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화보

Triptych Affair

2023.02.26

by VOGUE

    Triptych Affair

    <아가씨>는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되기 전 원작의 동성애 코 드가 부각되며 영화 이미지 전체를 지배하기도 했다. 이는 김민희에게 는 히데코가 가진 폭넓은 감정의 결 중 하나였을 뿐이다. “보편적인 캐릭터는 아니잖아 요. 저는 그게 되게 좋았어요. 이것저것 다양하게 입혀보고 이런저런 감정을 그 안에서 세분화시켜보는 과정이오. 숙희에 대한 감정도 계속 이런 리듬을 탄 것 같아요. 장난스 러우면서 곯려먹으려다가 고맙고, 이상하게 좋아지고, 그런데 좀 밉고.”
    블랙 레더 슬립 드레스와 아이보리 터틀넥 니트는 디올(Dior).

    무성한 소문이 익히 알려줬다시피 영화 <아가씨>는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게 된 귀족 아가 씨(히데코 역, 김민희)와 그녀의 재산을 노리는 백작(하정우), 백작에게 거래를 제안받은 하녀(숙희 역, 김태리), 아가씨의 후견인(코우즈키 역, 조진웅)이 돈과 마음을 빼앗기 위 해 속고 속이는 이야기다. 원작은 사라 워터스의 소설 <핑거스미스>. 박찬욱 감독은 서로 가 서로에게 덫을 놓고 꼬리를 자르는 이 흥미진진한 이야기의 배경을 19세기 영국 빅토 리아 시대에서 1930년대 일제강점기 조선으로 옮겨왔다. 동양과 서양 문화, 전통과 근 대가 혼재하고 공존했던 시절이다.
    김태리가 입은 블랙 플라워 패치워크 드레스는 펜디(Fendi), 빅 스톤 팔찌와 반지는 루이 비통(Louis Vuitton). 하정우가 입은 플라워 프린트 재킷과 화이트 라이닝의 파자마 셔츠는 돌체앤가바나(Dolce&Gabbana), 블랙 팬츠는 마르니(Marni).

    밥과 술은 박찬욱 감독의 스타일이기도 했다. “뭘 하면 무조건 밥하고 술을 먹어 야 되는 거예요. 오늘은 태리 첫날이니까, 오늘은 민희랑 정우가 왔으니까. 그렇게 밥 먹 고 술 먹다가 영화 얘기하고… 사실 감독님과 작업하면서 놀랐어요. 영화에 대한 사랑과 존경심,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마음을 보고 이래서 거장이구나 싶었어요. 물샐틈 없는 완벽한 시스템 때문이 아니라 감독님이 영화 현장을 대하는 태도 때문에 사람들이 열심히 할 수밖에 없는 거더라고요.” 하정우는 현장 자체가 큰 가르침이었다고 힘을 주어 말했다.
    부드러운 크림 컬러의 수트와 셔츠, 타이는 랄프 로렌 퍼플 라벨(Ralph Lauren Purple Label).

    하정우는 “이번 영화에서 가장 큰 고민은 ‘어떻게 하면 일본인스러울까’였어요. 어떻게 해야 움직임이나 태도까지 일본인 같을까. 촬영이 끝나고 후시녹음을 할 때까지도 일본 어를 익혔죠”라며 어려움을 토로한 반면 김민희는 이렇게 말하며 생글생글 웃었다. “그룹 과외처럼 다 같이 모여서 수업을 할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더라고요. 하하. 일본어로 연 기하는 건 힘들었는데 일본어를 한다는 것 자체는 재미있고 신났어요. 전 좀 잘했어요. 일본어로 낭독할 때는 듣는 사람들이 저 보고 유치원 선생님 해도 되겠다고 할 정도였다 니까요.”
    풍성한 실루엣의 블랙 롱 드레스는 루이 비통(Louis Vuitton), 왼손의 크리스털 장식 팔찌는 샤넬(Chanel), 레이스업 부츠는 미우미우(Miu Miu).

