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르셋을 즐기는 태도

두 개의 가느다란 끈과 딱딱한 고래뼈를 결합해 여자들의 몸을 구속하던 코르셋. 이제 속옷의 굴레를 벗어나 챔피언 벨트처럼 위풍당당하게 돌아왔다.
[ 레이스업 디테일의 재킷은 푸시버튼(Pushbutton), 모 소재 뷔스티에와 가죽 뷔스티에는 프라다(Prada). ]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스칼렛이 거울 앞에서 코르셋을 입는 장면은 19세기 여자들에게 너무도 일상적인 ‘씬’이었다. 가느다란 허리 사이즈와 풍만한 가슴은 그 시대 가장 트렌 디한 여성상이었으니 말이다. 여기서 잠깐! 코르셋을 여자들의 전유물로만 여긴다면 오산이다. 19세기 초, 기마병들의 안정된 자세를 위해 남자들이 코르셋을 입었다는 사실. 란제리 브랜드 창업주인 버나드 박사는 1875년 의료용 코르셋을 시작으로 여성 속옷 브랜드 오바드(Aubade)를 발전시켰다.
![격동의 세월을 보낸 코르셋은 20세기에 들어 뷔스티에(코르셋에 브래지어를 결합한 형태)로 얼굴을 슬쩍 바꾸더니 평범한 속옷 영역에서 벗어나 보다 일탈한 모습으로 우리 곁에 다가왔다. 아라키 노부요시의 야릇하고 은밀한 성적 판타지 사진, 90년대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자아를 표출한 마돈나의 콘 브라, 장 폴 고티에의 기상천외한 뷔스티에 컬렉션(지금 DDP 전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뷔스티에를 일상복처럼 입고 다니는 리한나의 #ootd 패션까지. 보시다시피 코르셋과 뷔스티에는 세상 밖으로의 일탈을 호시탐탐 꿈꿔온 듯하다. [ 매니시한 재킷은 푸시버튼(Pushbutton), 하얀 면 소재 뷔스티에는 프라다(Prada). ]](https://img.vogue.co.kr/vogue/2016/06/style_576be70aac26d-828x1024.jpg)
격동의 세월을 보낸 코르셋은 20세기에 들어 뷔스티에(코르셋에 브래지어를 결합한 형태)로 얼굴을 슬쩍 바꾸더니 평범한 속옷 영역에서 벗어나 보다 일탈한 모습으로 우리 곁에 다가왔다. 아라키 노부요시의 야릇하고 은밀한 성적 판타지 사진, 90년대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자아를 표출한 마돈나의 콘 브라, 장 폴 고티에의 기상천외한 뷔스티에 컬렉션(지금 DDP <장 폴 고티에>전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뷔스티에를 일상복처럼 입고 다니는 리한나의 #ootd 패션까지. 보시다시피 코르셋과 뷔스티에는 세상 밖으로의 일탈을 호시탐탐 꿈꿔온 듯하다.
[ 매니시한 재킷은 푸시버튼(Pushbutton), 하얀 면 소재 뷔스티에는 프라다(Prada). ]

바야흐로 2016년, 본격적인 그들의 세상이 됐다. 미우치아 프라다는 “행복하고 고통스러운 것, 아름답고 끔찍한 것. 이 모든 것을 하나로 조합한 콜라주”라고 설명한 이번 컬렉션을 위해 바로 그 코르셋을 적극 활용했다. 그녀의 얘기처럼 코르셋의 탄생은 오로지 여자들의 아름다운 실루엣을 위해 행복과 고통을 동반하던 패션 아이템. 프라다 쇼의 모델들은 두툼한 외투, 자카드 드레스, 실크 셔츠 등 옷장에서 꺼낼 수 있는 모든 아이템에 광목과 가죽으로 된 코르셋을 덧입었다. 여기에 활용한 코르셋은 본연의 임무인 체형 보정을 위한 게 아니었다. 그저 패션 소품 역할에 충실했다. 외투 위에 느슨하게 풀린 끈이 바로 그 흔적이다.

아울러 조나단 앤더슨은 갑각류의 갑옷 혹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아테네의 여신이 입었을 법한 뷔스티에를 얇은 저지와 보드라운 니트 소재에 매치했다. 그리하여 결론은? 허리에서 엉덩이로 내려오는 관능적 항아리 실루엣 완성(은밀한 속옷이 밖으로 내비치는 순간 야릇함이 느껴질 수밖에)

모스키노의 제레미 스캇 역시 이 아이템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그는 자신만의 기발한 재치를 더해 바이커 뷔스티에로 변신시켰다. 그리하여 검정 가죽에 지퍼 장식, 미니 포켓으로 만든 바이커 뷔스티에는 하얀 탱크 톱과 완벽한 조화를 이뤘다(우리가 생각하는 지극히 여성스러운 모습은 온데간데 없다).

우리 여자들에겐 이제 겨우 란제리 슬립 드레스가 익숙해졌다. 그로 인해 섬세한 레이스와 가느다란 끈이 숨 막히듯 엮인 속옷들이 겉옷으로 소개되는 것에서 약간 두려움이 느껴질지 모른다. 하지만 다행인 건 킴 카다시안이나 리한나처럼 몸매를 부각시키기 위해 뷔스티에를 억지로 졸라매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 “클래식한 뷔스티에를 피케 셔츠나 데님 팬츠, 남성적인 재킷이나 셔츠 등 캐주얼한 아이템과 믹스해보세요!” 최신 컬렉션에서 뷔스티에를 극적인 소품으로 활용한 푸시버튼 박승건의 조언과 미우치아 프라다의 제안처럼 끈을 느슨하게 풀어 벨트처럼 연출해보는 것도 현실적 방법. 이거야말로 이토록 과감하고 파격적인 패션 아이템을 제대로 즐기는 태도다.
- 에디터
- 김미진
- 포토그래퍼
- CHA HYE KYUNG, INDIGITAL
- 모델
- 서유진
- 헤어
- 안미연
- 메이크업
- 강석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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