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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그 코리아> 창간 20주년 기념 특별전<Mode & Moments: 한국 패션 100년>. 꿈과 현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패션 시간 열차에 탑승하기 위해 초대된 사람들, 그 오프닝 리셉션과 전시 풍경이 여기 있다.
지 난 8월 29일 오후 ‘휴관 안내’라는 안내판이 걸린 문화역서울 284의 내부는 고요하지만 긴장감으로 가득했다. <보그 코리아> 창간 20주년을 맞아 기획한 블록버스터급 전시 <Mode & Moments: 한국 패션 100년>의 오프닝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으니 말이다.
옛 서울역사는 상상보다 거대했고, 1~2층 곳곳에서 아티스트들과 스태프들이 묵묵히 맡은 작업을 완성해가며 땀을 흘리고 있었다. 전시를 지휘한 <보그> 전 편집장이자 두산매거진 에디토리얼 디렉터 이명희 상무는 배우 채시라가 열일곱 나이에 입던 옷이 잘 보일 위치를 고민하고 있었다.
또 패션 감독을 맡은 스타일리스트 서영희는 디자이너 최경자 여사의 방을 완성한 뒤 겨우 한숨 돌리고 있었다. 기획을 맡은 <보그> 전 피처 디렉터 이미혜와 공간 예술 감독을 맡은 아티스트 최정화는 여러 공간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힘쓰고 있었다.
그런가 하면 헤어 스타일리스트 한지선은 80년대 마네킹의 머리에 씌우기 위해 반짝이는 총채 가발을 만드는 중이었고, 헤어 스타일리스트 김정한은 90년대 방에서 마네킹 머리에 펠트를 예술적으로 올리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었다.
이토록 긴장감 가득한 풍경은 지난해 말부터 예고됐다. <보그>와 함께 성장한 한국 패션을 총망라한 전시를 선보이면서 스무 살 생일을 뜻깊게 자축하기로 한 것이다. 지난 100년간 한반도에서 유행한 것으로, 시대를 특징지을 만하며, 문화를 대변할 패션을 모두 선보이는 기획으로 말이다.
이를 위해 모던 걸, 모던 보이 스타일은 물론 노라 노부터 지춘희, 정욱준부터 이명신 등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대표할 디자이너 60여 명의 의상 300여 점이 한곳에 모였다. 여기에 예술 감독을 맡은 최정화를 비롯, 여신동, 빠키, 컴파니, 헤이조, 김영나 등 다양한 매체를 다루는 아티스트가 의기투합했다.
헤라가 제작 지원 협찬사로 참여했으며, 이렇게 준비한 전시는 9월 1일부터 9월 22일까지 한국 근현대사에서 의미가 깊은 옛 서울역사, 문화역서울 284에서 열리고 있다. 패션지 창간 특집 프로젝트에 대한 기대를 넘어서는 패션과 예술의 전방위 만남이다.
수많은 곡절과 사건 사고의 터널을 지나, 이제 소중한 선물을 모두에게 공개할 때. 8월 31일 저녁 6시, 옛 서울역사 속 중앙홀의 시곗바늘이 거꾸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한국 패션 100년을 여행하는 패션 열차가 출발할 시간인 오프닝 리셉션 파티. 한국 패션의 결정적 순간을 직접 목격하기 위해 손님들이 옛 서울역사로 모여들었다.
노라 노, 진태옥, 지춘희, 이상봉, 루비나 등 ‘어른’ 디자이너들은 물론, 프리마돈나의 김지은과 렉토의 정지연 등 요즘 ‘아이들’까지. “한 편의 그림에 들어온 듯한 기분이었어요.” 충분히 시간을 들여 전시를 살펴본 디자이너 송지오는 문을 나서기 전 기자의 손을 꼭 붙잡고 소감을 말했다. 한국 패션의 젊은 에너지 고태용과 권문수는 “영광입니다!”라고 동시에 외쳤다.
이런 감흥은 자신의 작품이 전시된 디자이너만 느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90년대를 풍미한 모델 박영선은 1층 중앙홀에 전시된 앙드레 김의 7겹 드레스를 보며 추억에 잠겼고, 배우 채시라는 2층 ‘패션 만인보’ 공간에 진열된 자신의 어린 시절 무대의상을 가리키며 늘 그렇듯 환하게 웃었다.
2016년의 어린 모델들은 100년 전 이화여고 학생들이 입던 체육복 드레스를 가리키며 놀라워했고, 파티를 찾은 주한 미국대사 마크 리퍼트는 80년대 루비나의 니트 앙상블을 보며 엄마가 당시 입던 옷을 꼭 닮았다며 감탄했다. 이렇듯 시간이 지날수록 거꾸로 가는 패션 열차에 탑승하기 위해 승객들이 모인 문화역서울 284의 풍경은 여기저기 탄성으로 가득했다.
승객들의 발길이 잦아들 때쯤, 정문을 지키던 홍보대행사 팀장이 다가왔다. “우리는 오늘 기록을 세웠어요. 지금까지 이름을 체크한 분만 900명이 넘어요. 이런 행사는 처음이에요!” 패션 전시 오프닝 파티에 1,000여 명의 손님이 찾은 건 그만큼 <보그>에 대한 그리고 한국 패션에 대한 애정이 뜨겁다는 방증이다. 그리고 그 뜨거운 애정을 연료로 <보그>가 준비한 패션 열차는 또 다른 미래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 에디터
- 손기호
- 포토그래퍼
- LEE YOON HWA, LEE JI HYUNG, BAEK JOON 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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