    박찬욱의 ‘아가씨호’ 최초의 승선자는 하정우였고 이후 김민희, 김태리가 차례로 탑승을 마쳤다. 배우들은 촬영에 들어가기 4개월 전부터 함께 모여 사적이고도 공적인 시간을 많이 보냈다. 사적인 시간에는 밥과 술이 함께했고, 공적인 시간에는 일본어 공부가 있었다(대사의 반 이상이 일본어라고 알려져 있다).
    김민희가 입은 도트 무늬 재킷과 팬츠 수트, 골드 목걸이와 붉은색 스틸레토 힐은 디올(Dior). 하정우의 도트 무늬 턱시도 재킷과 화이트 셔츠, 블랙 팬츠와 보타이, 구두는 톰 포드(Tom Ford).

    “잘해야 한다는 욕심이 있었다면 긴장했을 것 같은 데 당연히 안 될 거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스스로 대견할 정도로 안 떨었어요. 감독님 만 나 뵐 수만 있어도 행운이다, 딱 그 마음으로 갔거든요. 오디션 보러 다닐 때 다들 제 나이를 두고 많다고 하는 거예요. 몰랐는데 연기 시작하는 친구들 나이가 굉장히 어리더라고요. 제가 지금 스물일곱인데 성격이나 생각이 바로잡힌 상태라서 좋은 거 같아요. 물론 아직 흔들리긴 하지만 훨씬 중심 있는 나이라고 생각해요. 이왕 늦은 거 잘됐죠, 뭐. 하하.”
    볼륨감 넘치는 화이트 러플 드레스는 루이 비통(Louis Vuitton), 반지는 피 바이 파나쉬(P by Panache).

    박찬욱 감독은 제작 영상 인터뷰에서 “오랫동안 해왔으니까 예전에 하던 것과는 다른 뭔 가가 없을까를 궁리하게 된다. 새로우면 새로운 대로 친하면 친한 대로 그래서 어려운 영 화였다”라고 말했다. 하정우, 김민희, 김태리가 좇는 것도 결국 세상에 없던 새로운 이야 기다.
    어깨가 넓은 오버사이즈 재킷은 베트멍(Vetements at 10 Corso Como), 이너로 입은 아이보리 슬립 드레스는 버버리(Burberry), 화사한 핑크 튤 드레스는 몰리 고다드(Molly Goddard at Boon The Shop), 크리스털 장식의 블랙 슬리퍼는 로저 비비에(Roger Vivier).

    김민희의 이야기 는 연기가 재미있다고 느끼던 과거의 한순간 시작됐고, 연기를 즐기는 시간이 쌓여 캐릭 터를 채워왔다. 하정우는 이 일을 하기 위해 그저 열심히 건강하게 살아갈 뿐이라고 말 한다. 아가씨와 하녀 그리고 백작. 사랑과 사기, 거래와 거짓말이 뒤얽힌 관계 속에서 우 리는 과연 가짜와 진짜를 가려낼 수 있을까. 진짜와 가짜를 가려내는 것이 과연 어떤 의 미가 있을지 우리에게 묻는 이 배우들에게 마음을 빼앗기지 않을 도리가 없다.
    어깨가 넓은 오버사이즈 재킷은 베트멍(Vetements at 10 Corso Como), 이너로 입은 아이보리 슬립 드레스는 버버리(Burberry), 화사한 핑크 튤 드레스는 몰리 고다드(Molly Goddard at Boon The Shop), 크리스털 장식의 블랙 슬리퍼는 로저 비비에(Roger Vivier).

    김민희는 1930년대 고혹적 인 귀족 아가씨가 되기 위해 가체를 올리고 스물다섯 벌의 드레스를 갈아입고 셀 수 없이 많은 가죽 장갑을 꼈다. “지금까지 출연한 영화 중에 가장 많이 꾸미고 나오는 영화예요. 분장이나 의상도 그렇고 연극 무대에 선 느낌에 가까웠어요. 미술에 공을 많이 들이셨고 그 과정을 지켜볼 수 있어 좋았지요. “자연스럽게 히데코의 감정을 이해한 거 같아요. 감정이란 게 어렵게 생각하면 어려울 수 있는 건데 저는 쉽게 생각하는 편이에요. 많이 생각하는 편이 아니거든요."
    블랙 니트 롱 드레스와 케이프처럼 감싸는 앤티크 골드 네크리스는 샤넬(Chanel).

