딘가에 위치한 미드 카프 스커트를 선보였다.
메시 스타킹으로 감싼 다리 한쪽이 사이드 슬릿 드레스 사이로 드러났고, 기대치 못한 진지함과 섹시함의 믹스를 만나게 되었다.
관객들에게 볼 기회를 두 번 제공하기도 하는 뒤엉킨 런 웨이를 갖춘 수많은 쇼들 가운데 웅가로의 프레젠테이션은 조명이 비춘 순간이 너무 짧았다. 클림트를 디지털적으로 해석했을 법한 고급스럽고 무난한 꽃무늬 프린트들이 종종 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나는 강력한 권력을 지닌 여성을 탄생시킬 듯한 파우스토의 덮일 듯이 긴 코트와 앞쪽이 열린 퀼로트처럼 어른의 의상을 선보이는 걸 선호하는 축이다. 그러나 이것이 엠마누엘 웅가로가 남긴 유산과 연관성을 지닐까? 알기 어렵다.
나는 엠마누엘 웅가로가 예전에, 그리고 의심할 필요도 없이 여전히, 발렌시아가와 일했던 3년의 기간을 얼마나 자랑스러워 하는지 기억한다. 이제 패션계의 가장 선두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푸글리시는 자신이 되살리고 있는 브랜드의 전통을 좀더 깊이 파헤쳐야할 것이다.
존 갈리아노: 애사심 고취
컷, 쉐이프, 그리고 드레이프는 빌 게이튼 작업의 핵심이었다. 그리고 이는 존 갈리아노와 일하던 초창기부터 마찬가지였다.
이제 존 갈리아노의 이름을 넘겨받은 빌은 계속 하우스에 대한 애정을 불태우며 쉽게 이를 해나가고 있다.
디킨스적인 영국에 관한 아이러니, 그리고 반투명한 레이스가 절반을 차지하는 밀리터리 톱이 보여주는 감동적인 섹슈얼리티와 함께, 빌은 2016-17 시즌에 대한 유려한 키노트를 제공했다.
패션계에서 프로가 된다는 건 나쁜 일이 아니다. 그리고 단단한 것과 부드러운 것, 테일러링과 우아함을 모두 다룰 수 있는 빌의 능력은 마스터 수준이다. 뛰어난 의상들이 꽤 많았는데, 실크 라펠로컷을 부드럽게 마무리한 밀리터리 코트, 매니시한 팬츠와 매치된 빅토리아 풍의 하얀 레이스 셔츠, 마찬가지로 순수한 하얀 레이스 드레스, 그리고 그다지 순수하지 못한 검은 레이스 스커트 등이 등장했다.
바이어스 컷 드레스와 같이 존 갈리아노와 함께 연마해 디올에서 완성된 솜씨가 더해지면서 이번 쇼의 “체인 달린 시계”는 빅토리아 시대의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갈리아노에서 빌 게이튼의 시대는 바로 지금이었다.
뮈글러: 제2의 몸을 찾아서
데이비드 코마는 2년 전 뮈글러를 이끌기 시작했고 섹스와 메탈릭, 그리고 검은 가죽에 힘입어 계속 전진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코마는 뮈글러 브랜드에 대한 분명한 비전을 가지고 있다. 뮈글러는엣지 있고 미래적인 디자인으로 잘 알려진 창립자 티에리 뮈글러로부터 영감을 얻은 향수의 계속적인 성공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차가움과 날카로움, 그리고 단단함은 현 디자이너가 보내는 메시지다. 그리고 이와 함께 코마는 검은 가죽을 바탕으로 확실한 패션 룩을 만들어내고 있다. 우주 시대의 달을 배경으로 모델들이 걸어 나왔고 몸은 가죽에 갇혀 있었지만 마치 종이 테이프처럼 보이는 스트립을 통해 몸이 드러내면서 움직임을 되찾았다.
블랙 드레스 위에서 모양을 잡고 있는 실버 스트링과 함께 이야기는 계속 되었다. 이번 쇼에는 노랑과 오렌지색이 들어간 날렵하고 세련된 옷들이 많았다. 그러나 이 패션 기업이 클라랑스 스킨케어 그룹이 소유한 대단히 성공적인 뮈글러 향수 사업의 부속물이라는 느낌을 떨치기는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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