    “사람의 마음을 훔친다는 게 가장 어려 우면서도 가장 재미있는 일이 아닌가 싶어요. 백작 행세를 한다는 것, 아가씨의 마음을 뺏기 위해 플레이를 한다는 것. 인물 자체가 굉장히 입체적이라서 끌렸어요. 출발선과 전혀 다른 실체가 드러나는 스토리의 흐름도 정말 매력적이었고요.” 자신의 욕망을 집요 하게 좇던 원작의 젠틀맨과 달리 하정우가 연기한 백작에는 인간미와 유머가 더해졌다.
    화려한 식물 프린트의 로브는 페노메논(Phenomenon at Mue), 회색 재킷은 랑방(Lanvin), 블랙 보타이는 돌체앤가바나(Dolce&Gabbana).

    김민희의 다층적인 감정의 대상 ‘숙희’는 김태리다. 데뷔작이 박찬욱 감독의 영화인, 그야말로 자고 일어나니 5,000만 국민이 기억하게 된 이름. 박찬욱 감독이 김태리에게 본 것은 무엇이었을까, 베테랑 영화인들만 모인 집단 한복판에서 김태리는 어떤 연기를 펼쳤을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을 두고 김민희는 “신인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유연했고 의지가 됐다”는 경험을, 하정우는 “꾸밈없이 그 자체로 너무 자연스러운 사람. 의식하지 않고 물 흘러가듯 촬영을 소화해냈다. 한국 영화계에 좋은 선물이 될 배우”라는 의견을 들려주었다.
    김민희가 입은 블랙 튤 드레스와 니트 베스트, 스트라이프 셔츠와 화이트 튤 스커트, 체크 리본 디테일의 발레리나 슈즈는 미우미우(Miu Miu), 데님 팬츠는 바네사 브루노 아떼(Vanessa Bruno Athé). 김태리의 스팽글 오간자 드레스와 레드 시스루 피케 셔츠, 이너로 입은 체크 셔츠와 블랙 리본 디테일의 발레리나 슈즈는 미우미우.

    ‘백작의 모든 측면을 관객들이 받아들일 수 있게 연기하는 배우가 과연 누구일까’ 박찬욱 감독이 품었던 고민의 답은 하정우일 수밖에 없었다. 하정우는 시나리오를 읽으며 캐릭터가 자신에게 맞춰져 있음을 느꼈다. “저를 두고 각 색하신 게 느껴졌어요. 감독님이 그동안 나를 지켜보셨구나 생각했습니다.”
    용 모티브를 장식한 코트와 데님 팬츠는 돌체앤가바나(Dolce&Gabbana), 셔츠는 랑방(Lanvin), 오른손 반지는 까르띠에(Cartier), 버클 디테일의 구두는 헤리티지(Heritage).

    하이라이트 영상만으로 전 세계 ‘120’개국에 선판매, ‘1,500:1’ 경쟁률을 뚫고 하녀 역할에 캐스팅된 배우 김태리, ‘13’년 만에 다시 뭉친 <올드보이> 제작진, 박찬욱 감독 영화 중 최장 러닝타임 ‘145분’ , ‘4년’ 만에 다시 밟는 칸 레드 카펫… 개봉을 한 달 가까이 남겨두고 있지만 영화 <아가씨>에 대한 관심은 마치 터지기 일보 직전의 팝콘 같다. TRUE LIES
    김태리가 입은 금색 자수를 수놓은 드레스와 벨트는 사카이(Sacai), 김민희의 스팽글을 수놓은 핑크빛 재킷과 블랙 퀼팅 장식의 펜슬 스커트, 가죽 벨트와 스타킹은 샤넬(Chanel). 하정우가 입은 아이보리 아일릿 재킷과 프릴 디테일의 화이트 셔츠는 버버리(Burberry), 팬츠는 드리스 반 노튼(Dries Van Noten), 오른손 반지는 까르띠에(Cartier).

      에디터
      이지아
      포토그래퍼
      RYOO HYUNG WON
      스타일리스트
      강이슬(김민희), 이현하(하정우)
      헤어
      김정한(김민희, 김태리), 임해경(하정우)
      메이크업
      임해경(하정우), 전미연(김민희, 김태리)
      세트 스타일링
      최서윤(Da;r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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